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범주: 가정/멜로/로맨스/우정/이별/사랑]
제이의 차를 따라 운전하여 게스트 주차장에 도착한 그의 다운타운 로프트 하우스는 매우 코치한 스타일이었다.
여자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매우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었고 2층 중앙부분의 그랜드 피아노가 제이의 신원을 알려주는 듯 했다.
엘에이 팔로스 버디스에 있는 솔희와 정균의 살림집 1층 응접실에는 Steinway & Sons,그랜드피아노가 모든 가구 배치를 뒤로 밀어내고 심지어 이들의 결혼초상을 가린채 중앙에 떡하니 있는 것과 배치가 동일했다.
그리고 옆방에는 전기기타와 드럼, 트럼펫이 보관되어 있어서 제이는 다양한 방면의 재주가 있음을 알수 있었다.
“제이는 못하는게 없나봐, 하긴 학교 시절에도 여러 악기를 했지. 그때 생각나? 다들 제이는 잡기에 능하다고 놀려댔었지”
”어허, 잡기라니....! 피아노를 하려면 여러 악기를 다룰줄 알아야지 깊이가 생기고 신곡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생기는 법이야. 앙상블 연주에도 도움이 되고. 하다못해 노래라도 부를줄 알아야 해“
“알았어, 알았어.......제이 선생님! 당신의 화려한 언변은 누구도 못 당해. 난 노래도 못하고. 예고시절도 그렇고 대학 1학년때 필수였던 합창 수업하면서 힘들었던 기억 밖에는....뭐 하나 할줄 아는것도 없어.”
“그러면 지금부터 배우지, 자, 춤부터 배워볼까요, 민솔희 선생님?”
제이는 호쾌하게 웃으면서 리모콘을 조작하자 샴바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는 솔희의 손을 능숙하게 잡아 이끌었고 솔희는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솔희는 춤을 출줄 몰랐지만 제이의 손에 몸을 맡기자 자연스럽게 어깨가 흔들리며 몸이 자동으로 회전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직 연미복 드레스를 벗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날밤 춤과는 적당히 어울렸다.
시간이 지나 솔희가 조금 지쳐가는 모습을 보이자 제이는 솔희가 모르게 리모콘을 눌러 음악을 멈추었다.
자연스레 솔희는 제이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솔희가 얼굴을 들어 제이를 바라보았고 이 두 남녀의 입술이 다시 맞닿았다.
제이는 솔희의 전신을 번쩍 들어 실내를 그 자리에서 한바퀴 돌았고 그녀의 연미복 드레스가 펄럭거렸다.
그는 솔희를 자신의 침대 위에 거칠지는 않지만 약간의 충격이 느껴질 정도로 올려 놓았다.
"자기야, 불끄고 블라인더 닫어, 제발!"
어느새 더블로프트 하우스의 불빛은 꺼지고 제이의 침대 아래로 난폭하게 솔희의 연주용 드레스가 널부러졌다.
잠시 침대가 흔들리며 제이의 바지와 팬티가 떨어지고, 마지막으로 솔희의 것으로 보이는 여자의 팬티가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남자의 숨소리, 여자의 마른 소리가 로프트하우스의 드높은 천장까지 변음되어 울리고 있었다.
원래 솔희는 섬세하다 못해 신경이 예민하고 사나우며 불같은 성격에 한 얼굴로 밤과 낮이 수시로 바뀌는 여자다.
남편인 정균은 그녀의 그런 면을 알기에 아내 솔희의 심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고 노력했고 때로 솔희의 눈빛이 사나와지거나 쇳소리가 나올때 그는 전전긍긍하며 내가 뭘 잘못했지 하고 순간적으로 자기의 실수를 돌아보며 사과부터 할 생각을 가질 정도였다.
그녀가 이끌었던 젊은 여성들로 이루어진 앙상블 멤버들은 같은 음악도로서 어느 구간에서 솔희가 예민하다는 것은 감각적으로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때로 그녀들도 왜 솔희가 화를 내고 자기들을 꾸짖는지 파악을 못해서 속으로 솔희에 대한 짜증을 감추며 자기들끼리 있을때 그 자리에 없는 솔희를 경쟁적으로 씹어대는게 고작이었다,
그 이유는 솔희가 음악적으로 특히 청음이 탁월했었기에 멤버들의 문젯점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음악외적으로 솔희가 회식비를 자주 혼자 부담했던데다가, 학부 1학년때 시간을 쪼개어 메이크업을 정식으로 1년간 배웠기에 그녀의 화장솜씨가 탁월했다.
