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의 메인 화면 |
기본적인 부분은 전형적인 RTS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다. 유닛을 만들어내려면 자원이 필요하고, 그에 필요한 자원을 채집하고, 더 강한 유닛을 만들기 위해 그에 필요한 건물이나 기타 업그레이드 요소를 사용하는 것. 이는 모든 RTS의 공통 요소이지만, 어떤 게임은 재미있고 또 어떤 게임은 정말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독특함이 잘 살아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AOE3의 가장 큰 특징은 개척 시대를 다루고 있는 만큼 홈시티의 지원이라는 새로운 요소일 것이다. 개척이라는 테마는 SF이건 그렇지 않건간에 이미 여러 게임들에서 사용을 해왔다. 하지만 전격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경우는 없었다. 단지, 개척지에 와 있는 사람들이 어느 나라 사람이라거나 어느 별 사람이라는 정도로만 설정되어 있을 뿐이었다. AOE3에서의 홈시티는 단지 이름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척지에서의 활동이 많아지면 그에 필요한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해준다.
홈시티는 대부분 개척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머나먼 항해 뒤에 도착을 하는 것이니 만큼 개척지에서 직접 뭔가를 만들어내고 생산해내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원래 이런 것이 없던 게임들만 즐겨왔기 때문에 처음 홈시티를 경험하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지 몰라도, 싱글 스토리 모드 진행을 하다 보면 간혹 설정 상 홈시티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빈 듯한 느낌이 든다.
경험치를 기반으로 해서 홈시티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을 추가할 수 있다 |
홈시티의 겉 모습도 게이머가 직접 바꾼다 |
홈시티는 정적이지 않다. 특정 시대로 접어 들어야만 어떤 종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제한적이지만, 지원을 원하는 부분에 대한 설정은 게이머가 직접 조정할 수 있다. 여기에 RPG의 경험치라는 요소가 약간 첨가되었다. 지원 받고자 하는 요소는 모두 '카드'라는 것으로 구분되어 있고, 경험치를 기반으로 홈시티의 레벨이 높아지면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의 수가 많아진다. 게임 진행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카드를 트리 구조 속에서 선택할 수 있고, 실제 진행에서 그것을 활용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홈시티의 모습도 게이머의 손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거리의 건물에 있는 간판을 수정하고 건물의 지붕 색상을 변경하고, 악사가 길거리에 오갈 수 있게 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많다. 특정 장르 기반의 게이머마다 게임을 즐기는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고, 주류라는 것이 있기에 이런 부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지는 각 게이머의 몫이겠지만, 건물을 짓고, 자원을 채집하고, 유닛을 만들고, 업그레이드해서, 경쟁자보다 더 나은 전략으로 적을 무찌르는 반복적인 작업을 다른 게임에서 이미 숱하게 겪어온 사람들에게는 매우 독특하면서 색다른 재미 요소로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스크린샷을 보는 것만으로도 타격감이 느껴진다 |
실제 건물이 파괴된 것같은 느낌 |
두번째 특징은 싱글플레이 모드의 확장이다. 대부분 게임플레이 모드는 혼자 하는 싱글과 네트워크 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즐기는 멀티로 구분되고, 그 사이에 멀티를 위한 준비 작업에 속하는 단발성 스커미쉬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 구성이다. 스커미쉬는 싱글이면서 멀티플레이와 흡사한 상황을 제공하거나 그렇게 설정할 수 있어 멀티플레이 연습용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AOE3는 스커미쉬를 세부적인 두 가지 옵션으로 구분해, 한쪽은 싱글플레이 모드 확장을 경험할 수 있게 했고, 다른 한쪽으로는 멀티플레이 연습을 할 수 있게 배려했다. 대신 일반적으로 스토리 모드라고 부르는 기본 싱글플레이 모드 자체는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모건 블랙, 존 블랙, 그리고 아멜리아 블랙으로 이어지는 한 가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기존 시리즈와는 달리 협소한 느낌이 든다.
소설같은 느낌을 주는 스토리 모드 덕택에 기존 시리즈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진행 자체는 극적으로 설정되어 있어 상당히 즐겁다. 기본 구성 자체가 탐험가의 활동과 그 이외의 전형적인 RTS 요소로 되어 있고, 홈시티의 발전에 필요한 경험치 획득이라는 부분이 잘 어우러져 있어 스토리 모드에서 해야 하는 특정 임무 외에도 해야할 일이 많다.
