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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현 섭 (보건의료노조 대경본부 본부장)
1. 본격화되는 병원 구조조정
1) 신경영전략에서부터 시작된 구조조정
현대, 삼성 등 재벌들이 병원을 설립하는 등 병원이 전체적으로 대형화 추세를 갖추면서 병원업종에서 경쟁은 본격화되었고, 이를 계기로 거의 대부분의 병원사업장에서 신경영전략이 서서히 확산되었다. 병원은 자연감원이라는 방식으로 서서히 정규직을 감소시키고 그 자리에 용역과 비정규직을 도입하고 인사제도를 정비해왔다.
최근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이 더디고 힘든 이유는, 이미 오랫동안 신경영전략을 통해 현장이 서서히 재편되고 있었다는 점과 이에 대한 대응을 사전에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데 1차적인 이유가 있다. IMF 때에도 병원업종은 타 산업업종에 비해 그 영향력이 적었고, 따라서 몇몇 경영악화된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폭력적인 정리해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병원은 인력을 감원하지 않는 대신 자연감원된 정규직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96-97년 노동법 총파업 전후로 병원현장에서는 비정규직과 용역도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IMF 구제금융 사태와 98년 노사정 합의이후 비정규직과 용역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구조조정을 보지 못함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대응은 그만큼 늦어지게 되었고, 그래서 투쟁은 그만큼 한발 물러선 불리한 상태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2) 현재의 구조조정은 가히 직격탄이라 불릴만하다.
직격탄이라 표현하는 이유는,
첫째, 현재 공공의료기관의 구조조정을 정부가 직접 두팔을 걷어부치고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직접적인 불이익(예산삭감, 민간위탁 등)을 주는 방식으로 관철시키고 있어 가속도로 붙여가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 구조조정 진척도 측면에서 그러하다. 정년단축이나 퇴직금누진제 폐지 등은 거의 마무리되었고 이제는 연봉제 도입 등 임금체계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것은 현재 병원업종의 구조조정이 상시적인 구조조정 시스템을 현장에 구축하려는 데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최근 경영개선이 미흡하다며 몇몇 지방공사의료원의 민간위탁, 민영화, 매각 결정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이젠 이전에 경영혁신안으로 압박하던 단계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원자력병원과 보훈병원의 경우에는 이미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했고 현재는 연봉제 도입을 위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원자력병원의 경우는 의사들이 ‘노조 때문에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집단사표제출로 노조를 압박하여 연봉제 부분도입까지 관철시킨 상태다.
국립대병원은 퇴직금누진제가 아직 폐지되지 않은 사업장에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다. 현재 파업 130여일을 넘겨 국립대병원 최장기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충북대병원은 병원장이 ‘단협을 지키지 않겠다’는 망발을 하면서 작년말부터 방사선과 3교대 전환, 간호사 교대근무 없애기, 식당 용역도입 등의 구조조정을 진행해왔고 이에 대항한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을 해고시켰다.
민간병원도 정부의 구조조정 구도에서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원자력, 보훈, 국립대병원에서 퇴직금누진제 폐지공세와 더불어, 사립대병원 노동자들의 퇴직금이 걸려있는 사학연금을 개악시켰다. 몇몇 국립대병원에서 퇴직금누진제가 폐지되자 현재 적십자기관에서도 퇴직금누진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수익성이 낮은 중소병원을 소위 전문화병원 전환이라는 시범지원사업을 통해 중소병원체계를 재편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부서통폐합과 인력감축이, 전환하지 못하여 더욱 수익성이 낮아지게 되는 중소병원들의 도태와 위탁경영, 집단해고사태까지 예상해볼 수 있다.
