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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시즌을 맞이하여 락싸커에서 소준일 캐스터님을 만나됩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본 인터뷰는 2024년 1월 7일에 진행했습니다.
보다 생생한 인터뷰 분위기는 락싸커 팟캐스트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소준일 캐스터님!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우선 락싸 회원분들게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십니까. 캐스터로, 방송으로 밥벌이 하고있는 소준일입니다. 이렇게 인터뷰로 만나뵙게 돼서 반갑고, 저를 찾아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먼저 드네요. 사실 이런식으로 인터뷰를 해보는게 처음이에요. 유튜브에서 여러 QnA도 해봤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질문지를 받아서 진행하는게 처음이라서 저에게도 잊기 어려운 기억이 될거 같아요. 어떤 질문이 들어왔을지도 굉장히 궁금해서 미리 읽어봤는데, 굉장히 놀라웠던 질문도 많았는데 차근차근 답변해보겠습니다!
Q. 락싸 인터뷰 고정질문입니다. 축구는 언제부터 좋아하셨었나요?
A. 사실 축구보다는 야구를 더 먼저 좋아했어요. 저는 경상남도 사천에서 태어났는데, 사천이라는 곳은 스포츠나 다른 문화시설을 접하기 어려운 곳이었어요. 그나마 가까운 진주도 그때는 프로팀은 없었고요. 스포츠를 접할수 있는게 TV, 신문밖에 없었는데, 그때는 빙그레이글스의 장종훈 선수를 좋아했어요. 홈런을 잘쳤거든요. 그러다 저희 할아버지가 축구를 좋아하셔서 국가대표 경기가 있으면 같이 TV로 보다가 유로 2000때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어요. 중계로 보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축구를 보다가, 챔피언십 매니저라는 게임을 시작하게 됐어요. 제가 진주고등학교에 CM을 뿌린 장본인이거든요(정말 못된짓을 하셨었네요) 하하. 그때 해외축구에 대해 본격적으로 눈뜨게 되었고, 그 뒤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거 같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한일월드컵이 열렸고, 박지성, 이영표 선수가 유럽진출을 했고 또 위닝일레븐도 열심히 했고요. 그 나이대의 남자들이 좋아할 법한 루트를 통해서 저도 축구를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Q. 축구를 보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실까요?
A. 가장 기억에 남는거는 루이스 피구의 중거리슛이에요. 공이 빨려들어가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프랑크 데부어의 프리킥도 기억나고요. 그런 뻥뻥 지르는 중거리슛을 좋아하는거 같아요.
Q. 비시즌은 주로 어떻게 보내시나요?
A. 사실 지금이 딱 비시즌이네요. 시간여유가 있다 보니 강의도 다니고, 오늘같은 일정이 있으면 또 나오고, 쉬엄쉬엄 여행도 다니고 하고 있어요. 물론 일을 할때도 좋지만, 일을 하지 않을때도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어요.
Q. 혹시 락싸에서도 활동하고 계신가요?
A. 예전에 구락싸, 그 전에 알싸때부터 가입은 했었어요. 예전에 축구봤던 사람이라면 다들, 알싸나 싸줄에서 움짤보고, 기사보고 했었을거에요. 그 당시는 알싸와 싸줄이 양대산맥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락싸에 가입은 되어있어요. 근데 제가 락싸뿐만이 아니라 다른 카페에서도 인증하고 글쓰고 그런거를 잘 안해요. 그래서 그냥 글만 보고 있습니다.
Q. 혹시 카페내에서 캐스터님 이름을 검색해보신적은 있으신가요?
A. 하죠. 원래는 안했어요. 제가 KBS N에서 방송을 시작하다보니, 아무래도 정통 중계방송에 뿌리를 가지고 있는 곳이거든요. 그래서 팬들의 시선이나 의견보다는 네가 얼마나 더 잘배우고 제대로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초창기에는 반응을 잘 안찾아봤었어요. 그런데 2~3년 전부터는 제 이름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중계방송을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해야되는지에 대한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사람들이 원하는게 무엇인지에 대해 좀 고민을 하게됐어요. 그러려면 사람들이 내 중계방송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 이름과 저의 중계에 대한 반응을 계속 검색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Q. 축구 외에 따로 즐기는 취미가 있으실까요?
