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몸짓과 춤, 연회의 장소(놀이관, 굿판 등), 관객을 두고 흔히 연극을 구성하는 3요소라 부른다. 여기에는 물론 배우가 쓰는 탈이라는 가면, 광대를 대신하는 인형(꼭두), 의상, 연회 장소의 여러 가지 장치. 관객을 위한 자리 등 부수적인 요소가 따른다.
연극에 있어 음악과 무용을 분리하여 생각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고전극이나 현대극이 대부분 음악과 무용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극은 종합 예술이라고 부른다. 연극과 뮤지컬의 변별력은 음악에 있다. 그것은 연극이 주로 스토리 라인이나 배우의 몸짓에 따라 작품이 구성되는 것과는 달리, 음악적인 요소가 작품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럼 뮤지컬과 오페라는 어떻게 다른가? 뮤지컬이 오페라의 한 부류인 오페레타에서 출발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뮤지컬은 오페라의 형식을 많이 닳았다. 그러나 오페라는 주로 고전적인 문학의 스토리가 중심이며 음악의 형식은 고전주의 음악에 근거하고 있다. 또 연극성보다는 노래 위주의 공연으로 아리아, 중창, 합창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오페라의 창법이라는 독특한 발성법에 의해 불리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극작가, 연출가, 안무가, 배우, 가수, 무용가, 의상 디자이너들의 공동 작업은 당연하다. 또 뮤지컬은 '프리젠테이셔널극(Presentational Theatre)이다. 무대 위의 배우가 관객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공연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 배우가 극중의 상대보다는 관객을 향해 노래 부르고, 또 관객이 여기에 박수로 답례하는 것은 프리젠테이셔널극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은 또한 '대중극(Popular Theatre)'이다. 뮤지컬 공연은 지적인 자극보다는 보고 듣고 즐길 거리를 찾는 관객들을 충족시켜 주는 요소 를 듬뿍 안고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향락적이고 오락적인 것을 추구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그런 공연 양식을 견지하면서 크게 타락하지 않고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근본은 향략적인 것이다. 이러한 대중극으로서의 성격은 상업성과 연관을 맺고 있기도 하고 사회 윤리와도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뮤지컬은 그 형식상 특수한 '약속(convention)이 필요한 극' 이다. 여 기서 약속이란 극작가, 연기자, 관객이 묵시적으로 인정하여 주는 것인데, 뮤지컬에서 이 약속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갱들의 싸움이 벌어지는 절박한 순간에도 배우들이 노래를 하는 장면은 일반적인 상식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에게는 생소할 것이다. 이외에도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 등 수많은 작품 속에서 전쟁 장면이나, 주인공끼리의 격한 감정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노래를 부른다. 그것은 뮤지컬만의 특성이며 이런 극중의 노래들을 뮤지컬 넘버라고 부른다. 이들 뮤지컬 넘버들을 세심하게 들으면 극의 흐름, 극중 배우의 감정 등이 잘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노래들이 낯설지 않고 드라마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관객들을 감동 속으로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한 여름밤의 꿈'같은 뮤지컬은 극장 공간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공연이 가능하다. 이외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작품들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오페라에 도전하는 뮤지컬의 내일
전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이 흥행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반면 인기 뮤 지컬은 20년 넘게 장기공연을 갖는 경우도 많다. 왜 현대인들이 뮤지컬 로 몰려드는가. 그곳에는 기존의 생동감 치는 이야기,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오페라가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화려한 군무가 있기 때문 이다. 오페라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과연 뮤지컬은 미래 음악극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오페라, 오페레타, 코믹 오페라(희가극의 총칭), 오페라 부프(프랑스 희가극), 보드빌(프랑스의 풍자적 노래극으로 후에 미국으로 건너가 버 라이어티쇼가 됨), 판토마임, 발레, 한 마디로 뮤지컬은 이 수많은 장 르들의 요소요소를 뽑아 19세기 말경 새롭게 탄생한 음악극의 일종이 다. 런던에서 시작된 뮤지컬은 코믹하고 로맨틱한 요소와 매혹적인 노 래, 춤이 포함된 형태였다.
뒤늦게 탄생한 뮤지컬이 일찍이 대중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적 삶을 소재로 한다는 것. 또 첨단기술을 이용해 현대적 감각을 한껏 살린 무대 때문이었다. 또 뮤지컬은 음악극의 어떤 장르보다 연기, 노래, 춤의 일치를 요구하기 때문에 가장 '총체극'에 가깝다.
뮤지컬의 대명사처럼 우리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것은 미국 브로드웨 어 뮤지컬이다. 20세기 초반 유럽뮤지컬이 전통적인 음악극에 뿌리를 둔 오페라타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면, 미국쪽 노선은 처음부 터 유럽 오페라타에 대한 강한 반발의 산물이라는 점이 다르다. 이렇게 해서 영국과 미국이라는 뮤지컬의 양대 산맥이 형성된 것이다.