그런 이유로 솔희는 연주회 때마다 굳이 미용실을 가지 않고 화장을 스스로 했는데, 멤버들에게 화장법을 잘 가르쳐주거나 한명씩 골라서 연주회때 솔희가 직접 메이크업을 해주는 등, 그녀들 입장에선 솔희를 버릴수 없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정작 감정적인 면에서는 솔직하고 뜨겁고 충실하기까지 한 여자인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늦게 눈을 떴을 때 솔희는 오랜만에 숙면을 누린 느낌이었다.
솔희는 입천장과 혀와 히프 속의 얼얼한 기운을 만끽하며 제이의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키매 그녀의 예쁜 가슴이 블라인더를 뚫고 들어오는 햇살을 맞이한다.
옆의 제이는 아직까지도 요란하게 코를 골고 있었고, 침대 시트에 서양인 핏줄 특유의 치즈냄새가 배어 었었지만 지금 솔희에게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겨드랑이에서부터 흘러 나오는 냄새는 솔희에게 마치 야생의 세계 속의 사나이에게서 나는 특유의 산야의 냄새나 수액과도 같이 느껴졌다.
솔희는 남녀불문하고 백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미국인과 국제결혼한 여성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녀들을 이해를 할수 있을뿐 아니라 오히려 국제결혼한 여성들이 뭔가를 제대로 아는 선각자라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미국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제이는 부드러운 피부와 동안같은 동양이나 한국적 장점까지 갖추고 있는 완벽한 남자라고 생각했다.
사실 솔희는 샌디에고에서 멋모르고 분위기에 처한 정사때와는 달리, 이번엔 제대로 제이의 몸을 즐겼다.
그런데 제이라는 혼혈남성은 솔희가 가지고 놀 수준의 숫컷이 아니었다.
163센치 52킬로의 미국 기준으로 왜소한 피지컬의 그녀를 압도하는 Jay가 가진 190센치의 키에 93킬로라는 몸은 온통 헬쓰 근육으로 단련되어 있었고, 생소한 시각과 촉각을 선사해주는 다리와 팔뚝과 가슴의 털들은 마치 그녀의 여린 피부를 찔러댈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인 첫사랑 브라이언과 남편 정균과는 비교되지 않는 크기에 단단함마저 갖춘 제이의 심볼은 어젯밤 솔희의 몸과 마음을 미치게 했다.
더군다나 그런 동서양의 장점만 모두 따온 제이의 물건 상태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었다.
솔희는 샤워를 마치고 몸과 머리에 타올을 두르고 나와 테이블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갈색 가슴털이 휘덮인 가슴을 그대로 노출하고 잠에 빠져 있는 제이를 향해 미소를 보낸다.
약간의 흥분과 평화로움이 깃든 솔희는 맨 몸 그 상태로 다시 일어나 대형 창문의 블라인더를 펼치고 아침길을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과 자동차들을 응시한다.
샌디에고 연주회때 제이와 우연히 만나 정사를 가진 그날과는 또 다른 감정에 휩쌓인다.
그때보다 더 성숙하고 더 여자다와진 느낌이 자궁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는 신비한 감정....
솔희는 테이블에 올려 놓은 베이지색의 대형 루이뷔통 핸드백을 무심결에 열어 아이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정균의 음성 메모와 더불어, 놓친 영통이 세 번이나 있었다.
그러고 보니깐 솔희는 밤의 백화점 연주로 인해서 휴대폰을 꺼놓았고 급작스레 제이를 만나 10시에는 제이와 함께 백화점 건물을 빠져나오던 상태였던 것이다.
어쩌면 이토록 샌디에고 내려갔을 때와 똑같은 상황일까.