A. 여행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취미라고 할만한 무언가가 딱히 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Q. 여행 얘기가 나와서 질문드립니다. 세계 테마기행 이란편에서 큐레이터를 하셨는데, 이란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A. 사실 제가 선택한게 아니라, 방송국측에서 먼저 제의가 왔어요. EBS에서 세계태마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외주업체들이 입찰을 해서 만드는 구조에요. 그런데 이란편을 만드들었던 회사에서 적임자가 없다보니 저에게 여러 번 연락이 오더라고요. 4월에 촬영을 위해 출발하는 일정이었는데, 3월에 맨 처음 연락이 왔었어요. 당시에는 이탈리아에 있던중이기도 하고 귀국후 위닝일레븐 녹음과 KBS N에서 아이러브 베이스볼 출연 등 여러 일정이 있어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출발 열흘전에 너무 간절하게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예정되어있던 일정을 조정해서 급히 이란으로 가게 되었어요. 제가 그때 블로그를 좀 하면서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려놓았었는데, 그 여행기를 보고 작가님이 연락을 하신거였는데, 처음 연락하셨을때는 제가 방송인인 것을 모르고, 여행가는 사람인줄 알고 컨택을 하셨던거 더라고요.
이란은 당시 촬영으로 가게된게 세 번째로 간 것이었어요. 맨 처음 이란을 가게된건 2015년이었어요. 당시 제가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었어요. 회사에서 일도 받지 못해서 한달에 9만원밖에 못벌었었고, 그만두어야 하나 참 많은 고민을 하고있었어요. 그래서 어차피 일도 없고 하니 여행이나 가자 하면서 여행을 많이 가게되었어요. 여행을 다니던 중 한 책에서 이란에 대한 글을 보게되었는데, ‘이란이라는 곳이 너에게 최악이거나 최고의 여행지가 될거다’라는 식으로 써있더라고요. 그 말을 보고 흥미를 느껴서 이란을 가게되었어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이란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정말 친절했었어요. 버스카드 요금이 없자 버스를 공짜로 태워주기도 할 정도로 외국에서 온 손님들에게 정말 친절하게 대하더라고요. 이란의 소도시에서는 그 지역 유지들에게 초대받아서 같이 식사도 하고, 지역 신문에 기사가 실리기도 하는 등 재밌는 일화가 정말 많았어요.
유튜브나 넷플릭스에서 당시 방송을 다시보기로 볼 수 있는데, 방송에 담지 못한 이란의 모습이 정말 많아요. 특히 이란이라는 나라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좋아서, 한국인에게 잘해주는 것도 있고요.
Q. 캐스터란 직업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A. 위닝일레븐을 하면서 캐스터란 직업을 꿈꾸게 됐어요. 아마 다들 위닝일레븐 같은 게임을 하다보면 이기는것도 목적이지만, 상대를 얼마나 약올리냐도 되게 중요한 요소일거에요, 그러다보니 말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 재밌겠다, 캐스터를 하면 재밌겠다 생각을 하게 돼서 아나운서 학원을 가게 됐어요. 원래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던 것은 기자를 꿈꿔서 였는데, 제가 술을 못하다보니 제약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자라는 꿈을 일찍 접고, 일반 기업에나 취업하려 생각하고 있었는데, 위닝일레븐을 하다보니 새로운 꿈이 생긴거지요. 하지만 준비하는것도 쉽지는 않았어요. 학원을 세군데를 다니고, 2년반만에 붙어서 내셔널리그 방송을 하게됐어요. 대학교 친구인 정용검 캐스터와 같이 시작을 했는데, 둘다 사기를 당했어요. 당시 제작사에서 방송을 시작하기 위해 보증금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25만원 씩을, 심지어 정용검캐스터에게 돈을 제가 빌려줬었어요. 그런데 월급도 처음에나 조금씩 주다가 나중에는 안주더라고요. 저희 둘다 몇백만원씩 사기를 당한 셈이에요. 아마 저 말고 다른분들은 다른 업체에서 일하다가 더 큰금액을 사기당했을거에요. (이스타 티비에서도 박종윤 캐스터나 이주헌 위원이 비슷한 사기를 얘기한적이 있던거같아요.) 그 두분과 강성주 위원은 저보다 더 큰 피해를 본거로 알고있어요. 그런데 나중에 강성주 위원에게 임금체불을 했던 업체에서 저에게 정규직 제의를 하더라고요. 제가 입사하면 하고 싶은 중계를 원없이 하게해주다고 제의를 해서 잠시 고민했는데, 안들어가기로 결정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안들어가기로 한게 참 잘한 선택이지요. 그래서 강성주 위원과는 같은 피해를 입은 동지애로 뭉쳐있어요.
