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의 나날들] 사진.글 박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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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읽는 방식 <어떤 책이든> 두드리며 읽는다(정독하기).
수 년전 그 해 내가 한참 동안을 홍차에 심취해. 홍차 강의를 열심히 듣던 그 시절.
강의가 끝나고 티타임에서, 지극히 홍차를 닮은 그 우아한 여인(입회원)으로부터 이 책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는 지금껏 정독을 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익히 아는 홍차이야기로만 여겼기에
그냥 대충 들춰 보는(눈으로 읽는)그 정도로 책장 속에 몇 해를 소장함이다.
그런데 그저께 책장에서 이 책을 꺼내 놓고, 책상 위에서 몇날을 또 방치해 뒀다.
그런데 이 책이자꾸만 나를 유혹한다. 나도 정독(나만의 책읽는 방식 - 두드리며 읽기) 해 달라며 웃고 있지 않는가 -
책을 만지작이며 다시 펼치다 내려 놓기를 몇 번을 반복하며 (돋보기를 낀 시간과 손가락이 아리는 생각에)고심을 함이다.
지금껏 하고 있는 매일 차학습 내용으로 [차고전] 읽기도 미룰 수는 없음인데, 그래
겸해서 해볼까의 각오가 섰다. 비로소 이 책을 두드리며 읽기(정독)를 한다.
( 이 책은 내게 있어 보통 인연이 아닌가 보다, 이제부터 함께 할 시간들의 소중한 벗이 될 것이다.)
혹여, 저자에게 민폐(나무라시면)라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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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홍차로 떠나는 여행
03
[Japan 일본]
루피시아 사쿠란보
이시야키 이모
쟈텡 소바쥬
카렐 차페크 이어즈티
만다린오렌지
레모니 레몬
미스 바이올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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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시아 Lupicia
일본의 홍차 브랜드인 루피시아는 1995년 레피시에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녹차 전문 회사와의 통합을 통해 루피시아라는 이르믕로 리뉴얼.
2007년에는 한국에서도 오픈했으나 2년 뒤 철수햇다.
다양한 가향차와 퀼리티 시즌의 다원 홍차들을 비롯해
녹차와 우롱차와 같은 동양차 및 허브티가지 폭넓게 갖추고 있으며
기념일과 계절, 지역별 한정차도 해마다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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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란보 Sakuranbo
상큼한 여름 복숭아향을 닮은 모모, 나른한 꿈결처럼 장향이 사랑스런 유메,
향긋한 복숭아에 크리미한 바닐라가 더해진 피치 멜바.
하얀 눈송이 같은 은색 별사탕이 반짝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까지.
처음 만난 푸리시아는 나에게 그야말로 홍차의 신세계였다.
그 수많은 차마다 붙여진 사랑스러운 이름들은 차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불러일으켰고,
서로 다른 매력의 차를 하나씩 맛보는 즐거움 속에서 나는 홍차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로즈마리와 핑크 페퍼 열매에
새콤한 버찌향을 입힌 '사쿠란보'의 첫인상은 감탄을 넘어 충격이었다.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사먹던 과일맛 풍선껌을 닮은 그 원색적인 향이라니,
그때까지만 해도 홍차는 나에게 어른스럽고 도도하며 고상한 여인이었다.
물론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그 무렵 홍차에 대한 나의 마음은 흡사 존경하는 선생님을 흠모하는 제자와 같았다.
그런데 '사쿠란보'를 만난 뒤 홍차는 나에게 상냥하고 예쁜 친구가 되었다.
새콤한 과일 맛 풍선껌을 나눠 먹으며 하염없이 속살거리는 다정한 짝꿍처럼,
체리향을 닮은 듯, 자두향을 닮은 듯, 강렬한 버찌향을 품은 '사쿠란보'는
한 모금 머금고 나면 온통 머릿속이 선명한 다홍색으로 물드는 것 같다.
자칫 넘치기 쉬운 과일향을 로즈마리와 후추향이 산뜻하게 잡아준다.
여름날이면 여기저기서 '사쿠란보' 냉침 소식이 들려온다.
