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구간(실치재~염암재)

[JKhigh]

이번 구간부터는 ‘경각 내장 추월산’군(大)으로 든다. 이중 먼저 ‘경각산 군(小)’을 보면 갈미봉(540m), 쑥재(380m), 경각산(660m), 불재(310m), 염암부락재(310m), 365봉(365m), 오봉산(513m), 293봉(293m), 초당골 국도(190m)다.

22일 월요일이 오기가 무섭게 이형도 팀장에게 ‘실치재 동물이동통로부터 염암도로 49번 국도를 내리는 호남 2구간’ 문자가 왔다. 그러고 보니 ‘경각산 군’ 2/3를 걷는다. 지난 주말 수원에서 친구들과 하루를 묵으며 오로(烏鷺) 삼매경에 빠지고, 거기다 곡차를 곁들여 무너진 몸을 추스르는 와중임에도 일각의 망설임 없이 참석을 알렸다. 물론 답신에는 지난번 약속한 전어를 가지고 간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벌써 추분이 지났다. ‘주자’가 학문을 권장하면서 연못가 봄풀의 꿈이 피기도 전에 계단 앞 오동나무 잎이 진다는 말을 했었다. 세월이 빠르다는 얘기다. 이젠 하루에 낮보다는 밤이 노루꼬리 만큼씩 길어지기 시작 한다. 야간산행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는 말과 통한다. 더 말하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얘기다.

추분은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주역(周易)에 자주 등장하는 원형리정(元亨利貞) 중 利다. 논밭의 곡식을 거두어들인다. 고려시대에는 국가에서 수명장수를 기원하는 노인성제를 지냈다. 추분에 부는 바람을 보고 이듬해 농사를 점치는 풍속이 있다. 이날 건조한 바람이 불면 다음해 대풍이 든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포로 이사한 후로는 신도림역이고 사당이고 양재고 시간과 버스 사정에 따라 산악버스에 오르게 된다. 이번에는 신도림역이다. 여기서 오랜만에 백두대간 출정 준비를 하고 나오던 ‘한문희’ 총대장을 만났다. 한 대장은 버스에 올라 호남 대원들과 일일이 안부를 나눴다. 전에 계획했던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보름도와 주문도 알아 놨다. 다만 2, 4주가 보름이다.’

‘그러냐. 더 생각하자.’

‘다행히 잘 알고 지내던 이가 주문도 고향에 정착해 민박을 하고 있다.’

‘나중에 막걸리 한 잔 하면서 더 얘기하자.’

이번엔 ‘최귀철’ 후미 대장 불참으로 ‘이형도’ 팀장의 수고가 늘었다. ‘자유시간’을 하나 씩 나눠준 다음 지도를 나눠준다. 출석확인도 한다. 누군가 협찬한 귤도 또 나눠준다. 임원 한 사람 결손이 일반회원과 달랐다. 블랙홀 ‘김대군’ 대장이 손을 도왔다. ‘정상교’ 회장님은 인절미를 나눠준다. 신갈을 지나고 이 팀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식사 하지 못한 분 계세요.’

‘없다‘

‘그럼 기흥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 끝까지 가겠습니다.’

이 팀장의 안내가 끝나자 불이 꺼졌다. 오늘 구간을 그려보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선잠이 웅성거림에 깼다. 몸과 눈꺼풀이 무거웠다. 내려 보니 슬치 주유소 앞마을이다. 재미있는 모텔 방 불이 꺼진 걸 보니 손님이 없든 지 잠이 든 모양이다. 손님이 없으면 ‘염소 밥은 어떻게 주나요.’하는 간판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이번엔 이동 통로롤 다녀온 팀과 나머지 출발점이 다르다. 나는 지난번 U턴 한 것을 구실로 자연스럽게 버스를 타고 1.2km를 더 가서 8명 일행에 합류했다. 먼저 다녀온 ‘국화주’ 님에게 물었다.

‘먼저 여기까지 왔었나.’

‘그렇다. 여기서 버스를 기다리다 내려갔다. 그때 이 팀장이 화가 좀 났었다.’

블랙홀 대장이 무전기로 8명 출발을 알린다. 출발 전 가볍게 몸을 풀고 평지에 가까운 초반부를 걸었다. 평지라 속도는 필요할 거나 뭔가 모르게 빠르다는 느낌이 오고 있었다. 전일 비가 온 탓에 웅덩이를 이리저리 피하다 보니 경사가 시작된다. 여기서도 네 박자가 아니라 여덟 박자 속도다. 선두는 원래 이런가 하고 열심히 따라 올랐다.

경사가 그리 심하지는 않은 길이나 몇 발 옮기기 전에 가로로 누운 나무를 만난다. 마치 허들 경기하듯 셀 수 없이 넘고 나니 장애물 경기가 이어진다. 육상이 시간을 재는 경기는 분명하나 그게 여기서도 적용되고 있었다.

땀을 제법 흘리고 호흡이 가플 무렵 앞서던 이들이 모였다. 경사로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숲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앞 사람들이 뭔가를 하나씩 받고 나까지 차례가 왔다. 으름이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으름 열매를 봤다. 강화며 블랙홀은 생전 처음이란다. 먹기 전 사진을 찍었다. 하나로 셋이 맛을 봤다.

‘이게 한국 바나나라는 으름이다.’

‘그러냐. 처음 본다.’

‘씨가 많다.’

‘나는 벌써 삼켰다.’

으름을 따준 이가 웃으며 입에 넣으면 저절로 씨가 분리된다는 말을 해 준다. 누구나 알고 있다 보고 이 말을 생략한 모양이다. 그는 스틱이 없다. 지도는 들고, 커다란 사진기는 가슴에 걸고 산행을 한다. 그러고도 속도가 많이 빠르다. 조금 더 올라가 잠시 물을 마시고 휴식을 취했다. 지도를 열심히 보던 그가 말했다.

‘마을을 피해 제 길로 오르는 줄 알고 버스를 탔다. 잘못 탄 거 같다.’

‘아니다. 이미 다녀왔기 때문에 앞으로 나온 거다.’

대간이나 정맥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해 걷는 걸로 알고들 있다. 위 대화 속에는 초반부에 지도와 다른 길을 걸었고, 조금이나마 정맥길을 벗어난 아쉬움이 들어 있음이 느껴졌다. 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요즘 산경표를 공부하다 보니 산을 연결하는 거지 그 산속 길을 연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길은 산에 들기 쉽게 나있는 게 아닌가 한다.’

