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는 은종성 저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5가지 길』을 같이 읽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에서와 같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관한 책입니다. 저자는 기업에게 비즈니스 모델 관점의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기업의 전략은 프로세스와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지를 고려하지 않는 창의성은 기업의 성과로 이어질 수 없고,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면 기업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저자는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한 전략 프로세스를 5가지로 개념화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①경쟁으로 바라볼 것인가?, ②비경쟁으로 바라볼 것인가?, ③기업 중심의 내부역량 혁신을 할 것인가?, ④고객 중심의 경험을 혁신할 것인가?, ⑤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
이 각각은 개별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전체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래서 각 질문에 상응하는 경영 이론을 정리하고 이들을 종합화하여 하나의 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과 그에 따른 각각의 방법들에 대해 간략히 나마 이해하고 종합화하여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혁신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체계화하고 그것을 이루는 데 있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장. 비즈니스를 어디에서 혁신할 것인가?
혁신(innovation)의 사전적 의미는 “새로운 방법이나 아이디어, 제품 등을 도입해 묵은 것을 완전히 바꾸는 행위”입니다. 그렇다고 혁신의 대상이나 수단이 하이테크일 필요는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사양산업에서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가능합니다.
양말 제조는 대표적인 사양산업입니다. 중국산 양말이 생산기술과 품질 면에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국내에서 양말을 제조하는 업체와 생산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달리해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삭스탑은 “양말도 옷이다.”라는 카피로, ‘블랙삭스닷컴(Black Socks.com)’은 동일한 소재의 검은색 양말만으로 서브스크립션 판매, 삭스판다(sockpanda.com)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양말도 패션’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결해 주면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됩니다. 비즈니스가 복잡한 건 사실이지만 의외로 단순한 곳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기술들을 활용한 거대 기업들의 혁신도 있습니다. 월마트는 소셜미디어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로부터 소비자 패턴을 분석한 자료를 활용해 재고관리를 최적화하고, 매장별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원활히 공급함으로써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마존닷컴은 고객이 구입한 상품정보를 분석해 구매 예상 상품을 추천하여 매출의 약 35%를 발생시키며, 매년 이익의 10%를 추천 시스템 성능 향상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페인 의류업체인 자라(ZARA)는 전 세계 매장의 판매 및 재고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여 ‘재고 최적 분배 시스템’을 개발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실시간으로 대응합니다.
변화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혁신을 실행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당장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큰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내부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현상을 유지하려 하거나 저항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변화가 크고 불확실할수록, 익숙지 않은 것일수록 혁신의 방향에 서기란 어려운 법입니다.
그래서 책에서는 혁신을 위한 5가지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쟁 관점의 혁신은 어느 정도 시장이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에서의 지속적 개선을 이야기하고, 비경쟁 관점의 혁신은 새로운 시장의 발견과 같은 창조적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내부 관점의 혁신은 기업 내부에서의 혁신을 위한 끊임없는 움직임을 말하고, 고객 관점의 혁신은 고객 입장에서 어필하는 다양한 자극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내부 관점, 고객 관점, 경쟁 관점, 비경쟁 관점의 정 중앙에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의 혁신이 존재합니다. 혁신은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사건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로 다른 유형의 혁신들은 다른 종류의 지식, 경험, 자원을 필요로 하며, 이는 산업의 경쟁자와 소비자에게도 다르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을 하나의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2장. 경쟁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경쟁 관점의 혁신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취할 수 있는 근본적인 옵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경쟁 관점을 설명하는 논리는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 교수의 《경쟁우위》에 나와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기업은 전체 시장에서 경쟁할지 아니면 시장을 좁혀 틈새시장에서 살아남을지를 결정하고, 이후 선택한 시장에서 ‘원가우위로 싸울지’, ‘차별화로 싸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기업이 생존하려면 고객이 느끼는 가치(V)는 지불한 가격(P)보다 높아야 하고,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가(C)는 고객이 지불한 가격(P)보다 낮아야 합니다.