미국 뮤지컬은 대중음악을 적극 수용하여 유럽의 것보다 음악적 짜임 새나 악기구성 등이 비교적 단조로운 편이다. 대신 형식에 얽매이지 않 고, 소재도 서민계층의 일상적 애환과 사회적 문제에서 발굴하며 이를 풍자와 해학으로 접근해 결코 심각하지 않은 '쇼'로 만드는 것이 특징 이다. 미국 뮤지컬이 지적 만족보다는 가벼운 볼거리를 넘어서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래와 연기 분리시킨 오페라에 반기 일반적으로 음악극의 개념은 1600년경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시작된 오페라를 비롯 오페라 부파, 프랑스 궁중 발레, 그랑 오페라, 오페레타 등 드라마와 음악이 접목된 무대공연예술을 총망라하는 포괄적 의미로 쓰여졌다. 그러나 원래 음악극(Music Theater)라는 용어가 구체적으로 쓰여지게 된 것은 20세기에 이르러서다. 점차 오페라가 단순히 음악의 한 분야로 귀속되면서 점점 종합예술로서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 해 반발하고, '예술의 본질 찾기' 작업을 시도하는 이들 사이에서 개혁 적 의미로 쓰여진 것이 바로 '음악극'이라는 명칭이다.
물론 연극적 요소를 포기한 채 뛰어난 독창자의 아리아에만 오페라의 생명을 건 이탈리아식 오페라에 대한 비판은 지난 300여년간 지속돼 왔 다. 글루크의 오페라 개혁, 바그너의 종합예술의 면모를 갖춘 '무지크 드라마' 제안 등이 바로 이런 움직임이었다. 종합예술로서 이상적인 형 태를 표방하고 나선 음악극에서는 음악과 연극이 서로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안에서 통합되어 보완해 주고 충족시키는 역할을 요 구한다.
헬싱키 오페라 극장 대표이자 작곡가인 슈데니우스는 음악극의 미래 를 조명해 보는 자리에서, 훌룡한 음악극의 한 형태로서 오페라를 꼽을 수 있지만, 형편없는 오페라는 음악극 중에서도 가장 나쁜 형태라고 주 장하면서 나쁜 오페라의 전형으로 목소리는 좋지만 연기력 없는 가수들 이 등장. 뻣뻣하게 서서 단지 자신의 목소리를 과시하는 경우를 들었 다. 반면 이상적인 음악극에서는 출연진들이 훌룡한 가수인 동시에 훈 련된 연기자여야 하며 이런 상태에서만이 높은 수준의 음악적, 음성적 기량이 연극적 표현과 결합돼 최고 수준의 음악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개혁의 메스를 들지 않고는 전통적인 음악극 장르에서 종합예 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과거 오페라 역사 를 통해 충분히 배웠다.
이런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우리는 뮤지컬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음악극에 기대를 걸어 본다. 즉, 오페라가 포기한 종합예술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뮤지컬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음악극의 미래, 뮤지컬에 달렸다. 지난 겨울, 예술의 전당측은 음악극 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 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전세계 음악극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국 제 음악극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그때 뮌헨 국립 오페라 극장장이며 연출가로 활약하고 있는 마티아 세크의 조사에 따르면, 91/92 시즌 동 안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에서 공연된 음악극은 오페라가 1만편, 오 페라타 4000편, 뮤지컬은 7600편에 달했다고 한다. 또 뮤지컬은 오페라 난 오페레타에 비해 몇천회 이상의 장기공연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대 중들의 관심이 어디에 쏠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뮤지컬이 그대로 영 화화되어 성공한 경우다. 이들 영화가 국내에 소개돼 화제가 되면서 한 국 연극계는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축소시키거나 번안 형식으로 공 연하기 시작했다. 그후 한국 뮤지컬은 양적, 질적 성장을 거듭했고, 지 난해부터는 관심이 치솟아 금년 봄 시즌만 해도 뮤지컬의 본고자의 직 수입. 번안물과 국내 창작 뮤지컬이 수십편씩 무대에 올려졌다. 물론 떠들썩한 만큼 내용에서도 충실했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재검토가 필 요하다. 어쨋든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한국 연극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만큼 은 사실이다. 해외에서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고 있는 오페라 극장들이 관객의 감소로 잇따라 공연이 취소되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에 도 일천한 역사의 뮤지컬은 짧은 기간 동안 변화와 거듭나기를 반복하 여, 음악인구와 연극인구를 한데 모으는데 성공했다.