이 자리에서 옳고 그름을 논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단지 쉬는 사이 안주감이다. 내가 대간을 할 때 30년 경력의 선배는 한계령에서 입구를 잘못 들어 나중에 일부러 가서 그 만큼을 채우고 왔다. 그것도 양복을 입고서 그랬다. 같이 가자는 것 마다했었다. 그때도 일천한 산 경력으로는 이해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내 입장에서 느껴지는 빠른 질주는 계속 되었다. 뒤에 오던 국화주 님 역시 나와 같은 입장인 모양이다. 그래서 블랙홀의 제안으로 발에 모터를 단 모터맨들 3명이 앞서기로 하고 5명은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한참을 가다 다시 산 속에서 불빛을 만났다. 등산로 옆이 훤하다. 다가 보니 으름을 따주던 이다. 이번에는 허리를 굽혀 밤을 줍고 있었다. 어둠에 봐도 바닥에 밤이 제법 있었다. 우리는 그냥 지나쳤다.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막걸리도 두고 도시락도 주먹밥으로 대신하는 내 입장에서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다.

탄약고 보관지라며 출입을 금하는 간판 옆으로 철망이 한참 이어진다. 끝 무렵에도 같은 간판이 있다. 출입을 금하는 경고판 형식의 문구는 맞는데 불빛도 없고 시설도 없이 달랑 담장 하나다. 낮에 보면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를 더 진행하다 블랙홀 대장이 숙재가 가깝다고 한다. 오기 전 검토를 통해 숙재라는 지명은 기억이 없어 물었다.

‘숙재가 어딘가.’

‘쑥재인 데 순간적으로 쌍시옷 발음이 어렵다.’

‘그럼 쌀 해봐라.’

‘살~ 살~’

쑥재를 오르면 옥녀봉이다. 제법 경사진 오르막이나 가끔 올려다보면 어둠에도 크게 부담은 없어 보인다. 이 무렵 밤 따던 이가 어느새 와서 앞지르고 오른다. 그간 장거리 산행에서 감탄하던 몇몇에 결코 뒤지지 않는 걸음 속도다. 앞선 세 명 모두 그렇단다.

옥녀봉 직전 오르막 삼거리에서 김 대장이 신중하게 좌우를 살피더니 길을 잡고 바닥지를 놓는다. 그간 이 표시지를 지나만 다녔지 직접 놓은 현장은 처음이다. 그러더니 오른쪽 길은 하산 길이란다. 사전 답사를 했거나 다녀본 길이냐 물으니 오기 전 몇 가지 자료를 보고 외우다시피 하고 온단다. 그러더니 무조건 한오봉을 기준 잡고 오르란다. 이들 덕에 편한 산행을 한다.

그때 오른편에서 불빛이 오고 있었다. 기다려보니 앞서던 이 중 하나다. 이번에 그가 닉네임 ‘만고’라는 걸 알았다. 길만 보고 나가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이마에 땀이 맺히고 숨이 조금 빨라보였지 그는 씨익 웃고 그냥 앞질러 나간다. 아무튼 대단한 걸음걸이다.

이번 구간에서 처음으로 땀깨나 흘리고 오르니 옥녀봉 3거리다. 김 대장이 여기서도 선행자들이 이곳을 된비알이라고 해서 약간 긴장을 하고 올랐단다. 오르고 나서 이런 걸 된비알이라 했다고 나무란다. 이런 말 한마디에서 호남 자유인 팀엔 숨은 실력자들이 많다는 걸 간접적으로 보게 된다.

옥녀봉은 정맥 길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다녀오라는 말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 와중에 옥녀봉 쪽에서 빛이 하나 오고 있다. 밤 줍던 이었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로 위 오른 봉우리가 한오봉이다.

아직 일출 전이라 그런지 정상 날씨는 흐렸다. 누군가의 작은 환호에 다가보니 선경이 펼쳐져 있었다. 암마이봉이 보인다는 말에 숨은 그림 찾듯이 보니 낯익은 봉우리가 아주 작게 보였다. 어느 정도 시야가 정리되고 보니 만덕산 구간 반대편이다. 그때 보던 절경을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보고 있다. 다만 그날은 청명한 하늘이 있었고 이번에 잿빛 톤의 하늘이 있었다. 한 장면을 칼라 사진과 흑백 사진으로 전시한 신선의 개인전이다.

무전이 오갔다. 옆에서 감을 잡으니 후미가 쑥재 언저리에 온 모양이다. 아침 식사 얘기도 들린다. 아직 때도 그렇고 기다리기도 뭐해 일단 간식을 했다. 음식을 나누며 풍광을 담는다. 절대 그냥 두고 갈 수 없는 자리다. 나도 남겨보려고 배낭을 아무리 뒤져도 사진기가 보이지 않는다. 버스에 있는 보조가방에 두고 오른 모양이다. 일행들 덕분에 그래도 커다란 사진기와 똑딱이에 담겼다.

쉬면서 모터맨 3인이 ‘임팀장’ ‘만고’ ‘자연인’ 3인 이란 걸 처음 알았다. 이들은 일단 속도를 내야 속이 풀리는 모양이다. 어느새 채비를 갖추고 그들은 또 나갔다. 간식을 마친 우리는 시간을 계산하고 경각산 정상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러면 이번엔 합동 만찬은 없다는 말이다.

나는 여기서 60도 홍주를 마셨다. 다리에 힘이 붙는다. 빨간불 들어온 차에 휘발유를 채웠다. 경각산이 3.5km 정도 거리에 있다. 시간은 오전 6시경이다. 시간당 3km를 넘겨왔다. 대간을 걷던 전성기 때 속도가 나왔다. 나는 그렇다 치고 경력이 산행 경력이 일천한 강화가 옆에 있다는 건 기록할 만한 일이다. 모터맨들은 떠나기 전 그를 보고 모두 대단하다고 했었다.

오르고 내림을 반복하며 경각산을 줄여 나갔다. 새벽 산 공기도 좋고 물론 산속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육산에 먼지도 없고 낙엽 쌓인 길은 충격을 흡수해준다. 다만 나무와 풀에 대해 이름을 모르고 지나는 결례를 범하는 게 옥의티다. 인간 세계에서 상대방 이름을 모르면 혼자 살아야 된다. 그러나 자연은 이러는 인간을 너그럽게 용서하고 받아준다. 걸으며 국화주 님과 나눈 대화다.