V>P>C 관점에서 보면 기업이 택할 수 있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가치와 가격의 거리를 벌리거나, 가격과 원가의 거리를 벌리는 것입니다. 즉,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를 높이거나, 공정혁신 등으로 원가를 낮추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규모의 경제 및 학습과 경험을 통해 낮은 원가로 만들어 싸게 파는 걸 ‘원가우위 전략’이라 하고, 독특한 차별점이나 부가가치를 높여 비싸게 파는 걸 ‘차별화 전략’이라고 합니다. 이는 다시 ‘원가 집중화’와 ‘차별적 집중화’로 구분됩니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비자에게 경쟁기업과 다른 것, 더 나은 것을 제공하는 일은 모든 기업들의 바람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차별화만큼 보편적인 지지를 얻는 경쟁전략도 없습니다. 하지만 변화된 환경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제는 기업의 차별점 경쟁력이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경쟁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기술을 따라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는 기존에 제공되지 않았던 차별점을 내세우면서 고객에게 어필하지만, 이처럼 차별화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동질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동질화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유사한 카피캣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말은 그만큼 해당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다이슨이 처음 선보인 ‘날개 없는 선풍기’는 확실히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제품이었는데,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경쟁기업에서 유사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동질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다이슨이라는 것입니다. 시장규모가 커지자 다이슨은 경쟁기업에게 시장을 잠식당하지 않으면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되었습니다.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는 50만 원이 넘지만, 샤오미의 ‘날개 없는 선풍기’는 10만 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비슷한 제품의 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건 그만큼 다이슨의 수익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동질화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마켓컬리가 시작한 식재료 배송사업에 배달의민족, 야쿠르트, 롯데슈퍼, 동원홈푸드, 신세계백화점 등이 진입한 경우입니다. 이유는 초기 진입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적고, 마켓리더를 모방하면서 새로운 차별점을 만들어나갈 수 있어 연구개발의 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별화’와 ‘동질화’는 이렇게 서로 맞닿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별화와 동질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크게 보면 기술적 차원이 아닌 개념적 차원의 혁신과 동질화에 대비한 관리역량을 키워나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이슨과 발뮤다가 높은 기술력과 창의성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가전업계의 애플로 불리면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것처럼, 제조과정 혁신과 비용절감 및 재고관리 등 효율성을 비롯해 핵심 매출 증가율과 고객만족도, 정확한 상품 인도, 종업원 만족도 등으로 각 사업의 성과를 끊임없이 측정하고 조금씩 개선해 나가며 동질화에 대비해 관리를 잘하는 자동차 회사 도요타처럼 말입니다.
차별화와는 달리 원가 우위로 고객 가치를 높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쟁기업이 1만 원에 판매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원가가 7천 원이고 수익은 3천 원입니다. 이 기업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원가로 하는 경쟁입니다. 경쟁기업보다 원가를 낮추어 일부는 기업의 수익으로 가져가고, 일부는 고객에게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즉 원가를 6천 원으로 낮출 수 있다면 기업은 경쟁기업보다 500원이라는 수익을 더 가져갈 수 있고, 고객도 500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모두 다 만족하는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원가우위 전략을 이용해 성공한 기업으로는 월마트를 들 수 있습니다. 월마트는 경쟁이 없는 세분시장에 입지한 것도 주효했지만, 무엇보다도 뛰어난 정보망으로 인한 원가절감이 핵심 성공요인입니다. 월마트는 1989년부터 인공위성을 이용해 미국 전 지역을 연결하는 정보네트워크를 구축, 물류비용 비중을 총비용의 3% 이내로 줄이는 혁신을 일구어냈습니다. 컴퓨터 네트워크망을 통해 각 점포에서 오는 주문정보를 중앙컴퓨터에서 분석해 수요를 정확히 예측한 후 물류센터와 연결시킴으로써 재고량이 낮으면 자동으로 주문하는 배달 시스템을 갖춘 것입니다.
원가우위는 단순히 기업의 수익을 희생하면서 싸게 파는 전략이 아닙니다. 원가우위 전략을 통해 절감한 비용으로 기업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증가시킬 수도 있습니다. 기업이 사용이 용이한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제품에 보다 빠르게 친숙해지도록 만들 수 있으며, 제품 보증기간이나 보험의 연장, 좀 더 저렴한 금융지원, 빠르고 정확한 배송 시스템 등을 마련할 때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는 증가됩니다.