민간병원들은 자체적으로 내부구조조정에 또한 한창이다. 보건의료노조의 끈질긴 비정규직투쟁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고, 용역도입 시도도 끊이질 않고 있다. 시간외를 줄이기 위해 근무형태를 변경하고 변형근로를 도입하고 있고, 비조합원․신규입사자들․보직자․의사들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하는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2. 정부의 구조조정 관철 양상과 내용
1) 약한 고리(예산지원과 구조조정을 연계)부터 치면서 각개격파
구조조정의 내용은 대부분 동일하지만, 정부는 사업장별로 그것을 관철시키는 시기와 주타격대상을 골라서 약한고리부터 찾아냄으로써 집단적인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병원에 퇴직금누진제 폐지를 관철시키는 양상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는 원자력병원과 보훈병원부터 밀어부쳐 폐지에 성공한 정부는 그다음에는 국립대병원의 퇴직금누진제 폐지압력을 가했다. 원자력과 보훈병원이 퇴직금누진제 폐지에 동의한 상황에서 국립대병원은 더욱 어려운 조건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었다. 구조조정을 밀어부치는 데 있어서 예산지원을 연계하는 정부의 정책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원자력병원> 매각협박으로 퇴직금누진제 폐지, 연봉제 부분 도입
- 99년 파업으로 해고자 26명 발생. 99년 하반기 정부에서 원자력병원 민영화방침 흘림.
- 2000년 초 : 병원은 연봉제를 포함한 경영혁신안 논의 제의, 노조는 해고자복직과 부분적인 연봉제도입 합의했으나 조합원 찬반투표로 부결.
- 2000년 임단투 : 연구부 조합원에 대해서는 노사합의하에 연봉제 시행, 더 이상 연봉제 확대않는다는 단서로 연봉제 부분도입에 합의.
- 2000년 하반기 : 정부는 원자력병원에 대해 퇴직금누진제 폐지, 연구부 연봉제와 계약제 실시, 대학생학자금 폐지, 99년 수준으로 임금동결 등 구조조정을 불이행할 경우 1차로 예산을 삭감하고 2차로 기관매각 혹은 청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힘. (원자력병원에 대한 지원은 연구비 100억원, 건설비 72억원, 기관고유 사업비 20억원)
- 2000년 11월 : 임금체불 발생. “퇴직금누진제 받아들이면 임금지급할 것이고 안 받아들이면 매각하겠다”고 함. 노조는 12월말 매각철회와 원자력병원에 대한 구조조정 마무리에 대한 약속을 기획예산처로부터 받아내면서, △퇴직금누진제와 대학학자금을 폐지 △연월차 20일까지만 수당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휴가로 사용에 대해 받아들임.
- 2001년 2월 : 병원은 “원자력병원 경영혁신 세부추진 계획”이라는 미명아래 또다시 전면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 “노조 때문에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의사들의 집단사표와 진료거부 움직임으로 또다시 구조조정을 노조에 강요. △진료수입 증대방안 △아웃소싱(시설과,식당,행정,의료보조,조무사 등) △호봉상한제 도입하여 고연봉자 임금삭감 △연구부 연봉제 도입 △실적부진 진료과 축소 및 폐쇄 △원가분석
- 2001년 4월 : 노조는 △진료수입대비 인건비비율을 43%로 유지 △연구부문의 연봉제 도입과 임금체계 직급체계 전면개편 △인위적인 인력조정은 하지 않되 결원인원에 대해서는 외부인력 등으로 전환 △명예퇴직 및 희망퇴직 실시 등을 받아들이게 됨.
- 이후 충북대병원에서 임단협에서 병원측은 원자력병원 합의서를 노조에 들이대며 사측 안 수용할 것을 강요.
<보훈병원> 예산지원 중단으로 퇴직금누진제 폐지, 연봉제 도입 논의 중
- 2000년 하반기 : 기획예산처에서 보훈병원의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며 퇴직금누진제 폐지, 전임자축소, 자녀학자금 지급폐지 등에 동의하지 않으면 예산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지침 내림. (보훈병원은 전체 예산 중 국고지원이 80%정도에 이름)
- 2000년 11월 : 원자력병원이 퇴직금누진제와 관련하여 투쟁을 진행하고 있었고, 곧이어 국립대병원도 퇴직금누진제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는 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1월초 퇴직금누진제 폐지를 전제로 임금인상과 인력확보를 요구하며 공단측과 교섭, 조합원투표를 거쳐 한달만에 공단과 합의.