‘교육을 받느라 낙동정맥에 불참한 게 너무 아쉽다.’

‘무슨 교육인 데 그랬냐.’

‘처음에는 숲길 교육이고 이어서 음양 5행을 더 했다.’

‘어느 대학에서 하던 그 교육인 가.’

‘아니다. 산림청에서 그런 걸 통합해서 처음으로 국가 자격증으로 만들었다. 그 교육이고 3달이 넘게 걸렸다. 앞으로는 유망한 자격증이 될 거라고 한다. 내가 1기다.’

이 말에 듣던 김 대장이 백두대간 종주 시 리더가 자세한 설명을 하며 산행을 했단다. 그러면 산행 기쁨이 배가 된다. 내가 지금 악착같이 후기를 남기는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러나 나는 자연에 대해서는 꽝이다.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은 어느 정도 하면 보이는 데 이 분야는 영 아니다. 너무 어렵다. 몸으로 익혀야 하는데 책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 혼자 중얼거리니 끄덕이는 눈치다.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면 모으게 되니 그저 모으는 것은 아니라네. (知則爲眞愛 愛則眞爲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이는 정조 때 문장가인 ‘유한준’ 선생이 석농 ‘김광국’ 선생이 평생 수집한 회화를 화첩으로 꾸며 논 ‘석농화원’에 발문한 내용이다. 즐겨 있는 ‘유홍준’ 교수가 그의 밀리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문에서도 인용한 말이다. 나도 서예가인 친구에게 부탁하여 감상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미인은 자기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다는 말이 있듯 경각산 만나기까지도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가다가 절경이 나오면 쉬기도 여러 차례다. 이미 벌어놓은 시간을 믿은 모양이다. 알콜인 지 아니면 여유인 지 지나온 정맥 길에 비해 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경각산 바로 전에 다시 신선과 만났다. 물을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며 사진도 찍고 가슴에도 담았다. 운해에 잠긴 산이 섬으로 변한 모습도 봤다. 잠시 머물다 가기엔 불경스러운 자리다. 이리 스치고 지날 바에 왜 올랐나는 꾸지람이 귀를 때리는 듯싶다.

강화가 이러 저리 다니더니 뭔가 뜯는다. 바위손이다. 요즘이야 사람들에 알려지면서 쉽게 볼 수 있으나 백 년 이상을 바위에 살며 자기 본 모습을 내주지 않았던 흔치 않은 약초다. 기념으로 하나만 가져가라 했다.

경각산 정상이 보일 무렵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나는 소리다. 그 소리가 사라질 무렵 정상 바로 아래에서 식사를 마친 4명과 만났다. 기다리다 먼저 식사를 했단다.

이번에 가지고 온 주먹밥을 보니 먹을 생각이 없다. 가까운 산에 갈 때 몇 번 맛있게 먹었던 주먹밥이 이리 다르게 다가왔다. 뒤에 오른 4명이 식사를 했다. 반찬을 얻어 겨우 삼켰다. 국화주 님에게 술을 청하니 망설임 없이 한 병을 준다. 미꾸라지 튀김을 안주하여 허기를 채웠다. 부족한 듯하여 김 대장에게 청하니 바로 캔맥주 하나를 준다. 목 줄기가 짜릿하고 시원했다.

모터맨들은 지도를 보고 장군봉이며 근처 산을 찾고 있다. 점심 식사 자리가 옥정호 라면 장군봉을 가려는 기세다. 김 대장이 무전기를 통해 확인하니 반대편이라 그들은 치마산 정도로 만족하며 먼저 길을 떠났다.

경각산은 전북 완주군과 임실군 경계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경각은 고래(鯨)뿔(角)이다. 고래 등에 난 뿔처럼 생긴 산이라는 명칭은, 산 아래 마을에서 보면 모악산 방향으로 머리를 향한 고래의 모습이고, 정상에 있는 두 개의 바위가 마치 고래 등에 솟아난 뿔의 형국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구이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경각산과 모악산을 아버지와 어머니 산으로 부른다.

경각산에는 정각사(正覺寺)가 있다. 고려시대에 창건되어 임진왜란 때 소실된 사찰을 서산대사가 중창했다하고, 후백제 견훤이 전주에 도읍지를 정하고 천도와 국가 번영을 위해 기도한 곳이라고 전해온다.

경각산을 앞에 두고 중국의 시선(詩仙) 이백(李白)의 ‘홀로 경정산에 앉아(獨坐敬亭山)이 떠올랐다. 산수와 연관할 때 인용되는 시이기도 하다. 새들마저 아득히 사라진 그 자리, 홀로 유유히 떠가는 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식사 후 경각산으로 고쳐 읽으며 상쾌한 맥주에 잠시 취했다.

衆鳥高飛盡(중조고비진) 뭇 새들은 높이 날아 사라지고

孤雲獨去閑(고운독거한) 외로운 구름 혼자서 한가롭구나.

相看兩不厭(상간양불염) 서로 봐도 둘이 다 싫증 안 남은

只有鯨角山(지유경각산) 다만 경각산이 있을 뿐일세.

이왕 이백이 나온 김에 회자(膾炙)되는 두 편을 더 감상해본다. 산중문답(山中問答)과 산중대작(山中對酌)이다

問余何事棲碧山 어이하여 푸른 산에 사냐고 묻기에

笑而不答心自閑 웃고 대답 아니 해도 마음 절로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 흐르는 물 아득히 떠나가니

別有天地非人間 또 다른 세상일래, 인간이 아니로다.

兩人對酌山花開 둘이서 대작하는 사이 산꽃이 피네
一杯一杯復一杯 한 잔 한 잔 다시 또 한잔이라.
我醉欲眠君且去 나는 취해 자고 싶으니 그대 돌아가도 좋으리
明朝有意抱琴來 내일 아침 오고프면 거문고 안고 오게나.

시를 연결해 오랜만에 음미해 보니 나도 괜히 웃음이 난다. 나 혼자 횡설수설하다 보니 글이 마냥 길어지고 있다. 기왕 늘어진 바에 경각산을 사이좋게 나누고 있는 완주군과 임실군을 좀 더 들어가 본다.