3장. 비경쟁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비경쟁 전략은 원가우위와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개념입니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김위찬 교수의 블루오션 전략이 대표적인 비경쟁 전략에 해당합니다.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창조적 역량이라고 보는 게 블루오션의 개념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신시장을 만들어내거나, 사용하지 않던 사람들을 사용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블루오션 전략에 따르면 사양산업이란 없습니다. 변화하지 않고 기존 방식대로만 하다 죽어가는 사양기업이 있을 뿐입니다.
기업들은 기존 수요에서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합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수익과 성장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집니다. 애써 개발한 상품은 흔한 일상품이 되어버린 채 목을 죄는 경쟁으로 시장은 붉은 바다로 변합니다.
반면, 블루오션은 미개척 시장 공간으로 새로운 수요 창출과 고수익 성장을 향한 기회로 정의됩니다. 블루오션은 기존 산업의 경계선 밖에서 완전히 새롭게 창출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 산업을 확장함으로써 만들어집니다. 또 블루오션에서는 게임의 규칙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과 무관합니다.
블루오션 전략에서는 레드오션에서의 전략적 이동과 가치혁신을 보여주기 위해 전략 캔버스를 제시합니다. 해당 산업에서 경쟁하고 있는 요인들을 나열하고 경쟁자와 비교 분석한 후, 가치곡선을 만들어내기 위해 ERRC라는 4가지 액션 프레임 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ERRC란 제거(Eliminate), 감소(Reduce), 증가(Raise), 창조(Create)의 약자로, 지금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요소들 가운데 제거할 요소(제거)는 무엇인가, 업계의 표준 이하로 내려야 할 요소(감소)는 무엇인가, 업계의 표준 이상으로 올려야 할 요소(증가)는 무엇인가, 업계가 아직 한 번도 제공하지 못한 것 중 창조할 요소(창조)는 무엇인가를 묻고 이에 답하는 것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태양의 서커스에는 동물과 곡예사가 없습니다. 대신 서커스에 스토리를 더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제공하고, 음악과 무용을 통해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담아냈습니다. 결국 제로섬 게임이 아닌 전략적 이동과 가치혁신을 하는 것입니다.
가치혁신은 경쟁자를 이기는 데 집중하기보다 구매자와 회사를 위한 가치를 창출해 새로운 비경쟁 시장 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경쟁 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가치혁신은 가치와 혁신에 동등한 중요성을 둡니다. 혁신 없는 가치는 부분적 소규모의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가치를 향상시키긴 하나 시장 공간에서 독보적 존재로 서게 하는 데는 충분치 않습니다. 또 가치 없는 혁신은 기술 위주나 시장 개척, 혹은 미래 지향적이어서 구매자들이 그 상품을 받아들이거나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때가 많습니다.
산업은 끊임없이 창조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확장됩니다. 산업의 조건과 경계선은 주어진 게 아니라 개별 사업 주체들이 그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영원히 훌륭한 기업이나 산업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블루오션을 창출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전략적 이동을 했다는 점입니다. 츠타야 서점은 라이프 스타일 판매로, 스타벅스는 집과 사무실 외의 제3의 장소로 전략적 이동을 했습니다. 츠타야 서점과 스타벅스처럼 전략적 이동에 성공하게 되면 비약적 수요 증가로 새로운 시장 공간이 열리게 됩니다.
블루오션 전략에서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비고객을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일입니다. 이제는 카카오, 네이버, KT가 금융업을 혁신하고 있는 것처럼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더 독특해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독특한 위치에 어울리게 모든 것을 재편하고 맞춤화해야 합니다. 이런 활동들이 경쟁기업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만들어줍니다.
이 같은 훌륭한 전략이 계속 먹히게 하려면 연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연속성은 현상유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가치제안을 유지하면서 이를 전하는 방법을 혁신하거나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전체 규모를 키울 수도 있습니다.
