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진설 V
1) 진설(陳設)이란?
제를 올리기 위해 마련한 제기(祭器)와 제수(祭羞)를 격식을 갖추어 제상에 차리는 것을 말한다.
제사상 차림은 각 지방의 관습, 풍속 그리고 가문의 전통에 따라 각기 달라 일명 『가가례(家家禮)』라
할만큼 다양하여 『남의 제사에 감놔라 배놔라 참견말』라는 풍자적인 말까지 나오게 된것이다.
이는 『국조오례의』 『율곡의 제의초』 『사계의 가례즙람』 『도암의 사례편람』등 각종 예서에 나타난
진설법이 각각 다르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그러나, 이렇듯 각양 각색의 진설법이라 할지라도 공통적이며
관행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원칙은 있다.
● 제사상 차리기의 주의할 점
(1) 과실 중 복숭아는 제사에 쓰지 않는다.
(2) 생선 중에 '치'로 끝나는 꽁치, 멸치, 갈치, 삼치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3) 제사 음식은 짜거나 맵거나 현란한 색깔은 피하는 것이 원칙이다.
(4) 고춧가루와 마늘도 사용하지 않는다.
(5) 설에는 메(밥)대신 떡국을 놓으며 추석 때는 메 대신 송편을 놓아도 된다.
(6) 시저(수저)를 꽂을 때에는 패인 곳을 동쪽으로 메를 담은 그릇의 한복판에 꽂는다.
(7) 두 분을 모시는 양위 합설 때에는 메(밥)와 갱(국)과 수저를 각각 따로 놓는다.
● 복숭아와 잉어를 제사상에 오르지 않는 이유
옛 사람들은 복숭아 나무가 요사스런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복숭아의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복숭아 나무로 만든 도장, 활 또는 막대기(회초리)조차 그런
힘을 지닌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여 병마와 악귀를 쫓기 위해 새해 복숭아 나무로 만든 인형을
대문에 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복숭아나무는 집안에 심지 않는다고 한다. 제사 때 귀신들이 복숭아나무가 무서워
운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사상에 복숭아를 쓰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럼 왜 그런 생각을 하였을까? 재배역사가 오랜 중국에서는 복숭아에 얽힌 많은 고사들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서왕모(不死의 신선)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것은 옛부터 복숭아를 신선들과 더불어 있는 신령스런 나무로 대해왔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복숭아 열매는 신선들 처럼 장생(長生)을 상징하기도 했다.
또한 잉어는 성스러운 영물로 숭앙되기 때문에 제사상에 올리지 않았으나 요즘은 돌아가신 분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올리기도 한다.
2) 진설(陳設)의 일반원칙
● 고비합설(考妣合設) : 고례에는 고비각설(考妣各設)이었으나 현대는 산사람도 따로 담아서 먹는
밥(메), 국(갱), 술, 국수, 떡, 숭늉은 따로 담고 기타는 공통이다.
● 시접거중(匙楪居中) : 수저는 한 접시에 신위 수대로 담아 신위의 앞 중앙에 놓는다.
단 한분만 지낼 때는 서(왼)쪽에 놓는다.
● 좌서우동(左西右東) : 제상의 기준위치는 신위(지방)가 있는 쪽이 북쪽이다.
앞에서 보아 왼쪽이서쪽이고, 오른쪽이 동쪽이다.
● 이서위상(以西位上) : 좌측이 항상 상위가 되므로 지방을 써서 모실때 아버지를 왼편 즉 서쪽에 모신다
● 고서비동(考西妣東) : 남좌여우(男左女右)로 남자조상은 서(왼)쪽에 여자조상은 동(오른쪽)쪽에 모신다.
● 잔서접동(盞西 東) : 잔은 서쪽에, 접시(식초 접시)는 동쪽에 놓는다.
● 반서갱동(飯西羹東) : 밥은 서쪽에, 국은 동쪽에 놓는다. 산사람과는 반대이다.
● 적접거중(炙楪居中) : 적(구이)은 중앙에 놓는다. 옛날에는 술을 올릴 때마다 즉석에서 구워 올리던
특별 음식이었으나 현대는 다른 제수와 같이 미리 구워 제상 한가운데 놓는다.
● 어동육서(魚東肉西) : 생선은 동(오른쪽)쪽에, 고기는 서(왼쪽)쪽에 놓는다.
● 두동미서(頭東尾西) :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제수는 머리를 동으로, 꼬리는 서로 향하게 놓는다.
그러나 지방에 따라서는 서쪽이 상위라 하여 반대로 놓기도 한다.
※ 배 복(腹=배)의 방향 : 바르게 놓는 것(계적, 생선포)은 등이 위로 향하게, 뉘어 놓는 것(어적, 조기젓)은
배가 신위 쪽으로 향하게 담는다.
● 면서병동(麵西餠東) : 국수는 서쪽에, 떡은 동쪽에 놓는다.
● 좌포우해(左脯右해) : 포는 왼쪽이고, 생선젓(또는 자반)을 오른쪽에 놓는다. 설과 추석 차례 시에는
생선젓 대신에 그 자리에 식혜를 올린다.
● 생동숙서(生東熟西) : 생김치는 동쪽에, 익힌 나물은 서쪽에 놓는다.
● 건좌우습(乾左右濕) : 마른것은 왼쪽에, 습한 것은 오른쪽에 놓는다.