- 2001년 1월 : 퇴직금누진제 폐지를 합의하면서 공단은 더 이상 구조조정하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정부는 대학생학자금 폐지와 전임자축소 등 감사원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72억의 예산지원을 중단하였고 학자금을 일방적으로 미지급하고 있음. 또한 인력확보와 관련된 합의서를 지키지 않고 있음.
- 최근에는 1급이상 연봉제 도입을 날치기 통과→구체적인 시행에 대해서는 노사합의한다는 것으로 마무리.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2001년 10월 감사원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보훈병원 등 5개 기관에 대해서는 연말 주무부처의 기관 예산승인 때까지 지적사항을 불이행할 경우 인건비 예산에 불이익을 주도록 해당부처에 통보하고 국고에서 지원받는 사업비 예산은 배정을 유보키로 함.
<국립대병원> 예산배정 유보로 퇴직금누진제 폐지 부분 관철
- 원자력과 보훈에서 퇴직금누진제가 폐지되면서 국립대병원의 퇴직금누진제 폐지에 대한 정부의 공격이 본격화되었다. 노조에서 퇴직금누진제 폐지에 동의하지 않아 2000년 연내에 퇴직금누진제를 폐지시키지 못하자 2001년초 기획예산처는 수시배정하게 될 목적지원사업 예산 640여억원 중 서울대 분당병원 지원예산 등 총 386억여원과 강원대병원, 전남대병원의 200억여원 등이 퇴직금누진제 미폐지로 예산배정을 유보하였다.
- 이에 따라 서울대와 전남대병원을 중심으로 퇴직금누진제 폐지 강제서명 등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되었고 국립대병원이 파업일시를 맞추어 대응키로 했으나 추후협의로 몇몇 병원이 개별타결되면서 서울대병원과 충북대병원의 파업투쟁이 고립되게 되었다. 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 강원대병원은 퇴직금누진제가 폐지되었고 충북대병원은 아직까지 파업중이다.
-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하기 위한 정부의 시도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2001년 10월 정부는 퇴직금누진제를 개선하지 않은 5개 대학병원에 대해 2002년 정부 지원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하기로 했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경북대, 경상대, 전북대, 충남대, 충북대 등 5개 퇴직금 미개선 대학병원에 대해 전체 대학병원 운영비 지원 총액예산에서 대학 지원규모만큼 감액해 올해의 절반인 30억만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방공사의료원> 민간위탁 협박과 실제 위탁결정으로 구조조정 강행
- 민간위탁, 매각협박하면서 구조조정 밀어부치다가, 현재 몇몇 의료원 위탁결정
2) 구조조정 성적에 따른 예산 차등지급
정부는 예산배정을 유보하거나 삭감하는 등 협박을 함과 동시에, 예산 중 일부를 구조조정의 진척도 여부에 따라 지급하겠다고 하고 있어, 이제는 구조조정을 했느냐가 기준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했는가를 기준으로 각 기관별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국립대병원> 퇴직금누진제 폐지’순서’, 경영혁신 추진‘실적’에 따라 예산지원
- 기획예산처는 2001년 초 퇴직금누진폐지 순서에 따라 30억, 경영혁신 개선성과에 따라 30억 등 평가지원사업 배당 예산 60억원을 차등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차등지급되는 60억원은 기획예산처가 국립대병원들에 배정유보한 예산 총 700여억원 중 ‘성과급’ 성격을 갖는 평가지원사업 배정예산이다.)