탄산수나 사이다에 하룻밤 찻잎을 냉침해 만드는 '사쿠란보' 아이스티의 다홍빛 수색과
상큼한 버찌향, 그리고 입 안 가득 톡톡 터지는 경쾌한 청량감은
마치 어린 시절 엄마 몰래 사먹던 문방구의 불량식품처럼 유쾌하고 즐겁다.
그래서일 것이다, 한 번쯤 물릴 법도 한 이 강렬한 향이 늘 친근하고 사랑스럽기만 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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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야키 이모 Ishiyaki Imo
겨울이 오면 마을 길모퉁이에 양철로 만든 군고구마 통이 서 있다.
그 옆으로는 군반 장수가, 맞은 편에는 붕어빵 장수가 있다.
코너를 조금만 돌면 작은 포장마차를 두고 뜨거운 어묵과 떡뽁이를 파는 아줌마가 있다.
좀처럼 추운 것을 못 견디면서도
겨울날의 외출을 좋아하는 이유도 역시 이런 따끈한 겨울철 주전부리 때문이다.
뜨거운 어묵과 김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는 찬바람에 꽁꽁 언 손으로 먹어야 제 맛이니까.
홍차 역시 찬바람이 볼수록 더욱 향긋하고 달콤해진다.
특히 한 겨울이면 밀크티로 마시기 좋은 밤이나 고구마향 홍차 생각이 간절하다.
고구마 일갱이가 듬뿍 든 루피시아의 '이시야키 이모'도 그 중 하나다.
찻잎 가득 , 버터를 듬뿍 발라 뜨끈하게 구워낸 고구마향이 풍겨 나온다 싶더니 이내 카파멜향이 달콤하다.
절로 우유생각이 난다, 이런 홍차라면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밀크티다.
작은 1인용 티팟에 찻잎을넉넉히 넣고 찻물은 모자란 듯 부어 4분쯤 진하게 우려낸다.
달콤한 군고구마 맛을 상상하며 각설탕도 두 알 넣는다. 우러난 차에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부어 도톰한 찻잔 가득 담아내면 달콤한 군고구마향 밀크티가 완성된다.
두툼한 겨울 스웨터에 털양말을 신고 무릎에는 보들보들한 담요를 덮은뒤,
따뜻한 오후 햇살 아래에서 마시는 달콤한 밀크티는 금세 온 몸을 노곤하게 만든다.
입 안 가득 퍼지는 그 말랑말랑하고 보드라운 맛은 한겨울 추위 속에서라야 비로소 제 맛을 낸다.
추운 겨울밤의 김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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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뎅 소바쥬 Jardin Seuvage
야생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루피시아의 '쟈뎅 소바쥬'는 앙리 투소의 그림을 닮았다.
화사한 찻잎 사이로 살아나는 산뜻하면서도 달콤한 향은 마치 독특한 이국적인 풍경과
그 속에 원시적 생명력으로 가득한 루소의 정글처럼 신비롭다.
발효하지 않은 그린 루이보스와 망고 과육 위로 노란색이 콘플라워 꽃잎들이 풍성하다.
늦가을 낙엽마냥 생기를 잃은 듯 보이는 이 마른 찻잎 속에 새콤달콤 시트러스향이 가득하다.
익숙한 곷과 과일,허브를 더한 것뿐인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향은 어쩌면 이리도 사랑스러운지,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그린 루이보스,
붉은 빛깔로 발효된 루이보스의 따스한 느낌과 달리 그린 루이보스는 풋풋하면서도 싱그럽다.
산뜻한 느낌이 야생 정원이라는 이름에 더 없이 잘 어울린다.
우러난 뒤의 차향은 한결 달콤하다.
복숭아빛 살풋 도는 밝고 투명한 호박색 찻물 위로 살아나는 달콤한 열대과일과 화사한 꽃향,
그리고 그 사이를 스치는 그린 루이보스의 풋풋함이 마치 열대 식물이 우거진 원시림을 닮았다.
사람의 발길이라곤 한 번도 닿지 않은, 온갖 신비로운 고초가 열매로 가득한 루소의 그림 속 정글처럼.
