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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신화'를 주인공으로 한 팬픽션이 원작입니다.
[원 제] 청춘을 불사르다
[연재기간] 2002/02/20 - 2003/02/14
[원 작 자 ] 베르사유 (hohoya830@hanmail.net)
[연재공간] 카페 블루하와이 http://cafe.daum.net/bluehawaii
※ 원작자의 허락없는 불펌, 내용수정, 캐릭터 변경 등을 일체 금합니다.
36. 들짐승과 우유 2
다가온 손을 쳐냈다. 쏘아보듯 올려다 보지만 그의 표정엔 큰 변화가 없다.
“들짐승은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거든?”
저도 모르게 반항하듯, 반말로 툭 쏘아붙인다.
그의 말에 정혁이 씨익 웃으며 받아친다.
“거칠지만 겁이 많지.”
“……”
“한번 길들여지면 평생 기대게 될까봐. 겁이 아주 많거든. …들짐승이란 게.”
“대체 무슨 얘기 하는 거예요?”
진이 쏘아붙이든 묻는다. 그는 또 무십하게 대꾸한다.
“무슨 얘기는. 동물 얘기지.”
“후우……”
그대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창가로 세어 들어오는 햇빛이 뜨겁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빨리 끝내주고 여길 떠야겠다.
나까지 머리가 이상해지는 기분이다.
“여기만 칠하면 이제 되는 거죠?”
“현관도 할 건데.”
“후우, 그럼 현관까지만 하면 끝나는 거죠?”
“주방도.”
“아주 알차게 부려먹으시는구만. 난 이 정도면 일당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 줄 거예요.”
“난 너랑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왜 화대를 줘야 하는데…?”
순간 전진이 천장끝까지 쭉 올렸던 도배 솔을 그대로 바닥에 내팽기친다.
“화대라니? 내가 도배한 일당 달랬더니 뭔 화대?”
“……"
“사람 쓰레기처럼 보는 거 아는데, 나 그래도 돈 받고 몸 굴리고 하는, 그딴 짓은 안 하거든?!
아, 진짜 한 번씩 사람 존X 빡치게 하네?!”
“……”
“왜 말이 없어요?! 내 말 들어요?”
그저 멍하다. 아주 멍하게 전진을 뚫어지듯 보다 그런다.
“그렇게 소리 지르고 나니까 어때.”
“…뭐가요.”
“허기지지?”
그리고는 무언가를 그대로 휙 전진에게 던진다. 무의식중에 정혁이 던진 것을 받아든다. 핸드폰이다.
“배고프지?”
“……?”
“우리 자장면 먹자. 1번에 저장 되있으니까 시켜.”
“중국집이 단축번호 1번이라구요?”
“응. 뒤에 하트도 있어. 자금성♥ 이렇게. 빨리 전화 걸어. 나 배고파.”
“후우……”
“아, 계산은 네가 해야 한다. 도배지 사느라 돈 다 써버렸어.”
“……”
“왜? 왜 그렇게 봐?”
그렇게 그가 아주 천진난만하게 ‘난 아무 것도 몰라요~’ 하는 얼굴로 날 보며 씨익 웃는다.
순간, 나도 오늘 집에 가서 일기라는 걸 좀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들짐승을 끌고 간 집주인은
머저리 흉내를 내며,
온갖 허드렛일에 밥값까지 빼앗고,
좋다고 웃는다.
저걸 죽여 살려 고민 하다가,
들짐승은 저 혼자 웃었다.
그 머저리 같은 주인의 눈 속에서…
따뜻함이 보여서.
37. Like A Virgin
“유치하게.”
그러면서 눈을 흘긴다. 나는 그저 실없이 피식 웃는다.
아침 등굣길, 교실을 향하는데 뭔가 익숙한 뒷통수가 보인다.
살금살금 다가가 오른쪽 어깨를 톡톡 치고, 왼편으로 쓱 몸을 피했더니,
신혜성이 실없는 짓을 한다는 듯 날 보며 피식 웃는다.
“뭐야. 애처럼?”
“그, 그 날은… 집에 잘 들어갔어?”
괜히 어색해 하며 묻는다.
“집 앞까지 같이 가 놓고, 새삼스레.”
녀석은 언제나 그렇듯 톡 쏘듯 대꾸한다.
“아 쫌! 그냥 잘 들어갔다고 하면 안 돼? 넌 한 마디를 그냥 안 넘어 가냐.”
“그러게 뻔한 걸 넌 뭘 묻는데,”
“아휴, 말을 말아야지, 내가.”
놀이동산에 다녀온 후, 처음 마주쳤다.
근데 어째 얼굴이 푸석한 게, 피곤해 보인다.
“그 날 힘들었냐.”
“뭐가?”
“준희랑 놀이동산 갔던 거.”
“아니? 나름 재밌었는데. 네가 마지막에 아줌마들하고 떽떽거리면서 말싸움하기 전까진.”
“그건 싸운 게 아니지, 아줌마들의 잘못된 오해를 올바르게 정정해준 거 아니겠니?
뭐, 그건 그렇고 근데 얼굴이 왜 그래? 다크써클이 볼을 타고 내려왔는데?”
그러자 녀석이 머쓱한 듯 얼굴을 슥슥 문지르며 그런다.
“그거야, 하루 신나게 놀았으니 논만큼 또 채워 넣어야 할 거 아니겠어?
어제 밤을 좀 샜거든. 안 풀리는 문제가 있어서.”
아, 맞다. 신혜성은 성적 피라미드 최고 상위자. 전교 1등에 빛나는 분이시지, 참.
나 때문에 빼앗긴 시간만큼 스스로 보충해서 채워 넣어야 하나보다.
