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 13

[템페스트]

- 저, 신정희에요…. 재민이…… 재민이를 도와주세요…….

태민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수화기를 움켜잡았다.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들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스무 살 때 태민은 재민을 만나고 돌아온 뒤 곧바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유학을 가자마자 태민은 다시 한 번 그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갔었다. LA 사우스 센트럴 지역은 폭력 행위뿐만 아니라 살인 사건의 온상지로 굉장히 위험한 곳임을 알고 있었다.

태민은 재민 모자가 좀 더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집을 알아보고 거처를 구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일부 팔아서 사우스 센트럴의 외곽 쪽으로 안전한 지역에 쓸 만 한 집을 구하고 이사를 시켰다. 그리고 그녀에게 앞으로 얼마간 살아갈 수 있도록 적당한 돈을 주었었다. 자신이 왜 그런 일을 했는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릴 적 살아도 산 게 아닌 오로지 증오와 미움으로 똘똘 뭉친 그 괴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건지도…….

구역질이 치밀던 그곳에서 살고 있던 그들을 머릿속에서 온전히 털어버리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니, 그게 아니다. 태민은 재민의 투명한 두 눈과 마주치는 순간 뇌리에 각인된 그 눈동자 때문임을 알고 있었다.

가지 마 형.

끊임없이 맴돌던 그 말이 그를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둘 다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지만 둘에게 지워진 고통은 어쩌면 같은 건지도 모른다. 그 어린 재민에게 같은 무게로 지워진 고통이 태민의 뒤통수를 후려쳤었다. 온몸을 휘감는 상실감을 그 공허한 눈동자도 함께 느끼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태민은 큰 위로를 받았다. 자신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그 어떤 위로의 의식도 필요치 않았다. 이미 아픔은 상쇄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어떤 감정의 찌꺼기도 남기지 싶지 않은 마음에 그들을 도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 태민은 이들을 잊고 지냈다. 서로 몇 년간 연락 없이 잘 살아왔었다.

그런데 그녀로부터 문득 걸려온 S.O.S.

그렇게 위험한 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사까지 시켰는데 재민이 제 발로 다시 그곳을 찾아갔다고 했다. 태민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긴장으로 뻣뻣해져 왔다.

-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재민이가 그 위험한 지역으로 계속 발길을 두더니 지금은 아예 들어오질 않고 있어요. 제발 우리 재민이를 찾아주세요.

뉴욕에 유학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연락을 해올 정도면 다급한 상황임이 분명했다. 이미 다 털어버렸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재민은 아직도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혼자 털어냈던 과거가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 그 사실이 무섭도록 태민을 파고들었다. 암담했다.

얼마나 더 그 고통을 짊어지고 가야 한단 말인가.

태민은 벗어날 수 없는 늪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재민과 자신의 모습이 눈앞의 환영처럼 그려졌다.

태민은 유학시절 자신을 도왔던 친구(지금의 이 실장)을 통해 모든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생각보다 매우 참담했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은 재민을 놓아주지 않았고, 결국 어울리다 레독 갱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레독 갱단은 살인, 폭력, 약탈 행위를 일삼는 아주 악랄하기로 유명한 갱단이었다. 더군다나 마약까지 손을 대고 있다고 했다.

다시 그를 손짓하는 어둠의 손길이 태민을 서서히 덮쳐오고 있었다.

**

허공을 향해있던 그의 눈이 말을 멈춤과 동시에 그녀의 얼굴 위로 내려앉았다.
태민은 고요한 정적 속에 아픈 눈을 감추고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민희는 의아한 듯 그를 향해 눈을 빛내며 말없이 묻고 있었다.

그래, 어쩌면 지금 너와 같은 눈빛이었을지도…….

그런 그녀를 향해 태민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민희에게 재민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금까지 실 날처럼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무언가가 끊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차라리 홀가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세월동안 눌러왔던 것들이 휘몰아치는 지금 태민의 얼굴에는 채 다 가리지 못한 그 아픔이 드러나고 있었다.

태민에게 재민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하지만 신정희 그 여자는…… 더욱 더 태민의 숨을 버겁게 만드는 그녀. 제 어미가 받아야 했던 고통까지 고스란히 느껴야했던 태민에겐 마냥 버거운 존재였었다.

“그럼…… 재민이 어머니는요?”

태민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은 무리였다. 힘없이 미소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그저 쓰다듬었다.

“더 말해주지 않을 건가요?”

민희는 그의 아픈 미소를 보자 제 마음이 다 저려왔다. 강인한 남자가 보이는 의외의 연약함과 상처받은 모습은 몇 배로 더 절실하게 와 닿았다.

