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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돌의 환경 이야기 스크랩 (개발) 후손을 학대하는 ‘4대강 사업’
이래 추천 0 조회 5 10.08.20 13:1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이번 장마에 별 탈 없던 지역에서 수해가 발생했다. 기상청의 슈퍼컴퓨터도 예보할 수 없는 국지성 호우가 몰아친 까닭이다. 10여 년 전에 들어볼 수 없었던 국지성 호우가 장마 뒤에 빗발치는 원인을 전문가들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지만 해가 갈수록 그 빈도와 강도가 심각해진다는 건 경험적으로 분명해 보인다. 시민들은 그저 내 지역을 빗겨가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인데, 터전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갈들 거긴 안전할 것인가. 이제 국지성 호우는 러시아룰렛이 되었다.

 

8월 중순, 시간 당 80밀리의 폭우가 작은 다리를 휩쓸었던 익산 왕궁면의 국지성 호우처럼 한 달 사이에 두 번의 물난리를 겪은 대구시 노곡동도 8월 중순은 국지성 호우였다. 배수펌프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지만 근본적으로 갑자기 고이는 빗물의 높이보다 사람이 사는 곳이 낮기에 발생한 것이다. 빗물이 고이는 지점에 유수지를 확보했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었지만 고성능 배수펌프를 믿다 봉변을 당해야 했다. 농사용 수로 규모의 작은 하천이 무섭게 불어난 것도 인재였다. 큰비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하천 폭을 좁히고 직선으로 펴지 않았나.

 

큰비가 내릴 적에 낮은 곳을 향해 어디론가 흐르는 물은 주위의 작은 물길에서 큰 물길과 합쳐지다 폭이 넓은 강으로 흘러들어 바다로 나가야 할 텐데, 제방이 좁거나 강바닥이 높으면 넘치며 제방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평소 비가 내리지 않을 때 지나치게 넓어 보이는 강폭이지만 요즘과 같은 국지성 호우는 순식간에 흙탕물로 채워 노도와 같이 흐르니 보는 이를 겁에 질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정부는 하천의 둑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정비하고 필요하면 넓은 범람원을 제방 붕괴를 사전에 막아야 한다. 강폭을 좁히자 알프스의 쌓인 눈이 녹는 봄마다 범람을 반복해야 했던 라인강을 독일인은 그런 방식으로 개선해 큰 피해를 막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홍수 피해는 대개 큰 강의 지천이나 작은 하천에서 발생했다. 97퍼센트가 그렇다. 느닷없는 폭우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이 좁은 반면 제방이 낮고 또 허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변의 정비는 4대강이 아니라 지방 하천이나 지천에 치중해야 했건만 목하 밤낮도 없는 ‘4대강 사업’에 밀려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수조원의 예산을 퍼붓는 4대강은 천년만년 괜찮을 것일까. 그 방면의 문외한이지만, 전문가의 견해를 종합하면 아니다. 오히려 위험성이 현저하게 커졌다. 벌써 낙동강의 함안보와 남한강의 이포보는 낮은 빈도의 강수량에 턱밑까지 흙탕물을 채우지 않았나.

 

보통 제방이나 교량의 높이는 30년 주기로 내릴 강우량이든 100년 주기든 강우 빈도에 맞게 설계한다. 천년 빈도의 강우량이라면 매우 높게 축조해야겠지만 비용 부담이 클 것이므로 웬만해서 빈도를 낮출 텐데, 요즘은 높이는 추세다. 국지성 호우가 종잡을 수 없는 탓이다. 하룻밤에 300밀리의 비는 요즘 해마다 어디선가 내린다. 600밀리의 비도 드물지 않다. 기억하는 10년 이내에 서너 차례는 있었다. 대만에선 작년에 3000밀리의 상상 불가능한 폭우가 쏟아졌다. 예년에 없던 기록이다. 우리는 그럴 가능성이 없을까.

 

거대한 빗줄기가 내리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때문에 전혀 완충되지 않는 빗물은 갑자기 급류를 이루며 낮은 곳을 향한다. 골프장으로 숲을 잃은 산, 논을 밭으로 바꾸거나 밭을 비닐하우스로 덮은 농촌마을도 빗물을 전만큼 완충하지 않는다. 도시든 농촌이든, 산촌이든,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지구온난화로 더욱 잦고 거세질 국지성 호우의 빗물은 좁고 깊은 수로처럼 직선으로 만든 하천에서 노도와 같이 흐르며 제방을 파헤치거나 무너뜨리고 그 옆의 포장도로를 핥길 것이며 흙탕물을 강바닥보다 낮은 주변 마을로 휩쓸려 들어갈 것이다.

 

토목공사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4대강은 16개의 거대한 보로 물길을 방해할 게 틀림없다. 한데 4대강은 예상 못하는 국지성 호우를 위해 수문을 미리 활짝 열어놓을 수 없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운하가 아니라면서도 배가 다닐 정도의 깊이인 6미터 이상 파놓은 4대강은 순식간에 농사와 생활용수로 사용할 물을 잃는다. 수문을 열지 않은 상황에 국지성 호우로 인한 빗물이 노도 같이 들어온다면 보는 시급히 수문을 열어야 하겠지만 피해를 감당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최대한 수문을 연다면 하류의 보에 큰물이 들며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6미터 깊이에 정체된 물이 채워진 호수 같은 보는 차례로 낮은 지대에 수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예단이다.

 

아직 아무런 일이 없어 보이는 4대강. 아직 절반도 막지 않았으니 빈도가 낮은 큰비는 우리에게 경고만 했다. 16군데가 막히고 감당 못할 폭우가 내린다면 그 뒤는 끔찍할 텐데, 빈도가 높은 비는 아무래도 후손에게 더욱 많을 것이다. 현 세대 건설자본, 그리고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치권의 한시적 이익을 위해 후손을 학대해야 하는가. ‘4대강 사업’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우리와다음, 201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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