“난 진짜 그 피곤한 걸 왜 하는 건지 모르겠어.”
“……? 뭘 말이야?”
“전교 1등 같은 거 말이야. 선호 녀석도 사흘에 한 번씩 코피를 쏟으면서.
그걸 왜 악착같이 안 뺏기려 하는지 이해가 안 가. 그냥 놔버리면 속 편하지 않나?”
그러자, 녀석이 피식 웃으면서 그런다.
“누구에게나 ‘타이틀’ 에 대한 욕망은 똑같은 거 아닌가? 넌 왜 청북고 통이 됐는데?”
“그거야… 희대의 영웅은 운명이 정해놓는 거 아니겠냐.” 하고 나의 날렵한 턱 끝을 쓸자,
쯧쯧쯧 하고 혀를 차더니 저 혼자 교실로 쏙 들어가 버린다.
그 뒷모습에 피식 웃고는 설렁설렁 교실로 따라들어서는데,
"잠깐!! 스탑!! 어딜 순순히 들어가려고?!"
갑자기 휙 앞을 가로막으며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바보짓을 해대는 우리의 덤 앤 더머.
“뭐야. 비켜. 김동완.”
길이 막힌 신혜성이 까칠하게 그런다.
“이것들이 아침부터 눈꼴시게? 아주 같이 들어오네?!”
“그러게. 너무 티낸다. 너희들.”
“뭘 같이 들어와. 요 앞에서 만난건데.”
“하! 그따위 뻔하디 뻔한 사내커플 출근 변명 멘트!”
“너네 요즘 아예 2인용 커플 자전거로 학교 오간다는 소문이 있던 걸?”
그러면서 김동완과 문정혁이 아침부터 심심한지 신혜성을 붙들고 생떼를 쓰기 시작한다.
슬슬 신혜성의 이마에 힘줄이 돋는다. 예전엔 곧잘 새침하게 표정을 숨긴 채 감정을 참아내던 신혜성이
요즘은 우리가 편해진 건지, 아니면 참을성에 한계가 온 건지 반응이 제법 즉각적이다.
“저리 안 비켜?”
“어라? 요즘엔 이민우 가지고 놀려먹어도 딱히 부정을 안 한다? 신경질만 내지?”
“부끄러운가봐, 동완아. 첫사랑이란 게 원래 수줍은 거니까.”
어쩜 둘이 저럴 땐 저렇게 죽이 잘 맞을까.
교실 아이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라도 난 마냥 신혜성과 시비를 붙이는 김동완과 문정혁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본다.
나는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 슬며시 김동완과 문정혁의 어깨를 밀쳐냈다.
“왜들 지랄이야. 괜히 시비 걸지 말고 저리 꺼져.”
그러면서 슬쩍 어깨를 밀었을 뿐인데. 아주 삼류 헐리우드 액션을 펼치며
김동완이 뒤로 점프를 하듯 날아가 책상위로 널부러져서는 우는 시늉까지 한다.
아, 이것들이 어디서 저런 몸개그를 자꾸 배워오는 걸까.
“어머! 정혁아! 지금 이민우가 나 밀친 거니? 그래? 그런 거야?
이제 지 색시 생겼다고 금이야 옥이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를 키워온 나를! 감히 나를 욕 보여?”
문정혁은 신혜성을 빤히 보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그런다.
“어쩔 수 없어. 신이 미인을 만들고, 남자는 이용당하고 마는 게 하늘의 섭리니까.
여포도 절세미인 초선에게 홀려 동탁을 죽였지.”
아, 머리가 아프다. 저 헛소리 작렬하는 것들 입 좀 어떻게 틀어막을 수 없을까.
“이거 돌아이들인가.. 진짜? 김동완. 니가 언제 금이야 옥이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 키워?!
문정혁, 넌 또 여기서 초선이랑 여포가 왜 나와? 왜 아침부터 똘추 짓이냐고. 대체.”
“됐어! 넌 빠져! 이건 우리하고 신혜성이 쇼부 볼 문제야!”
그러더니 갑자기 내 가슴팍을 퍽 밀치고는 신혜성에게 바짝 다가가 몰아세우 듯 위협을 한다.
“야. 신혜성.”
“......”
뭐 그런다고 딱히 주늑 든 것도, 긴장할 눈치도 없는 신혜성은 그저 시크하게,
그래 사실은 좀 머저리들 보듯이 한심하게 우리 아이들을 쳐다볼 뿐이다.
“넌 왜 여직 가타부타 말이 없어?”
“무슨 말.”
“우리 천연버진 이민우의 마음을 훔쳐놓고.”
“아, 씨X! 무슨 개소리야, 김동완!”
저 새끼가 못 하는 말이 없네, 진짜.
“넌 빠지랬다. 이민우. 너! YES면 YES. NO면 NO!
평소 하던 대로 야무지게 노선 정리 안 하고, 왜 자꾸 애 간을 보냐고!”
“......”
김동완의 물음에 신혜성이 잠시 멀뚱히 표정없이 있다 슬며시 날을 돌아보더니 뜻박의 말을 뱉는다.
“간을 내가 봐?”
간을 봐? 하고 되묻는 것도 아니고 간을 ‘내가’ 봐? 하고 묻는다.
뜻밖에 대답에 김동완이 우물거리며 되묻는다.
“그럼 누가 봐?”
“야무지게 노선 정리를 ‘내가’ 안 하는 건가.”
그러면서 또 빤히 나를 본다.
뭐지? 왜 자꾸 날 보면서 저러는 걸까. 왜 나를‥? 내가 뭘?
