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후 수기>
나 어렸(젊었)을 적에..!
서초구청 위생과
공중위생팀장 보건6급 이영용
오늘은 토요일 서초3동에 있는 치매어르신 단기보호시설 은파복지원에 자원 봉사하러 가는 날이다. 여름부터 자원봉사에 나선 나로서는 내 생에 처음 중증치매노인 목욕봉사라는 거창하고 대단한 난 숙제를 택했었다, 그렇다 죽음을 가시권에 둔 중증 어르신들의 골격은 앙상하다 못해 겨울 고목에 돋아나 어울리지 않게 붙어있는 어린 가지처럼 연약했고 피부는 이른 봄 갓 피어난 잎새처럼 부드러웠다 사각형으로 굳은 골반은 석화처럼 굳어있었고 말없는 어르신들은 부끄러우신지 양다리를 꿰신다. 자원봉사 나온 한의사 선생님들은 침으로 다스려 보겠다고 마디마디 열심히 사랑의 침을 봉사했다.
전에 중증뇌성마비 아이들 점심 케어와 중증 어르신들의 목욕봉사를 하였던 나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을 서초3동에 위치한 복지원은 2층 한옥에 앞에는 서초중학교 운동장이 훤히 보이고 길 건너 서울고등학교 운동장에서는 미래의 야구심판을 꿈꾸는 야구심판 훈련생들의 힘찬 구령소리가 들렸고 집 뒤에는 마음의 자비를 다짐하는 성령의 휴식처 성당이 있었다.
오늘은 어떠한 자원봉사 일감이 기다리는 지 긴장 된 마음으로 13시에 은파복지원에 도착하니 젊고 성숙해 보이는 2명의 남자와 발랄하고 어여쁜 여직원 한명 그리고 가정복지과 최병환 팀장이 원장님의 복지원 소개와 미래복지사업 청사진에 대한 설명으로 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한국의 급속한 노령화인구 증가에 따른 치매 등 도움이 필요한 불편한 어르신들에 대한 효도넷트워크사업 구상 등 훌륭한 미래 시책을 경청하고 있었다.
각자 자원봉사를 신청해 누군지 모르는 우리들은 자기소개로 2명은 동사무소에서 온 장래가 촉망되는 신내기 공무원이고 한명은 이웃에 사는 중3 자원봉사자임을 알았고,
우리들은 봉사활동 임무를 부여받기위해 2층 거실에 올라가니 9명의 할머니들이 의자에 무기력한 모습으로 옹기종기 앉아계셨다.
새내기 공무원들은 처음 자원봉사를 임하는 듯 상기된 얼굴로 망설였다, 이 어르신들의 모습이 우리의 미래모습인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을 많이 접한 원장님은 나보고 가장 건강이 안 좋아 보이고 뼈만 앙상해 보이시는 박 할머님을 보시며, 근육을 그냥 놓아두면 자꾸 굳어가고 있으니, 계속 주무르고 안마를 하는 일을 나에게 주문하였다.
그러나 나는 할머니들 중에서 밖에를 가장 나가고 싶어 하는 김 할머니를 모시고 봉사 나온 중학생에게 서서 집고 운동하는 보행기를 들리고 앞에 보이는 서초중학교 운동장에서 쌀쌀한 날씨에 연약한 할머니가 감기가 걸리지 않토록 내가 입고 있던 점퍼를 입히고 할머니가 춥다고 하실 때 까지 밖에서 운동하고 오기로 허락받은 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김 할머니는 중증 당뇨환자로 왼쪽다리를 심하게 절으셨으나 계단 난간에 의지한 체 부추기는 내손을 꽉 움켜쥐고는 몰래 나가는 철없는 소녀처럼 환하게 웃으며 가파른 2층 계단을 내려오셨다, 여기 단기보호소 입소 3개월만의 첫 외출 이니 신바람이 나신 것이다 얼마나 즐겁고 좋은지 휠체어에 올리는 내손을 쥐가 날 정도로 잡아당긴다.