서서히 그의 입이 열렸다. 나직이 흘러나오는 소리.

“그때…….”

저를 믿고 숨겨둔 상처를 들춰내는 그의 고백에 민희는 무한한 신뢰의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가슴 벅차도록 떨려왔다. 그를 온전히 가지는 기분은 상상 못할 감동으로 다가왔다.
마치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태민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총기사고였어. 이미 내가 그곳을 찾았을 땐 그녀는 사망한 상태였고, 재민이는 많이 다친 상태였지.”

 
민희의 얼굴을 놀라움으로 잔뜩 굳어버렸다.
태민은 거기까지 말을 마친 후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민희는 가만히 몸을 일으킨 뒤 그의 고개를 제 어깨에 기대게 한 뒤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위로하고 싶었다. 이 남자를 자신의 작은 품안에 끌어안고 다독거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아픔을 모두 제가 가져가더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태민의 입술에서 진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사실…… 좋아했었나요. 재민이를?”

“… 글쎄, 많이 원망했지.”

“원망했다고요......?”

“응. 많이 원망하고 또 많이 미워했어.”

“그런데요?”

“근데 또, 미안했어.”

민희는 그의 눈빛을 보며 그 눈빛 속에 숨은 슬픔과 상실을 보았다. 그의 텅 빈 듯한 목소리에 민희는 눈물이 차올랐다. 그는 덤덤한 듯 말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그의 아픈 영혼이 울고 있었다. 그 상처받은 영혼이 민희의 가슴마저 슬픔으로 물들였다. 민희는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작은 제 품에 끌어안고 그의 등줄기를 쓸어내리며 위로했다.

“미안해요.”

“네가 왜?”

“그냥…… 그냥요…….”

그녀의 가슴에 갇히듯 기댄 태민이 민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민희는 그의 등을 토닥거리듯 두드렸다.

태민은 그 생경한 느낌에 몸이 흠칫 굳어졌다가 이내 풀어졌다. 아늑한 그녀의 품에 갇혀서 한없는 위로를 받고 있었다.

나직이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몇 년 전까지 매일같이 악몽을 꾸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극단에 온 뒤로는 어느 날 부터인가 너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죠.”

“…….”

“어린 시절은 늘 불안했거든요.”

태민은 숨죽인 채로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눈물이 차오른 태민은 두 눈을 꼭 감았다.

“어느 날 자다가 잠에서 깼는데, 극단의 단장님이 자고 있는 저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계셨어요. 전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깨면 그 손길이 사라질까봐 계속 자는 척을 했어요. 그때 자는 제게 우리 아가 편하게 잘 자라고 자장가를 읊어주고 계셨어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제가 자다가 몇 번이나 소리도 지르고 경기를 일으키듯이 놀래고 그랬었나 봐요.”

태민은 움직임 없이 귀를 기울였다.

“이젠 제가 해줄게요. 당신 옆에서 제가 그렇게 해줄게요.”

태민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 이런 감정일줄 미처 알지 못했다. 이제 겨우 스무 살의 어린 여자에게서 받는 위로는 그에게 말할 수 없는 평안함과 아늑함을 안겨줬다. 그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태민은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그녀를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지고 왔던 괴로움, 고통들이 모두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녀 앞에서는 다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그는 그녀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었다.

그렇게 하룻밤이 서로를 치유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서로를 가슴에 보듬고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둘 위로 파르스름한 새벽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

수능이 끝난 뒤 학교 분위기는 아주 자유스러워졌다. 입시위주로 돌아가는 교육정책이 빚어낸 결과로 수업은 오전 11시면 끝이 나고 수시를 넣은 학생들은 논술학원으로 가거나 예체능 준비하는 학생들은 아예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정규수업이 3시까지이지만 파행적으로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능성적표가 나오기 전부터 진학상담에 들어간다. 아직 성적표를 받지 않았지만 가채점표를 토대로 각자 지원 가능한 대학을 2~3곳 정도를 선별하고 있었다.

“아! 난 사형수의 이슬로 사라질지도 몰라.”

민석의 과장된 표현에 민이 옆에서 거들었다.

“하긴 이제 진짜 점수결과가 나오면 지옥이겠지?”

“아니야,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억울해. 내가 그 새끼들 다 죽여 버릴 거야.”

민석이 우스꽝스런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치켜들었다.

“미친놈. 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 수능문제 출제 위원을 죽인단 말이야.”

민의 타박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민석의 편에 서기 시작했다.