“기면 기다. 아니면 아니다. 이거 확실히 표현 안 하는 게… 누군데? ‘내가’ 그러고 있냐고.”
그러면서 신혜성이 또박또박 말을 받아친다.
동완이 녀석은 신혜성의 반응에 제가 머쓱한지 목덜미를 긁적이며 그런다.
“얘가.. 그냥 웃자고 던졌더니 겁나 진지 돋네.”
"어. 나 지금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야."
"어.. 어.. 그런 거 같다."
그러면서 천하의 넉살머리 좋은 김동완이 말을 버벅거리며 딴청을 피운다.
신혜성이 정색을 하면서 갑자기 자기 진지하단다.
순간, 교실은 정적에 휩쌓인다.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진다.
신혜성이 정말 뜻밖인 말로, 뜻밖의 눈빛으로 나를 보며 아이들에게 의외의 말을 던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시선은 일제히 나에게로 쏠린다.
이것들이..?!
“왜? 뭐? 왜 날 보냐, 다들!?” 하고 답답해서 묻자 김동완이 한심하다는 듯 그런다.
“너 정말 몰라서 그러냐.”
“뭘? 내가 뭘 어쨌다고.”
"지금 네가 '뭘 어쩌지 않는게 문제' 라는 거 아니냐. 이 멍충아!!"
"아, 깜짝이야! 왜 갑자기 소리는 지르고 이래?!"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아니, 얘들이 아침부터 뭘 잘 못 먹었나.
신혜성 데리고 시비 재밌게 걸다 말고, 왜 날 붙잡고 이 난리야?!
"아휴! 이 답답아!! 그 꼬라지를 해서 언제 진도 뺄래?! 뭐, 하긴.. 평생 눈치라고는 없었으니."
“에효, 우리 민우 눈치도 없고. 경험도 없고. 혹시… 성욕도 없나?”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문정혁이 뚱하게 허공을 본다.
정말 진지하게 고민이라도 하듯이. 어떨 때 보면 김동완보다 저게 더 해.
“야냐. 정혁아. 우리가 야동 공유 10년 동기 아니니? 마지막 그 욕구는 걱정 없어,
다만 말했다시피, 우리 애 아직 레알, 천연버진이라...”
하, 얘들 때문에 돌아버리겠어 내가 아주.
“아, 씨X! 개소리 하지 말라고 진짜!”
그러면서 김동완 녀석의 멱살을 움켜쥐는데, 이놈이 그대로 나를 끌고 복도로 다짜고짜 나가려는거다.
"아, 왜 이래? 좀 있음 숙희씨 올텐데!"
"멍충아, 지금 숙희씨가 문제냐! 지금 네 정신교육이 젤 시급하거든!"
"무슨 정신교육!? 이게 미쳤나! 안 놔, 이거?"
힘은 어찌나 쎈지 도무지 당해내질 못 하고 그대로 질질 끌려가는데,
이 놈이 안 그래도 우락부락한 팔뚝에 힘줄이 돋아나도록 나를 잡아 끌며 그런다.
"가자, 이민우!!! 내, 너희 커플을 위해! 널 진짜 남자!!! 거친 수컷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마!"
"아, 왜 지랄이냐고! 난 원래 남자 중에 남자거든! 나 청북고 이민수야! 아, 놓으라고 진짜!!!"
모르겠다. 도통 무슨 일인건지.
나는 그렇게 아침 조회도 하기 전에
김동완 팔뚝에 짓눌려 개 끌려가듯 교실 밖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38. 충격고백
“왜 안 하고 있어? 왜 밍기적 거리고 있냐고. 대체?”
그렇게 다짜고짜 옥상 앞 아지트로 끌고 와 다그친다.
그래봤자 눈만 멀뚱멀뚱 거리며 민우는 통 못 알아듣는 눈치다.
“내가 뭘 안 해?”
“고백!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진작에 들이대 봤어야지, 멍충아!” 하고 동완이 윽박 질러봤자,
“고백? 무슨 고백?” 하고 민우는 여전히 알딸딸한 모습이다.
“신혜성이 오죽 답답했음 애들 앞에서 저런 소릴 다 할까!”
“신혜성? 나 요즘 신혜성한테 잘못 한 거 없는데? 시비 붙이지도 않았구.”
“……”
“진짜야! 찔리는 것도 없는데 뭘 고백해?”
“그런 고백이 아니라… 그‥ 그런 거 있잖아!
아휴! 아휴, 이게 다른 건 안 그러면서 이런 쪽으론 왜 이렇게 띨빡 흉내를 내지, 진짜?!”
이민우에게 ‘고백’이란 사고치고 나서의 자진납세 혹은 고해성사 혹은 자진실토 뿐인지라
통 말귀를 못 알아먹고 엉뚱한 소리만 해댄다.
곁에서 멍하니 서 있던 정혁이 보다 못 해 나선다.
“민우야. 옛날 옛날에 아리스토텔레스라는 형아가 3단논법이라는 걸 정의했거든?”
“으‥응? 아…아리가또가 뭘 했어?”
“아리가또 말고 아리스토텔레스.”
정혁이 또다시 뭔가 어려운 이야기를 시작한다. 민우는 벌써부터 넋이 빠진다.
“긴장할 거 없어. 아주 간단한 논리야.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쉽‥쉽네?”
왜 말은 쉽다면서 콧구멍을 한 없이 벌름거리며 통 못 알아듣는 얼굴을 하고 있을까.
“뭐, 더 와 닿는 걸 대입 해보자면,
사람은 멍청하다. 이민우는 사람이다. 고로 이민우는 멍청하다. …와 같은 논리거든? 이제 느낌이 와?”