아무래도 이런 일을 겪다보니까 방송을 거의 포기하고, 일반 취업을 준비하기도 했었어요. 그더라 KBS N 공고를 보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지원을 했는데, 그 덕분에 지금까지 방송일을 하게 됐어요.
Q. 캐스터를 꿈꾸는 분들에게 캐스터라는 직업을 추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다른 곳에서 강의를 하거나 할때는 사실 꺼내기 쉽지 않은 얘기인데, 저 조차도 생각이 왔다갔다 해요. 1년전 정도만 해도 적극적으로 말리는 타입이었어요. 되기도 어렵고, 되고나서도 불안정하고 힘든 직업이기에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요 지금 스포츠 캐스터를 하기까지 아나운서 학원을 세군데를 다녔고, 스터디도 정말 많이했어요. 그런데 그때 같이 준비했던 사람들 중에 분야를 막론하고 아직 방송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얼마 안돼요. 어떻게 보면 그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비용을 살리지 못한거기에. 그런 안좋은 사례를 따라가지 않았으면 생각이 들어서 안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강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캐스터 지망생들의 연락을 많이 받다보니, 제 중계를 보면서 캐스터를 꿈꾸게 됐다는 사람들에게 ‘이거 힘드니까 하지마’ 이런식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저 조차도 10년전에는 같은 꿈을 꾸고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저에게 ‘이거 하지마’라고 말하는 어른이 있었다면 전 정말 싫어했을거 같아요. 그래서 전 이런 저런꿈들을 다 응원하기로 결정했어요.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본인이 감당해야하는 일이고,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그게 인생에서 낭비한 시간만은 아닐것이거든요.
Q. 그럼 캐스터님이 생각하는 캐스터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 저 개인적인 직업 만족도는 정말 높아요. 전 스포츠를 좋아하고, 특히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까 저에게는 일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놀이 같아요. 제가 좀 오타쿠같은 기질도 있다보니까남들이 잘 모르는팀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공부하는과정이 정말 즐거워요. 물론 힘들지만 제 머릿속에 무언가가 채워지는게 정말 재밌고, 일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지는 않아서 새벽에 일을 하든, 잠을 못자든 하는거는 힘들지는 않아요. 다만 현실적인점을 얘기하자면, 페이가 일정하지 않아서 잘 벌때는 정말 잘 벌지만 못 벌때는 정말 못 벌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정말 크게 느끼는 것은 생활 패턴이 많이 망가지더라고요. 예전에는 새벽중계를 해도 큰 타격이 없었는데, 지금은 한번 잠을 못자면 며칠씩 가요. 그래서 저도 그렇고 다른 선배님들도 그렇고 해외중계보다는 K리그나 국내컨텐츠가 점점 좋아져요. 그리고 장점이자 단점인 점이라면 남들이 놀 때 일하고 남들이 일할 때 놀아요. 어떻게 보면 큰 단점일수도 있고 장점일수도 있는점이지요. 아 그리고 추석에는 항상 무언가가 있다 보니까 집에 가본적이 거의 없어요.
