몇년 전 문득 친구들이 그리워 써 본 글..입니다^^"

[정성희]

아침을 열며-눈이 내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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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6일 00시 00분 입력

정성희 광주여대 평생교육원 음악강사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눈 소식이 늦은 편이었는데, 첫눈을 무척이나 기다린다는 아가씨 수강생하나가 첫눈이 오면 뭐 할거냐고 짓궂게 묻던 생각이 난다. 어느 인터넷 카페에서도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배경 위에 오래 전 샹송가수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 가 흘러 나온다. 눈 내리는 밤에 오지 않는 연인을 향한 애타는 심정이 아다모의 목소리를 통해 절절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들어 보는 노래였다. 어렴풋한 내 기억으로 우리나라에서 아마 7,80년대쯤 유행했던 번안 곡으로, 겨울만 되면 라디오 등에서 귀에 닳도록 흘러 나왔던 것 같다.
첫눈이라… 맨 처음을 의미하는 이 '첫'이라는 접두어가 '사랑'이나 '눈'이라는 보통명사를 수식할 때, 그 의미상의 화학적 변용으로 인하여 얼마나 아름다운 말로 다가왔던가? '첫사랑'만큼이나 사람들은 '첫눈'이라는 말에서 참 많은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 같다. 해마다 내리는 눈이건만 그 해의 '첫눈'은 늘 이렇듯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는다. 사실 첫사랑이든 첫눈이든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명명한 것이니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어쨌든 '처음'이라는 말은 새로운 세계를 경험케 한다는 점에서 늘 알 수 없는 설레임을 안겨 주게 마련이니, 눈을 매개로 해서 딱히 만나야 할 약속도 없는 나 역시도 첫눈에 대한 설레임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런저런 눈에 관한 기억을 더듬다가 문득 지금은 잊고 지낸 친구들의 얼굴이 그리워졌다. 생각난 김에 낡은 앨범을 들추어 보니 유치한 듯한 캡션이 붙은 사진에는 고교를 막 졸업할 즈음의 풋내기 시절의 오동통한 모습들이 눈밭을 뒹굴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눈도 참 많이 쌓였던 것 같다. 그저 눈이 온다는 핑계로 무작정 들판을 뛰쳐나가 사진을 찍어 대거나, 또는 먼 산골에 있는 친구집으로 몰려 다녔다. 우리들은 별것 아닌 일에도 박장대소하는 통에 친구 부모님께 눈총도 많이 받았건만 참으려 해도 웃음이 멈춰지지 않던 철부지들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새하얀 눈만큼이나 마음 또한 순백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언제부턴지 눈만 보면 뛰쳐나가기는커녕 심란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뛰어 놀다가 목마르면 뭉친 눈을 먹기도 했는데 지금은 먹을 엄두는커녕 온갖 대기 오염에 노출된 눈발이 몸에 닿을까 옷에 묻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런데 혹 나만 낭만을 잃고 있는 것일까.

첫눈이 내리고 나서 며칠 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비가 순간 함박눈으로 바뀌더니 마구 쏟아져 내렸다. 지난 번 내린 눈은 새벽을 틈타 기습적으로 내리는 바람에 확인이 안 됐으니 사실 나로선 올 겨울 들어 첫눈인 셈이다.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길가 던 청춘남녀들은 그 사이에 환호성을 지르며 팔짝팔짝 뛰어 다닌다. 돌아보니 어느새 그들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나이가 되어 있다.
따끈한 유자차 한 잔을 마주하고 다시 사진들을 꼼꼼히 살펴보니 사고로 이 세상을 일찍 떠난 친구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진 속의 다른 친구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더 늦기 전에, 올해가 다 가기 전에 수소문을 해서 서로의 소식을 전해봐야 겠다. 이제는 몰라 보게 변해 있을 얼굴들 마주보며, 들판은 아닐지라도 밖이 훤히 내다 보이는 창 넓은 찻집에서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고 싶다.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로 추억을 더듬으며 그 동안 쌓인 삶의 무게를 내려 놓고 그 때처럼 크게 한 번 웃어 보고 싶다.

*저녁 뉴스에 눈이 내린다는 소식이 있네요. 문득

광주매일에 1년여 동안 연재할 때 한 소재로 삼았던 글이 떠올라

친구들을 생각하며 다시 옮겨 왔습니다. 

사진으로 본

그립고 반가운 얼굴들..

중간에 전학을 갔을까. 졸업사진엔 없는 얼굴도..

가물가물 아예 잊혀져 버릴 것 같은 안타까움에 가슴이 시리다 ~*

[한경엽]

아직도 첫눈이라는 말에 약간 가슴이 설레이고 소주 한잔이 생각나고 고교시설 좋아했던 여학생과 손잡고 데이트하고 싶은건 젊다는 뜻일려나?...ㅎㅎㅎ 아다모는 이태리 사람이니? 지난번 이태리를 여행한적이 있는데 언어 자체가 참으로 감미롭고 분위기가 있더라( 피렌체, 솔렌토, 폼페이, 나폴리, 카프리, 마짱꼬레등등 지명이나 음식 이름이지만...)

[정 별]

역시, 카페지기라서 반응이 빠르네..~_~* 읽어 줘서 고맙고, 글쎄.. 아다모 출신지에 대해서까진 미처 생각을 못했네. 샹송이 프랑스 음악이라 노래 부른 사람도 아마 그쪽이 아닐까 생각하는 정도인데, 어쩌나 답이 미흡해서 미안하구만 ^^"* 이태리 여행이라.. 부럽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