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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anything ‘if anything’은 사전에 보면 우리말로 ‘어느 편인가 하면, 어느 정도’ 등으로 옮겨져 있다. 그러나 이는 모든 맥락에 적절한 옮김은 아니다. 예컨대 아래의 문장을 보자. What more he was, or what else he had in him, if anything, let him show for himself. (Hard Times) 이것을 ‘그가 이런 측면 말고 또 어떤 존재인지는, 혹은 그에게 이것 말고 어떤 다른 특성이 있는지는, 어느 편인가 하면, 그 스스로 보여주도록 하자’라고 옮긴다면 밑줄친 부분이 좀(if anything!) 이상하다. (‘어느 정도’로 옮겨도 마찬가지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if anything’의 의미를 ① ‘if in any degree’ ② ‘perhaps even’이라고 설명한다.
① ‘if in any degree’에 대하여 이는 직역하자면 (우리말로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 ‘어느 정도라도 그렇다면’이라는 의미이다. 여기서 ‘그렇다면’(if ~)은 여러 의미를 가질 수 있다. ‘if anything’은 생략용법이기 때문에 무엇이 생략되었는가에 그 의미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if it be[is] anything’의 생략일 수도 있고, ‘if there be[is] anything of it’의 생략일 수도 있다. ‘어느 편인가 하면’은 ‘어느 정도라도 그렇다면’의 한 경우―비교급과 쓰이거나, 비교급은 아닐지라도 비교의 내용을 담거나, 어떤 하나를 택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맥락에 따라 다른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 옥스퍼드 사전에 나오는 몇 개의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ㆍIf anything, we were comparatively deficient in these respects. ▶ 이 문장에서는 ‘어느 쪽인가 하면’이 적절하다. 비교하는 맥락(‘comparatively’)이기 때문이다.
ㆍIf anything, the destruction was greater than in 1547. ▶ 이 문장에서도 ‘어느 쪽인가 하면’이 적절하다. 비교급과 같이 쓰였다.
ㆍIf anything, touch the grass first. ▶ 이 경우에는 좀 다르다. 다른 맥락이 없고 이 문장만 달랑 있어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만일 무언가를 먼저 해야 한다면’(if you are to do anything first) 정도의 의미가 적절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② ‘perhaps even’에 대하여 여기서 ‘even’은 말의 내용을 좀 더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정말이지, 실로’ 정도에 해당한다. 그 앞의 ‘perhaps’는 이것을 다시 좀 약화시킨 것이다. 다시 말해서 ‘perhaps even’은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완화된 강조의 형태로 말할 때 쓰는 표현이다. 앞에 나온 문장 ‘If anything, we were comparatively deficient in these respects’를 예를 들자면, 밑줄친 부분의 진술내용(‘우리가 이 측면에서 비교적 부족하다’)이 아마도 가장 타당한 것이 아니겠는가 한다는 말이다. 이 또한 우리말로 옮길 때에는 맥락에 따라서 ‘어느 편인가 하면’으로 옮길 수도 있고, 다른 식으로 옮길 수도 있다. 예컨대 ‘우리가 이 측면에서는 비교적 부족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로 옮길 수도 있다. Merriam-Webster 사전에서는 ‘on the contrary even, perhaps even’라고 설명한다. ‘perhaps even’은 옥스퍼드에서와 같다. ‘on the contrary even’은 ‘perhaps even’과 거의 유사하다. 더 자세하게 해부하자면 ‘앞의 말과는 달리(on the contrary) 오히려 ~이다(even)’ 정도가 된다. 여기서 ‘even’은 앞에서와 같이 말의 내용을 강조하는 기능을 한다. Merriam-Webster 사전이 든 예는 아래와 같다. ㆍIf anything, you ought to apologize. ▶ 이는 맥락에 따라 ‘오히려 당신이 사과해야 해’로 옮길 수 있다. 인터넷 영어학습사전 http://dic.impact.pe.kr에서는 ‘’의 의미를 ‘어느 편인가 하면; (그렇기는커녕) 오히려’로 옮겨놓았다. 이는 지금까지의 논의에 포괄된다. ‘(그렇기는커녕) 오히려’는 ‘on the contrary even’의 옮김으로서 무난하다. 다시 디킨즈의 문장으로 돌아가 보자. What more he was, or what else he had in him, if anything, let him show for himself. (Hard Times) ① 여기서 ‘if anything’을 만일 ‘if there is anything of it’의 생략으로 본다면 ‘만일 그런 것이 있다면’이라고 옮기면 된다. 그래서 ‘What more he was, or what else he had in him, if anything,’ 부분은 즉 ‘그가 이런 측면 말고 또 어떤 존재인지는, 혹은 그에게 이것 말고 어떤 다른 특성이 있는지는, 만일 그런 것이 있다면,’으로 옮길 수 있다.
② 만일 ‘if anything’을 ‘on the contrary even’으로 본다면 ‘if anything, let him show for himself’는 ‘(지금까지는 작가인 내가 보여주었지만 앞으로는 이와 달리) 오히려 그 스스로 보여주게 하자’로 옮길 수 있다. 이것도 하나의 해석으로 가능하다. ①은 선행하는 명사절과 관계하고 ②는 문장 전체와 (특히 후행하는 부분 ‘let him show for himself’와) 관계한다. 디킨즈의 다른 소설에서 따온 다음의 문장들을 보자. ㆍMrs General, having long ago formed her own surface to such perfection that it hid whatever was below it (if anything), no observation was to be made in that quarter. (Little Dorrit)
▶ 여기서 ‘if anything’은 맥락상 명백하게 ‘그런 것이 있다면’(if there is anything of it) 계열의 의미이다. (디킨즈가 괄호 안에 넣었기 때문에 ‘whatever was below it’에 걸린다는 사실이 더욱 명백하다.) 그래서 이 문장은 ‘제너럴 부인은 오랫동안 자신의 표면 아래 있는 것은 (만일 무언가 있긴 있다면) 무엇이든지 숨길 정도로 자신의 표면을 완벽하게 형성했기 때문에 그 방면에서는 관찰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로 옮길 수 있다.’ 여기서 ‘if anything’은 풍자적 어조를 띤다. 작품 전체를 보면 알지만, 사실상 제너럴 부인이 이 ‘표면 아래에’(below the surface) 가지고 있는 것이란 상투적인 견해들과 부와 사회적 지위에 대한 탐욕뿐이기 때문이다.
★no observation was to be made = no observation could be made ; ‘그 방면’(that quarter) = ‘표면 아래’ 즉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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