“응. 근데 너 비유가 좀‥”
“오케이. 잘 말했어, 민우야. 여기에 비유해서 너와 신혜성을 대입해 보자.
이민우는 괴롭히면 좋아한다. 이민우는 신혜성을 괴롭힌다. 고로 이민우는?”
정혁의 물음에 민우가 잠시 고민에 빠진 얼굴을 한다.
내가 신혜성을 오지게 괴롭히기야 했지만…
그게 그러니까… 그럼 내가 그 동안…
“아직 이해가 안 가? 하나 더 해볼까? 더 간단한 걸로? 내일 당장 김동완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아… 시원해.”
“저 씹새가?!”
“그럼 내일 당장 신혜성이 사라진다면.”
“그‥ 그건… 싫은데.”
“그치? 상상하기도 싫지? 왜 그럴까?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보고 싶으니까 그런 거 아닐까?
그럼 왜 신혜성이 매일매일 보고 싶을까, 이민우는?”
“……”
“머저리 같은 놈. 밥숟가락을 입에 물려줘도 왜 씹지를 못 하누?”
하고 동완이 혀끝을 차며 ‘운수좋은날’ st. 훈계를 하고 나서야, 그제서야 이민우는 .
“그럼 내가 신혜성을‥?”
그렇게 이미 남들은 다 알고 있는데 저 혼자 대단한 깨달음이라도 얻은 냥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시늉을 하더니, 한참만에 아주아주 비장하게 그런다.
“야. 니들 잘 들어.”
그리고는 척하니 동완과 정혁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한참을 고개를 숙인 채 호흡까지 가다듬는다.
갑자기 이게 왜 이러나 싶어 동완이 떨떠름한 얼굴로 민우를 본다.
정혁은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이다.
“나 지금 존X 충격 발표할 거니까 똑똑히 들어라.”
“……”
“나…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말이다.”
“……”
“하아‥ 니들 이거 들으면 놀라 자빠질 거 같은데.”
“……”
“그러니까 말이다.”
“……”
“나.........................................신혜성 좋아하는 거 같다.”
“...정혁아. 여기 도끼나 망치 있니?”
“휴우‥ 내가 삼단논법까지 들먹여야 겨우 이정도 자각이 나오는군.
몰라. 난 포기. 이렇게 심한 지능저하는 처음이야, 나도.”
어쨌거나,
드디어.
스스로 깨달았다.
자신이 누군가를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39. date?
"으흐흐흐…"
"……?"
"푸훗‥! 으흐흐흐‥"
"……"
"민우야. 동완이 미친 거 같아."
"그러게 말이다. 저거 또 왜 저러냐."
며칠 전부터 붙들고 있는 수학책을 옆구리에 끼고 따라 나온 김동완이
넋을 놓고 앉아 계속 저렇게 ‘으흐흐흐‥’ ‘크흐흐흐‥’ 따위의 변태 같은 웃음을 흘리고 있다.
"동완아. 대체 왜 그래? 어? 얘 열 있다. 열이 있네."
동완의 이마에 손을 얹고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짓는 정혁의 손을 잡아 내린 동완이
힐끔 내 눈치를 보더니 정혁의 귓가에다 대고 작게 속삭인다.
"정혁아. 있잖아… 풋…! 으흐흐흐…“
"……?"
"나… 오늘 선호랑 ……데이트한다!"
"정말?!"
"쉬잇! 저 새끼 알면 또 깽판친단 말야. 너만 알고 있어. 으흐흐흐… 좋겠지?"
"이야, 장족의 발전인걸. 근데 선호가 한 번에 ok 했어?”
“오케이 했냐‥고?”
“응. ‘데이트’라며. 한 번에 허락하드냐구.”
"어? 어‥ 어. 뭐 그,그렇다고 할 수 있지!"
뭔가 대답이 썩 석연치 않지만 정혁은 그저 씨익 웃으며 친구의 어깨를 두들겨준다.
"이야, 김동완 멋진데?"
그러니까 시간을 거슬러 오늘 아침,
조례 전 선호의 교실 앞에서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 * -
“야. 선호 좀 불러와라.”
“네? 네,네.”
김동완이 웬일로 각을 딱 잡고 -그것도 늘 부끄럽다며 민우와 정혁을 대동하던 그가-
혼자 뭔가 작심한 듯 선호를 찾아간 것이다.
“어? 형 왠일이야, 아침부터?”
선호는 평소처럼, 늘 하던 ‘고객응대’의 마인드로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동완을 반겼고,
선호의 모습에 또 다시 두근 반 세근 반 가슴이 콩닥거리던 동완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저,저기… 선호야.”
“응?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아, 저‥ 내가 그러니까… 고,공부 좀 하려고 하는데… 내가 공부 좀 해보려고 하는데 사실‥ 기초도 없고‥
무,무슨 책을 봐야 하는지. 문제집이고 참고서고 한 둘이 아니던데 뭐가 좋은지도 잘 모르겠고‥ 그러니까 내 말은 그…”
한 마디로 ‘문제집 좀 같이 사러가자.’ 라는 말을 겁나 어렵게, 겁나 돌려 말하느라
진땀을 빼는 동완을 보며 선호는 저 혼자 피식 웃는다. 그리고는 흔쾌히.
“그래, 가자.”
“그래. ……어?! 뭐, 뭐라고?”
‘밑져야 본전이다.’ ‘뺀지 먹음 쪽팔리고 마는거지 뭐!’ 하는 심사로,
나름 비장하게 밑밥을 던지던 동완이 선호의 호탕한 대답에 제가 더 놀라서 되묻는다.
“나도 마침 살 것도 있고, 형 볼만 한 것도 좀 골라주고. 이따 서점 같이 가자구.”