● 조율시이(棗栗枾梨) : 대추, 밤, 감(곳감), 배 순으로 놓는다. 배와 감의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 홍동백서(紅東白西) :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과일은 서쪽에 놓는 것을 말한다.
※ 과실의 위치 : 어떤 예서에도 과실별 위치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계절과 지방에 따라
과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 부접불기(附 不記) : 주된 음식에 붙이는 조미료(설탕, 조청, 소금, 겨자 등)는 따로 기록하지 않았다.
● 합동로서(盒東爐西) : 왼(서)쪽에 향로를, 오른(동)쪽에 향합을 놓는다.
● 천산양수(天産陽數) 지산음수(地産陰數) : 하늘에서 나는 것은 홀수이고 땅에서 나는 것은 짝수로 한다.
3) 5행진설법(五行陳設法)
모든 예서에서는 제수진설이 4행으로 예시 되어 있는데 율곡의 제의초에만 5행으로 되어있다.
이는 탕을 놓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으로 현대에는 모든 가정에서 탕을 함께 진설하므로 5행으로
상을 차린다.
① 제1행 : 밥, 국, 술잔, 수저, 국수, 떡을 놓는 줄.
합설인 경우 왼쪽부터 국수, 밥, 술잔, 국, 수저, 밥, 술잔, 국, 떡 순으로 놓는다.
그러나 대개는 술잔과 시접(수저)는 약간 앞으로 내어 진설한다.
한분만 모실 때는 수저, 국수, 밥, 술잔, 국, 떡 순으로 한다. 또한, 설과 추석에 지내는 차례에는 밥, 국수,
떡을 별도로 놓지 않고 국 대신, 떡국 또는 송편(한식 때는 화전. 쑥떡)만 놓는다.
그 순서는 술잔, 떡국(또는 송편), 수저, 술잔, 떡국으로 한다.
② 제2행 : 적과 전을 놓는 줄.
적(炙)은 불에 굽거나 찐것이고, 전(煎)은 기름에 튀긴것으로 대개 왼편부터 육전. 육회. 육적. 소적(또는 계적).
어적. 어회. 어전의 순으로 홀수 그릇을 진설한다.
③ 제3행 : 탕을 놓는 줄.
관작 여하에 따라 3탕, 5탕을 써 왔다. 대개 육탕.소탕.어탕의 순서로 놓으며, 5탕 진설은 육탕.봉탕.소탕.잡탕.
어탕으로 하며, 가문에 따라서는 한가지 탕으로만 하는 경우도 있다.
④ 제4행 : 포, 해.혜와 나물을 놓는 줄.
왼쪽부터 포.숙채.간장.김.침채(생채).해(생선젖,자반).식혜 또는 수정과 순으로 놓으며, 기일제에는 해(생선젖,
자반)을 쓰고, 명절 차례에는 식혜를 올린다.
좌포우해(혜)에 의거 왼쪽끝에는 포를, 오른쪽끝에는 해(자반)과 식혜 또는 수정과를 놓고, 가운데는 건좌습우의
원칙에 의거하여 진설하면 된다. 나물반찬은 고사리.도라지.시금치나물 등을 쓰며, 콩나물. 숙주나물.무우나물을
쓰기도 한다. 또한, 어촌에서는 해초류 나물을 쓰기도 한다.
⑤ 제5행 : 과실을 놓는 줄.
과실과 조과(造菓)를 놓는 줄로서 지방과 가문에따라 홍동백서, 조율 시이로 진설한다.
조율시이 진설은 왼쪽부터 기본 4과(대추.밤.감.배)인 목과를 놓고 기타 목과.만과.초과. 조과 순으로 진설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자의 가례에 따라서 해야 할 것이다
4) 제수의 종류
1.과(果)
나무 열매인 생과(生果)와 약과, 산자등 조과(造菓)로 그 종류는 짝수로 한다.
조(棗=대추), 율(栗=밤),시(枾=감), 이(梨=배)등 4가지 생과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이들 생과만이 제사상에
올라갈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거나 새로운 것들은 회피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런 것들을 피해야 할 이유는 없다.
새로운 음식이 있을 때 어른께 먼저 드리고 먹는 일상의 풍습을 참고한다면 제사상에 새로운 음식을 올려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포(脯)어류나 육류를 말린 것이다.
3.해(醢)
생선이나 고기를 소금에 절여서 만든 음식으로 젓갈을 말한다. 과일, 포와 함께 제사음식의 기본이었으나
지금은 과일과 포만을 기본으로 하고 해는 쓰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4.육(肉)
고기를 재료로 해서 만든 음식으로 불에 직접 굽거나 기름에 지진다.
5.어(魚)
생선을 재료로 해서 만든 음식으로 밀가루를 입혀 기름에 지진다
6.적(炙)
육류나 간, 허파 등 내장을 불에 구운 것으로 초헌, 아헌, 종헌 때 함께 올린다. 따라서 單獻으로 끝나는
참례때에는 생략된다.
7.갱(羹)
국을 말하는 것으로 생선이나 고기, 혹은 채소등을 넣어 끓인다.
8.탕(湯)
갱에서 건더기를 건져서 따로 담고 이를 탕이라 하여 그 국물인 갱과 구분한다.
《사례편람》이나 《상례비요》는 조선시대에 가장 널리 알려진 예서인데 이들 예서에는 탕이 없고
이율곡의《제의초》에는 탕이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제수로서 湯이 이미 보편화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9.반(飯), 병(餠), 면(麵)
곡식을 가공한 음식으로 밥, 떡, 국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