완주군은 동쪽으로 진안군, 서쪽으로 전주시 익산시, 남쪽으로 김제시 정읍시 임실군, 북쪽으로 충청남도 논산시 금산군과 경계하고 있다. 하나의 도시 8군데와 경계하고 있는 흔치 않은 경우다. 동서 거리는 36km 고 남북 거리는 71km다. 이런 지형의 특수성에서 그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동편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산악지대에는 대둔산과 모악산 등 2개의 도립공원이 있고, 천등산 불명산 써레봉 등 명명된 산만도 20여 곳이 있다. 이 울창한 숲 깊은 계곡에는 옥같이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른다. 유명한 계곡과 사찰도 자리하고 있다. 특히 불명산에 소재한 화암사 극락전은 조선 선조 때 건립된 우리나라 유일의 하향식 건물로 국보 316호로 지정되어 있다.

서북방은 농업보고인 전북평야에 연결되고 소양천 고산천 삼천천 모두 만경강에 이르고 있다. 도로는 전주를 중심으로 4통 5달이다. 군산 서울 부산 대구 목포 광주 여수에 통하는 국도와 지방도가 있다. 철도는 전라선이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다.

또 완주군에는 대한민국 술 박물관이 있다. 구이면에 소재한 이 박물관은 고려시대부터 현재까지 주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제조 도구 등 1만 5천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바로 위에 위치한 모악산은 천 오백년의 역사를 지닌 조선시대 명승 진묵대사 ‘곡차’의 발원지인 수왕사가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술의 역사와 혼이 담긴 장소이기도 하다.

임실군은 호남정맥을 가운데에 두고 완주군 반대편에 형성된 도시다.

임실이라 명명됨에서 보듯 농산물이 풍성하고 잘 영글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호남가에도 ‘남원(南原)에 봄이 들어 각색 화초 무장(茂長)허니 나무 나무는 임실(任實)이요 가지가지는 옥과(玉果)로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현재 특산물 중 하나인 치즈는 한국치즈의 뿌리이기도 하다.

임실군의 역사는 2만 년 전부터 시작된다. 지금은 인구 30,700여 명의 소도시지만, 유구한 역사에 산자수명한 고장이다. 이래서 사선대, 섬진강, 오수의견 관광권 거기다 요즘은 섬진강 물안개길이 열려 많은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이 자주 찾고 있는 곳이다. 금수강산인 우리나라에 어느 한 곳 이러지 않은 곳이 있겠으며 그 정기를 받고 난 사람들 또한 부지기수다. 그 수많은 위인은 뒤로 미루고 섬진강 시인 ‘김용택’을 만나러 간다. 그는 1948년 9월 28일 덕치면에서 태어나 한 번도 섬진강을 벗어나지 않았다.

소설가 ‘김훈’의 ‘내 친구 용택이’에서 한 대목을 옮겨본다.

「용택이네 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인 용택이도 시를 쓰고 아이들도 동시를 쓰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 실력이 막상막하인 것 같다. 교실 뒷벽에 ‘우리들 차지’라는 칠판이 걸려있다. 언제가 ‘박완서 선생님이 이 학교에 놀려 오셨다가 ’우리들 차지‘에 붙은 글을 죽 읽어보시고는 그 중 한 편을 골라 가리키시면서 “이건 참 잘 썼다. 이 아이는 좋은 시인이 될 것 같다. 잘 길러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랬더니 담임선생인 용택이는 뒤통수를 긁으면서

“박 선생님 그건 제가 쓴 겁니다.”라고 말했다.

용택이는 이 기막힌 이야기를 나한테 해 주면서, 그래도 자기가 아이들보다 시를 잘 써서 박완서 선생님한테 칭찬받은 일을 기뻐했다. 용택이는 정말로 이걸 자랑이라고 나한테 자랑한 것이다.

“야 정말이라니깐. 박완서 선생님이 내 시가 좋다고 했어야!”」

「섬진강 1/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식사를 마칠 동안 바로 아래서 들리던 목소리 주인공들이 나타나질 않는다. 아마 그 선계 바위에서 식사를 하나 보다. 이래서 이번은 최소 3군데에서 아침 식사를 했을 거다.

오늘은 놀라울 정도로 거리가 빨리 줄어들고 있다. 경각산을 내리다 보니 아래 동네가 불재다. S자 모양으로 오르는 도로 정상에 커다란 건물들이 보인다. 경각산이 660m고 불재가 300여 m다. 300여m 위에서 내려다보니 조감도(鳥瞰圖)다.

일행들이 자주 만나는 곳이 포터존이다. 누가 말하지 않았고 서울 근교산 같이 표시가 없어도 이들은 감각적으로 찾아낸다. 덕분에 불재 내리기 전 모악산과 구이 저수지를 바로 앞에 두고 몇 장의 작품을 얻었다. 전형적인 가을 청명한 하늘이 배경이니 기대가 된다. 이번엔 닉네임 ‘변사또’ 님에게 신세를 졌다. 그가 구이 저수지를 보며 뭐하고 한 말이 나중에 들어왔다.

‘00 구이에서 00이 빠졌다.’

정맥과는 벗어나 있지만 지역의 진산 모악산을 짚고 넘어간다.

모악산은 어머니의 산이다. 곡창 호남의 중심부에서 솟아오른 이 산은 북으로 만경강과 남으로 동진강을 흘리면서, 만경평야와 김제평야에 온전히 젖줄기를 대어주고 있다. 이웃하는 둘레에 큰 산이 없어서일까, 모악산은 겨우 800m에도 미치지 못하는 높이를 가지고도 호남 일대에 군림하는 큰 어머니인 것이다.

산자락에 감도는 역사적인 흔적들도 많다. 그 중 가장 크게 드러나 있는 사건은 후백제의 견훤이 그 아들 신검의 손에 의하여, 여기 금산사에 석 달 동안이나 유배된 일일 것이다. 45년 동안 백제의 고토를 발판으로 이 곳 완산주에 도음을 정해 놓고, 북쪽의 왕건과 또 동쪽의 신라에 패권을 다투다가, 마침내 그 본거지인 모악산 기슭에서 허리가 꺾이고 만다.

한편 이 산자락에는 증산교를 비롯한 신흥종교가 골짜기마다 둥우리를 틀고 있었으나, 모두 1971년 12월 2일자로 이 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깨끗이 철거되어 버렸다고 한다.

김 대장과 함께 걷는 동안 여러 회원들의 닉네임을 알았다. 아직 얼굴까지 연결하기는 짧은 시간이나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그들에게 사진이며 간식이며 분에 넘치게 받은 대접을 언젠가는 돌려주고 싶다. 아니 자연스럽게 그럴 기회는 올 거다. 불재를 내려다보며 블랙홀에게 물었다.