“야, 민석아 네가 그래주면 우리도 도울게. 같이 하자!”

가채점을 한 결과 점수가 터무니없이 내려간 반 학생들 중 몇 명은 실현 불가능한 살인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한참을 어울려 놀던 민석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민희 앞으로 다가왔다.

“너 몇 점이냐?”

“왜 내 점수로 위안 받고 싶어? 그래도 너보단 나을 거 같아.”

“그래? 너 바닥 아니었냐?”

“야 이, 미친놈아. 네가 전교 꼴등이야. 그리고 재민이야 뭐가 걱정이냐. 한강대학교가 제네 건데.”

민석이 오자 민이 쪼르르 따라와서 어김없이 민석을 타박하기 시작했다.

“하긴. 재민아, 나 너랑 친하게 지낼래. 나 많이 예뻐해 주라.”

민석이 엉덩이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민희 앞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었다. 그 꼴을 보고 있는 승현은 속이 뒤틀렸다. 하지만 내색할 수 없어진 승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강재민. 일어나. 매점 가서 배나 불리자.”

“와! 승현이 네가 쏘냐? 나도 간다.”

“그래. 가자.”

승현은 민석을 흘겨보더니 마지못해 대답했다. 민이도 따라붙고 네 명이서 매점으로 향했다.

전부 빵과 우유를 하나씩 사들고 나오다가 민석과 민이 서로 잡으러 다니며 복도를 뛰어다녔다. 계단을 오르는 중에 민석이 앞으로 뛰어가다 민희를 밀치는 바람에 발을 헛디뎠다.

“아아….”

“조심해!”

승현은 앞으로 넘어지려는 민희의 허리를 재빠르게 붙잡았다. 순식간에 승현의 품에 안긴 민희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화르르 붉어졌다. 승현의 얼굴도 마찬가지로 붉어진 채 민희를 바라보다 서서히 그녀의 몸에서 손을 떼어냈다.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 사이로 민석이 끼어들었다.

“야, 미안하다. 강재민!”

“씨발, 너 거기 안 서!”

민이 소리치며 뛰어오자 민석은 다시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민희는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다 피식 웃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승현은 뒤에서 민희를 아련한 눈길로 바라봤다. 제 손에 생생히 남아있는 그 촉감에 떠올리며 떨리는 심장을 지그시 눌렀다.

저만치 서 있던 태민은 이들의 하는 모습을 모두 다 지켜보고 있었다. 승현이 민희의 허리를 잡는 순간 태민은 그대로 달려갈 뻔했다. 주먹을 움켜쥔 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하지만 이제 졸업하면 저런 모습을 보는 것도 끝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태민은 스스로 참아내며 지켜봤다. 하지만 승현의 눈빛이 그의 신경을 자극했다. 승현을 바라보는 태민의 미간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그의 낮게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가 짙게 빛나며 일렁였다.

민희는 태민을 보지 못하고 먼저 앞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승현은 민희의 뒤를 따라 걷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에 뒤를 돌아봤다. 복도 반대편에 태민이 서 있었다. 그를 보자 욱하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 때문에 승현은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곤 그를 향해 천천히 비웃음을 던졌다. 서서히 다가오는 태민을 기다리며 1m쯤 다가왔을 때 스치듯 한마디를 내뱉었다.

“재미있으십니까?”

“무슨… 말이지? 한승현 학생?”

태민은 승현의 말에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물었다.

“전 연극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

비웃음을 가득 담은 승현의 입가가 위로 휘어졌다. 그 모습을 보던 태민의 눈빛이 더욱 가라앉았다. 태민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글쎄요.”

태민의 눈동자가 무섭게 번뜩였다. 어린 녀석이라고 우습게 봤는데, 지금 보니 보통이 아니었다. 자신을 당황케 하는 태도나 말투가 결코 쉽게 봐서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경종을 울려대고 있었다. 태민은 어느새 잔뜩 긴장하며 그를 노려봤다.

태민은 자기 삶에 있어 민희가 차지하는 부분이 커진만큼 자신의 모든 신경이 민희에게 쏠려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서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태민은 결코 그냥 둘 수 없음을 깨달았다. 본능적으로 녀석을 대할 때 날을 세우게 된다.

역시 호랑이 새끼란 말인가. 명신그룹의 장남 한승현. 그렇단 말이지.

그로 인한 압박감에 태민의 관자놀이를 타고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런 태민을 무감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승현은 검지로 안경을 밀어 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까닥 한 뒤 그를 스쳐지나갔다. 태민은 태연하게 뛰어가는 승현을 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켰다.

