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시간 전 영덕군 강구면의 한 식당. 식당 아주머니와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가던 도중 영덕군의 소개를 잠시 부탁했다.
“대게가 제일 유명하제! 그라고 해맞이공원도 좋데이~ 그거 아나? 강구초 축구부 아들 우승도 하고 축구 억수로 잘한데이~”
아주머니의 대답에서 이 곳을 방문한 이유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 곳을 방문한 이유는 바로 ‘화제의 팀'인 강구초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들어선 강구초. 하지만 첫 인터뷰이로 선정된 감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그의 모습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과연 최호관 감독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안녕하세요. 제가 경주에서 급하게 오느라 늦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사실 최호관 감독은 인터뷰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21일부터 경주에서 펼쳐지는 ‘2012 국제유소년(U-12) 축구대회’의 코치직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 바쁜 와중에 귀한 시간을 내어준 그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며 인터뷰의 운을 띄워 보기로 했다.
왕중왕전 진출 확정과 24년만의 경북축구협회장배 축구대회 우승. 가장 먼저 2012년의 상승세의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초등학생은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편이에요.”
다소 의아했다. 과연 그가 말하는 자유는 무엇일까. “여름철에는 훈련을 마치면 계곡과 해수욕장으로 물놀이를 가죠. 그리고 아이들과 가끔 PC방에서 ‘서든어택’이라는 게임도 하는데 서로 축구 이외로 교감할 수 있는 것 같아 좋더라고요.”
물론 무조건적인 자유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그 책임은 곧 축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놀기만 했다면 성적이 나올 수 없었겠죠. 그러한 자유를 줄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이 훈련에는 축구에만 충실했기 때문이죠.”
그는 가끔 선수들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고 한다. “지금 6학년 아이들이 축구를 정말 즐기고 있어요. 그래서 물놀이 가자고 해도 훈련이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제가 봐도 대단하더라고요.”
해체 위기를 이겨내고 부활한 강구초 ⓒ유성웅
하지만 이러한 영광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부임했던 2010년, 그는 한 숨으로 상황을 대변했다. 감독직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그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칫 해체 위기에 몰릴 축구부를 위해 선배로서 모든 걸 바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엉망진창이었죠. 축구부에 선수가 7명이어서 리그를 진행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어요. 저의 모교 축구부가 무너져가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그는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우선 선수 수급이 최우선 과제였다. 선수를 모으기 위해 그는 동부서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때 제 월급의 대부분이 기름값으로 나갔어요. 어떻게 해서든 선수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의 발품으로 팀도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본을 강조한 훈련법을 택했다.
“저는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는 공을 주지 않아요. 몸의 자세를 바로 잡는 연습을 하게하고, 이후에 기본기와 팀 전술훈련에 투입시켜요.”
그렇게 최호관 감독은 팀을 위기에서 구하며 선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도전에는 한 사람의 존재가 큰 힘이 되어줬다. 국가대표 수비수로도 활약한 바 있는 FC서울의 김진규. 최 감독의 용기 있는 도전에 누구보다 박수를 아끼지 않았던 친구다.
“진규와 저는 강구중에서 같이 운동을 하며 절친이 되었죠. 제가 감독을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진규가 유니폼도 맞춰 주고 발전기금도 쾌척하고 한 번씩 찾아와서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줘요. 덕분에 제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죠. 참 제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친구죠.”
올해로 만 28세가 된 최호관 감독. 서른을 앞두고 있는 나이지만 아직 그는 젊다. 젊다는 것은 곧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저는 바닥부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또 도전할 생각이에요.”
그의 사고만큼 목표 역시 원대했다.
“목표는 우승이죠. 8월에 열리는 화랑대기에서도, 그리고 가을에 있을 왕중왕전에서도 꼭 우승을 해내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나자 파이팅을 외치며 황급히 대회 장소인 경주로 다시 향하는 최호관 감독. 그의 ‘긍정 바이러스’가 강구초를 통해 한국 유소년 축구에 흐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