‘군 자를 어떻게 쓰나.’

‘임금 군(君)이다’

‘이름에 쉽게 쓰지 않는 데 그럼 큰 대(大)냐. 할아버지가 좋은 이름을 주셨다.’

‘그렇다. 이름이 너무 크다.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별소리를 다한다. 그러면 장남이냐.’

‘장남에 장손이다.’

블랙홀과는 1년여 전 한남금북 정맥에서 처음 만났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도 뭔가 모르는 분위기가 있었고, 다시 만난 지금도 느낌이 있다. 이제 조금은 알 거 같다. 그때 흘리고 온 장갑을 주워온 이가 블랙홀이다.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그가 일 년에 김장을 어마어마 한다는 걸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인자(仁者)는 요산(樂山)이라고 산에서 어진 이들을 만나는 것도 행복이고 보람이다.

경사를 내리니 불재다. 이름에 불자가 들어가서 그런지 불재 참숯 공장이 있다. 찜질방을 겸하고 있다. 함께 걸으며 몇 번 ‘너와나’의 부재를 아쉬워하던 일행이 여기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불재에 내리면 찜질방에 가고 싶다는 말을 몇 번 했었다.

‘너와나만 있었으면 찜질방에 갈 수 있었을텐데’

참숯과 목초액이 좋다는 것은 이미 회자되고 있다. 참숯의 효능을 보면 습도 조정, 냄새 제거(신발장, 냉장고, 화장실 등), 전자파 차단(가전제품, 컴퓨터 등), 음이온 방출(피로 제거, 수면 도움 등),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원할, 정수 효과(목욕 등), 질병 치료(우리 조상들은 소화불량, 장염, 해열, 진통, 해독 등에 사용), 새집 중후군(신진대사 촉진, 공기 정화, 습도 조절, 항균, 해독 작용 등), 피부미용 효과(피부 속 노폐물 제거, 미네랄 풍부해서 피부 순환작용, 피부 탄력 유지 등) 많은 곳에서 이용하고 있다.

숯을 만들 때 나오는 연기와 외부공기가 접촉하면서 액화되어 떨어지는 목초액은 무좀 치료(20:1 희석), 아토피개선(몸에 직접 바를 경우 600:1), 여드름 개선(500:1), 두피 건강(200:1), 감기 예방(물컵에 두 방울 정도 희석한 물로 가글), 살균 청소에 사용하고 있으나, 부작용이 많은 관계로 사용에 주의를 요하고 있다.

불재 참숯 공장 도로를 끼고 오르다 다시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얼마 걷지 않아도 3~4km 주는 게 신기할 정도다. 아침 식사한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1/2에서도 한참을 더 왔다. 그러니 쉬기 시간이 잦다. 아니 충분히 쉬고 걸어서 능률이 오르는 지도 모른다. 가진 자의 여유다.

이 무렵부터 일행을 자주 만났다. 대부분 서 너 명이 한 조를 이루고 있다. 그들도 분명 나름대로의 교감으로 행동을 같이 할 거다. 그 중 한 분이 쇠로된 수통을 꺼내 물을 마신다. 무게에 질리는 내가 그냥 갈 리가 없었다. 답은 옆의 여자 분이 했다.

‘그 무거운 수통을 가지고 다니나.’

‘맞다. 플라스틱 통이 우리에겐 맞는다.’

다시 활공장 쪽으로 오르다 구절초 꽃을 따는 국화주 님을 만났다. 역시 꽃차를 만들 거라 했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는 생강꽃을 자주 땄고 차를 만든다고 했었다. 얼마 더 오르니 패러글라이딩 전주팀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있다. 정작 활공장은 없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다닐 처지는 아니었다.

활공장은 한남금북정맥 종주(청주)와 금남호남정맥(장수)에서도 만났었다. 공통점은 알맞은 풍속과 경사도 탁 트인 시야다. 한남금북 정맥 청주 언저리에서 활공장이란 단어를 처음 접할 때 산 위에 누가 활 만드는 공장을 세웠나 하고 공장을 찾았었다. 오르고 나서야 활공장(滑空場)임을 알고 어이없게 웃던 기억이 난다.

패러글라이딩은 굴신이 자유로운 날개가 달리 활공기구인 페러글라이더를 메고 높은 산의 절벽 등에서 뛰어내려 활공을 즐기는 스포츠다. 스카이다이빙용 낙하산을 산의 경사면을 이용해 활공할 수 있도록 개량한 것이 시초며, 시속 15~20km 정도의 약간 센 듯한 바람이 적합한 조건이란다. 새처럼 날아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비행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연유로 동호인들은 아무런 속박 없이 공중을 날면서 최대한의 자유를 맛본다는 데서 매력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

참고로 패러글라이딩은 일본에서 만든 말이고 미국에서는 ‘슬로프 소어링(slpoe soaring)’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1986년도에 도입되어 여가활동 스포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이란 나라는 외국어를 자기들 식의 발음에 적합하게 하던지, 아니면 축소하던지, 아니면 합치든 지 해서 많은 단어를 만들어 쓸 수밖에 없는 언어 구조상의 한계를 안고 있는 나라다. 하나만 예를 들면 가라오케는 가짜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다. 사전을 찾아보면 활공장은 글라이더로 바람과 양력을 이용하여 나는 훈련을 하는 장소다.

또한 불재는 자전거 라이딩 동호인들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불재는 활공, 자전거, 등산 등의 최적 장소라는 말이다. 어느 동호인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불재 라이딩 소감이다.

“불재는 전주에서 별 5개 중 4개 급으로 힘든 곳입니다. 저만 7단이고 다른 애들은 21단, 죽는 줄 알았네요. 경치는 끝내주게 멋집니다.”

활공장을 어느 정도 지나고 일행들이 자리를 잡는다. 10여 명은 족히 됨직하다. 우선 물을 마신다. 그리고 과일이 나온다. 이번에는 보기 드물게 꽈배기가 나왔다. 산에서는 처음 봤다. 블랙홀 대장 손이 제일 먼저 갔다.

‘꽈배기를 좋아한다. 일주일에 두 번은 먹을 거다. 집에서 쉴 때 간식까지 다섯 끼는 먹는다. 집사람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러고도 몸매가 그러냐.’

‘시간이 되는 대로 가까운 산을 오르고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얼굴에 산초 잎을 붙인 강화를 보고 누가 묻기에 대답은 내가 했다.