Q. 락싸커에 인터뷰 공지를 올릴 때 ‘K리그의 음유시인’이라고 올렸었습니다!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개인적으로는 팬들에게 좋은 의미로 기억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에요. 연예계도 그렇고 방송계도 그렇고 사실 캐릭터를 만드는건 정말 힘들잖아요. 그런데 그 캐릭터가 제 스스로 만든게 아니라, 방송을 보는 팬들이 만들어주셨다는 거는 뿌듯한 일이기도 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사실 저는 중계방송 오프닝이나 엔딩멘트가 그렇게 엄청난 수준이라고 생각은 안해요. 말하고도 부끄러운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축구라는 종목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거든요.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시도를 제가 하다보니까 인상에 깊게 남게 된 거 같아요.
물론 이거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도 있어요. 지금이야 팬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니까 다들 좋아해주시지만, 제 말이 언젠가는 지겨워질거고 언젠가는 저보다 더 멋진 오프닝과 엔딩을 하는 분들이 나올텐데,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될까, 그거를 뒤집기 위해서 말을 더 과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계속 들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오프닝 멘트가 있을까요?
A. 아무래도 최근에 했던 오프닝멘트가 많이 기억에 나요. 최근 했던 오프닝 멘트는 사실 아쉬움에 기억이 나요. 말을 좀 더듬었거든요. 다행히 스카이스포츠에서 올려주실때는 편집을 잘 해주셔서 티가 안나더라고요. 그리고 작년 동해안더비때, 울산이 포항원정에서 이기면 우승이 확정되는 경기다 보니까 이걸 평범하게 하면 안되겠던 생각이 들어서 멘트를 처음 준비하게 됐거든요.
반대로 기가막히게 준비했는데 안떠서 아쉬웠던 멘트도 있어요. 올해 34라운드 포항과 인천의 경기였는데, 당시 포항은 완델손과 오베르단이 부상이었어요. 정말 중요한 선수들이 빠진거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멘트를 할까 고민하다가 포스코에 보이는 슬로건이 보이더라고요.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 그래서 이걸 오프닝에 그대로 썼었어요. ‘스틸야드의 강철기둥 두 개가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 언제나 그랬듯이 포항의 꾀주머니는 오늘도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인천은 아챔 경기를 뛰고 온 상황이어서 그 상황에 맞는 멘트를 넣었고요. 제가 준비한 멘트중에서는 가장 기가막힌거 같았는데 생각보다 묻혔더라고요 하하. 이 멘트를 한번 더 써보고 싶어서 올해 박태하 감독님이 잘하셨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Q. 그러면 평소 멘트는 모두 준비하시는 건가요?
A. 오프닝 같은 경우는 100% 준비한 멘트에요. 그런데 창작을 하는 분들은 모두 같은멘트를 할텐데, 고민의 양과 질은 비례하지 않거든요. 하루종일 고민해도 안나오던 것이 10분 고민해서 튀어나올 수도 있는거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포항 멘트도 출근하다가 잠깐 보고 나온거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준비를 안할 수는 없으니 준비하는 시간에는 참 고민이 많아요. 문장도 계속 수정해야되고요. 그리고 엔딩멘트는 빅매치만 좀 준비해요. 슈퍼매치라든지 우승이 결정되는 경기라든지 강등이 결정되는 경기라든지... 그게 아닌 경우에는 준비를 좀 덜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경기 도중에 가는 멘트들은 100% 애드립이에요.
Q. 중계중 기억에 남는 실수나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A. 사실 실수야 매일 하는거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거라면 2013년 5월에 첫 중계했던 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라리가 38라운드 소시에다드와 데포르티보의 경기였었는데, 경기중에 위성이 끊어졌어요. 일반적으로는 위성이 끊어져도 금방 복구가 되는데, 그날은 20분이나 연결이 안됐었어요. 첫방송이라 얼타면서 되도않는 소리를 하다가, 도저히 말이 안나오더라고요. 그러다가 계속 스튜디오만 보여줄 수 없어서 박주영이 없는 셀타비고 경기를 갑자기 틀었어요. 아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라인업도 모르는 상태에서 중계가 시작돼 버렸어요. 심지어 경기는 1대0으로 셀타가 이기고 있었는데, 누가 넣었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20분 동안이나 중계를 했었어요. 나중에 리플레이 화면을 보면서 ‘오 알렉스 로페스 선수가 골을 넣었네요’ 이러고요... 이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에요.
