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궐산(646m) (전라북도 순창군 동계면) 용에 올라타 환상의 산세를 즐긴다.
푸른 숲과 험준한 바위 절벽이 어우러진 용궐산은 용의 기운이 넘치는 아름다운 산이다. 북쪽, 남쪽, 서쪽이 국내 5대 강의 하나인 섬진강으로 에워싸여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을 내려다보며 거대한 암벽에 시설한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벼랑 길을 걷는다. 거대한 용녀암 암반에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데크 계단이 잘 시설했다.
용궐산 남쪽 가파른 암벽 4부 능선에 나무 데크로 조성한 하늘길은 용여암의 거대한 암반에 무려 953계단으로 만들고 군데군데 조망대가 있어 사색하고 쉬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게 했다.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아 이름 지어진 하늘길은 전망대인 비룡정까지 1096m쯤 된다. 산행종점인 섬진강엔 요강바위를 비롯한 특이한 형상의 바위가 많다.
용궐산의 처음 이름은 용녀산이었다가 용의 뼈라는 죽은 의미가 담긴 용골산으로 불렸는데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기운을 받자는 주민들의 바람을 담아 2009년 4월 정부 고시로 용이 거처하는 집이라는 뜻을 갖은 용궐산으로 개명된다.
용궐산의 모산은 금남호남정맥의 산 장수 팔공산(1151m)이다. 팔공산서 정맥을 이탈하여 남서쪽으로 곁가지를 친 산줄기가 성수산, 삼봉산, 고덕산, 봉화산, 응봉, 원통산 등을 거쳐 약 50.2Km를 뻗어 불끈 들어 올린 바위산이 용궐산이다. 이정표 푯말
용궐산 자연휴양림에서 등산이 시작된다(11:04). 조금 경사 있는 바위 계단 길로 산에 올라간다. 7분쯤 오르니 하늘길 0.4Km, 매표소 0.2Km란 이정표가 서 있다. 계속되는 바윗길로 소원을 비는 작은 돌탑을 지나 하늘길 초입의 안내판에 이른다(11:22). 하늘길 초입의 안내판
용궐산 하늘길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읽은 다음 암벽에 데크로 만든 하늘길을 걷는다. 하늘길은 수려한 암벽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이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사람에게 교훈을 주는 사자성어가 쓰여 있어 정신을 수양하게 한다. 호연지기, 산광수색, 줄탁동시, 엄마의 마음을 나타내는 의려지망, 절발역주가 쓰여 있다. 데크를 걷다 뒤돌아보면 섬진강이 발아래 흐르고 왼쪽의 벌동산과 오른쪽의 두류봉이 뚜렷하다.
김정희 선생의 만년작품인 계산무진(시냇물과 산은 끝이 없다)은 바위에 새겨져 있고 상선약수, 수승화강, 비룡재천, 용비봉무, 자타불이는 표지판에 쓰여 계단에 붙어 있다. 군자의 마음을 나타내는 지자요수, 인자요산은 바위에 쓰여 있고 인걸지령, 인향만리, 금란지교, 기우멱우가 쓰여 있다.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곳도 있고 평평하게 진행하는 데크도 많아 한쪽에 앉아 아름다운 경관을 전망하며 탁 트인 주변의 멋진 경관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기에도 제격이다. 평평한 데크도 많다.
잠시 뒤돌아보니 섬진강 너머 바위산인 벌동산(461m)이 가깝고 왼쪽은 무량산(586m)이 솟아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용궐산이 삼각형 꼭짓점처럼 마주 보고 있다. 서쪽은 회문산의 큰 산줄기가 길게 펼쳐진다. 조금 후 백두대간과 장백정간, 13 정맥의 모든 산의 족보인 산경표를 편찬한 신경준(1712-1781) 선생의 안내판이 있는 곳을 거쳐 조금 더 나아가니 우리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유묵인 제일강산이 바위에 새겨져 있어 눈길을 사로잡고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11:35). 전망장소 비룡정(오른쪽은 벌동산)
머나먼 땅 중국 여순 감옥에서 사형을 기다리며 다시 가볼 수 없는 조국 강산에 대한 그리운 심정이 담긴 귀한 이 글은 1972년 8월 16일 보물로 지정되었다. 곧이어 전망대인 비룡정에 올라선다(11:37). 비룡정엔 많은 사람이 쉬면서 즐거운 표정으로 산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있다. 험한 바윗길을 바라보는 필자의 친구 이현호 대원
고스락(정상)을 향해 산길을 걷는다. 이곳부터 고스락(정상)까지는 1.3Km쯤 되고 급경사의 산길로 이어진다. 험한 바윗길을 거쳐 완만히 늘어진 고개라는 느진목 안내판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로 13분쯤 올라간다. 이어 조금 완만해진 길로 걷다가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산에 오르는 20대의 젊은 산객도 바윗길을 오를 때는 힘들어하고 있다. 밧줄이 매여 있는 작은 암벽을 오른 다음 된목에 닿는다(12:04). 고스락의 서정복회장(대전광역시등산연합회 1대회장)과 필자
정상 0,4km, 용굴 0.3Km 이정표가 서 있다. 이어 가파른 오르막길로 바위도 타면서 고스락에 올라선다 (12:20). 데크가 있는 정상은 사방팔방 막힘 없는 천혜의 조망대라 가슴이 벅차오른다. 북쪽으로 산의 모습이 좋은 매봉(609m) 너머 시곗바늘 방향으로 장수 팔공산이 보이고 백두대간의 산 남덕유산과 덕유산이 조망된다. 멀리 지리산이 아스라이 조망된다.