- 퇴직금누진제 폐지 순서에 따라 처음 폐지한 병원에 10억, 2등은 7억, 3등은 5억, 4등 3억, 5등 2억, 6등~8등은 1억 등 총 30억을 예산배정하고 가장 늦은 병원에는 한 푼도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라 밝혔고 폐지순위는 ‘퇴직금누진제를 폐지한다’는 노사간 기명할인 합의서 또는 90%이상 대상직원의 동의날인서가 교육부에 도착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하였다.
- 퇴직금누진제 폐지와 별도로 경영혁신 추진실적에 대한 평가에 따라 30억원의 예산도 5월 중 차등배정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4월말까지의 경영혁신 추진실적을 평가하며 5월중 차등지원할 계획이며, 교육부가 공시한 ‘예산성과금 자금 신청서’에 따르면 직급별 정원감축, 일용직감원 등의 내용이 예시되어 있음.
<지방공사의료원> 구조조정에 따른 기관별 인센티브 지급
- 시도별로 행정자치부 지침과 2001년도 지방공사․공단 예산편성 보완지침 시달회의를 바탕으로 “지방공사의 경영혁신 추진 이행여부와 연계하여 2000년 예산 예비비에 편성된 인건비에 대한 집행지침에 따라 기관별 인센티브 지급율을 통보하겠다”고 하면서 지방공사별 인센티브 지급율을 일방적으로 정하여 통보함.
- 구조조정 성과에 따라 기관별로 차등지급 (예: 포항의료원 95%, 안동의료원 85%, 김천의료원 50%, 마산의료원 65%, 진주의료원 55%, 청주의료원 51%, 충주의료원 41% 등)
- 기관별 산정점수 내역: 예산지침의 인건비 집행 이행여부 30점+구조조정 및 경영혁신이행여부 70점
- 인센티브 지급 기준: 지급당시 월 기본급×85%×지급율
지방공사의료원 사례는 현재 정부가 예산지원을 중단하거나 유보하면서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좀더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몇몇 지방공사의료원은 현재 임금이 체불되거나 반납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방공사의료원에 대해 위에서 언급한 기관별 인센티브외에 기관성과급, 개인성과급 등 갖가지 메뉴를 준비해놓고 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임금은 주지 않고, 요구하지도 않은 갖가지 성과급은 주겠다고 하고 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예산 차등지급이 가지는 성격이다. 각 기관별 차등지급은 단위현장 밑바닥에까지 임금차등지급을 관철시켜 상시적인 구조조정 시스템을 현장에 정착시키겠다는 정비작업이다.
3) 상시적인 구조조정 시스템 완비를 위한 점검
정부는 해마다 ‘무엇무엇 폐지’ 등을 정부지침으로 내세우면서 구조조정의 성과를 하나씩 정비해가고 있다. 99년 국립대병원에서는 일제히 정년단축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2000년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공공의료기관의 퇴직금누진제 폐지를 폐지시켜 나갔다.
그러나 정년단축이나 퇴직금누진제 폐지 등이 정부가 해당시기 지침으로 내세워 쟁점으로 서는 경우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98년 하반기부터 공공의료기관 경영혁신안을 속속 제출하면서 99년부터 계속적으로 구조조정 각 항목에 대한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각 병원들은 정부의 경영혁신안에 근거한 자체 경영개선안을 만들어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정부는 몇 개월 단위로 기간을 설정해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평가에 기준하여 각 병원별로 예산지원의 차등을 두는 것이다. 다음의 15개 항목들은 소위 ‘국립대병원 경영혁신안’의 이행여부에 대한 정부의 판단기준으로 이행한 병원과 부실한 병원들을 항목화하여 구조조정 이행을 계속 강제하고 있다.