그 외에도, 제가 원래 긴장을 많이하는 편이라 카메라를 보면 많이 떨어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는데, 초기에는 많이 떨었었어요. 중계방송을 시작했던 초기에, 녹화방송의 중계를 한 적이 있었어요. 오프닝 인사를 하고, 어떤 경기라고 얘기를 해야되는데, 머리가 백지상태가 돼서 아무생각이 안나더라고요. 그래서 끊고 처음부터 다시 한적도 있었어요.
Q. 올 시즌부터 쿠팡이 K리그 중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A. 일단 다들 아시다시피 쿠팡은 돈을 많이 써요. 이 시장에 돈이 많이 들어온다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일이죠. 그래서 쿠팡이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모두 갖고 있어요. 저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분들의 페이가 올라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이런 긍정적인 면이 있고, 다른면은, 우선 우리나라 방송이란 것 자체가 좀 딱딱해요. 아무래도 자유롭지가 않죠. 그런데 쿠팡에서 하고있는 프리뷰쇼 같은 경우에는 되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하고 있어서 많이 신선하죠. 개인적으로 많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하고, 허들을 많이 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쿠팡은 올드미디어에서 시작한게 아니다 보니 제약이 많지 않고, 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많은 시도를 해줄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문화도 많이 바뀌게 될테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쿠플픽 경기와 많이 겹쳤었어요. 그런경기는 TV는 스카이스포츠가 하고, 온라인으로는 쿠플픽이 나가는거거든요. 그런데 저희 나이대에는 TV를 잘 안보다보니, 주변사람들에게 왜 중계 안하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아무래도 속상하더라고요.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는데 티가 안나니까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 나도 일하고 있다 라는거를 보여주기 위해 뭘 할수 있을까, 뭘 해야할까 늘 고민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오프닝이라던지, 엔딩이라던지, 여러 멘트들을 더 많이 준비하게 되었어요. 올 시즌 초반에는 속상해 하고만 있었고, 중순쯤부터 멘트에 많이 힘을 줬고, 제 오프닝에 대해서 얘기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을거에요.
Q. 위닝일레븐 녹음에도 참여하셨었는데, 실제로는 위닝일레븐과 FC24중 어느걸 더 많이하시나요?
A. 지금은 이름이 바뀌긴 했지만 피파시리즈는 2002 이후로 해본적이 없어요. 물론 제가 처음 축구게임을 했던 것은 피파95였어요. 그때는 데모버전이라 독일대 잉글랜드 경기밖에 할 수없어씨만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 최근에는 플스 자체를 잘 못하고 거의 모바일로만 게임하고 있어요.
Q. 평소 목관리 하는 비법이 있으실까요?
A. 특별히 관리하는 방법은 없고, 술담배는 안하고 있어요.
Q. 소준일 캐스터님께 유로2012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제가 미리 질문지를 봤을 때 가장 놀랐던 질문이에요. 사실 유로2012는 저를 스포츠 캐스터로서 있게 만든 대회였거든요. 맨 처음 KBS N에서 캐스터로 시작했을 때, KBS N에서 모집 공고를 띄운 이유가 유로2012를 대대적으로 띄우기 위해서였어요. 양질의 중계를 위해 기존의 더빙캐스터들이 유로2012를 전담할 수 있도록 아이러브베이스볼 프로그램의 더빙을 할 캐스터 세명을 새로 뽑자 했던거였는데, 그중에 한명이 저 였던 거지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제가 가장 재밌게 본 토너먼트 대회였어요.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떄 가장 재밌는 대회가 아니었나 싶어요. 전술대결을 보는것도 참 흥미로웠고요. 특히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조별리그 경기는 최고의 명승부라고 생각해요. 이런 경기가 있구나 싶어서 페이스북에 실시간으로 글도 많이 썼었어요.