연속성이 기업의 정체성을 강화시키면서 적절한 변화를 가져올 때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뜻하는 바와 기업이 알리고자 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그 진가를 인정합니다. 그것은 또 외부적으로는 공급업체, 유통업체 등 관련 업체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이 기업의 전략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집니다.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면 일이 능숙해지는 것처럼 연속성은 전략에 맞는 역량과 스킬을 쌓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4장. 내부역량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혁신활동은 연구개발, 생산, 고객 관계, 브랜드 등 기존 자원 및 노하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내부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혁신전략은 있을 수 없습니다. 혁신활동을 비즈니스로 안착시키는 일은 내부역량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훌륭한 기술, 혁신적인 서비스라도 이용자에게 적절한 가격에 제공되고 보급되지 않으면 가치를 상실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보급시키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을 위한 원가절감이 꼭 필요합니다.
내부역량 관점에서 연결된 선택을 설명해 주는 게 가치사슬(Value chain)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다시피 가치사슬은 본원적 활동과 보조활동으로 구분됩니다. 구매, 물류, 생산, 마케팅, 영업, 서비스 등은 본원적 활동이고 기업구조, 인적 자원, 기술 정도, 조달 및 구매는 보조활동입니다. 이러한 가치사슬은 기업 내부뿐만 아니라 기업 외부의 공급자, 구매자, 사용자와 연결되어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가치사슬 분석은 기업의 단위활동들을 강점과 약점으로 분석하고, 경쟁기업과의 현재 혹은 미래의 차별화 원천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조직 및 구성원 사이의 상호관계를 파악하는 데도 유용합니다. 물론, 가치사슬 변화의 속도가 빠른 산업이나 제조기업이 아닌 유통 및 서비스업 기업의 경우에는 거기에 맞는 대응과 변경이 필요합니다.
가치사슬 분석에서 유의할 점은 단순히 해당 기업의 역량만을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시장에는 항상 경쟁자가 있고, 경쟁기업에 따라 우리가 가진 자원이 강점이 될 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전략을 수립하려면 경쟁기업들의 역량까지 파악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분석 범위의 확장도 필요합니다. 기업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뿐만 아니라 공급자 또는 물류업자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중요한 활동들을 외부 업체에게 아웃소싱할 때는 자신뿐만 아니라 외부 업체도 가치사슬 분석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그래야만 원재료를 획득하는 시점부터 이를 가공하고 생산해서 상품을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전달하는 시점까지의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가치창출 과정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이 실제로 어느 부분에서 얼마만큼의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알게 되고, 그 부분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습니다.
가치사슬을 통합해 성공한 기업으로 스타벅스를 들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 원두 구매자, 원두 가공자, 커피 생산자, 유통 및 판매업자를 모두 하나로 통합시켜 새로운 경쟁우위를 만들어냈습니다. 원두 재배 농장에서부터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가치사슬을 분석해 가치가 창출되는 주요 활동을 파악한 후, 이런 활동들을 자사의 가치사슬 속으로 통합시킨 것입니다.
5장. 고객경험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
혁신을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 중 하나가 고객입니다. 고객 관점의 혁신은 혁신 자체의 종착역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고객에 맞추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야 할 뿐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혁신해야 합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성장(Growth)은 낮은 비용구조(Lower Cost Structure)와 낮은 가격(Lower Price)에서 나오고, 이는 곧 훌륭한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으로 이어진다고 보았습니다. 또 훌륭한 고객경험은 곧 홈페이지 트래픽(Traffic) 증가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상품과 서비스 판매자들(Sellers)을 끌어들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상품과 서비스 판매자가 늘어난 만큼 고객경험의 질도 높아지게 됩니다. 이것이 제프 베조스가 냅킨에 그린 플라이휠(Flywheel)의 개념입니다.
고객이 판매자를 만나 구매를 진행하고, 구매 후 피드백을 하는 모든 과정을 ‘고객 구매 여정’이라고 합니다. 이때 고객과 판매자가 만나는 접점에서 고객이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느끼는 결정적인 순간을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진실의 순간은 다시 고객이 처음 제품을 접하는 순간과 구매 후 사용하면서 느끼는 순간으로 구분됩니다.