탐험가는 원주민 마을에 교역소를 세울 수 있고 보물을 획득할 수도 있다(획득은 주민도 가능하지만 탐험가는 그보다 좋은 공격력을 갖고 있다). 보물은 개척지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특정 자원을 한꺼번에 많이 얻게 해주는 것과 동시에 홈시티의 발전에 필요한 경험치 획득에도 큰 도움이 된다. 보물은 주어진 맵 전체에 골고루 흩어져 있어 맵 전체를 돌아다닐 기회까지 제공한 셈.
스토리 모드라는 것은 지정되어 있는 상황 하에서 설정 상 발전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있어 AOE3에 새로 추가된 홈시티의 특징을 모두 경험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스커미쉬 모드를 확장한 것으로 생각된다. 컴퓨터 대전 모드라는 확장 싱글플레이 모드는 궁극적으로는 적군으로 설정된 플레이어를 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게이머의 선택에 의해 쉽게 끝날 수도 있고, 홈시티의 특징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더 오래 끌고가는 것도 가능하다.
홈시티를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시다운 도시로 꾸미기 위해서는 전자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컴퓨터 대전 모드에서 초기에 선택하는 홈시티가 한 게임이 끝나더라도 계속 유지가 되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홈시티를 선택해 여러 국가를 이리저리 관리하며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어 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여러 종족의 원주민 마을이 있다 |
건축물의 공사 현장 |
유닛과 건물 부분에서도 색다른 면을 자주 경험할 수 있다. 모든 유닛은 서로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어, 최상의 유닛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총과 칼이 공존하는 독특한 시대를 다루고 있기에 균형 부분에 큰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을 매우 잘 처리했다는 느낌이 든다.
일반적으로는 칼보다 총이 강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시대의 전투 방법은 2차 대전 이후와는 전혀 다르기에 총보다 칼이 강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총기류의 성능이 현대의 그것과는 달리 한 번 발사하고 나면 재장전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더더욱 그렇다. 이런 이유로 근접전의 상황이 되면 칼이 훨씬 더 좋은 무기가 된다. 따라서 총과 대포를 사용하는 병사들 외에 칼이나 활을 사용하는 병사들도 함께 만들어 배치해야 한다.
채집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산이라는 것이 2편보다 더 왕성한 시대가 된 만큼, 그런 부분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물론 채집을 할만한 장소들이 제공되지만, 나무를 제외하면 기존 게임에서 다루던 만큼 많은 양을 제공하지 않는다. 농원을 지어 돈을 벌고, 가축을 기르는 시설을 만들어 음식을 얻고, 제분소를 지어 곡식을 얻고, 시장을 이용해 팔고 사는 작업으로 원하는 자원을 획득할 수 있다.
가격은 철저히 시장 원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많이 팔면 팔수록 가격이 낮아지고, 많이 구입할수록 가격이 높아진다. 제국 시대가 되어서야 만들 수 있는 의사당을 짓고 나면,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기능들을 접하게 된다. 적국의 홈시티 지원을 막을 수도 있고, 적이 볼 수 있는 곳을 모두 볼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즉, 맵 전체를 보기 위해 별도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
다음 시대로 발전할 때 지도자 유형을 선택한다 |
홈시티의 일부 건물은 확대해 자세히 볼 수 있다 |
그래픽은 최근의 경향 그대로 뽀샤시 효과를 사용해 화사한 느낌을 준다. 섬세함은 겉모습 뿐만 아니라 유닛의 동작에서도 느낄 수 있다. 모든 서로 다른 직업의 유닛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움직임을 갖고 있고, 바쁘게 움직이는 전투가 시작되면 더욱 더 빛을 발한다. 그래픽 중에서 눈길을 가장 많이 돌리는 부분은 건물이나 거대한 함선이 파괴되는 부분. 하프라이프 2와 F.E.A.R. 등으로 그 역할과 능력이 확실해진 해벅(Havoc)의 물리 엔진을 도입해, 건물이나 함선 등이 파괴될 때 파편이 날아가는 모습이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물론 물리 엔진 만으로는 감흥을 얻을 수 없는 것이 사실. AOE3는 그에 맞는 적당한 특수 효과도 일품이다. 대포알이 바다에 떨어져 물이 튀는 효과부터 건물의 한 귀퉁이가 부서질 때 일어나는 먼지 효과 등...
