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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내력 / 손희자
거친 눈보라 몰아치는 날에도
숲의 적요를 지키는 건
침엽들이다
인고의 길목마다 돋아난 가시로
침엽은 햇빛도 조금, 달빛도 조금
제 몸에 욕망을 말아 다독인다
베이비시터 하는 그 여자
꿈결에도 아이를 어르면서 함박웃음 짓고
방안 딱딱한 기류에 붙박혀
독신으로 살아가는 그 남자
그들의 삶속에 극적인 한 쾌는 없다
몸과 맘이 한적한 날 백운대에 올라
뭉게구름 몇 장 깃대에 잡아매거나
바위와 더불어 한풍경이 되거나
살을 애는 칼바람 속에
더욱 날카롭고 완강한 건
푸른 내력을 지닌 침엽이다
모두들 고집스런 생존의 숲에선
햇살도 각을 세우고 따끔거린다
봄 / 손희자
부산하여라
저 바람
이미 당도했다
되돌아와
윤기 난 이파리에 반짝이는
자연의 의상(衣裳)을 보아라
설렘이어라
흔들리는 꽃 그림자
한 번도 거스르지 않은 약속
우리들 귀뿌리에 스미는
새들 미완의 왈츠로
팔락이는 의상을 보아라
들고 일어서는 저 기운
나는 산에 어린 묘목을 심고
봄볕에 빛나는 초록을 틔우리
손희자 프로필
시인, 수필가, 시낭송가
한국문협 지회지부 협력위 간사, 국제펜클럽 회원, 바림시동인
중랑문협 부회장
수상 : 경기도 문학상, 사임당 문학상 외 다수
시집 : 『가끔 꽃물이 스민다』2005 『그 외딴 집』2008
산(山) / 최순자
날마다 한 번씩
스쳐 지나는 바람으로
그 품에 안기어 어루만지는 꿈
가물가물 지워지는
못 잊을 사람 하나
가슴속 봉분에 묻는 봄 한나절
산벚꽃은 피는데
산딸기는 익는데
철없이 너를 향한 그리움
빨갛게 익는 걸 어찌할거나
종일 너를 품어 뒹굴어도
목마른 이 갈증 끝내 풀 수 없음을.
바람꽃 / 최순자
봄 햇살 손잡고 산에 올랐네
빛 금진 산자락에 하얀 바람꽃
지난봄 너는 거기 꽃꽂이 서서
바람이 피워주고 아주 갔다고
촉촉이 젖은 꽃잎 한들거렸지
봄빛 지천인 들길을 지나
꽃향기 등짐 지고 고개 넘은 사내도
떠날 때 이미 아주 갔지만
봄마다 너는 피어 나를 반기니
번뇌의 길을 비켜 너를 마주한
봄빛 한술의 충만함이여
봄꽃 / 최순자
보셔요
비바람 불어도 봄이지요
아지랑이 아롱거리는 언 숲에
버들잎 머리 풀어 살랑거리고
성긴 가지 끝에 달빛 푸르니
속적삼 살포시 벗은 뽀얀 속살로
사무치게 그리워
야무지게 피었는데
슬퍼라
어젯밤 내린 눈에
피던 봄이 다시 저요.
최순자 프로필
강원도 평창 출생
한맥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크럽 한국본부회원
한맥문학 동인회 부회장
한국문인산우회 부회장
경의선문학 부회장
세계시인대회 서울집행위원
시와비평두레문학 회원
평창문학 회원
수상 -2006년한맥문학가협회상 수상
2010년허난설헌 문학상 수상
시집 <그대 스치는 바람이라 해도>
<나도야 간다 >
군자란 / 반윤희
번개 치던 날 죽을 줄 알았으나
차마 버리지 못했지
깊고 깊은 상처를 싸안고
너와 나 하나 되었지
꽃대를 길게 두 줄기 올려
베란다 그득하게 은은한 꽃향기
살을 힘을 다해 늠늠한 꽃을 피웠어라
죽고 싶었지만
납작 엎드려 죽어지냈지
온갖 수모 다 겪어 내었어라
창밖에 오고가는 뭇 것들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매일 같이 얼굴 부비며
구름 바람 햇볕 벌 나비 다들 기웃거려 노닐자 하는 구나
오...