[여보, 솔희! 3일만에 영통 시도하는데 안되네? 백화점에서 알바중인가? 끝나면 알려줘. 여긴 이제 7시 30분이라 여유있으니깐 늦게라도 영통하자. 기다리고 있을께, 사랑해 솔희야, 당신을 그리워하는 이로부터]
카톡을 열어보니 정균으로부터 이런 긴 메시지 하나가 이곳 시간으로 10시 30분에 들어와 있었다.
솔희는 남편 정균으로부터 걱정하는 연락을 받아 일순간 약간의 두려움과 혼란에 휩쌓였으며 머리가 복잡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솔희는 그에게 죄책감이나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 당연하긴 한데 전혀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솔희는 새로이 생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볼수 있는 거리 가까운 인연에 충실하기로 했다.
원래 솔희와 제이와는 남사친 여사친 관계였고, 샌디에고에서는 순간적인 불장난을 저지르고 쿨하게 헤어진 사이, 하지만 어젯밤부터는 뭔가 더 발전적인 인연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것은 학생시절부터 과탑을 하던 제이가 현재는 솔희와는 비교가 안되는 격차로 벌어졌을 뿐 아니라 프로뮤지션으로서 함께 하거나 배워야할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와 연인이 되면 여러모로 그녀를 위해 매리트들이 많아질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선택을 마음먹고 남편과의 관계선을 또 한차례 넘어버린 상태지만 그렇다고 솔희는 결혼생활을 포기하거나 정균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
솔희는 잠깐 고민하다가 정균에게 카톡 답장을 보냈다.
[여보,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일이 많아서 어제 초저녁부터 정신없이 잤더니 벌써 아침인데 오디션이 오늘 오전에 먼 곳에 잡혀서 지금 또 운전 중이에요. 크고 작은 새로운 기회가 많다보니 저도 너무 정신이 없네요. 오늘 밤이라도 영통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좀더 늦은 시간이 될지도 몰라요, 암튼 당신도 오늘 식사 잘 챙기시고 건강 잘 챙기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당신 아내로부터]
“휴우~~”
그녀는 정균에게 이런 마음에도 없는 닭살 멘트를 날린뒤 뭐가 아쉬웠던 것인지 아니면 고된 일을 치룬 것이었는지 한숨을 푹 내쉰다.
“솔! 괜챦아? 좀 힘들어 보이네”
솔희는 깜짝 놀랐다.
언젠가부터 제이가 깨어 있으면서 그녀가 힘들게 문자를 보내고 있던 상황까지 지켜보았으리라.
그녀는 제이를 향해 작게 웃어 주었다.
“아니, 좀 지쳤을 뿐이야”
언제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렁크 팬티를 걸친 제이는 테이블로 다가와 솔희의 앞에 앉았다.
"내가 너무 힘들게 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나도 더 조심스럽게 대해줄께.“
정균과 문자를 주고받은 솔희의 지금 이 복잡한 심경을 모르는 제이의 그 엉뚱한 질문이 오히려 제이란 남자를 귀엽게 바라보게 만든다.
”제이 때문은 아니야, 그냥 좀 지쳐서 그래. 내 음악적인 도전도 있고, 남편과의 관계도 있고... 복잡해."
제이는 심각한 표정을 감추려는 솔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곤조곤 그녀에게 말했다.
"나도 잘 알아. 넌 항상 강한 여성같지만, 너한테 너무 오버된 임무와 목표 때문에 지쳐서 힘들어하는 순간도 있지. 그래도 괜찮아. 내가 음악일로도 너를 도울 일이 많을테니깐 일부 짐 정도는 내가 대신 들어줄수도 있을거야“
“제이, 너를 오늘 만나고 나서 신세계로 진입한 느낌이야.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직도 남편이 내게 거는 기대라던지 내가 그에게 맞춰주지 못하는거, 또 내가 이러는게 남편한테 못할 짓을 한거 같은 느낌이 들어.”
“솔희야, 너 답지 않아. 내가 아는 솔희는 그렇지 않아. 복잡하게 남편 이야기할 것 없어. 네가 샌디에고 해변가에서 한 말들 너무나도 임팩트있게 내게 받아들여졌어. 우리랑 있을 때 네 남편이 끼어들 틈이 없어, 우리끼리 있을땐 오직 우리 이야기만 하자!, 응?”
