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우 맨(Hollow man) 의 분석
감독 폴 버호벤
제작 앨런 마르샬, 더글라스 윅
주연 엘리자베스 슈, 케빈 베이컨, 죠시 브롤린
일찌기 1897년에 영국의 작가 H.G.웰스가 <투명인간>을 발표한 이래 이제까지 수많은 SF들이 같은 소재를 다루어 왔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영화로 나온 <할로우맨>은 광기에 찬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웰스의 작품을 정통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반면, 투명인간의 시각적 실체가 어떤 모습인가를 보여 준 점에서는 가장 첨단의 수준에 도달한 작품이다.
주인공이 투명인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신체의 각 기관들이 차례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으며, 특히 그 부분에서 해부학적으로 섬세하게 묘사된 생체구조는 상대적으로 빈약한 스토리 전개의 아쉬움조차 덮어둘 수 있을 정도이다. 차라리 극영화가 아니라 일종의 가상 다큐멘터리 본다면 더 걸맞았을 정도로.
사실 투명인간처럼 매력적인 공상은 달리 없을 것이다. 우주여행이나 시간여행, 외계인과의 만남 등 SF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상상 속의 여행을 떠날 테마는 얼마든지 있다. 그렇지만 투명인간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흥미진진하기 이를 데 없는 꿈을 제공한다. 단지 그것이 글자그대로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만 빼면. 투명인간은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따지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점은, 투명인간은 장님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시력에 필수적인 요소는 수정체, 망막, 시신경 등 세 가지인데, 외부 사물의 모습이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를 지나 망막에 영상으로 맺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영상 자료를 시신경이 분석하여 두뇌로 전달하면 비로소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셋 중에서 수정체와 시신경은 투명해도 상관이 없지만 망막은 절대로 투명해선 안된다. 외부 사물의 모습을 영상으로 비춰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망막이 투명하다면 빛이 그대로 지나가 버리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시신경은 아무런 시각 정보를 얻을 수 없다.
다음으로 신체의 어느 부분까지가 투명해지는가도 중대한 문제이다. 배설물들이 아직 배출되지 않고 몸 속에 남아있는 경우, 과연 이들도 투명해질까?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나 대소변 같은 것은 신체의 일부가 아니므로 투명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투명인간은 몸 속을 완전히 비우고 다녀야만 완벽하게 투명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투명인간은 어디까지나 가시광선 영역에서만 투명해지는 것이다. <할로우맨>에도 나왔듯이 체온에서 발산되는 적외선은 특수투시경으로 다 보이게 된다. 적외선까지 차단할 수 있는 투명 망토를 쓰고 다니지 않는 한, 투명인간은 적외선 카메라같은 것에는 자신의 모습을 숨길 수 없게 된다.
그래도 투명인간은 여전히 매력적인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 준다. 앞서 열거한 투명인간의 약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나 이론은 없을지 곰곰 생각해보는 것도 결코 시간낭비는 아닐 것이다. 과학은 언제나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려는 과정에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 예측해 보기(Prediction)---다음 영화를 잘 보고 생각해봅시다.
1. 투명인간이 된 주인공이 한잠도 못 잤다고 푸념 섞인 말을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 이 영화클립에서 눈의 구조와 관련하여 과학적 오류는 무엇일까?
3.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과학적 오류를 어떻게 해 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