앙리 루소의 그림들을 보고있으면 기분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쟈뎅 소바쥬' 역시 그렇다.잠들기 전 마시면 달콤하고 나른한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p175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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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렐 차 페크 Karal Capek
카렐 차 페크는 1986년 일본 삽화가 야마다 우타코가 만든 홍차 브랜드이다.
동명의 체코 극작가의 이름을 따온 것으로
야마다 우타코의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런 일러스트가 돋보인다.
홍차 외에도 다양한 티웨어와 액세서리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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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즈티 Years Tea 2012
새해 첫 날을맞이하는 기분은 특별하다.
연말에서 연초로 이어지는 분주한 날들의 들뜬 공기 속에는 묘한 설렘의 기운이 어려 있다.
새롭게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해 첫 날의 아침차를 고를테면,
아껴두었던 세 차를 뜯기도 하고, 지난해 가장 좋아했던 차를 꺼내기도 한다.
올해는 홍차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선물 받은 카렐의 '이어즈티'로 새해 아침을 맞았다.
2009년부터 카렐은 해마다 십이지 중 그해 의 동물을 주제로 '이어즈티'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꾸준히 실론 베이스에 복숭아향을 입힌 피치티를 선보이더니,
올해는 매실향 홍차를 내놓았다.
중국 찻잎과 실론 베이스에 노란 계수나무꽃과
다홍빛 잇꽃을 섞어 매실향으로 마무리한 화사한 블랜딩이다.
잘게 부서진 실론 찻잎은 우리는 시간이 2분만 넘어서도 제법 찰지고 단단한 맛을 낸다.
덕분에 진하게 퍼져 나오는 과일향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매실향이라기에 늘 냉장고에 두고 마시는 매실청의 새콤함을 기대했건만,
가을에 잠깐 맛보는 꽃사과를 더 닮았다.
그 새콤달콤한 향이 새해 아침, 기분 좋은 예감을 더한다.
무엇보다 핑크색 바탕에 그려진 민트색 용 일러스트가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한해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전하기에 이보다 더 달콤한 선물이 또 있을까.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새해 첫 날, 해가 바뀌어도 홍차로 시작하는 하루임에는 변함이 없다. <p179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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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린 오렌지 Mandarin Orange
5월이면 제주는 귤나무마다 귤꽃이 핀다,
짙어진 녹음 사이로 불어오는 봄바람 속에 달콤하고 향긋한 귤꽃향이 가득하다,
카렐의 '만다린 오렌지'를 마시면 봄날 제주의 귤꽃 생각이 난다.
오렌지 껍질과 오렌지 꽃잎이 풍성하게 뒤섞인 마른 찻잎 사이로 새콤한 귤향이 살아난다.
손끝으로 귤껍질을 까면 코 끝에 진하게 번지던 그 알사한 향기를 생각하면 절로 입 안에 침이 고인다.
하지만 정작 우러난 뒤에는 한결 차분해진 귤향 위로 숨어있던 베르가못이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우리기 전에는 새콤한 과일이더니,
우리고 나서는 영락없이 화사한 꽃이다.
꽃향이 두드러져서일까,
아이스티로마시기 좋은 여느 오렌지티와는 달리 핫티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베르가못을 품은 묵직한 시트러스와
촘촘하고 부드러운 실론 베이스의 매력이 아이스티에서는 좀체 살아나질 못한다.
물론 죽어가는 아이스티도 되살리는 '레몬 한 조각 + 꿀 한 숟갈'의 처방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진하게 우린 '만다린 오렌지'에 레몬과 꿀을 넣은 뒤 잘게 부순 얼음에 급랭하면
새콤달콤 하면서도 독특한 무게감이 돋보이는 아이스티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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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니 레몬 Lemony Lemon
쓴맛 없이 찰지게 감기는 실론 특유의 풋풋한 향과 진한 맛,
레몬이 살짝 발 담그고 간 듯한 상큼향 뒤에 달착하게 남는 꿀향,
그 사이로 초원이 바람처럼 시원스레 살아나는 청량감.
'레모니 레몬'은 레몬향 플레어버티라기 보다는 레몬향을 품은 실론티에 가깝다.
이제는 제법 정이 들어 여름이면 문득 문득 생각이 나곤 하지만,
처음에는 그 이름 때문에 새콤한 레몬티를 기대했다가 얼나 실망을 했던지.
