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도 그분은 변함이 없으셨습니다.
우간다 목장 전영식집사
안녕하십니까? 우간다목장 전영식집사입니다.
저는 1971년 대구에서 2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8남매의 장남이셨으며 매년 제사를 12번씩 드려야 하는 가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제사를 드릴 때마다 제게 일을 배우고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제사상에 올라가는 밤을 치고 문어다리도 손질하고 지방도 쓰며 조상을 섬기는 일을 도와야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집 짓는 일을 하는 목수셨고 어머니께서는 할머니를 모시며 아이들을 키우며 집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부업들을 하셨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많이 부족했지만 더 형편이 어려운 친척들에게 베풀고 동생들을 챙겨야하는 장손이셨습니다. 그래서 우리집은 항상 손님이 끝이질 않았고 오는 사람들을 반기시며 나누는 부모님을 보며 저는 자랐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저희 가족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다가왔습니다. 제가 중학교를 입학하던 그해 가을 마치 사자와 같았던 아버지의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셨습니다. 1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1986년 8월에 급성 간염에 의한 간경화증으로 46세의 젊은 나이로 눈을 감으셨습니다. 가난한 살림에 홀어머니와 처자식만을 두고 가기 싫은 아버지의 의지도, 남편을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몸부림도, 병에 좋다는 약과 치료도 아버지의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3일장의 장례는 끝났지만 아버지의 크고도 빈자리는 채워지지도 믿기지도 않았습니다. 어려서 다 알지는 못했지만 남편을 먼저 보내고 어린 3남매를 키우는 어머니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든 시절을 살아가야 했던 저희 가족에게도 하나님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그해 가을, 저의 형은 학교 친구를 따라 교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1년이 지나도록 저와 동생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형은 주말마다 도서관에 공부하러 간다고 나가서는 교회를 간 것이었습니다. 눈치 빠른 저만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의심하고 있던 어느 날 형은 제게 사실을 얘기하며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달고 했습니다. 그리고 형은 저를 공범으로 만들기 위해 교회에 같이 가자고 꼬시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형과 저는 연년생이라 서로 지지 않으려고 어릴 때부터 엄청 싸우며 컸습니다. 저는 고집도 세고 말도 안 듣는 동생이었고 형은 저의 잘못이나 비밀을 부모님께 꼭 알려주는 바른생활 고자질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바른생활 형이 엄마를 1년 동안이나 속이고, 제일 싫어하는 거짓말을 한 거였습니다.
제가 공범이 되었을까요? 아니면, 바른생활 동생이 되었을까요?
제가 이 사실을 어머니께 알렸다면 형은 다시는 교회를 못 갔을 거고 저 또한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 당시 저희 어머니는 새벽4시면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불공을 드리던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공범이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형을 따라 교회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3주 후에는 동생이 오빠들을 따라 교회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2년 후에 어머니도 자녀들을 따라 교회로 나오셨습니다. 교회에 등록을 하신 어머니는 대대로 모셔오던 제사도 없새버리셨습니다. 그리고 사십 여년이 지난 지금 어머니는 그 교회 은퇴 권사님으로, 형님은 장로님으로 섬기고 계십니다. 저와 동생은 각자 다른 교회에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습니다.
돌이켜 그때를 생각하면 육신의 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시련은 큰 고통이었고 다시 겪고 싶지않는 일이지만 하나님을 모르고 살던 우리 가족을 죄와 악습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영의 아버지를 알고 믿고 의지하게 하여주신 하나님의 계획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가 처음 갔던 그 교회는 대구 평리동에 있는 작은 개척 교회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곳에서 만난 하나님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분이시며 무한하시며 누구보다 더 나를 잘 아시며 그 섬세함이 헤아릴 수 없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이후로 어떤 어려움과 어떤 시련이 와도 그분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해 본 적도 없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그분은 변함이 없으셨습니다.
2023년 한해도 하나님은 저에게 2개의 사업장을 폐업하게 하셨고 3개의 사업장을 오픈하게 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 억 원의 손실이 났고 손실액의 2배를 다시 투자하게 하셨습니다. 오픈을 위한 자금부터 공사에 의한 법적문제, 말도 안 되는 관계인의 욕심, 그 밖의 예상치 못한 문제로 난관에 부딪쳐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목장을 통한 나눔과 기도가 큰 힘이 되었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과정이 신기할 정도로 놀랍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은혜임을 알게 되었고 그저 제가 해야 할 것은 '감사' 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항상 저희 가정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목장식구들과 구미남교회 성도님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리며 간증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