Q. 캐스터님도 선수나 감독에게 싸인받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A. 작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방한때 유니폼에 미란다에게 싸인을 받았었어요. 가보로 물려줄 예정입니다. 국내선수들 중에서는 윤석영 선수에게 처음 싸인 받았었어요. 그 외에도 몇몇 선수에게 싸인을 받았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싸인을 잘 못받게 되더라고요. 유니폼이 있거나 하면 싸인받는 편입니다.
Q. 지방중계도 많이 다니실텐데 추천해주실만한 식당이 있을까요?
A. 개인적으로 식도락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맛집을 그다지 찾아다니지는 않아요. 그런데 유일하게 인천에 이화찹쌀순대는 꼭 가요 제가 막입인데 여기는 진짜 맛집이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곳은 경기 전이든 후든 인천에 가게 되면 꼭 가요. 웨이팅이 길긴 하지만 경기장에서 가까우니 한번쯤 가보기를 추천합니다!
Q. 각 구장별로 분위기가 다를텐데, 구장별 분위기를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A. 팬들의 마음을 제가 평가하기는 어려울거 같아요. 수가 많건 적건, 경기장에 온다는 것 만으로 모두 팀을 사랑하는 걸테니까요. 모든 팬들이 다 열정을 갖고 있지만 가장 뜨거운 온도를 팬들은 인천과 수원인거 같아요. 진짜 미친 수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열정적인 팬들이 있는 경기장을 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여러 구단의 서포터석을 가는게 제 개인적인 목표인데 아직 수원은 못 가봤어요. 올해는 꼭 N석에서 우산을 돌려보고 싶어요. 그리고 특정 순간이지만 전면 3면 응원이 가능한 구장들이 있어요. 오오렐레를 하는 전북과 잘가세요를 하는 울산. 그거는 굉장히 벅차오르는 순간이고 기억에 남아요. 김포나 광주같이 시설이 안좋은 작은 경기장의 경우 안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경기장이 잉글랜드 3부리그 감성도 있고, 몰입감도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대구는 작은 경기장이지만 울림을 잊을 수 없는 경기장이고요.
Q. 2023 K리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많은 순간이 있었지만 임영웅 오신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중계를 하기도 했지만, K리그에서도 이런게 가능하구나 싶더라고요. 좀 슬픈순간은 수원이 강등된 지금인 것 같아요. 1년을 쭉 이어져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있는 슬픔이잖아요. 물론 수원이라는 구단을 사랑하는 분 팬분들이 많은 만큼 미워하는 팬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K리그에서 역사가 깊고 거대한 팀인 것은 부정할 수가 없어요. 다시 올라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되는데 그렇지 못하는게 안타깝고 슬퍼요.
Q. K리그에서 응원하는 팀이 있으실까요?
A. 고향이 경상남도다 보니 경남이 잘했으면 하는 생각이 약간 있기는 해요. 하지만 딱히 어떤 팀을 응원하지는 않고, 축구 그 자체가 좋고, 경기장에 오는분들이 내뿜는 그 에너지가 좋아요.
Q. 다음 시즌 우승팀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A. 아직 이적시장이 진행중이라 팀의 전력을 분석하기에는 다소 이른거 같아요. 하지만 주요 화두는 울산이 3연패를 할 수 있을까 인데... 쉬운 도전은 아니에요. 우선 선수단이 너무 많이 바뀌고 있어요. 기존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을 때, 작년에 울산이 보여줬던 지배하는 축구를 똑같이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건 어쩔 수 없어요. 울산은 선수단의 변화 뿐만이 아니라 컨셉의 변화도 어느정도 있어야 할 테고,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앞에서 레이스를 끌고 나갈지 궁금해요.
그에 반대 급부로 울산에 도전하는 세력들도 많지요. 감독을 바꾼 서울이라던지, 돈을 쓰는 전북 이라던지요. 대전 같은경우도 조용히 준비중에 있고요. 참 많은 팀들이 울산에 도전을 할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K2에서 승격할 팀은 어느팀일까요?