학교운동장을 마음껏 뛰어놀고 싶어 하는 74세 김 할머니를 모시고 학생과 함께 서초중학교 운동장에 비취는 따사로운 초겨울 햇살을 맞으며 운동장을 두~바퀴 세~바퀴 돌고는, 학교 화단에 뒤늦게 피어 있는 국화꽃 화단으로 휠체어를 밀고 갔다, 그러자 김 할머니는 심한 당뇨 합병증으로 왼쪽 눈이 실명한 상태인데도 곱게 피었다 지고 있는 노랑색, 흰색, 빨강색 국화꽃을 일어서 듯이 순식간에 휘어잡아 꺾어 노랑꽃 한 송이를 머리에 꽂았다. 친정 충북 영동에서 뛰놀던 소녀시절 모습을 그리워 연상하듯 머리에 들꽃을 지그시 꽂고는 마음껏 뛰놀던 고향마을 연상 하시는 모양이다 그런 할머니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콧등이 시큰둥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손에 꼭 쥔 국화 꽃가지를 연신 코에 대시고 향기로운 자연의 향기를 마음껏 마시며 느끼시는 듯했고 알지 못할 심오한 표정으로 미소를 머금고 “냄새(향기)만이 난다” 흠.. ~ ! 하고 숨을 길게 내시며 꽃가지를 내 얼굴에 같다가 대다 “야, 할머니 정말 향기로운 냄새가 많이 나네요! 정말로 지금까지 맡아 본 가장 향기롭고 진한 꽃향기였다, 살며시 티 없는 소녀처럼 미소를 지으며 나를 처다 본다.
나는 시골 계신 90세 어머님이 생각나며 마음이 뭉쿨했다 고령에도 건강하시며 자식에게 조금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어머님, 휴대폰을 꺼내 누르고 다섯 번의 벨이 울렸다, 지금도 텃밭에서 일을 하신 단다, “밭에 나가계시나?” 일곱 번째 벨이 울리자 “여보세요!” 어머니의 우렁찬 목소리 내 귓전에 울렸다 “어머니 나 서울에 있는 넷째 영용이 예요!” 하자 “응 서울 넷째, 별일 없이 잘 있지”하고 응수 하신다. 어머니는 내 걱정을 가장 많이 하고 노환을 걱정하는 자식들 근심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전화통화시 일부러 큰소리 지르시고 힘찬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신다고 한다. 난 안 아프고 건강하게잘 지내고있다고 ......! 정말로 부모님의 은혜와 마음 깊고도 넓으시다.
어머님이 노환으로 입원 하였을 때도 휠체어한번 밀어 준적이 없는 내가 지금 자원봉사 한다고 처음 보는 할머니를 모시고 입고 있던 점퍼까지 입히고 학교운동장을 두 시간 넘게 돌고 있는 것이다.
김 할머니에게 어머님의 건강을 자랑하고 90세인데도 이렇게 건강하신데 용기를 내시라고 전화를 바뀌어 주었다, 어머님이 “고마워요 우리아들 하고 함께 운동하러 나와서…. 건강하시고요“ 소리 지르듯 말씀하시자 김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안~냥 하세요! 효자아들 두셔서 좋겠네요” 하고 응답하고 할머니는 “안 들려, 안 들려”, 하며 전화를 밀치고 내 얼굴을 물 꾸러미 쳐다본다. “할머니 이렇게 좋은 곳에 모신 자녀분을 두신 것도 복 받은 신거 효자 분들이에요” 우리 만나서 이렇게 운동장도 마음껏 돌아보고 국화꽃 냄새도 맡아보시고 이런 복지원도 못 오시는 많은 어르신들이 많아요“ 할머니는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보고 싶은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먼리 시선을 응시하던 할머니는 학교 정 중앙에 위치한 운동장에 설치된 철제 연단을 보자 거기를 올라 가 자고 떼를 쓰셨다, 계단을 부축으로 힘겹게 올라가신 할머니는 굳이 스탠딩 이동식 지팡이를 짚고 서서 시선을 먼 운동장 끝을 바라다 눈시울에 이슬을 맺으시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아마 철없던 초등학교 소녀시절 마음껏 뛰놀던 시절을 상상하실까 아니면 수많은 국민 학생을 모아놓고 연단에 올라 훈시하던 교장 선생님과 단임 선생님을 연상하고 계실까? 물어도 대답 없이눈만 꼭 감고 계시 다가는 지그시 뜨고는 살며시 미소로 답했다.