순간 솔희는 제이와 따뜻한 공감대 속으로 들어가는 안정감을 느끼며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참을 수 없었다.
솔희가 그간 목말라 했던 간단한 멘트가 바로 그거였다.
같은 세계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받는 공감과 위로는 홀로 고독과 싸워가며 음악적 세계를 구축해야 했던 솔희에겐 한줄기의 거대한 빛에 다름아니었다.
솔희는 그녀의 머릿결에 내려진 제이의 큰 손바닥을 자기 두손으로 감아쥔뒤 진심을 다해 대답했다.
“고마워, 제이! 너 밖에 없어, 너를 만난건 진짜 행운이야. 왜 이제야 내가 너의 진가를 알아보았을까?”
“나도 역시 마찬가지야. 솔희를 도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보람이라고 확신해. 그리고 네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던지 너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나는 언제나 환영할거야”
제이는 솔희를 꼭 껴안아주었고 솔희는 그의 품에서 편안함과 안락함마저 느꼈다.
어느덧 솔희는 눈물까지 주르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고마워, 제이. 정말 고마워. 정말 네가 내 곁에 나타났다는게 믿겨지지가 않아서 그래"
“언제든지 내가 여기 있어. 네가 힘들 때면 언제든지 내게 말해주던지 날 찾아줘. 우리는 함께 힘들고 행복한 순간을 모두 나눌 수 있으니까."
솔희는 어느덧 다시 눈을 감았고 제이의 입술을 받아들이는 사이 중천으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제이가 샤워실로 들어간 사이 솔희는 땅바닥에 널부러진 팬티와 란제리와 속치마를 수습해 입었고 제이가 가져온 쇼핑백을 열어보니 적당히 망사가 있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방불케하는 연주용 드레스가 들어 있었다.
그 연미복을 입고 대형 거울을 찾아 비추어보니 솔희의 핏에 딱 맞았고 연주회때나 파티때 입어도 될 다기능 드레스같았다.
“어휴, 이 녀석 선수쟎아? 샌디에고에서 만났을때 내 몸 사이즈까지 가늠했다는거아냐? 도대체 여자 몇명이랑 지내봤길래 이런 감각이 나오는거야? 나 미쳐 증말….!”
반면 솔희는 이런 투덜거림 속에서도 제이의 생각지도 못했던 자상함에 감탄했다.
솔희는 제이가 그전에 여자를 몇명 만났던 어떤 여자를 만났던 관심이 없었지만 그만큼 제이가 여러 여자들에게 인기와 사랑을 받는다는 증거라고 생각해 보니 오히려 마음이 우쭐해진다.
이제 그녀는 옷가방을 열어 어제 입었던 외출용 원피스로 갈아 입었다.
그녀는 벅찬 감동이 가시지 않은채 주방과 냉장고를 이리저리 열었다.
혼자 사는 남자답게 식재료가 부실했지만 그렇다고 레트로식품같은 없었다.
냉장고 문 안쪽에는 수입품인 IPA 맥주가 여러병 있었다.
"오호, 취향 하고는 독특하네? IPA맥주라.....맥주를 마셔도 향을 즐기신단 말씀이지?"
그녀는 엘에이의 집 냉장고 문 안쪽에는 정균이 가끔 찾는 흔해 빠진 라거계통 맥주밖에 없었던 것을 떠올리며 제이의 냉장고에 남아 있는 맥주 종류만으로도 제이란 남자가 매우 섬세한 미식가라고 생각되었고 그것마저 솔희에겐 매력으로 다가왔다.
솔희는 갑자기 시래기 국밥이라도 해먹일까 생각했지만 그런 식재료가 없어서 그냥 평범한 미국식 아침 가정식으로 베이콘과 소시지를 굽기로 했다.
그 녀석의 냉장고에는 독일식 소시지가 있어서 솔희는 한번 그 소세지에 칼집을 낸뒤 살짝 뜨거운 물에 대워 조미료와 방부제와 염분을 뽑아내고 물기를 말리는 동안, 계란 스크램블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트에서 파는 샐러드 통에서 얼마를 꺼내어 두개의 접시 위에 예쁘게 쌓고 옆에 이탤리안 드레싱소스를 놓고, 냉장고의 오렌지 쥬스를 꺼내고 커피를 내린다.
