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0주년 기념 ‘과거 속에서 미래를 보다’전 오늘부터 한달간 호남대표작가 26인 작품 전시 김환기 오지호 김보현 양수아 오승윤 등 조명
지난 2003년 2월, 졸업생 3,000명을 배출한 고흥의 영남중학교가 36회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폐교했다. 학교 설립자인 곽귀동 선생의 뜻을 이어받은 아들 곽형수 씨는 2년간 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2005년 2월 부친의 호를 딴 남포미술관으로 문을 연다. 전남 제1호 1종 사립미술관이다. 4개의 전시장을 비롯해 수장고, 공연장, 자료실 등을 갖추고 6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한 남포미술관은 그로부터 10년, 산골 벽지 미술관이라는 한계와 우려를 말끔히 씻고 연중 전국에서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주목받는 미술관으로 우뚝 섰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고흥 남포미술관이 특별한 전시를 마련했다. 지역 사립미술관의 기획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거대한 전시다.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새로운 10년의 도약을 계획하는 의미로 남도 서양화사의 물줄기를 거슬러 그 발아와 형성, 성장과 분화의 흐름을 더듬어 보는 ‘과거 속에서 미래를 보다’전이다. 24일부터 한달간 개최되는 전시에는 남도 서양화단의 씨앗을 뿌린 김환기·오지호 화백부터 배동신·김보현·양수아·오승윤·진양욱·최쌍중 등 호남의 대표적 작가 26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는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된다. ‘남도 서양화단의 발아’는 1920년대 남도 서양화의 씨앗을 뿌린 유학 1세대 김홍식, 오지호, 김환기의 작품이 전시되며, ‘남도 서양화단의 형성’은 강용운, 양수아, 김보현, 배동신, 임직순 등의 작품을 조명했고, ‘남도 서양화단의 성장과 분화’는 진양욱, 오승윤, 정영렬 등 해방 이후 세대이면서 각기 다른 회화세계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다 아쉽게 일찍 작고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일반에게 널리 공개되지 않았던 김동수와 김수호, 강동문의 작품이 전시되어 지역 미술계와 관람객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를 위해 곽형수 관장은 지난 2년동안 국립현대미술관과 전국의 개인 소장자들을 찾아다녔다. 전시되는 26점 중 23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3점은 개인 소장자에게서 대여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지방 사립미술관에 23점이나 되는 많은 소장품을 대여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작품을 대여해 주기로 승낙을 받았는데 국립현대미술관장이 갑자기 바뀌며 우여곡절도 겪었다. 남포미술관은 그동안의 진행상황과 전시 내용을 담아 책자로 만든 전시도록을 전시가 끝날 즈음에 발간할 계획이다. 곽형수 남포미술관장은 “과거는 현재가 존재할 수 있는 바탕이자 미래를 만들어주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앞선 세대가 남긴 위대한 족적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새로운 발전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곽 관장은 또 “특히 이번 전시는 고흥의 대표축제인 우주항공축제 개막과 맞물려 있어 지역주민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남도 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시 개막은 24일 오후 2시. 문의 061-832-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