‘산초 잎을 눈 아래 붙이면 날 벌레가 오지 않는다. 벌레는 사람 눈을 호수를 보고 온다. 북한산 입구에서 보면 직원들이 이러고 있다. 그때 나도 궁금해서 물었던 거다.’

이 자리에 닉네임 ‘부뜰이’ 있었다.

‘왜 부뜰이냐.’

‘어려서 위로 형제를 잃었단다. 그래서 ’붙들어라‘ 의미로 어른들이 부르는 것을 듣고 자랐다.’

‘사진 찍는 회원은 ’변사또‘던데’

‘성이 변이다. 변 씨 중 변사또와 변강쇠를 놓고 고민하다 그렇게 했단다.’

변사또 일행이 먼저 떠나고 잠시 후 하나 둘 일어났다. 크고 작은 언덕 몇 개를 더 오르니 블랙홀 대장 등 여럿이 쉬고 있었다. 치마산 삼거리다. 이곳에 큰불재, 작은불재, 오봉산 세 방향과 거리를 표시한 이정표가 있었고, 옆에는 구이면 소재 산줄기를 그려놓은 안내판이 있었다.

‘작은 불재까지 3.7km다. 아직 한참을 더가야겠다.’

‘아니다 이 지역에서는 염암재를 작은 불재라고 한단다.’

‘치마산 다녀왔냐.’

‘가다가 가시 덩굴에 막혀 나갈 수 없어 모두 되돌아 왔다.

강화에서 온 햇고구마를 돌렸다. 여기까지 오면서 많이 얻어먹었다. 늘 가지고 오는 쵸코파이며 건과류며는 꺼낼 기회조차 없어 그냥 가지고 가기가 벌써 여러 차례다. 나눔을 아는 그들의 배려가 그저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말하는 사이 변사또 일행도 돌아오고 있었다. 이러면 이번 구간은 하산하면 끝이다. 생각보다 시간도 빠르고 힘도 남아 있다. 구간이 무난해서인 지 체력 보강이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모터맨들을 따르다 초반부에 시간당 3km를 넘긴 결과다.

이 무렵 무전기에서 정상교 회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오늘 거리를 두고 걷다 보니 가끔 무전기를 통해 듣기만 했지 대화는 나누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토박이 해설을 들으며 오는 기회가 없어 섭섭하던 차였다.

‘이 동지 옆에 있으면 전어 잘 먹었다고 해라.’

블랙홀이 무전기를 넘겨준다. 군더더기 없이 단 한마디를 보냈다.

‘지금 치마산 삼거리에 있다. 오늘 하산주는 어디서 할 거냐.’

‘시간이 조금 걸리니 자빠져있던 앉아있던 편한데서 기다려라.’

떠나려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버스가 오후 1시에 온다. 내려 봐야 아스팔트 고개다. 거기에 있느니 여기서 있다 내려가라. 씻을 곳도 없다.’

‘가다 계곡을 찾아보겠다.’

‘도토리 줍겠다.’

‘그래도 내려가 쉬겠다.’

먼저 내려가고 싶은 이유도 여러 가지다. 물론 모터맨들은 이미 내려간 지 오래다. 블랙홀 대장은 떠나기 전 바닥에 치마산 방향 표시를 없애고 옆에 자유인 직진 표시에 하나를 더했다. 두 표시가 있으니 정말로 가지마라는 암시다. 이게 진정한 배려다.

나 홀로 남은 이유는 하산주와 정 회장의 해설이다. 그 맛을 알기 때문이다. 담배 하나를 피워 물었다. 숨을 고를 때 약으로 쓰려는 게 이유 같지 않은 이유다. 그게 오늘은 횟수가 잦다. 담배와 기다림은 연결이 자연스럽다.

30여 분 정도 뒤에 일행이 올라왔다. 조금 전 활공장에서 담배를 나눴고 지난번 슬치재에서는 하나를 주신분이다. 그땐 그냥 담배가 아니다 피였다. 요즘 장거리 산행에게 보기 어려운 게 담배다. 두 명 정도가 동시에 피는 건 이미 소설책에서나 읽을수 있다. 애연가들의 입지가 좁아져도 엄청 좁아졌다. 뒤에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며 대화를 나눴다.

“닉네임 연결이 안 된다.”

“그럴 거다. 나도 내 닉네님 JKhigh가 왜 있는지 모른다. 아마 오래전 인터넷이 나올 때 후배가 등록해준 걸로 기억이 된다. 지금도 그런 쪽에는 관심이 가질 않는다.”

“나는 ‘시누대’다. 등록을 하다 보니 마음에 드는 건 이미 사용할 수 없어 시누대로 했다. 지난주에 하지 못한 낙동정맥 울산 구간을 하다 더쳤다.”

‘많이 부었다. 그 몸으로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옆에 있던 국화주 잘 담그는 분이 한 마디 더한다.

“충무 지방 여행 때 이순신 장군이 시누대로 화살을 만들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다.”

듣다보니 시(矢)는 ‘화살 시’다. 이래서 시누대라고 했나는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궁금하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시누대는 ‘신우대’ 또는 ‘신이대’라고도 했다. 더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신우대가 볏과 식물이란다. 누가 알고 계시면 답을 주셨으면 한다.

둘이 먼저 떠나고 다시 혼자다. 얼마 뒤 오른 일행이 치마산으로 향했다. 가시덤불로 막혀 못 간다 해도 알았다며 얼마를 진행하다 되돌아 왔다. 자리를 잡고 얘기를 나눴다. 오늘은 산 속에 복덕방을 열었다. 미아리가 집이란다. 강화 쪽에서 왔다고 하니 그 쪽으로 자주 간다며 방법을 묻는다.

‘김포에 신도시가 생기고 서울역이나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을 오고가는 M버스가 생겼다. 기존 방법보다 1시간은 절약될 거다. 그보다 승용차가 편하고 좋다.’

‘누가 강화가면서 차를 가지고 가나. 한 잔 해야 되는데’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그 일행마저 떠나고 나니 산속은 적막 그 자체다. 새소리도 없다. 영지버섯이 찾아 근처 참나무 아래를 뒤지다 다시 담배를 물었다. 담배는 가격 인상을 떠나 시대에 흐름에 따라 끊어야 하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담배는 결코 백해무익이 아니다. 한방에서는 매운맛 처방제로 쓰기도 한단다.