처음 제품을 접하는 순간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단순 판매보다 사용자 체험과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또한 제품을 판매한 후에는 고객경험에 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제품을 사용해 본 개인의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기껏해야 가까운 지인들에게 경험을 이야기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품을 사용해 본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손쉽게 올리기 때문에 개인의 경험이 다른 개인의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처럼 진실의 순간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기업의 활동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품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전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고객의 구매 여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제품을 사용할 때 느끼는 편리함과 만족감, 내구성 등의 측면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즉, 고객들의 구매 여정을 따라다니면서 고객과 만나는 접점마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경험이 경제적 가치를 갖게 되는 경험 경제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피콩 재배는 1차산업이며, 그것을 가공해 캔에 담으면 2차산업이 됩니다. 이 캔에 담긴 커피가 서비스로 전달되는 게 3차산업이며, 여기에 ‘관계’, ‘경험’, ‘문화’를 포함시키면 4차산업이 됩니다. 당연히 부가가치는 위로 올라갈수록 높아집니다.
이처럼 부가가치에 따른 경제의 단계는 원자재경제→상품경제→서비스 경제→경험경제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경험경제란 기술의 발달로 제품에 대한 경쟁력의 차이가 없어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차별화된 경험과 서비스 구매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다는 새로운 경제 개념입니다. 경험경제시대에는 기업이 개인의 참여를 위해 의도적으로 서비스와 제품을 사용하고 경험토록 하는 일이 중요해집니다.
기업이 성공적인 고객경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모든 경험과정을 해부해 보아야 합니다. 고객경험은 크게 제품과 서비스 경험, 커뮤니케이션 경험, 사람을 통한 경험으로 구분됩니다. 제품과 서비스 경험은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탐색하고 구매하고 사용할 때 등 모든 단계에서 일어나는 브랜드 경험을 말하고, 커뮤니케이션 경험은 이메일,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등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브랜드 경험을 말합니다. 사람을 통한 경험은 자신의 친구나 주변 사람 등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기업이 모든 경험의 과정을 동일하게 만들고 유지시켜야 긍정적인 고객경험이 나타나게 됩니다.
새로운 시대에 단순히 재화를 팔고 고객들과 일시적인 거래를 하는 브랜드로 기억될 것인지, 고객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거래(Transaction)가 아닌 관계(Relationship), 재화(Goods)가 아닌 경험(Experience)으로 선택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기업들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험가치를 디자인해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험재를 단순히 기존 제품의 판매촉진을 위한 수단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기업 전체의 전략으로써 이해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원합니다. 이를 이해한다면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 더욱 정교해져야 합니다. 단지 서비스가 제조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지녔다는 것만으로 제품과 서비스 통합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고객 접점에 밀접하게 접근한다는 측면에서 서비스로의 확장을 고민해야 합니다.
6장. 비즈니스 모델 관점으로 통합하라
비즈니스 모델 관점의 혁신은 경쟁 관점과 비경쟁 관점, 내부역량 관점과 고객경험 관점이 모두 맞물려 있는 형태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정중앙에 위치합니다. 전략을 뒷받침하는 경영자원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여러 활동을 통해 의미 있는 수익을 창출할 때 비로소 비즈니스 혁신이 달성됩니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비즈니스 모델 관점의 혁신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 중 하나가 ‘상호 관련성’입니다. 카카오는 지도 정보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그 자체로는 수익구조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지도 정보에 투자하는 이유는 카카오 택시, 카카오 드라이버 등 여러 서비스와 연계해 활용할 수 있을 만큼 가치가 높기 때문입니다. 모르는 길을 찾거나 맛집을 검색할 때, 교통상황을 확인하거나 인근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알고 싶을 때도 꼭 필요한 지도 서비스는 이동에 관한 모든 서비스의 기반입니다. 이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겐 모바일 메신저만큼이나 필수적임을 의미합니다.