“어‥ 그‥그래. 그럼 이따가 끝나고… 데,데,데릴러 올게!!!!”
그러고는 뒤 한 번 안 돌아보고 후다닥 복도를 달려 나간다.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하물며 이민우에게 진도 못 뺀다고 훈수까지 두더니- 귓불이 빨게 져서는 죽겠다고 달아난다.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온 종일 혼자 넋이 빠져 "으흐흐흐…" 하고 웃다가,
시계 한 번 보고 또 "으흐흐흐…" 하고 저 혼자 웃다가 시계 한 번 보고.
저 혼자 무슨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지 눈동자에 하트가 둥둥 떠서는 혼이 완전히 나가있다.
‘수업 끝나고 ‘함께’ 서점에 간다. 다정하고 고상하게 문제집을 같이 고른다.’
‘어느새 저녁시간이 된다. 우리는 ‘함께’ 저녁을 먹는다. 다정하고 오붓하게.’
‘저녁 먹고 그냥 돌아가기 아쉽다. 영화를 본다. 아주 로맨틱한 영화. 그러다가, 그러다가…’
"으흐흐흐…"
계속 저 패턴이다. 한 마디로 ‘혼자 김치국물 100리터 드링킹’ 중.
“정혁아. 오늘 왜 이렇게 세상이 아름답지?”
“네 눈엔 다 핑크빛인가부지.”
아,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 * -
“왜…?”
“어?”
“아까부터 왜 그렇게 쳐다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아니. 아냐, 암것두.”
얼굴이 빨갛게 익어 얼른 시선을 거두는 동완을 보며 선호가 혼자 작게 웃는다.
「덜 컹…」
열린 문틈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내렸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밀려 들어왔다.
월요일 오후 6시. 지하철 안은 막 퇴근하는 사람들로 정신없이 붐볐다.
동완도 새로 사서 막 들쳐보고 있던 문제집들을 접어 가방에 밀어 넣고는 벽 쪽으로 바짝 기대선다.
그 옆에 서있던 선호는 양옆으로 꽉꽉 조여 오는 인파속에 이리 쏠렸다 저리 쏠렸다
앙상하게 마른 몸이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렸다.
"아이 짜증나게, 아 좀 비켜요! 사람 좀 들어갑시다, 들어가!"
"앗…!"
순간이었다. 열린 문으로 들어서던 웬 인상 험악한 남자가 무턱대고 앞에 서있던 사람들을 밀어젖혔고
도미노처럼 밀려오는 사람들 틈에 끼어, 선호가 앞으로 쓰러질 듯 몸이 쏠렸다.
순간 놀라서 동완이 팔을 뻗어 선호의 팔목을 잡아 쥐었고 그대로 제 쪽으로 바짝 몸을 끌어당긴다.
"……"
"……"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잡아 당겨 제 앞으로 세우고 보니 이건 뭐 옛날 가나초코렛 광고도 아니고
벽에 기대선 선호의 앞으로 동완이 두 팔을 집고는 휩쓸리지 않도록 제 몸으로 막아선 채
이선호님 보호막을 형성하고 계시다.
70년대 홍콩영화 돋는 장면되시겠다.
동완이 어쩔 줄을 몰라 시선을 이리저리 피한다.
팔 하나는 선호의 어깨위에, 다른 팔 하나는 선호의 허리춤에 위치 한 채,
밀려오는 사람들의 압박에 서로의 가슴까지 맞닿자 쿵쿵쿵… 요동치는 심장이 그대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제 귀까지도 심장 요동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걸 선호가 듣는 건 아닐까 싶어 불안해 죽겠고,
선호의 머리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샴푸 냄새며
이민우와 준희에게서 늘 맡는 거지만 선호는 뭔가 더 특별한 거 같은 죤슨즈 베이비 로션 냄새까지.
아주… 죽겠다, 진짜.
“형 불편하지? 미안해.”
“어? 아니, 별로…”
무슨 소리니, 선호야.
난 지금 감사합니다~ 영어로 땡큐~ 중국어로는 쎼쎼~ 일본어는 아리가토라고 하지요~♬ 밖에 안 떠오는단다.
“다음 역이 환승하는 역이니까 사람들 많이 빠질 거야. 그 때 까지만 좀 참아. 형.”
“어? 그..그래.”
뭐얏!!!!!!! 벌써??? 하느님, 고장으로 열차 좀 잠시 멈춰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차카게 살겠습니다!
사람답게 살겠습니다! 소원 한 번만 들어주십셔!!!
“형‥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눈에서 불 나올 거 같아.”
“어? 아니, 뭐‥ 생각은 무슨.”
얼굴이 채 십센치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뽀얀 아이가 또 눈을 ‘^^’ 이러면서 생글생글,
그것도 제 얼굴을 빤히 보며 그러는데 동완은 정말 심장이 뛰쳐나갈까봐 그대로 심호흡을 한다.
“근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형 눈 디게 이쁘게 생겼다?”
“어‥?”
네가 더 이쁘다, 임마.
“쌍꺼풀도 디게 이쁘게 지구. 배우해도 되겠는데?”
너도 내 배우자 해도 되겠는데.
“아, 자꾸 그러지마라. 민망하다.”
좋으면서 괜히 쑥스러운 척, 이미 입은 찢어질 듯 환하게, 하얀 이를 드러내며 ‘장군미소’를 짓고 있는 김동완.
그렇게 평소답지 않은 부끄러움과, 횡재한 기분 사이에서 김동완이 천국을 맛보고 있던 바로 그 순간 일이 벌어졌다.
40. 본색(本色)
“형. 여기 앉아.”