외롭고 고독한자 너는 고고한지고.
아스팔트 틈바구니에 핀 민들레 한 송이 / 반윤희
가장 작은 씨앗 하나
가장 낮은 곳에 숨어서
혹한(酷寒)을 넘겼다
눈보라도 보냈다
얼음 밭에서 버텼다.
아무리 외로워도 견뎠다.
어느 사이
가장 낮은 곳으로
빗물이 스며들고 햇살이 찾아 들었다.
따스한 기운이 끌어 올렸다.
샛노란 민들레야
우주를 밀어 올린 민들레야
영원을 기약한 너는
아직도 끝없이
세상을 지키는 힘을 보여 준 철화(鐵花)
봄 / 반윤희
우주에
웃음 벙그는
.
..환희의 아침.
발그레
수줍은 어린햇살이
회초리 나뭇가지에 앉아
물오른 발그레한 얼굴 살랑살랑 흔들어 깨우네.
반윤희
시인. 수필가. 서양화 화가.
한국 국제 펜클럽회원
한국 문인 협회 회원 (전 남북문학 교류위원)
자유문학 시부 2회 추천 완료.
봄 / 김 봉곤
청보리 노을 타는 봄
청노새 줄넘기하듯
동심추 넘나드는 꿈
서민 / 김 봉 곤
날선 달빛 그늘에
침묵하는 어둠은
때죽나무꽃 피우 듯
무게가 천 냥쯤
쪽방거리 / 김봉곤
시린 빗줄기
추억을 넘나들며
아린 멍울 쓰다듬고
헝한 가지 사이
땟물 흐르는 거리
김봉곤 시인 약력
월간 한맥문학(동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아동분과)
한국문인협회 정읍지부 내장문학 회원
한맥문학가협회 부회장(현)
4월 / 정대구
4월은 변덕스러운 날씨
누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나
개나리꽃 피고 개나리꽃 지고
진달래꽃 피고 진달래꽃 지고
살구꽃 피고 살구꽃 지고
목련꽃 피고 목련꽃 지고
1960년 419의거 젊은 피도
2010년 772천안함 46용사도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시를 쓰는 봄비 / 정대구
! 봄비가 시를 써내고 있다 총천연색으로
산과 들 그리고 그녀의 가슴속에 촉촉이
연초록 나뭇잎 끝에서 일어서는 엔트로핀
눈부셔라 내 몸을 휘감아 번쩍 들어 올리네
농사짓기와 시짓기 / 정대구
농사짓기는 풀과의 전쟁!
시짓기는 말과의 전쟁!
(손톱 지문 다 헤지도록 시와 농사를 해본 내가 평생 터득한 결론)
풀 풀 풀 풀 풀
말 말 말 말 말
어지러이 얽히고설키고
억세고 무잡한 말 말 말 풀 풀 풀 속에서
살을 베며 피를 말리며 골라내는
가꾸어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알토랑 같은 최초의 말
최종의 풀
나의 배고픈 살을 살리기 위해
나의 썩어가는 얼을 얼리기 위해
(아시겠지.
살과 얼은 한 몸의 안과 밖)
정대구 : 경기도 화성 출생. 문학박사.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나의 친구 우철동씨> <겨울기도> <무지리 사람들> <우리들의 베개> < 남촌 에 전화를 걸며> <수색쪽 하늘> 등 다수.