카렐티를 마시는 마음은 늘 비슷하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마셨다가 어라, 생각보다 맛있네? 하고 안도한다.
워낙 맛이 편차가 크다보니 괜한 기대를 했다가는 어렵게 구한 차 한 통을 실망감에 방치하게 될 터,
아예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마시곤 했던 것이다.
그간의 노력 때문인지 아니면 그 사이 카렐티가 맛있어진 것인지.
최근에 맛보는 차들은 다행히 한결같이 맛이 좋았다.
그 바람에 '레모니 레몬'에 와서는 덜컥 긴장을 놓아버리고 말았지 뭔가.
'레모니 레몬'이라기에 온 얼굴이 찡그러질 만큼 새콤한 레몬향을 상상하며 봉투를 뜯었는데,
아니 대체 레몬이 들기는 했나 싶을 만큼 찻잎에는 심심한 풀향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저렇게 우려 보아도 역시나 새콤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조금 풋풋하고 산뜻한 실론티 일 뿐. 실망감에 한동안은 먼지가 않도록 거내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여름 우연히 다시 틴뚜껑을 열었는데,
처음 맛보았던 밍밍한 레몬티는 어디로 가고, 그 속에 맛있는 실론티가 들어 있었다.
진한 레몬향 없이도 시원스런 향을 가진 실론이 산뜻하면서도 균형잡힌 맛을 낸다.
목넘김 후에 은은하게 머물다가는 레몬향이 반갑다.
레몬에 대한 기대를 버리니 비로소 차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그러니 문제는 이름이었던 셈이다.
'레몬 레몬' 대신 '여름날의 오후'나 '5월의 바람' 같은 이름이었으면 어땠을까.
마치 숨바꼭질 하듯 만난 은은한 레몬향이 더욱 반갑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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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바이올렛 Miss Violet
싱그러운 풍경 속에서 날마다 녹음이 무르익는 6월의 첫날,
이 계절이 만개한 꽃처럼 고운 찻잔을 꺼내 '미스 바이올렛'을 우린다.
한눈에 반할 만큼 찻잎은 화사하고 풍성한 꽃잎으로 가득하다.
반짝이듯 빛나는 노란색의 마리골드와 도도한 검붉은 빛깔의 장미.
청초한 연보라색의 블루 말로우까지, 꽃다발을 선물 받은 듯 마음이 화사해진다.
찻잔 가득 담낸 다홍빛 찻물 위로 화사하고 싱그러운 꽃향기가 가득하다.
나풀거리는 꽃향기 뒤로는 산뜻한 자몽향이 살아난다.
하지만 입 안에 머금은 차맛은 수줍으리만치 얌전하다.
조금 더 도드라지는 맛을 내어주었어도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 계절에 만나는 '미스 바이올렛'은 한눈에 반할 만큼 매력적이다.
이른 여름날, 한 손에는 들꽃을 한 웅큼 꺾어 쥐고 맨발로 언덕을 오르는
연보랏빛 원피스의 이 여인에게서는 늘 초여름 빛깔의 싱그러움과 화사함이 가득 느껴진다.
새콤한 자몽향과 화사한 꽃향이 어우러진 '미스 바이올렛'은 진하게 우려 이른 여름날의 아이스티로 마셔도 좋다.<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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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United States of America 미국
~ 다음 날에 계속~
첫댓글 거듭읽기를 지금에야 한다. 여러 오타를 수정하면서 비록[오심홍차]할 수 있음에 미소가득이다.
[나만의 책 읽는 방식]이 분주해 보이지만 이렇듯 정독 할 수 있는 방법은 또 없을 것이다.
눈으로 읽고 두드리며 손으로 읽고 오타 수정하면서 거듭 읽기를 함이니,
한 권의 책을 세번을 읽을 수 있는 유익함이다.
茶古典[茶經)]을 공부하며 (十之圖)에서 배운 그 책읽는 방법을 내것으로 변화시킨 (나만의 독서 방법)
또하나 얻어진 나만의 캐릭터 [오심지차]에 [오심홍차]를 얻었음이니 감사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