이제 뮤지컬은 음 악계와 연극계가 피할 수 없는 공통관심사로 떠올랐으며, 우리 토양에 맞는 형태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할 때다. 이제 멀리 돌아 '나'를 찾는 방황에서 벗어나, 우리 뿌리에서 뻗어나 간 우리의 세계를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창작뮤지컬의 필요성이 강 조되는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우리의 굿거리나 마당극에서 총체극으 로서의 예술적 요소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세계 어는 곳에 내놓 아도 손색없는 예술성 높은 상품으로서, 시간과 공간이 다른 환경에서 도 변화의 여지를 보여줄 수 있는 본질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뮤지컬이란 무엇인가? MUSICAL은 노래, 춤, 연기가 어우러진 현대적인 공연 양식으로 미국에서 발달한 대중 예술이다. 음악 특히 노래가 중심이 되어 무용(춤)과 극적 요소(드라마)가 조화를 이룬 종합 공연물이라 할 수 있다. 장르적인 특징은 연극과 오페라 또는 오페레타(operetta,작은 오페라 를 뜻한다), 무용극과 현대적인 화려한 쇼가 한데 모여 있다는 데 있다. 정극, 무용, 오페라의 일반적인 요소에 대중 가수의 콘서트 같은 다양성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특히 코믹함과 판타지가 어우러져 속도감이 빠르고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는 인상적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넓은 의미로는 대중적인 음악극의 형식이며 좁은 의미로는 오페라의 오페레타에서 뮤지컬 드라마 같은 작품 형식이기도 하다. 초기 뮤지컬은 코믹 오페라 같은 가벼운 악극인 오페레타 형식을 띠었다. 영국에서는 뮤지컬 코미디, 미국에서는 아메리칸 뮤지컬 등 조금씩 그 성향을 달리하는 이름들도 태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접어들어 유럽을 풍미한 오페레타와 그 계열의 발달한 대중 음악극을 뮤지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뮤지컬은 코믹함이 가미된 뮤지컬 코미디, 드라마가 강조된 뮤지컬 플레이 등으로도 불렸으나 현재는 뮤지컬이란 말로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다. 한 마디로 뮤지컬은 미국에서 발달한 대중 예술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발라드 오페라와 코믹 오페라, 비엔나식의 오페레타, 프랑스의 오페라 부파, 코미디, 발레, 팬터마임 등 다양 다색한 공연 예술의 형태들이 집합한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선택하여 속도감 있는 전개와 로맨틱하고 아름다우며 듣기 쉬운 선율, 유머러스한 리듬감을 통해 하나의 예술 장르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 바로 뮤지컬이다. 연극 속에 음악과 무용이 적당히 혼합되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초기의 형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완벽한 장르로 위상이 정립된 것이다. 뮤지컬은 끊임없이 기존의 관념과 기술을 변조시키면서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다채로운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간혹 뮤지컬이 가볍고 밝은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고 하여 단순한 코미디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좋은 뮤지컬에는 좋은 연극에서와 마찬가지로 인물의 성격에 대한 통찰과 진지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개방적이고 양성적이며 낭만성과 서정성이 있다고 하여 그 감동이 얄팍한 것은 아니다. 뮤지컬에는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시적인 아름다운 세계가 있다.
이처럼 뮤지컬은 음악이 주는 감동이 절대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도 비극이나 희극의 요소로서의 언어는 그리 높이 평가되지 않았다. 첫째가 플롯이요, 둘째는 인물의 성격,다음은 내용에 담긴 사상이었고 마지막이 용어의 문제이다. 만일 뮤지컬에서 가사와 내용의 깊이를 따지다 보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음악을 놓치고 만다. 이것은 평론가들의 의견을 빌리지 않더라도 관극 체험으로 저절로 알게 된다. 그러나 현대 뮤지컬에는 드라마의 요소가 많이 가미되고 있다. 초기에 비하면 여러모로 대단히 복잡한 표현 형식을 갖추게 되었다. 음악, 연기, 무용, 의상, 무대 장치, 조명, 분장 등 각 분야가 세부적 완성도를 기하면서 총체적인 조화를 이루어낸다. 여기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지휘는 감동의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뮤지컬의 특성인 노래와 춤은 어떤가. 뮤지컬에는 참으로 많은 노래와 춤이 있다. 심오한 러브 송, 코믹한 곡들, 서정적인 멜로디의 아리아, 성격이 강한 곡 등 주요 곡들이 있다. 그러나 연속적으로 노래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극적 스토리가 있는 것이기에 단순한 풍자극 같은 레뷰는 아니다. 이야기는 대개 낭만적인 관계에 있는 두 쌍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들을 둘러싼 보조 인물들이 주인공들과 비슷한 극적 문제를 안고 행동한다. 보통 연극처럼 문제의 상승과 하강, 갈등과 대결의 요소들이 있지만 대개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러나 이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미스 사이공'에서 주인공의 죽음이 그 하나의 예다. 아무튼 뮤지컬에는 로맨스와 감성의 드라마가 있다. 그것이 음악으로 표현될 때 인물들의 마음속 깊은 곳의 희로애락은 말 이상의 호소력이 있다. 특히 같은 노래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복창(Reprise)될 때 그 의미의 양면성은 극적인 깊이를 더한다. 또한 합창과 군무도 빠뜨릴 수 없는 요소로 주인공들의 감정과 행동에 동참하여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현대 뮤지컬의 빠르고 박력 있는 춤은 연기력 못지 않은 특별한 재능을 필요로 한다. 대형 뮤지컬에 많은 가수와 댄서들이 등장하여 합창과 군무를 할 때 아름답고 다채로운 의상은 디자이너들이 명성을 거는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숨돌릴 겨를도 없을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무대의 에너지를 전달받는 감흥이야말로 뮤지컬이 주는 최고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감상법/ 박용재/ 대원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