장미 / 김백
오늘 아침
장미 덩굴을 손질하다
붉은 비의悲意가 손끝에 맺혔습니다
오, 순수의 모순이여
사랑을 위해 장미를 꺾고
사랑을 위해 가시에 찔려 죽은
나의 릴케여
그대 묘비명이 오늘 아침 나를
이리도 아름답게 찌릅니까
장미를 닮은 그대여
그대는 진정
내 영혼을 찌르는 황홀한 가시입니까
저물녘 선소나루 / 김백
섬진강 선소나루에 섰다
저문 生을 지고서야 유년의 강가에 섰다
샛강 작은 울음들이 떠내려와
큰 울음이 되는
강물은 속울음 울며 흘러가고 있다
강가에서
노를 깎고 배 짓던
느린 강물같은 사람들 다 어디로 갔는가
유월초승달도 숨어 버린
도라지꽃 멍울 맺던 신새벽
내 붉은 탯줄 저 강물에 던져졌느니
내 첫 울음소리 흘러 흘러 갔느니
출렁거리기만 하다가
한 번이라도 거슬러 보지 못한
쓸려간 울음이여
물결도 부서지면서 자국을 남기는데
나, 시원의 울음 찾아 여기 섰는데
김백; <문학공간>으로 등단. 양산시인협회 회장. 한국시인연대 이사. 한국문인협회. 창작21작 가회 회원.
시집 <자작나무숲에 들다>. 월간 문학공간 <문화산책> 연재중
붉게 물들다 / 정 경 남
검게 말라버린 꽃봉오리를 본다
죄없이 죽은 짐승의 눈이
저리 적막하리라
꽃이 피는 것이 상처라면
꽃이 지는 것은 혼돈 이리라
금간 틈으로 스며든 바람에
꽃의 영혼이 까맣게 말라 버렸다
마른 시간의 최후에 눈물겹다
이미 저버린 꽃은 꽃 아니지만
내 마음에서 꽃 떼어 내지 못하면
그건 지지 않는 꽃이다
한번, 묶어진 것들은 쉽게
풀어내기 힘든 연줄이지만
이제 내가 꽃대를 풀어놓는다
꽃의 슬픔이 내게 물든다
두 눈 붉게 물들었다
시집 / 정경남
시를 쓰다 두통나 시집을 베고 누웠다
한 권은 너무 낮아 두 권을 더 포갰다
남의 시집을 베고 자는 것이
그늘 아래 낮잠처럼 편하지 않고
자꾸만 시집 속으로 머리가 빠져든다
허공에서 네 이놈 하는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나 시집에 절한다
삼천 배 절하지 않고 얻은 시는
시 쓰다 졸음 오면 베고 누워
낮잠이나 자는 시집 될까 두렵다
한 권의 시집도 펴내지 못한 내가
삼천 배 절하고 쓴 그 시들 베고 누워
편안한 그늘처럼 잠들기 바랐으니
참으로 염치없고 아프다
등짝에 죽비를 얻어맞은 듯
온몸이 얼얼해 진다
정경남: 경남 하동출생. 2006년 열린시학 신인상 당선. 양산시인협회 사무국장
카랑코아 / 김진아
내가 어느 때나
기억할 수 있는 단 한 분
갈대숲 외기러기
날 버리고 떠났을 때
곁을 살그머니 내주는 분
봄이 내 뜰에
마침내 당도하면
차 한 잔으로 마주하며
나누는 세상 이야기
맞장구 주고받을 수 있는
베란다 카랑코아
한 분
* 카랑코아: 꽃이름
바람아 꽃을 때리지 마라 / 김진아
엄동을 견딘 바람 맞이 목에서
목련의 자유가 터진다
들꿇는 신열
욱신거렸던 뼈마디만큼
세월사이 뻐져나간 아픔
물관 타고 오는 길 뜨거움에
하얀 꿈 피워내면
그리움 자국
꽃잎으로 웃어질까
짧은 생애 지나간 자리
견딜 수 없는 살갗
삶의 궤적은
길 위에 젖어
거친 바람의 발목을 잡고
흔들리며 흔들리며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네
김진아: 월간 문학저널 신인문학상(2007) 당선 .한국 문인협회 양산시인협회 회원.