그녀는 팬티가 다시 제이의 역류된 정액 때문에 축축해져 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샌디에고에서의 정사 이후처럼 굳이 그의 흔적을 지울 필요가 없다는 것에 자유감을 만끽하며 제이의 정액 흔적을 즐기며 부지런히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솔희는 정말 아침 식사를 이렇게 자유스럽고 행복한 마음으로 준비하는게 이번이 처음일듯 했다.
그만큼 솔희가 느낀 결혼생활은 능력과 책임감을 겸비한 남편 정균을 존경하고 가정의 필요성에 애착을 가지면서도 감성에 충실한 솔희에겐 불행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오우, 예아! 굿 스멜링!!”
“이리와 제이, 아침 식사 있는 재료로 준비해봤어”
“손님이 이렇게 해도 되는거야?”
제이는 타올로 아랫도리를 가려 감싼 상태로 바로 식탁에 앉아서 먼저 양파와 어우러져 구어지고 솔희가 특별히 레몬을 짜서 겉에 뿌린 바이스트 부르스트 소시지를 하나 입에 낼름 넣었다.
“오우, 정말 지대로네?”
“생강도 있었어야 완벽한 요리야. 도대체 있는게 뭐가 있니? 특히 한식재료말야. 우리 음악하는 사람들은 뭐든지 잘 먹어야해. 배고픈 예술가의 고뇌니 성공이니 뭐니하는건 판타지 속의 이야기야. 그건 제이 네가 잘 알터인데? 더군다나 서양음식들은 짜고 달고 느끼하고, 골고루 육식과 채식이 조화된 한식을 해 먹어야 든든한 법이지”
“Yes, Mommy!”
“한마디로 잔소리 듣기 싫다 이거지?”
솔희는 제이의 타올로 엉덩이만 가리고 나와서 주책없이 음식에 먼저 손을 대는 행위가 가식없고 귀여워 보였다.
남편인 정균은 그럴리가 없었겠지만 만약 그랬으면 솔희는 불같이 화를 내며 아내 앞에서도 품격과 예의를 갖추라고 잔소리를 했을 것이었다.
“참, 그런데 솔희! 어젯밤 너무 우리끼리 맺히고 해야할 일이 많아서 잊었는데 네게 깜짝 제안 하나 하려고”
제이의 접시에 놓인 구운 식빵을 썰어 주던 솔희는 기쁨과 기대에 찬 눈으로 제이를 바라본다.
말씀만 하시면 경청하겠다는 듯이.
“내년 4월초에 내가 리사이틀을 해. 새봄맞이 연주회인데 너를 게스트로 초대할 생각이야, 어때? 누구랑 협연해 보았다는 것도 중요한 캐리어가 될텐데. 우리 회사에서 너희 회사로 정식 공문을 보낼까해”
“어머, 그러면 중간에 연주하거나 오프닝 연주같은걸 하라는 거지?”
“너한테 중간에 짧은 연주 하나 배당하고 피날레로 드뷔시의 연가 이중주곡을 함께 하는게 어떨까 해서”
“글쎄? 그거 길고 난해한 곡이쟎아? 내가 제이 옆에서 같이 친다는건 괜스레 합이 안맞을수 있고”
도저히 솔희로선 거부할수 없는 제안이었지만 솔희답지 않게 겸손을 부리며 슬쩍 뒤로 뺀다.
그럼에도 그녀의 입술이 길게 늘어지며 눈빛이 갑자기 빛남으로써 제이의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솔희, 미국생활 10년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인스러운 불필요한 겸손이 몸에 배었구만, 나랑 협주하면 일단 평론가들도 솔희를 평가하지 않을수 없어. 이곳 지역신문이나 음악전문지에 네 이름이 실리게 된다고. 그건 기회야”
이날 오전 11시나 되어 솔희는 제이의 집에서 나와 차의 선루프를 개방하고 시내의 공기를 바로 맞으며 바라본 시내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왔다.
솔희의 마음은 이제 가능성과 비젼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으며 음악적인 발전을 이루며 그 옆에는 새로운 인연이 든든히 서포트 해줄것이라 생각하니 행복감에 겨워하기 시작했다.
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님이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