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문화-빛고을문화예술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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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문화예술봉사단 어르신들과 세상 흥겨움 나누는거죠 실버세대들을 위한 문화콘텐츠를 '봉사'로 꾸며내는 이들이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해 광주시내 전역을 동분서주하며 문화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빛고을문화예술봉사단이 바로 그들이다. 이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이는 '헌혈왕'으로 유명한 나덕주씨. 이들은 '사랑의 향연'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매월 두차례씩 각 동을 순회하며 적게는 50여명 많게는 300여명의 노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신나는 공연과 식사, 기념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행사내용은 소박하다. 행사장소에서 가까운 노인들을 초청, 식사와 흥겨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가벼운 다과와 세상사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것이 전부다. 공연내용은 판소리, 민요, 각설이품바, 통기타 등으로 그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노년층이 즐기기에는 손색이 없다. 현재 200여명의 회원과 50여명의 단원들이 활동중인 봉사단은 이제는 웬만한 공연은 자체적으로 꾸릴 만큼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무려 7년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봉사단의 시작은 2000년 국악연수원에서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던 나씨가 전혀 다른 분야인 국악과 대중음악을 한 데 엮어내는 무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시발점이 됐다. 동·서양의 음악을 중심으로 공연활동을 펼치는 지역의 예술인들을 하나 둘 모아 봉사활동을 제안한 것이다. #그림1오른쪽#문화생활 못하는게 진정한 소외 처음 의기투합한 이들은 나덕주씨를 비롯해 모두 5명. 봉사대상은 65세 이상 노인들로 정했다.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물론 고령의 실버세대들 역시 문화생활을 마음 편이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진정한 소외계층이라는 생각에 그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기로 한 것. 실제 대부분의 문화공간이나 프로그램들은 젊은이들 혹은 중·장년층들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위축된 실버세대들은 참여가 망설여지는 것이 현실이다. 적은 인원으로 봉사단을 꾸린 이들은 광주시내 동을 순회하며 문화봉사를 시작했다. 먼저 장소를 섭외한 후 부녀회장을 만나 행사의 취지를 알리고 동참을 부탁했다. 레퍼토리는 민요, 고전무용, 트로트, 품바 등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꾸몄다. 하지만 떠돌이 장삿꾼들에게 여러차례 속은 노인들이 처음에는 부녀회장들의 권유에도 "흥! 약 팔러 온 것 아니여?"라며 손을 내젓고 돌아서기 일쑤였다. 나씨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주머니 돈을 털어 갖고 있는 장기를 선보이겠다는 마음이 처음에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어떨때는 30여분 정도 모셔 놓고 공연을 한 적도 있었다"고 회상한다. 색안경 끼고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이렇게 때로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들에 힘들어 하고, 때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고충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활동을 해 오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나씨를 지켜보던 지인들이 푼푼히 기부를 해 오는가 하면, 지역에서 활동중인 예술인들의 동참 행렬도 늘어갔다. 지역의 건설사, 인쇄업 등 조그마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은 기부금을 냈고, 예식장 등 시설을 소유한 이들은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게 5년여 활동을 펼쳐오던 나씨는 2005년 8월 좀 더 체계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사단법인을 꾸렸다. 규모가 날로 늘어가는 것도 있었지만 최소한 기부금을 보내오는 이들에게 영수증이라도 발급해주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도와주려는 이가 더 많아져#그림2왼쪽#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지만 한결같은 모습에 지난해부터 주변의 시선도 달라지고 답지도 늘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250명의 노인들에게 돋보기를 선물하기도 했다. 나씨는 "처음 봉사단을 꾸릴 때부터 공연과 함께 영화 상영도 마련해 보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그 계획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요즘은 영상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영화관 나들이가 쉽지 않은 노인들을 위한 애틋한 마음 씀씀이다. 지난해까지 매월 두차례씩 동을 순회하던 봉사단은 올 초부터는 서구의 통합자원봉사단에 포함돼 매월 한차례씩 동별 순회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200∼300여명의 관객들이 모이는 이 행사는 호응도가 높아 봉사단들에게도 큰 기쁨이다. 지난달 27일 금호2동사무소에서 펼쳐진 봉사단의 공연에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 할머니, 판소리에 맞춰 추임새를 넣고 각설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장단을 맞추는 할아버지 등 흥겨운 한마당이 펼쳐치기도. 덩실덩실 춤추는 관객보면 큰 기쁨 나씨는 "노인들이 그저 한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흥겨운 노래로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자리일 것"이라고 말한다. 매주 토요일 노인 600여명에게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광주공원 '사랑의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봉사단은 오는 6∼7월 시민회관에서 그곳을 자주 찾는 노인들을 위해 '사랑의 향연' 무대도 마련할 계획이다. 문화에 소외된 어르신 없는 그날까지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노년층들에게는 이들처럼 요란하지는 않지만 직접 찾아가며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문화수도를 표방하고 있는 광주시민들에게는 진정한 '문화적 소양'을 쌓아가는 발판이 되어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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