1)병상당 직원수 감축 2)보직감축 3)조직감축 4)위원회 통합 5)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 개선 6)직종단순화 7)과장급이상 직제 정관 명시 8)정년단축 9)연봉제 도입 10)의사중 1명 이상 병원 전문자 임명 11)보직자 임기제 12)명예퇴직수당 공무원 수준으로 조정 13)치과병원 분리계획 14)재고자산 운영 합리화 15)기자재 구입 합리화
5번 항목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인건비 지출의 기준을 생활임금이 아니라 의료수익에 비추어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인건비 자체를 당장에 줄이겠다는 것도 있지만 임금관리로 구조조정을 상시화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원자력병원은 ‘진료수입대비 인건비 비율을 43%로 유지’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이렇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임금인상율을 낮추거나 인력을 줄이거나 비정규직을 쓰거나 변형근로를 도입하거나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꾸는 등 자구책을 노조가 만들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까지 갈 수밖에 없다.
3. 공동투쟁전선을 마련하기 위하여
원자력병원에서부터 현재 충북대병원까지, 퇴직금누진제 폐지에서부터 연봉제도입까지, 구조조정 대응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그야말로 ‘각개격파’이다. 정부는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공격의 시기와 주타격대상을 골라가면서 각개격파하고 있다. 이런 방식의 공격이다 보니 노동조합이 공동의 전선을 형성하는 데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개별사업장이 곧바로 정부와 총자본의 공격과 맞닥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 사업장이 무너지면 한발 뒤로 물러서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풀이되어 몰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 사업장에서 폐지하면 다른 사업장에서는 폐지를 기정사실화하고 무엇과 맞바꿀 것인가에 대해 먼저 고민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96-97년 노동법 총파업이후 민주노총은 해마다 총파업선언으로 공동의 전선을 복구하고자 했으나, 현장의 조합원들은 이젠 믿지 않는다. 현장의 간부들 또한 믿지 않는다. 투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어떻게 접을 것인가부터 고민하고 있다. 98년 노사정합의 이후 공동의 전선은 무너져왔다. 개별사업장이 곧바로 정부와 총자본의 공격과 맞닥뜨려야 하는 현상황에서 너무나도 일반화되어 있는 현상들이다.
1) 투쟁의 시점과 요구를 주도하는 공동투쟁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의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공격에 맞서 개별단사나 특성별 대응이 아닌 본조차원의 공동투쟁전선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공공의료기관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대책회의>를 구성하였다. 여기에는 지방공사의료원, 국립대병원, 보훈병원, 원자력병원, 산재의료관리원, 적십자기관 등 공공의료기관이 총망라되어 있으며, 1)구조조정 저지 2)공공의료 확대 및 의료의 공공성 강화 3)단협사수, 노동기본권 쟁취를 투쟁목표로 하여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마련중이다.
정부의 구조조정의 계획이 이미 나와있는 상황에서 무엇무엇은 양보하고 폐지하고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없다는 것으로 투쟁을 정리하는 것은 원자력병원과 보훈병원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의 투쟁의 방향과 시점을 교란시키는 칼이 되어 다시 돌아오고 있다.
구조조정 투쟁에서 각개격파당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먼저 싸움을 조직해야 한다. 공동의 전선을 만들려면 이미 제출되어 있는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과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하고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요구를 조직해야 한다. 그러한 요구를 내걸고 공격의 시기와 조건을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
2) 공동의 전선을 마련하기 위한 조건부터 만들자
보건의료노조 안에서의 공동의 전선을 마련한다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산업업종을 뛰어넘는 지역적 연대, 전국적 연대는 지금 당장 공동투쟁을 할 수 없을뿐더러 그것을 진행할 기반자체도 너무나 허약하므로 그 조건부터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동의 전선을 마련하려면, 공동의 집회를 하더라도 형식적인 결합이외에 되지 않는 현실부터 극복해야 한다. 각 산업별 상황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출발해서 그 이해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에서 산업업종을 뛰어넘는 간부들간의 교류부터 시작해보자.
□별첨 : 공공의료기관 구조조정 양상 (보건의료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