“아냐, 괜찮아. 너 앉아.”
선호가 말한 대로 다음 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 나가고, 열차 안은 제법 한산해졌다.
황홀해마지 않던 김동완의 이선호 보호막 자세도 자연스럽게 풀려버리고 (김동완의 그 아쉬워하던 표정이란)
빈자리를 본 선호와 동완이 서로에게 앉으라며 옥신각신 하다 동완은 기어이 선호를 앉히려고 하던 순간,
“아…!”
“거 꾸물대지 말고 비켜!”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선호를 강하게 밀쳤다.
그 바람에 동완이 손을 쓸 새도 없이 선호는 바닥으로 넘어졌고,
두 사람이 다정하게 서로에게 양보하던 자리엔 웬 남자가 떡히니 와 앉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아까 막무가내로 지하철 안에 오르며 사람들을 밀어대던 그 남자였다.
“괜찮아?”
“어? …어.”
당황한 듯 선호의 표정이 굳는다. 동완은 선호의 팔을 잡아쥐고 부축해 일으킨다.
자리에 뻔뻔하게 앉아 있는 남자를 돌아보는 동완의 눈이 순간 서늘하다.
“저기요.”
"……"
남자는 고집스럽고 완고한 느낌의 입술을 비죽이 내민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사람이 쓰러졌는데 사과를 하셔야죠.”
나름 동완이 정중하게 그런다. 이미 어금니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있다. 선호 앞이라 참는 것이다.
“사과? 뭘?! 뭘 사과를 해!”
그러면서 따지듯 되묻는 남자의 입에서 순간 훅- 술 냄새가 풍겨왔다.
“사람을 막무가내로 밀쳐놓고 그게 할 소립니까? 다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
“어린놈의 새끼가 싸가지 없이.”
"……"
“어른을 보면 발딱발딱 자리를 양보해야지. 어디서 지금‥”
상스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위협을 가하려는 듯 남자가 그런다.
동완이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는 심호흡을 한다.
화를 삭히는 것이다.
‘이 개새x가 술을 처먹었으면 집구석에 겨들어가서 잠이나 쳐 잘 것이지, 어디서 시비질이야?
어른? 씨x, 나잇살 처먹으면 개나 소나 다 어른이냐? 어른 같은 짓을 해야 어른이지.
어디서 x같은 게 튀어나와서 아휴, 씨x 확 이걸…’ 과 같은 말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동완은 입술을 깨문 채 겨우겨우 참는다.
오로지 이유는 단 하나, 곁에 선호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 착한 아이.
자신이 그 아이처럼 착하진 못 하더라고 적어도 착한 척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혼자 참아낸다.
“어쭈? 이 새끼 봐라? 니가 노려보면 어쩔 거야?”
그러면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동안의 가슴팍을 손 끝으로 툭툭 기분 나쁘게 밀어댄다.
“아, 노려보면 어쩔 거냐고."
「탁…」
순간, 남자의 손을 잡아 쥔 것은 선호였다.
동완의 가슴을 밀어대던 남자의 손목을 움켜쥔 선호의 눈매가 서늘하다.
“그만 하시죠. 취하신 거 같은데.”
“넌 또 뭐야.”
“앉으세요. 자리에. 어른 공경 실컷 해드릴 테니까.”
“넌 뭔데 껴들어? 쥐방울만하게 생긴 게.”
“그럼 계속 이러실 겁니까? 경찰서 가서 시시비비 가려봐요?
지금 여기 분들 다 상황 보고 계셨으니까, 자신 있음 그렇게 하시구요.
아님 앉으라고 할 때 조용히 앉으시던지.”
“음‥음…”
퍽 조리 있으면서도 맹랑하고, 종용하는듯한 고압적인 말투.
남자는 순간, 할 말을 잃은 듯 얌전한 고양이가 되어 슬그머니 자리에 앉는다.
동완은 순간 의외인 듯 선호를 본다.
남자에게 쏘아붙이던 선호의 눈이 순간, 그렇게 서늘하고 차가워 보일 수 없었다.
남자도 선호의 조리 있는 말도 그렇지만, 그 알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눈빛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듯 했다.
그러나.
“보자보자 하니까 이 어린놈의 새끼가 말 하는 싸가지 좀 보게?”
남자의 허세와 술기운 또한 만만치 않았다.
사람들 앞에서 아이들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유치한 아집.
“아… 수준 낮아.”
순간, 선호에 입에서 낮은 한숨과 함께 나지막이 흘러 나온 말.
슬쩍 찌푸린 미간과 눈 끝이 신경질이 베어 날카로웠다.
“뭐?! 수준? 그래, x발! 이게 내 x같은 수준이다! 이 새끼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순간 남자의 손이 선호의 뺨을 향해 날아갔다.
「탁…」
순간 남자의 손을 움켜쥔 것은,
막아내려던 동완의 손보다도 빠르게 반응한 선호 자신이었다.
선호는 표정없이 뒤로 몇 걸음 물러서며 남자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
남자는 순식간에 몸이 딸려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디딘 채 등 뒤로 팔이 뒤틀렸다.
누가 봐도 굴욕적인 장면이었다.
“아… 아…! 너 이거 안 놔? 죽고 싶어, 이 새끼야?”
선호는 표정 없는 얼굴로 눈을 내려 남자를 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런다.
“아저씨. 술을 드시려면 곱게 드셔야죠.”
"……"
“미치려면 곱게 미치던가. 사람을 이렇게… 짜증나게 해야 겠어요?”
“으으…”
선호가 남자의 손을 비틀어 쥔 손아귀에 지그시 힘을 주자 남자는 괴로운 듯 표정을 일그린다.