3D 전략 게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카메라 회전 부분은 게이머의 선택에 맡겨 옵션으로 회전을 켜거나 끌 수 있게 했다. AOE3를 진행하면서 조금 불편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인터페이스의 크기인데 이 부분은 1.1 패치로 곧 해결됐다. 하지만, 인터페이스 크기를 작게 하는 만큼 3D 화면의 크기가 늘어나게 되어 같은 해상도에 같은 그래픽 옵션을 설정해 놓았더라도 스크롤 속도의 차이가 꽤 크다. 게임 화면이 더 크게 느껴지는 작은 인터페이스의 화면은 처음 접했을 때에는 차이가 커 보였지만 실제로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었다. 더 나은 그래픽을 원한다면 충분히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정도.
작은 인터페이스와 기본 인터페이스의 크기 비교 |
멋진 그래픽 효과, 크기, 사운드 면에서 분위기를 압도하는 초대형 대포 |
사운드 부분도 매우 잘 되어 있다. 개별 유닛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내는 소리에서 현장감이 느껴진다. 특히 음악은 압권이다. 게임을 처음 실행해 동영상에서 듣는 음악부터 게임 메뉴 화면에서 귀를 울리는 음악,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는 중에 시종일관 귀를 울리는 음악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배경 음악의 퀄러티는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아, 미국에서는 별도의 OST 앨범으로 발매되기도 했다. 전투가 벌어지고 대포가 발사되는 상황이 오면 방 안 전체를 울릴 정도의 웅장함을 느끼게 된다. 눈 앞에 펼쳐지는 멋진 그래픽에 사운드까지 가세를 하니 전투 장면을 보고 있는 그 자체로도 만족스럽다.
한글화 역시 기존 AOE 시리즈 만큼이나 잘 되어 있다. 글꼴의 선택도 나쁘지 않았다. AOE 시리즈는 원작부터 매뉴얼의 두께가 상당히 두꺼운 편이었다. 2편도 그랬고, 3편도 그렇다. 하지만 3편에는 지난 두 편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정보 창고가 제공되어 있다. 게임 내 도움말에 담겨 있는 '역사' 항목이 바로 그것. 게임의 진행에 필요한 정보 자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분까지 비교적 간략하지만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당시의 상황을 하나하나 꿰어찰 수 있는 정도이다. 게임에서 다루는 시대에 존재하던 각 국가의 지휘관을 비롯해 각종 역사적인 사건, 각 전투 유닛에 대한 게임에 필요한 설명과 역사적인 실제 정보, 배경이 된 장소의 지리적 특성과 환경 특성까지.
치트로 꺼낼 수 있는 몬스터 트럭의 질주 장면 |
주민들도 이제는 순순히 당하지만은 않는다(총으로 반격하는 한 여성 주민) |
1편을 속속들이 즐긴 게이머라면 치트로 만들어내는 독특한 캐릭터에 대한 기억도 갖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게임의 배경이 된 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우주복을 입고 레이저를 쏘는 캐릭터 Photon Man. 이러한 기상천외의 캐릭터 치트가 2편에서 제외되었다가 3편에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별다른 특수 능력을 갖고 있지 않고 때로는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는(멀쩡한 나무를 쓰러뜨림) '몬스터 트럭(토미네이터)'이 그것이다. 여러가지 면에서 멋진 표현을 감상할 수 있는데, 그 중에는 세심한 한글화 작업을 느낄만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이동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없는 이 몬스터 트럭도 이동 명령을 여러 번 내리다 보면 말을 하는데 '고 고 고(Go go go)'라는 말이 한글 텍스트로 화면에 표시된다.
AOE3는 그래픽, 사운드, 물리엔진 도입 등 기술적인 면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게임에서는 쉽게 간과하는 작고 섬세한 부분들을 크게 부각시켜 현실적으로 납득이 갈만한 상황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게임을 진행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다른 게임들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하고 그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