요즘 담뱃값 인상을 두고 말이 많다. 이를 두고 누군가가 술과 담배를 놓고 볼 때 술은 마실수록 망가지지만 담배는 사고를 막아 준다는 말을 했다. 씹어볼수록 맛이 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소설가 ‘이외수’ 선생도 그답게 말했다.

‘용왕이 토끼 간 씹다 생이빨 부러지는 소리다’

그러나 능청 백단들의 감칠맛 나는 인생 이야기 ‘충청도의 힘’에 나오는 능청꾼들에게 담배는 이랬다. 하루에 담배 세 값을 피우는 노인과 그에게 간단한 문진을 하던 간호사의 대화다.

“기침을 많이 하시네요? 담배 태우세요?

“엥간히 태우는디...”

“많이 피우시나 봐요?”

“글씨... 많다믄 많구 적다믄 적구... . 한 보루 사믄 한 사흘 가남?”

“예. 이제 담배 끊으세요! 친구 분들 중에 더러 끊는 분들 계시죠?”
“많지... .”

“건강도 좋아지고 입맛도 돌고 좋다고들 하시죠?”

“글씨... 물어보기가 좀 그려.”

“왜요?”

“다들 숟가락 접어던진 지 오래구 나만 꼴랑 남았는디 워찌케 물어? 담배 끊으니께 몸띵이가 가뿐허다 워쩐다 연설들 허더니 나보덤 먼저 가두 엄청 서둘러 가데?”

후미들이 치마산 삼거리에 모두 도착한 시간은 11시 57분이다. 커다란 손목시계를 찬 회원 시계에서 내 시력에도 본 숫자가 11:57이었다. 하루 천하도 아니도 한 시간 차린 복덕방 문을 닫았다.

‘하산주 기다렸는데’

‘여기는 거리가 있으니 조금 더 가서 하자’

정 회장 바로 뒤에서 하산을 했다. 경사가 심해 일단 내리기 바쁜 구조다. 길이도 길다. 오를 때도 이랬고 내릴 때도 이러니 이등변 삼각형을 연상된다. 길이 안정되면서 정 회장이 설명을 시작한다. 말을 안 해도 나는 기다렸었다. 이심전심이다.

‘모악산이 이러이러 하고 주변은 이렇다.’

‘그렇다. 역시 몸으로 느껴온 건 다르다.’

‘아래가 구이 저수지다. 운암댐도 있고 유역변경식 발전소도 있다.’

‘그렇다면 낙차가 있다는 말인데.’

‘일본인들이 건설했다.’

설명이 이어진다. 오기 전 책이나 자료에서 보던 궁금했던 사항이 하나 둘 풀린다. 앞뒤에서 걷다보니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게 되고 귀도 기울이게 된다. 그러다 부딪히기도 하고 스틱을 밟기도 한다.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 묻고 답하는 맛이 먼저다.

‘얼마 뒤에 구절초 축제가 있다. 다음 산행 때 들러보려고 하고 있다.’

‘구절초로 축제를 한다는 게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 지역은 한우도 유명하다. 가능하면 거기서 뒤풀이도 고려하고 있다. 수입소 하고는 우선 맛이 다르다. 비교가 안 된다. 특히 뼈를 우리면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안다.’

지도상 작은 불재에 내리니 이 팀장 일행이 자리를 잡고 기다린다. 10여 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정 회장의 화수분 배낭이 열리며 하산주, 치즈, 사과, 키위, 포도가 나왔다. 그 주위로 호두과자, 바나나, 떡이 모인다. 이런 모습에서 내가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이런 무게를 여기까지 지고 다니는 정력이다. 독한 술이 작은 술잔으로 돈다.

‘소주를 마셔 못 하겠다.’

‘술을 못한다,’

‘나까지 기회가 되면 달라.’

악착같이 정 회장 옆에서 돌아가는 잔을 보는 이유는 한 잔은 너무 아쉬워서다. 못한다는 말이 들릴 때 마다 받아서 나에게 주었으면 고맙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러다 두 잔이 되고 결국에 세 잔까지 받았다. 역시 동양사상의 근본은 1,3,5,7,9다.

이 팀장이 서둘러 자리를 정리한다. 정 회장과 남아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까지 한 대 더 피우며 산속의 카페를 나왔다. 이런 백만 불짜리 분위기를 어디서 다시 맛보겠는가.

‘앞장 서라. 나는 페이스 조절을 못한다.’

‘미투’

알콜 기운으로 다시 다리에 힘이 붙었다. 나는 요즘은 꼭 필요할 때만 마신다. 아직도 마다하지 못하고 끝까지 가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마무리 전 긴 경사 오르막도 어려움 없이 올랐다. 끝 무렵에서 헉헉대는 분을 만났다. 항상 선두에서 쉽게 마무리하던 그에게서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지금도 냉수마찰로 몸을 다지고 지난 번 산행에서는 토요산행 후 연이어 차에 오르기도 했었다.

‘왜 그러냐.’

‘오기 전에 일을 심하게 했다. 초반부에 배가 고픈 걸 참은 것도 원인이다.’

‘끝이 보인다.’

‘봉우리 하나 더 나오면 나는 가지 못할 거다.’

염암재가 뻔히 보며 하는 하산은 밧줄이 늘어져 있을 정도로 가파랐다. 후미 4명 중 한 명은 환자 직전이고 다른 한 명은 전에 다친 발을 구부리지 못한다. 또 오늘은 울산에서 다친 이와 척추가 다쳐 주사를 맞고 온 이도 있었다. 이러고도 그들은 오늘도 배낭을 멨다.

가파른 암릉 경사가 주는 선물도 있었다. 대부분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감탄사를 내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그러나 이곳에 탯줄을 묻은 토박이 일성은 맛이 깊고 달랐다. 정 회장이 바위 봉우리에 올라 무의식적으로 했을 법한 일성이다.

‘ 아! 호남 정맥이여.’

# 완주군 구이면 계곡리 구이로 912번지 소재 ‘맛고을 가든’에서 뒤풀이가 있었다. 산에서 내리고 늘 아쉬운 게 땀을 씻는 거다. 그렇다고 아무 곳에서 훌러덩 벗을 수는 없는 일이라 그런 불편을 감수하며 최소화 할 뿐이다. 이번엔 달랐다. 잠시 웅성임이 있더니 모두들 냇가로 내려간다. 내 이름은 교동천이다.