선호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남자와 곁에 서 있는 동완에게만 들렸다.
동완은 그저 눈 앞의 선호가 너무나 낯설고 혼란스러워 굳은 듯 서 있을 뿐이다.
“추하게 늙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아저씨.”
"……"
“곱게 죽어야 그나마 세상에 남기는 꼴이 덜 더럽지 않겠어요?”
웃는 듯한 목소리였다.
심지어 다정한 듯 부드러운 말투이기까지 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선호만의 분위기다.
정작 김동완은 처음 보는 거겠지만.
선호는 슬며시 남자의 손을 놓는다.
그대로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는 남자.
그 순간, 선호는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갑자기 남자를 향해 구십도로 꾸벅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손을 올리시니까, 운동을 했던지라 먼저 몸이 반응하게 돼서.”
"……?"
순간, 어리둥절한 건 동완과 눈앞의 남자뿐이다.
선호의 모습에 주위에선 웅성웅성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선호를 응원하는 소리와, 남자를 맹렬히 비난하는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학생이 사과할 거 없어!’
‘맞아! 저 사람은 그래도 싸! 거 나이 드실만큼 드신 양반이.’
‘경찰서로 그냥 끌고 가! 저런 사람은 혼 좀 나봐야 해!’
‘그래! 내가 증인 해줄 게!’
‘어디서 술을 먹고 공공장소에서 행패야, 행패가!’
사람들의 비난이 남자에게로 쏟아졌다.
대부분 선호에게 잘 했다며 박수를 치며 응원을 했다.
남자는 그제야 부끄러움과 선호로 인해 공포에 표정이 굳은 채 얼굴이 파리해진다.
남자는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도망치듯 다른 칸으로 달아났다.
사람들은 마치 곤란한 악당이라도 물리친 듯 선호를 향해 박수를 친다.
그 열렬한 환호 속에 선호는 선하디 선하게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한다.
“소란 피워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쑥스러운 듯한 미소까지 지으며 슬며시 문 앞으로 다가가 선다.
「이번 역은 청북. 청북입니다.」
“형. 뭐 해? 안 내려?”
“어? 어, 그래.”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있던 동완이 안내멘트와 선호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그리곤 느릿한 걸음으로 선호의 곁에 다가와 선다.
사람이 한 순간에 이렇게 낯설고, 혼란스럽고, 마치 전혀 모르는 사람같을 수 있을까.
"형 놀랬나보다?"
"……"
"착한 척은 곧잘 하는데 도통 착하진 못 해. 어렸을 때부터."
"……"
“난 나름 힌트 준 거야, 형”
“…어?”
선호가 여전히 정면을 응시한 채 불쑥 그런다.
“나 원래 이렇다고. 형이 내 뭘 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
“형에겐‥ 그냥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서. 속았다거나 배신감이 든다거나 그런 말.”
"……"
“난 원래 이런 애거든.”
“그건… 너에 대한 내 감정‥ 알고 있었다는 얘기야?”
동완이 제법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물었고, 선호는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우리 형처럼 둔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열차가 멈춘다. 문이 열린다. 선호가 먼저 내렸고, 동완은 굳은 듯 멈춰있다 문이 다시 닫힐 때즘 가까스로 내린다.
벌써 저만치 계단을 밟아 오르고 있는 선호의 사뿐한 걸음거리를 본다.
그렇게 멍하니 멀어지는 선호의 뒷모습을 본다.
그러다 동완은 입술을 꾹 깨물고는 성큼성큼 단숨에 계단을 뛰어올라 순간, 선호의 어깨를 잡아쥔다.
그대로 선호의 어깨를 쥐고 몸을 돌려 자신과 마주보게 한다.
갑작스러운 동완의 행동에 선호가 놀란 듯 그를 본다.
“나 뭐 하나만 묻자.”
"……"
“네 이런 모습, 아니 원래 모습을 나한테 이렇게 드러내는 건.”
"……"
“내 감정 알고 정 떨어뜨리려고 일부러 그런 거니?”
"……"
동완의 목소리가 깊고 진지하다.
선호의 침묵은 길고 무겁다.
“그게 아니면‥ 그래도… 그런 너일지라도.”
"……"
“여전히 너란 사람이 좋은 거냐고 묻고 싶었던 거니?”
"……"
선호는 답이 없다.
나름 동완이 꽤 큰 쇼크 상태에 빠질 거라 생각했는데,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는 정확하고 예리한 부위를 공격까지 해온다.
선호는 뜻밖에 상황인지 입을 다문 채 말이 없었고,
그런 선호를 빤히 보다 동완이 씨익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갑자기, 너무나도 뜬금없이.
“뭐야. 형, 갑자기.”
“나도 원래 이래.”
"……어?"
“네가 내 뭘 보고 나라는 사람을 판단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
“너에겐‥ 나도 그런 말 듣고 싶지 않거든.
포기가 빠른 놈이라거나 마음을 쉽게 접는 놈이라거나. …그런 말.”
그대로다.
방금 전 선호가 동완에게 했던 표현 그대로를 되돌려 주고 있다.
작은 미소와 함께 마지막 한 마디까지 그대로였다.
“나도 원래 이런 놈이거든.”
그러니,
그렇게 쉽게 포기할 거란 생각 마.
나란 놈의 순정, 그렇게 쉽지 않아.
아................동완옵하...♥_♥
우리의 근성도.. 그리 쉽지 않아요.
