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가 새턴 말기에 내놨던 심해 공포 어드벤쳐 게임 'Deep Fear(딥 피어)' 입니다. 제목 자체가 이 게임의 모든것을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위의 보기만해도 숨막힐것같은 광고지가 바로 딥 피어의 광고입니다. 제작은 사쿠라대전 시리즈, 시노비, 이터널 알카디아 등을 제작했던 세가의 개발 자회사 구 오버웍스의 전신인 '소프트 7연'에서 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98년은 세가의 차세대 게임기 드림캐스트의 개발이 정식 발표되고 새턴이 급속도로 사장되며 시들어가던 시기였습니다. 반면 라이벌이었던 PS1의 경우는 20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더블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바이오 해저드 2를 위시해 한창 맹위를 떨치던 시기였죠.
세가에서 딥 피어라는 제목의 공포 어드벤쳐 게임을 제작한다고 발표하고 정보가 공개되었을때 대부분 사람들은 바이오 해저드의 아류작 쯤으로 치부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바이오 해저드의 아류작이 맞다고 봅니다. 시스템적으로는 거의 모든 면에서 바이오 해저드와 유사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이오해저드가 바이러스에 의한 좀비들의 압박을 소재로 했다면 이 딥 피어는 '심해'라는 인간이 막연히 공포감을 느낄수 있는 배경을 게임의 무대로 삼았다는점이 큰 차이입니다. 즉 배경부터 먹어주고 들어간거죠. 바이오 해저드의 라쿤 시티는 원래는 평화로운 소도시였으니까요.
하여튼 저 광고지는 나름대로 게임의 이미지를 충실히 반영한 광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외부의 습격이 있기 이전에 이미 심해라는 공포의 공간 자체가 죽음으로 몰아넣을수 있는 것이니까요. 개인적으로 TV 광고도 다소 영화적인 연출로 호러무비틱하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딥 피어의 TV 광고는 당시 새턴의 마지막 기둥이라고 할수 있었던 세가타 산시로가 음산한 공간에서 진지하게(?) 회를 뜨는 다소 코믹한 광고라 아쉬웠습니다.
98년 7월 16일 한창 더위가 기승을 떨치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딥 피어가 세가로부터 발매되었습니다. 일단 발매시기는 Good이었구요. CD 2장에 6800엔이니 가격도 그럭저럭 적당합니다. 앞 표지는 무엇을 상징하는건지 확실히 말씀드릴수는 없지만 게임의 소재가 되는.. 30년전에 발사된 우주선의 잔해로부터 유입된 외계의 바이러스를 뜻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뒷표지는 흐릿해서 잘 보이실려나 모르겠는데 심해 기지가 보일 것입니다. 바로 이곳이 딥 피어의 주무대입니다.
게임 시스템 자체는 바이오해저드와 조작법, 진행 방식, 카메라 시점, 연출 등 대부분이 비슷하기 때문에 특별히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고 이 게임의 특징적인 요소만 설명하겠습니다. 저 위의 체력게이지 위에 AIR가 보이실 것입니다. 이것은 산소 게이지로 심해라는 배경 특성상 지상보다는 산소가 많이 부족하다는것은 자명한 사실이겠죠. 군데군데에서 MAX로 충전이 가능하고 휴대용 산소통을 아이템으로 가지고 다니며 위급할때는 사용할수가 있습니다. 당연히 저 게이지가 다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체력이 조금씩 깎여나가기 시작하는 거구요.
또하나 특징적인 요소를 꼽자면 바이오해저드 시리즈는 자유롭게 이동하다가 조준을 하게되면 움직임은 멈춰선채로 고정이 됩니다. 하지만 이 딥 피어는 조준을 한 상태에서 움직이는것이 가능합니다. 조준을 한 상태에서 평상시와 같이 마구 달리는게 아니라 영화에서 자주 보는것처럼 조준한 상태에서 한발한발 조심스레 전진하는것이 가능하다는 말로써 당시 꽤 호평을 받은 요소였습니다. 심지어 바이오해저드에도 이것이 채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죠.
제가 게임을 한지 꽤 오래되서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의 이름과 스토리 등을 거의 잊어버린 상태입니다. 양해를 구하며 최대한 기억을 되살려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심해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주인공은 연구소 본부에 문제가 생겼다는 연락을 접수하고 심해정을 타고 본부로 이동해 조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머물러있던 사람들이 처음에는 멀쩡하다가 하나씩 하나씩 저모양 저꼴이 되어갑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바닷물까지 새어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괴물들의 압박과 더불어 심해라는 장소의 공포를 처음으로 느낄수 있었습니다..
