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아들 … 일과표 스스로 짜” |
2010-01-14 오후 12:15:46 게재 |
치유프로그램 참가한 뒤 게임시간 줄어 … 학교성적도 올라 “차츰 나아지고 있는 아이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상민(중1·13)군의 어머니 임 모(여·경북 구미시·39)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임씨는 인터넷 게임중독에 빠진 아들을 바로잡으러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일이 생각났다. 한때 치료를 포기하고 세식구 죽으려고 약을 사다놓고 아들과 담판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알게 된 청소년지원센터의 인터넷중독 치유 프로그램인 ‘레스큐 스쿨’에 입학시킨 뒤 ‘희망’을 보게 된 것이다. 게임 속에서 살던 아이 상민이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 이 모(40)씨는 자동차 정비와 부품을 판매하는 일을 했으며 어머니 임씨도 직장을 다녔다. 상민이는 초등학교 4학년때 예기치 않던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부터 게임과 처음 접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심심해하던 상민이는 점점 인터넷 게임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칼로 베고 총을 쏘는 사이버 공간으로 들어간 상민이는 현실세계로 나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처음에 대소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면서 사근사근하고 여리던 아이는 폭력적으로 돌변했다. 학용품용 칼을 가지고 게임 속 장면을 재연했다. 게임과 현실의 구분이 없어졌다.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반 친구들과 싸우는 것은 다반사이고 사물함이나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담임 선생님이 야단쳐도 소용없었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사라져서 운동장 교단 같은 곳에서 혼자 핸드폰 게임을 하다 선생님에게 혼나는 일도 많았다. 임씨는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보는 것 같았다”며 “대화를 하려고 해도 ‘외계인’처럼 말해 대화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명절 때 만나는 친척들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다. 6학년때는 상민이가 아침 6시에 일어나 게임을 하고 학교에 갈 정도였다. 꿈에서도 게임 캐릭터와 싸우는 악몽을 수시로 꿨다. 학교에서는 전학을 권유하며 사실상 교육을 포기했다. 어머니는 수시로 학교에 불려갔으며 집안은 모두 엉망이었다. 성적은 밑바닥에 머물렀지만 그나마 학교를 가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상민이 부모는 상민이가 예전으로 돌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했다. 병원부터 찾아가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검사를 받았다. 확실한 원인과 해결책을 받지 못했다. 아이에게 놀이치료와 언어치료를 6개월 정도 받게 했다. 양·한방 가리지 않았다. 미술치료도 했고 게임을 못하도록 수영 드럼 합기도 영어 수학 학원을 이른바 ‘뺑뺑이’ 돌렸다. 심지어 용하다는 무당을 찾아 굿도 2번 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각종 진료검사비 학원비 영수증과 빚만이 남을 뿐이었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번 일었다. 중학교에 올라간 상민이의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더 심해졌다. 중학교 앞에 한집 건너 피시방이 즐비했다. 학원갈 시간을 알면서도 어느새 피시방에 들어가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지난 5월 임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금오산에서 100일 기도를 했다. 지금이 아이에게 중요한 때라고 보고 우선 자신의 마음부터 다스리고 아이를 대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임씨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인터넷 게임중독 치유 프로그램을 상담한다는 게시판을 봤다. 혹시나 해서 전화를 하고 우여곡절 끝에 대구청소년지원센터와 연결됐다. 지난 8월 상민이는 92명의 인터넷 중독 학생들과 함께 11박12일 단기 숙박형 치유 프로그램인 ‘레스큐 스쿨’에 입소하게 됐다. 임씨는 “첫날 센터에 모인 아이들을 봤을 때 모두 표정이 어둡고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며 “우리 아이가 끝까지 남아서 마칠 수 있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교육은 알찼다. 학생 한사람과 멘토 선생님이 짝이었다. 이곳에서는 모니터가 달린 모든 전자기기는 사용할 수 없다. 부모와 입장을 바꿔 상황극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을 마친 아이들은 얼굴이 환해지며 모두들 표정이 좋아졌다. 상민이도 담임선생님이 몰라볼 정도로 수업태도가 좋아졌다. 계획표를 짜서 스스로 시간관리를 했다. 전혀 보지 않던 책을 보면서 바닥이던 성적도 중간정도까지 올라갔다. 폭력적인 게임은 전혀 하지 않는다. 컴퓨터 하는 시간도 어머니와 정해놓고 한다. 많은 아이들에 도움 됐으면 임씨는 “일단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한시름 놨다”며 “지속적으로 아이를 이끌어 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모로서 가장 후회되는 일은 혼자 있던 아이가 심심해 할 때 “저기 가서 게임 해라”는 말을 꼽았다. 임씨는 “지금 맞벌이 부부가 많은데 아이들이 마땅히 가서 놀거나 쉴 곳이 없다”며 “그런데 피시방은 학교앞부터 시작해서 곳곳에 있으니 결국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밖에 할 게 없는 게 아니냐”며 반문했다. 그는 “상민이가 다행이 레스큐 스쿨에 들어갔지만 많은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11박은 아니더라도 3박4일 정도 받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구미 = 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 전문가 조언 방학기간 부모역할 중요 방학기간 동안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 우려가 높다. 특히 하루종일 집을 비우게 되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대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자녀들의 인터넷 사용시간을 적절히 통제하면서 자녀 스스로 자아상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터넷 사용시간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아이보호지킴이’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설치한다. 이용 사이트와 이용시간을 알 수 있으며 폭력적이거나 음란한 내용은 차단시킨다. 외부에 있는 부모가 휴대폰을 이용, 인터넷 사용을 인증하는 방법도 있다. 컴퓨터는 거실 등 공개된 가족공간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성윤숙 연구위원은 “하지만 억지로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은 역효과를 내게 한다”며 “부모가 대화를 통해 중독의 폐해에 대해 얘기하고 인터넷 이용시간을 스스로 통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에서 못하게 하면 피시방 등 나가서 하게 되므로 더 안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말이다. 방학기간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와 인터넷에 대해 대화하고 중독문제를 윤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잘하는지를 파악해 그것에 맞추어줄 필요가 있다. 공부 외에 잘하는 무엇을 발견하게 함으로서 긍정적인 자아상과 자존감을 세우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중요하다. 게임에 집중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강압적인 통제도 문제지만 대책없는 방임도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윤숙 연구위원은 “부모와 대화를 하지 않은 아이일수록 현실을 도피해 가상세계로 도망간다”며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고 종교활동처럼 긍정적인 자아상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해결책의 하나”라고 말했다. 범현주 기자 ■ 치유 과정 ‘레스큐 스쿨’ 프로그램 참가 청소년 중독 완치율 79% 레스큐 스쿨’은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 인터넷중독 청소년을 위한 기숙형 치료 프로그램이다. 대상 청소년이 11박12일 동안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됐다. 당시 참여한 40명을 대상으로 한 사후조사결과 79%의 청소년이 인터넷 중독을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중독자의 특성과 성별, 연령 등을 반영해 개발된다. 지난해는 중등학생과 고등1년생으로 대상을 넓혔다. 수요 증가로 영남, 충청·호남권 등 권역별 운영으로 바꾸었다. 또 11박12일 외에 5박6일 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화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전문가의 심리평가·치료와 인터넷중독 위험성 인식, 자기통제감, 사회적 문제 해결능력 향상을 위한 집단상담·교육, 수련활동 전문가들와 함께 하는 긍정적 사고 기르기 등을 하게 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개별적으로 상담전문가와 청소년동반자를 연결해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범현주 기자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