기업이 이익을 실현하려면 앞으로는 이러한 경험가치를 디자인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도 단순히 제품의 판매만을 위해 소비자에게 부가적으로 경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제품 차원을 넘어 기업 전체 차원에서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짜야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관점의 혁신을 위한 첫 번째는 목표 고객이 명확해야 합니다. 기업은 가용할 수 있는 시간과 자본, 사람의 한계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하나의 시장을 선택하고, 그 하나의 시장에 집중해야 합니다.
선택과 집중은 비즈니스의 기본입니다. 물론, 시장기회를 무시하는 일은 어렵고도 고통스럽습니다. 그렇더라도 단 하나의 시장만을 선택한 후 다른 유혹은 외면하는 절제력이 필요합니다. 선택과 집중이 포지션을 명확히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용이한 현금흐름이 창출됩니다. 그리고 작더라도 하나의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하면 인접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누구에게 돈을 받을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수익 모델은 어떻게 돈을 벌지에 대한 내용으로, 누구에게 돈을 받을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받을 것인가, 어떤 부분을 판매할 것인가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고객은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으므로 단기적이기보다는 장기적인 수익의 극대화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모든 것을 종합해 시대와 시장의 맥락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어떤 종류의 상품을 제공할 것인가?, 어떤 소비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가?, 소비자의 어떤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인가?, 어떤 유통채널을 이용할 것인가?, 고객에게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 가치사슬은 어느 지점인가?, 어떤 지역에서 경쟁하려고 하는가?, 온라인이 좋을까, 오프라인이 좋을까?’ 등을 질문하고 답할 수 있어야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을 바라보기 때문에 대체로 하나의 산업에서 비즈니스 전략은 비슷하게 보입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산업을 정의하고, 시장을 세분화하고, 벤치마킹을 하다 보니 전략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똑같은 전시회에 참석하고, 똑같은 신문과 잡지를 구독하고, 업계에 있는 동일한 전문가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니 똑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기사를 읽지 못하게 되면 종이 신문을 구독하게 될까, 아니면 아무것도 읽지 않을까? 온라인 매체가 검색포털에 콘텐츠를 내보내지 않으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서 콘텐츠를 이용할까, 아니면 다른 콘텐츠를 이용하게 될까?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빼앗으면 책을 읽게 될까,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게 될까? 이처럼 질문의 형태를 바꿔야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5가지의 길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다시 한 번 되짚어보면, ①경쟁 관점은 어느 정도 시장이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서 지속적인 개선을 통한 혁신, ②비경쟁 관점은 새로운 시장의 발견과 같은 창조적 시각에 의한 혁신, ③내부 관점은 기업 내부에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한 혁신, ④고객 관점은 고객 입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자극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혁신, ⑤비즈니스 모델 관점은 앞서 4가지 관점을 종합화하여 혁신을 완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중의 한 명인 오스트왈더는 비즈니스 모델을 ‘하나의 조직이 어떻게 가치를 창조하고 전파하며 포착해내는지를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묘사해낸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하는지 점검해야만 합니다. 이를 통해 혁신을 꾀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혁신은 왜 해야 할까요? 저는 『경영학 사용설명서』에서 김용진 저자가 말한 것에 공감이 갑니다. 그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하면서 서서히 죽어가는 상황에서 벗어나 더욱 강한 생존 능력과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의 생존 능력은 『삶의 정도』에서 윤석철 저자가 말한 생존 부등식의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즉 기업이 생존하려면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지불한 가격보다 높아야 하고,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가는 고객이 지불한 가격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새로운 성과 창출 구조를 확보하고 그 구조를 통해 탁월한 성과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얻어야만 혁신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있어서는 생산적이고 그 결과는 오늘보다 나은 것이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혁신은 바닥 구간의 기다림과 성숙기에 잔을 비우는 용기 사이의 미학이다”는 말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혁신에 이르기 위한 방법을 친절하게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여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혁신을 꿈꾸고 있다면, 이 책의 내용과 곁들여 살펴본 책들이 소기의 성과를 이루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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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해가 뜨고 지는 일이 늘 반복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내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더불어 함께, 새로운 오늘을 충실히 잘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남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 나와의 비교를 통해 하루하루 성장하는 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새날 드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