금남호남정맥의 종산 장안산과 함양 백운산도 보이고 함양의 큰 산인 괘관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지리산의 웅장한 산줄기가 펼쳐져 바래봉, 만복대, 반야봉, 천왕봉까지 조망돼 탄성이 터져 나온다. 남쪽은 무량산과 곡성의 바위산들인 문덕봉, 고리봉, 동악산이 뚜렷하고 그 뒤로 순천의 모후산과 조계산이 보이고 광주의 상징 무등산이 둥그런 모습으로 산악미를 뽐낸다. 회문산이 지척이고 그 너머로 강천산, 추월산, 백암산의 호남정맥 산줄기가 펼쳐진다.
서쪽은 회문산이 큰 산으로 가까이 있고 강천산과 추월산이 조망된다. 백암산, 내장산, 방장산도 보이고 여분산 뒤로 호남정맥 산줄기가 길게 뻗어 나간다. 늦게 올라온 서정복 대전등산연합회 1대 회장을 비롯한 수요산악회 회원들과 오찬을 한다, 복분자술과 담근주를 함께 마시니 취기가 오른다. 고스락(정상)서 내려가는 급경사 데크 계단
정상을 뒤로하고 이현호 대원과 함께 예전에 꼭대기 바위에 세워진 용궐산 표지석을 넘어 잠시 내려서다가 올라선 봉우리서 산에서 내려설 때 윗옷과 산행 메모하는 수첩이 보이지 않는다. 취중이라 정상에 놓고 온 것이 확실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 수첩과 웃옷을 챙기고 정상을 뒤로한다(13:15). 이곳부터 산행 종점인 요강 바위까지는 2.6Km쯤 되는데 임도 길로 1.1Km를 진행해 어렵지 않은 하산 코스이다. 삼형제봉 바위
급경사 데크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 삼형제봉 바위를 만난다. 바위에 나뭇가지로 받쳐 놓아 바위가 넘어지지 않게 지탱하고 있다. 서정복 회장의 친구라는 분과 이현호 대원과 여러 이야기를 나무며 산에서 내려서니 임도 삼거리가 나타난다. 요강 바위 1.1Km, 용궐산 1.5Km란 푯말이 서 있다. 이어 임도를 따라 내룡마을을 거쳐 섬진강 차도에 닿아 즐거운 산행을 마친다(14:20). 특이한 요강 바위
오후 3시 30분까지 시간이 주어져 있어 섬진강에 있는 요강 바위를 보러 간다. 남쪽으로 흘러가는 어치리 섬진강엔 침식 작용으로 구멍이 뚫린 바위가 많다. 특히 커다란 요강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진 ‘요강 바위’는 둘레 1.6m, 깊이 2m 정도 구멍이 파였다. 이 일대는 수만 년 동안 물살에 깎인 기묘한 바위들로 전시장을 이룬다.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고 발도 씻어본다. 이어 강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부침 전에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고스락서 바라본 남쪽 풍광(곡성과 순천의 산들이 보이고 무등산까지 조망된다)
용궐산 등산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멋진 산행이다. 고스락에서 수많은 산이 산수화처럼 아름답고 장중하게 늘어선 풍경을 감상하면 가슴이 탁 트이고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는다. 먼 산은 먼 산대로 가까운 산은 가까운 산대로 나름의 독특한 산세를 읽을 수 있으니 이렇게 아름다운 산하를 바라보기 위해 용궐산 고스락을 오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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