A. 사실 K1 우승팀보다 K2에서 올라올 팀이 더 궁금해요. 물론 배당률로 따지자면 수원이 강등 확정됐을 때부터 승격 정배는 수원이에요. 하지만 지금의 여러 상황을 봐서는 수원의 승격이 과연 쉬울까 하는 의문이 여기저기서 생기는 것 같아요. 그에 반해 다른 팀들은 투자를 많이 하고있거든요. 서울 이랜드라던지 성남같은 경우에는 각잡고 투자하고 있고, 부산도 벼르고 있고, 천안도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고요. 1부는 1부의 경기가 있고, 2부는 2부의 스타일이 있는 건데, 2부의 스타일은 김포라든지, 충북청주처럼 터프하게 달려드는 경기를 하거든요. 이런 거친 리그에서 수원삼성이 기존의 축구를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어요.
Q. 해외축구는 아틀레티코의 팬이신거로 알고있는데 팬이 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A, 라리가 중계를 하면서 아틀레티코의 팬이 됐어요. 1314시즌에 우승하는거를 보면서 정말 멋있는 팀이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사람의 심리가 언더독을 응원하게되는게 있잖아요. 레알, 바르샤가 아닌 다른팀이 우승하는거를 보고싶어서 마음속으로 응원했는데 되게 멋있게 우승하더라고요. 시메오네 감독이 워낙 분위기를 잘 만들기도 하고요.
Q. 그렇다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역대 베스트11을 꼽으면 어떻게 될까요?
A. 너무 예전은 사실 제가 못 봤고, 제가 본 이후로는 꼽을수 있을거 같아요. 물론 모두가 예상하는 베스트11 일거에요. 얀 오블락은 고정이고, 수비라인은 1314시즌 주전 그대로 하면 될테고(필리페 루이스-고딘-미란다-후안프란) 그 위에는 코케, 가비 사울, 그리고 공격진은 팔카오 디에고코스타, 그리즈만 이렇게 뽑겠습니다.
Q. 실제로도 축구를 하시나요? 실력은 어느정도 되시나요?
A. 친선 도모차원에서 종종 하기는 해요.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다리근육보다 입근육이 더 발달한 경우가 많거든요. 3분 뛰면 뻗습니다. (포지션은 어떻게 되시나요?) 땜빵입니다. 잘 못한다는거죠.
Q. 긴 인터뷰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무리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우선 이렇게 저를 찾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가 가진 재주가 그렇게 크지 않다 생각해요. 저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제가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요. 뭐가 됐든 제가 하는 일의 결과물에 대해서 성원을 보내주시고, 다음에 또 보고싶다고 남겨주시는 모든 분들게 감사해서, 이 기회를 빌려서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제 방송의 목표는 생방송 시청률을 떨어트리는 겁니다. 경기가 있을때에는 TV가 아닌 직관으로, 그리고 재방송 시청률과 유튜브 재생수를 높이는게 제 목표입니다. 최대한 많은분들이 경기장에 찾아주셔서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고, 저는 그 뜨거운 분위기에 취해서 중계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실내부스가 아닌, 야외를 더 좋아하고요. 현장에서 우리의 축구, 내 옆에 있는 축구, 다같이 호흡할 수 있는 경기를 원합니다. 현장에 여러분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고, 그런 문화를 만드는데 저 또한 일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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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캐스터님이 스포츠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느껴지는 인터뷰네요
응원합니다!!!
임영웅 임팩트 있었지ㅋㅋ
잘 봤습니다!
잘봤습니다!
질문이나 답변이나 모두 정성 가득 꽉꽉 채우셨네요 ㄷㄷ 인터뷰 하신 스탭분들과 소준일 캐스터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헐 대박... 예전에 질문 올려놓은게 간택되다니
팟캐스트 들으러 가야겠네요ㅋㅋㅋㅋ
인터뷰 잘 듣겠습니다!!!
와 엄청.. 엄청 기네요 대박
잘 봤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인터뷰 너무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