여기에 모여 이렇게 알콩달콩한지 십년 넘었 ㅋㅋㅋ
우린 정말 근성의 패니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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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구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동완오빠..너란남자는....ㅋㅋㅋㅋㅋ 운수좋은날st 보고 "어!! 운수좋은날이다!!" 했는데 밑에 나와있네요ㅋㅋㅋㅋ
ㅠㅠ 솔직히 예전 청.불에서 막내오빠 캐릭 민숭민숭했었는데 개정판에서 너무 좋아요 신가수뿐만아니라 밍기적대던 완디가 개정판에서 드뎌 매력을 발산하네요
선호 오라버니가 마니 바뀌었네요~예전에 우유부단했던거 같은 기억이 나는데...ㅋㅋㅋㅋ이번 편은 마니 변한거 같고, 민우오라버니의 자각도 완전 빵 터짐~~ㅋㅋ진짜 기다리는 시간이 왜케 긴지..ㅠㅠㅠㅠ
우왕ㅋㅋㅋ 선호 오라버니의 진화ㅋㅋㅋ
이번에는 준희가 미미하게 활약해서 초....초킁 아쉬워요....ㅋ
아잉~ 우리 동완오빠 너무 박력있으시당 ㅋㅋㅋ 더욱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이전에도 좋았지만 이렇게 더욱 매력적으로 내용을 수정하니 더더더더더욱 좋네요 ㅎ 감사합니다사유님^^
배우자 ㅋㅋㅋ 말장난이 오우~ ㅋㅋㅋㅋ 전편은 에뤼기오빠가 멋지더니만 이번편은 동완오라버니 ㅠㅠㅠㅠㅠㅠ 아흑~ 완전 멋져요!!!!!!!!
그나저나 민우오라버니는 어쩜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 선호오라버이의 매력 폭발이네요~선호의 이런 면 넘흐 좋네요오홍홍홍 글구 김동완님의 포텐폭발~!!나의 멋짐을봐라ㅋㅋㅋㅋ이런거ㅋㅋㅋ
하루한편씩올려 청불10주년날짜 맞춘다하지않았나요? 벌써 두번빼먹은거같은데 ㅠㅠ 나중엔 몰아서 한꺼번에 올릴시려구요ㅠㅠㅠㅠ? 새로고침 수십번째 중입니다 ㅋㅋ 허허허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사유님 글솜씨에 기다리는 시간이 오랜만에 또 즐겁군요 -/-
죄..죄송해요 꼬마마녀님... 제 마음은 매일 열편씩 올리고 있지만... 생활 속에선 짬내기가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마나 세상에 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흥미진진해요!!!! 정말 새로운 글을 읽는 기분!!!!! 사유님 감사합니다!!!!! 사유님 역시나 느므 멋진 분이셔요 ㅠㅠㅠ
아 오빠.... 이새벽에 ㅋㅋㅋㅋㅋ 잘보고가요사유님 ㅠㅠㅠ 아좋아요좋아요 ㅠㅠㅠ 다음편빨리보고싶어용 ㅠㅠㅠㅠㅠㅠ
으왁.. 정말.. 동완오빠 너무 멋져요.. 자꾸 빠져듬..ㅜㅜㅜㅜ!!!!
오오미 동완사마ㅜㅜ 내스탈이어라
오오오ㅜㅜ오빠얌........미추어버리겠눼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허허허헝, 오빠얌 너무 멋있다는......ㅠㅠㅠㅠ
으악!! 청불 원래버젼에서 완디의 밀당때문에 속터질것 같던 일인...ㅠ_ㅠ 10년이 지나서야 풀어주시는군요!
악ㅠㅠㅠㅠㅠ오빠 너무 멋있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와 이번편 포스 작렬이애요 ㅋㅋㅋ저도 진짜 근성있는 팬인듯 ㅋㅋㅌ
실세니마 동완이의 사랑을 받아주셈
지하철씬 완전 바뀌었네요!!! 어떡해 너무 설레요 ㅠㅠㅠㅠ 아 너무 멋있다 오빠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동완이오빠야는 선호의 저런 모습을 속으로 섹시하독 생각했을지도...................................ㅋㅋㅋ
으아 좋다 좋다 ㅠㅠㅠ 베르사유님 저도 애정합니다
근성의....ㄷㄷㄷㄷㄷ 역쉬~
아~~어쩜 저리도 멋있을까요ㅠㅠㅠ
역시 순정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베르사유님 소설에서의동완진짜조음,...
전 사유님의 근성의 패니기도 하지요 ㅋㅋㅋ
어머나! 정말 어쩜 애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는 거죠?! ㅋㅋㅋㅋ 다시금 사유님의 글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너무나 대단하세요!!
아.... 울 동완 오라버니 너무 좋아~~ ^^
엄훠,ㅋㅋㅋ 내내 오~ 오~ 오~~~ 하면서 읽고있어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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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짱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으으으으으으좋아요 마지막부분만 몇번째다시읽기@.@
오호호호호 범생연기 작렬의 선호와 포기를 모르는 불꽃남자 정대만같은 돵오빠얌의 저 긴장감-ㅅ-ㅋㅋㅋ 완전 천연바보스러운 ㅋㅋ 둔탱이의 극치 ㅋㅋ 민우옵 ㅋㅋ 이런 모습 생경하지만 좋네요 ㅋㅋㅋㅋㅋㅋ
배우 배우자 ㅋㅋㅋㅋ 아 완디완디ㅠㅠ
뎅..뎅옵하.. 사랑해요..멋있어..♥
과거의 그 순정순정하지만 답답했던 완디가!!!! 진도를 빼고있어!!!!
ㅋㅋㅋㅋㅋ 저는왜아리가또를 아가리또로읽은거죠.....ㅋㅋㅋ
지하철씬이 조금 바꼈네요ㅋㅋ 뎅오빠 진도 좀 빨리 나갈 수 있으려나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