시집 <동해는 젊다> 출간(2008)
그 산 오르면 / 김옥현
산비알 오솔길
복사꽃 흐드러지다
붉은 마음 겨우내 삭혀
가지마다 풀어내는
도화살에 휘둘려서
불로장생 신선을 탐해서
가파른 길 한사코 오르는 그대
서산에 백로가 나니
장지화와 함께
쏘가리 매운탕에
도화주 한 잔 간절하다
산정에 기어코 오르니
사방은 드넓은 도원
뭇난리에도
세상은 무심히 모르네
도끼자루 다 썩어도
무심히 모르네
시명골 산책 / 김옥현
새벽 잠 덜 깬 산
뻐꾸기 울음 안개속에 피는데
골에 흐르는 독경
돌틈에 잦아들고
푸른 잎방석에 가부좌 튼
자귀 꽃동자 짙은 향기
물소리 가득 넘쳐난다
저수지에 당도한 물
입정에 들어
한 점 움직임 없이도
하늘 산 모두를 품었다
구름 흐르고 새 날아도
수면은 잔잔한데
느린 걸음에도 숨이 찬
내 드리운 그림자만
물에 일그러지고 있다
김옥현: 월간 <문학공간> 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양산시인협회 회원
시집; <눈길 너머로 창을 내고>
봄 날의 수채화 / 박현옥
비에 씻긴 햇살이 배시시 웃는다
무채색에 옷을 벗고
휘파람 불며
햇살에 기대선 바람
꽃망울 터지는 소리에 장단 맞춰
앞집 흰둥이
아지랑이 쫓아 뛰어다니고
분홍치마 날리면서
뛰어노는 아이의 손끝에도
조물조물 봄을 묻혀낸다
향긋한 땅의 기운 파내는
농부의 바쁜 얼굴의 맺힌 땀을
바람은 연둣빛 옷소매로 닦아 주고
보랏빛 향기로 가득한 내 작은 뜰에도
기다림의 시간이 움터오는
작은 소곤거림이 있다.
저물녘 / 박현옥
장독 위로 스친 바람에서
엄니의 향기가 난다
대나무 둘러친 촌가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저녁연기
목화솜 같은 따스함에
엄니의 숨결 느낀다
낡은 문풍지 팔랑 이는
문 밀치고 들어서면
거기
울 엄니 반길 것 같아
창살 없는 문 밀친다
박현옥: 전남 화순 출생. 2007년 대한문학세계 詩 "행복사냥 "등 2007년 대한문세계 수필 "실타래" 등단. 2008년 대한문인협회 향토문학상 수상. 2008년 현대시를 대표하는 특선 시인선 선정. 2009년 창작문학예술인 금상 수상. 2007년 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문예대학 수료. 양산시인협회 회원
저서 시집 출간 <사랑한다는 말로도 >.
사랑은 아름다운 구속이다 / 김유선
유월의 햇살보다 뜨거운 사랑이
행복의 울타리 안에서
위대한 꽃이 핀다
시간이 부르는 소리
바람 이는 마음에
사랑은 정성스럽게 하나 둘
조금씩 함께 그려가는것
미완성된 그림을 바라보고 덧칠하듯
그렇게 완성하는 사랑의 존귀함은
신이 내린 선물이며
아름다운 구속에서
사랑은 영원한 진행형이다
봄 / 김유선
봄비 내리고 난 자리에
불어오는 마파람
살랑살랑 춤을 추면
핑크빛으로 곱게 단장한
진달래 꽃망울 터지는 소리
내 가슴에 들려오고
눈웃음 머금은 벚꽃은
화사한 모습 드러내려 서둘러
우리 곁으로 달려옵니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오랜 기다림이
아름다운 정점으로
치닫는 아지랑이들
말로써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새봄의 향기
봄빛마저도 부드러움으로
분홍빛 곱게 안고서
모든 이 가슴에 다정함으로
다가옵니다.