애송이 녀석이 감히 자신을 이 정도로 몰아붙이다니.

태민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민희는 뒤를 돌아보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였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 숨 가쁘도록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겨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승현과 얘길 나누는 둘의 미묘한 분위기에 더럭 겁이 났다.

무슨 얘길 나누는 걸까.

민희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휴게실 쪽으로 향했다. 천천히 걸어가는 그녀는 여전히 뒤를 신경 쓰며 걷고 있었다.

“강재민! 치사하게 먼저 가냐!”

어느새 달려온 승현이 환한 얼굴로 그녀의 어깨에 팔을 둘러왔다. 기다리던 녀석들도 같이 합류해서 모두들 휴게실로 향했다.

“…… 저, 형이랑 무슨 이야기를 나눴어?”

조마조마한 가슴은 그녀의 얼굴에도 역력하게 드러났다. 승현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웃었다.

“별 거 아냐. 논술 준비 잘 하라고 그러던데.”

“야, 확실히 전교 수석은 다르구나. 이사장님도 그런 신경을 쓰다니.”

민석이 빵부스러기를 얼굴에 묻히고선 끼어들었다.

“다 재민이와 친해서 그런 거지.”

승현은 평소와 다름없이 민희의 목을 끌어당기며 헤드락을 걸 듯 가볍게 몸 장난을 쳤다. 민희는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를 살짝 돌아봤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태민의 굳어진 표정에 여전히 신경이 쓰였다. 비록 자신이 믿고 있는 친구지만 승현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꾸 확인하게 되고 눈치를 보게 된다.

태민은 승현이 그를 향해 도발하듯 비웃음을 던지는 것을 보았다. 차갑게 얼어붙은 태민은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감히…… 한승현! 손 내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멱살을 거머쥐고 싶은 자신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자제하고 있었다.

왁자지껄 떠드는 무리 속에서 어울리고 있는 민희의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간간히 미소 짓는 얼굴도 태민에게는 질투를 불러 일으켰다.
그녀가 바라보며 미소 짓는 유일한 사람이 자신이어야 한다는 듯 태민은 무섭게 파고드는 소유욕에 몸을 떨었다.

그녀는 내 것이다. 어느 누구한테도 뺏길 수 없는 내 것이다.

태민은 그 모습을 돌아보다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다. 저 무리 속에 어울리고 있는 민희가 그의 품에서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오고 있었다.

휴게실 멀티비젼에서 나오는 방송을 보고 한 명이 소릴 질렀다.

“헉! 저거 누구야?”

“어?”

“어!”

"최민석 저 또라이 시키!"

민석은 슈퍼스타 케이팝 본선 예고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모자에서 비둘기 모형을 꺼내는 최민석의 모습이 화면에서 보이고 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장면을 연출하는 최민석. 폭죽에 갖가지 소품이 바닥에 늘어지듯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민석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under the sea를 열창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걸 보고 으스대듯 민석이 말했다.

“봤냐? 나 슈퍼스타야. 캬캬!”

다들 벙찐 얼굴로 민석을 쳐다봤다. 민이를 선두로 민석에게 우 몰려가서 때리고 난리를 떨기 시작했다.

---------

독자님. 너무 늦게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름 복잡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완결까지는 꼭 달릴게요. 기다려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

예고편.

“도망가…… 도망치지 않으면……”

“아뇨…… 난… 도망치지 않아요…….”

“!“

태민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눈에 보일 정도로 떨고 있는 그녀의 몸을 움켜쥐듯 끌어안았다.

넌 내 여자야!

[momo9985]

담편 기대할게요..잘보구갑니다..

[현이사랑]

^^ 점점 기대됩니다...

[lukados]

예고편에 두근두근...ㅎㅎ

[ca;0]

예고편 너무 좋아요- 다음편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wnwnwb]

오셧네요>< 수고하셧어용♥ 다음편은 빨리오실거죠? 기다릴게요 ㅋㅋㅋ

[사랑은지금]

저두 다음이
열렬히 기다려져요~~

[썸데이]

아~~ 승현이 때문에 태민이 아주그냥 활활~타오르는군요..
예고편은 두근두근~

[산바다]

넌 내여자야~~~라 너무 기대됩니다.

[카무이]

아 다음편 기다려지네요. ㅎㅎ

[한희선]

승현이 태민에게 선전포고를 한건가요?
담편 무지 기대되요...

[이가을맘]

이들이 사랑만 할 수 있는 그런날이 오기를....

[자작나무]

승현이 모습이.. 걱정되는데요?

[blj1126]

작가님 다음편 넘 기대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