악전고투끝에 여자주인공인 연구원을 구출해는데 성공하고 연구소 본부를 자폭을 시킨 뒤 무사히 탈출에 성공합니다만.. 안전할줄 알았던 자신의 연구소의 동료들마저 하나씩 하나씩 돌연변이로 변해갑니다. 완전히 괴물이 되기전에 약간의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동료들이지만 괴물로 변한 뒤에는 인정사정 봐주지 않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동료들을 하나씩 하나씩 제거할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연구소 본부를 자폭시킨것때문에 주인공 일행이 머물러있는곳 역시 붕괴되기 시작하고.. 도망갈곳이라고는 없는 심해. 남은것은 지상으로의 탈출 뿐. 게다가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의문의 존재인 여자주인공. 대체 왜 사람들이 죄다 돌연변이 괴물로 변해버린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후 내용은 게임을 즐겨보실 분들을 위해 일부러 생략합니다^^)
게임의 그래픽은 상당히 아쉽게도 3D에 약한 새턴이었으니만큼 당시 PS1의 A급 게임들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특히 바이오해저드 2의 그래픽과 비교한다면 참 아쉬운점이 많은 게임입니다. 동영상 역시 트루모션을 사용해 화질은 그럭저럭 봐줄만하지만 프레임이 낮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게임의 흥미진진한 소재를 그래픽이 그만큼 받쳐주지 못하는것은 정말 OTL할만한 요소죠. 그러나 이 게임의 사운드는 정말 A급이라고 할만합니다. 게임 배경음악의 작곡을 누가 했냐면 아는 사람은 다 알고있을 '가와이 겐지'가 했기 때문이죠. 분위기와 보조를 잘 맞추는 음산한 음악들은 확실히 이 게임이 심해 공포 어드벤쳐구나 하는것을 상기시켜줍니다.
* 주인공의 동료중 한명.. 아쉽게도 이분도 괴물이 되십니다 *
비록 당시 두번 클리어하고 처분해 버림으로써 다시는 이 게임을 접할수 없게 되었지만 아직도 이 게임이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게임계 역사상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심해'의 공포를 소재로 삼을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어렸을적부터 머나먼 우주라던가, 깊디 깊은 심해에 나름대로 호기심과 동경을 가지고 있었던 탓도 크겠지만, 이 심해라는 소재를 가지고 나름대로 영화적인 게임을 만들어보려 했던 세가의 노력 역시 제게는 나름대로 각인되어있었던 탓이겠죠.
단지 안타까운점은 앞서도 언급했듯이 그래픽적인 부분이라던가 기타 세세한 단점들 때문에 게임 자체가 약간 아쉽다는 부분과 더불어.. 새턴이 급속도로 시들어가던 새턴의 말기에 나온 작품인 탓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가에서 딥 피어라는 게임이 발매되었는지조차도 모를 정도로.. 사람들에게 평가받을 기회조차도 제대로 갖지 못한 게임이라는 점이 못내 아쉬울 따름입니다. 당연히 판매량도 그다지 신통치는 못했구요.
현 기종 내지는 PS3, Xbox360같은 차세대 기종으로는 더욱 실감하는 심해의 공포를 표현할수 있기 때문에 세가에서 리메이크를 해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 언젠가 다시한번 세가가 심해를 소재로 공포 어드벤쳐 게임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딥 피어보다 더욱 숨막히고 더욱 절박한 스릴을 맛볼수 있는 심해의 공포 말이죠...
ps. 그러고보면 대우주의 입장에서는 먼지보다도 존재감없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라는 별에서 바닷속 심해의 세계조차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는 마당에 우주 개척이라는건 좀 아이러니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세상을 뜨기전에 우주정거장 이민이나 달나라 투어 패키지같은건 바라지 않을테니 심해의 신비만은 꼭 밝혀졌으면 좋겠군요. 더불어 심해에 서식하고 있을 괴물들의 정체도.. 공식적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체는 평균27M의 흰수염고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사람이 빨판에 빨려들어가 실종될정도로 거대한 30M짜리 문어에... 몸길이 90M로 추정되는 뱀장어 모양의 괴물이 살고있는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