정맥 줄기가 우리를 막아주는 덕에 벗고 냇가로 뛰어들었다. 피라미와 송사리가 불청객 침입에 놀람도 잠시, 바로 옆에 와서 스킨십을 나누자고 한다. 지리산으로 들어간 빨찌산 단체 목욕 장면을 떠올리고 규모만 축소하면 딱 이 그림이 연상될 듯싶다. 막 10살을 넘긴 동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건배사 역시 ‘의리’다. 물론 우렁차게 울렸다. 잡어 매운탕이 산에서 지친 몸을 단번에 풀어준다. 누룽지와 음료수는 덤이다. 나는 겉절이에 반해 밥 한 공기를 김처럼 싸먹었다. 정 회장이 자진해서 여성분들에게 매운탕을 덜어주는 수고를 한다.

‘집에서도 이러나.’

‘아니다.’

단칼로 부정한다. 그러나 심리학책에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쓰여 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나와서도 샌다. 평시 하는 행동을 보면 집에서 하는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매운탕 냄비 안에 쏘가리 한 마리가 있었다. 크기도 마릿수도 다섯이 나누기엔 영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 욕심내기도 그래 잠시 고민을 하는데 정 회장이 손짓으로 얼른 접시로 가져가란다. 이미 국물로 끓여냈으니 맛은 모두가 봤다고 유권해석을 하고 반으로 나눴다. 표현은 여기까지다. 다음에 청평 호반에서 만나면 그때 따로 보답하려고 한다.

사진작가 분이 누룽지가 좋다며 밑반찬만 가지고 식사를 한다. 접시에 담아주던 정 회장이 그러면 ‘실가리’가 끝내 준다면 그거라도 맛보란다.

‘실가리가 어떤 물고기냐.’

‘전라도에서는 무시래기를 그렇게 부른다.’

정 회장이 무시래기가 장을 깨끗하게 하는 진공청소기 같다고 하니 손들이 가기 시작한다. 아닌게아니라 양념이 밴 시래기 맛이 정말 괜찮았다. 그 뒤부터는 겉절이 한 번 시래기 한 번 이런 식으로 식사를 했다.

우리 속담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이 있다. 시레기를 주식 삼아 먹던 시절 생겨난 말이다. 섬유질이 주성분이니 당연한 현상이다. 지금이야 구황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아온 선대들의 아픔도 기억하자.

작가가 한 상에 앉아 있으니 자연스레 사진이 주제가 되었다. 정식으로 협회에 등록하고 활동을 하면서도 표현이 너무 겸손하다. 각 분야의 고수들을 만나고 있지만 진정한 고수들은 늘 이랬다. 회원들이 찍은 호남정맥 사진전을 한 번 열어보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뭐가 먼저냐.’

‘산이다. 산을 알고 나서다.’

‘산 어디가 그런가.’

‘능선이다. 외국산에서는 이런 맛이 나오질 않는다.’

‘유홍준’ 교수도 그의 책에 이런 표현을 했다. 제1회 광주비엔날레를 마치고, 참석한 외국인들에게 ‘선암사’를 안내하던 길에 미국인과 나눈 소감 중 일부다. 이래서 환상의 선이 나온다.

‘외국 특히 미국을 예로 들면 등산이라고 하면 전문 산악인들이 하는 일이다. 한국인에게 산은 곁에 두고 살면서 언제 어느 때나 어린애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오르는 대상이다. 한국인에게 산은 일상의 공간이다. 높은 산이 아니라 깊은 산이다.’

‘한국은 산이 높이 솟은 것이 아니라 여러 겹으로 겹쳐있는 것이 특이하다. 이 산을 보니 동양화에서 산을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알 수 있다. 산등성을 보고 이국적 감정을 느낄 만하다. 해발 4천m가 넘는 몸뚱이 하나가 달랑 산이다.’

마지막으로 그림 속에 나타나는 쏘가리 의미를 짚고 넘어간다. 일요일에 오전에 방영되는 ‘진품명품’ 시간에서 옛 그림이나 도자기 문양을 본 전문 감정위원들은 반드시 그 의미를 덧붙인다. 그러면 방청객들의 아하 소리가 탄식처럼 나온다. 쏘가리에는 이런 의미가 있다. 쏘가리 반을 나눠주며 정 회장에게 물었다.

‘쏘가리를 한자로 궐어(鱖魚)라고 한다.’

‘무슨 뜻이 있나.’

간략하면 이렇다. 대궐(闕)과 쏘가리 궐(鱖)은 독음이 같다. 묶어놓은 오리(鴨)과 같이 그리면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대궐에 들어가 벼슬살이를 하다’라는 뜻이 된다. 이때 쏘가리는 낚시에 꿴 체이고, 오리도 두 발이 묶인 그림이다. 두 발을 묶인 체로 그려진 것은 ‘꼭잡아 놓다’의 뜻을 나타내고, 오리 압(鴨)을 파자(破字)하면 일등(甲), 즉 장원이 된다.

이래서 쏘가리는 반드시 한 마리만 그리는 것이 원칙이다. 두 마리를 그리면 대궐이 둘이라는 뜻이 되고 이러면 임금이 둘이라는 뜻이 되므로 분명한 모반죄가 된다. 당시로선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다.

[블랙홀(김대군)]

두귀는 모자란듯하고~, 적어도 네귀는 있어야 되겠음다. 따스한 날씨~.수고하셨음다 ^^ ^^

[함박웃음]

재미있는 후기글 잘 보았습니다.
조릿대가 신우대 아닌가요~
꽃도 피고 열매는 식용으로 먹기도 하고요~
종자를 싸고있는 모양이 벼이삭 모양과 비슷한것 같아요~

[너와나]

ㅎㅎㅎ 역시해박한 산행정보와 살뜰한 하루가 여기 다 있군요
함께걸은듯해 즐겁습니다 그길이 그려집니다 느낌아니까요 ㅎㅎ
수고,고생 많으셨습니다 ^^^^

[정상]

영호동지도 몸이 점점 풀리면서 선두에서 잘 리딩해주었고
요번 호남 2회차(5회차) 28명
전원이 25.5키로 완주하고 1시50분 산행완료하였습니다.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산중문답/김용택의 섬진강/쏘가리 鱖漁(궐어)도 알려주시고 갑지기 유식해지는 기분입니다.
더 많은걸 보기위해 노력하고 동지들에게 공유토록 글을 올리는 영호씨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호남정맥 산행이 영호씨 후기 봉사로
호남평야처럼 기름져저갑니다

[하늘비]

살아있는 산행기 많은 걸 보고 배워갑니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