김유선: 2008년 서정문학 등단. 만해 시맥회 회원.서정문학 회원. 한국 디지털사진작가협회 회원 . 양산시인협회 회원
법기 수원지 / 최은주
몸 하나 달랑 거리며 가더라도
다 만날 수 있는 거라네요
편백나무 쭉쭉 뻗어 올린 몸을 보며
삐져나오기 시작한 허릿살에
살짜기 힘이 들어가는 건
아직은 여자이고 싶은 욕망이라고
허허 눙칠 수 있다지요
아흔 살 적송의 늙은 몸피 결을 따라 읽다보면
신발 속에서 저들끼리 뜨거워진 발가락
힘이 풀릴 지도 모르지만요
삐비꽃과 찔레꽃의 수위높은 애정행각 쯤은
아주 사소한 농담처럼 잦은 일이라고도 하는 군요
그러고 보면 부산스레 요사를 떨며
뷰파인더에 담아 낸 법기리의 행적,
차라리 지워내고 싶다지요
소문에 밀려 찾아 들었으나
내 곤궁해진 행려 꾸러미 잠잠한 물길에 밀어 넣은 건
바람이 눈감아 줄 거라는 믿음 때문이지요
間 / 최은주
허물 벗어 둔 여름을
간간 숲의 그늘에서 만난다
달각 거리며 걸어 온
침입자는 화닥거리는 발바닥
지긋이 눌러 길 위에 부리다
깃이 물들어 가는 이파리
슬그머니 끌어다 볕의 곁으로 놓아준다
곧 붉어져 타오를 것임을
바람은 다 알고 있다는 듯
계곡물 풍금 소리 맞춰
끄덕 끄덕 천성산 자락으로
나는 구긴 뒤축을 펴며
숨어있던 계절 툭, 툭 마저 털어내고
산 사 간 다
최은주 : 2010년 시와경계 신인상. 다울문학 동인.양산시인협회 회원
하얀 카네이션 / 우재호
올라오면서 산바람 한 점 툭,
건드렸을 뿐인데 당신은 벌써 나와 계셨군요
당신이 꽃이 되기 전
봄이면 굶는 날이 참 많았지요
빈속에 훔쳐 먹은 술찌끼미가
온몸을 진달래 꽃물에 푹 담구던 날이었지요
장롱 깊숙한 곳에서 당신의 쌈짓돈을 꺼내
야간열차에 내 꿈을 실었지요
밤새도록 헐떡이며 달리던 기차는
낯선 서울역 광장에다 나를 토해 내데요
붉은 유리창 너머에서 걸어 나온 젊은 여자
놀다 가라 붙잡는 걸 뿌리쳤더니
취직자리 구해준다 하데요, 따라갔더니
남의 주머니속 지갑을 몰래 꺼내오라 하데요
화들짝 놀라 도망쳤지요
고향하늘 별보다 더 많은 서울의 집
그런데도 나는 갈 곳이 없었어요
막다른 골목에서 쭈삣쭈삣 들어선‘중화장’
다락방에 끼어 새우잠을 자면서
철가방이 손에 익을 즈음 아버지가 오셨데요
내려가자는 한 마디에
고삐 매인 소처럼 따라 나섰지요
누나가 내손을 꼬옥 잡으며 그러데요
“그렇게 훌쩍 떠나니께 니는 마음 편트나”
“엄마는 그날, 대문 앞에서 밤새도록…”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슴 한복판에서 쿵,
집채만한 운석 하나 떨어지는 소리
들렸어요 어머니
바람인형 / 우재호
나는 도시의 뒷골목에서 태어나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거리에서
맨몸으로 살아 왔다.
그러나 아트점 예쁜 인형들을 시샘하지 않고
지나가는 연인들을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내 몸은 늘 검은 땟국이 흐르지만
이른 아침부터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성 바르게 고개를 숙이거나
몸을 꼬며 교태를 부린다
그러나 취객들은 나를 향해 배설도 하고
담배꽁초를 던져 화상을 입히기도 한다
팔랑거리는 가로수 잎사귀와
밤이면 빌딩 위로 떠오르는 달을 보며 위안을 삼는다
가끔 스치는 바람에게 상처를 맡기지만
새벽이면 괜스레 눈물이 흐른다
내 안에 바람만 가득하여 실없이 보일지라도
노숙한 사내가 지나가면
내 상흔을 들추며 기꺼이 춤을 춘다
우 재 호:
경북 문경 출생
서울과기대 건축공학과 대학원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주)예은엔지니어링 대표
2011년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 등단
2011년 문경시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최우수상
남양주문인협회 회원
문예사조문인협회 회원
한국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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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손희자 시인님 큰일 하셨네요 늘 열심하신 우리 시인님 봄 안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