따스한 저녁 햇살이 하~얀 할머니 얼굴을 비칠 무렵 나는 서울 고등학교를 3바퀴 돌고 할머니를 밀고 안 정형외과에 들러 안정환 원장님께 의약과 의무팀장시절 야간진료 자원봉사 참여에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우리 일행을 힐끗 처다 보며 수근 대고 지나가는 동네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서초 3동 성당에 들러 물을 드리니 소량을 마시고는 내가 먹는 커피를 물 꾸러미 처다 보더니 달라고 보채셨다. 당뇨가 심하고 지도 선생님한테 혼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내손을 잡아 당기 셨다 다른 컵에 아주 소량을 부어드리니 미소 지으시며 대접으로 커피마시 듯 마시고 또 마셨고 그렇게 맛있게 마실 줄이야.
30분을 쉬고 복지원으로 출발하려고 하자 탁자에 놓았던 국화꽃을 얼른 움켜쥐셨다, 지도 선생님과 같이 생활하는 할머님 들 중에서 샘이 가장 많다는 박 할머니한테 자랑 하신다고 하시면서 ...!
복지원에 도착하니 원장님과 지도 선생님이 반갑게 우리 일행을 맞이하며 “할머니 오늘 최고 행복 하시죠, 오늘 저녁 잠 잘 주무시겠네” 하고 말하자 꺾어온 국화꽃을 지도 선생에게 주시며 환하게 웃으신다.
우리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할머니들 학습 프로그램 “콩 고르기 연습”을 함께 수행을 마치고 실내청소를 마지막으로 우리일행은 자원봉사를 마쳤다. “안녕히 들 계세요 할머님들” 하고 작별 인사를 하자 일제히 “고마워요, 잘 들 가세요.”하고 합창하듯 화답 하셨다. 그때 밖에서 운동했던 김 할머니가 외치셨다 “이름 좀 알려~줘 우리 딸에게 말하게.” “진짜요 할머님”, “응, 그려.” 나는 얼른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할머니 손에 꼭 쥐어 주자 할머니 품에 마음속 깊이 간직하는 모습을 옆에 서있던 최병환 팀장이 ‘아이고, 이 계장 큰일 났네 이제 매일 전화 온다” 며 웃는다. “할머니 나 자주 못 오는데..!” “응, 괜찮아...” 나는시선을 돌리는 할머니를 뒤로 하고 “철~그럭”하고 닫히는 쇠 철망 문짝 잠기는 소리가 오늘따라 왜 그리도 크게 들리는지...! 씁쓸한 기분으로 은파복지원 문을 나 설 무렵, 원장님은 마냥 뿌리치는 우리들에게 보답 할 것은 없고 하시며, 잘 익은 배추 한 포기씩을 비닐봉지에 넣어 고마음을 표현해주셨다.
오늘 자원봉사는 어느 때 보다도 보람된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매우 가벼웠다.
어둠이 드리워지는 화려한 도곡동 거리가 평소에는 그렇게 삭막해 보이기만 했고, 도심 판자촌아래 부의 상징 “타워팰리스” 가 오늘따라 왜 이리 아름다워 보이는지 ... !
나는 흥겨운 콧노래를 부르며 자동차 악세레다를 힘차게 밟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우리들의 미래모습, 나 어렸(젊었)을 적에는.....!
2006. 11. 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