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 : 2023. 7. 13 (목)
2. 산행 거리 및 시간 : 22.3km / 11시간
3. 코스 : 뿌라라예산장~나카물리산장~콜롱고개~아홀라캠핑장
오늘은 콜롱고개를 재도전하는 날이다. 이틀 연속 막영을 하면서 몽오마몬(유럽알프스 연속종주 700km)을 마무리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콜롱고개를 미처 넘지 못해 상당히 아쉬움이 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고, 아무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은 콜롱고개 상황을 알 수 없었기에 출발을 빨리 해야 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배낭을 꾸렸고, 오전 6시 30분부터 아침을 제공한다고 해서 조금 빨리 내려갔더니 주방에 문이 잠겨져 있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인터넷을 하고 있으니 쥔장이 주방 문을 열어주었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오전 7시 10분에 뿌라라예산장을 나섰다. 이틀 연속 막영하는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3일만에 잠을 푹 잤더니 컨디션이 어제보다 훨신 좋았다. 뿌라라예산장에서 도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8번 이정표가 보이고, 등로는 희미하지만 이 도로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아침이라 풀이 이슬을 잔뜩 머금고 있어 1km도 채 가지 못했는데도 등산화가 완전히 젖어버렸다. 조금이라도 이슬을 덜 먹으려고 스틱으로 풀을 털면서 전진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옛 목장터를 지나니 다행스렙게도 등로에 풀이 없다.
이틀 전에 한번 올랐던 길이기에 익숙해서 거침없이 진행했다. 약 2시간만에 이틀 전에 막영했던 장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나의 뒤쪽에서 한명의 하이커가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 어디가느냐고 물으니 콜롱고개로 간단다. 콜롱고개를 넘어 아홀라까지 가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너무 기뻤다. 어제는 콜롱고개를 넘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몰라 무척 망설였던 것이었다. 이제 확실히 콜롱고개를 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 하이커와 함께 가고 싶었지만 나는 박배낭을 메고 있어 속도를 맞출 수가 없었다.
지그재그식 급경사 언덕을 넘으니 나카물리산장이 보였고, 콜롱고개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콜롱산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나카물리산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허탈한 기분을 안고 콜롱고개로 향했다. 콜롱고개 급경사 언덕 하나를 넘어서니 오늘도 어김없이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3일 연속 우박이 쏟아진 셈이다. 원래 이쪽은 우박이 잦은 지역인가 싶었다. 우비를 챙겨입고, 조금 올라가다보니 2명의 하이커가 뒤따른다. 어디를 가느냐고 물으니 아홀라로 간단다. 나는 추워서 우모복에 우의를 입고 진행을 하고 있는데, 그들은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진행한다. 확실히 서양인과 동양인은 체질이 많이 다른가보다.
오전 11시 30분에 콜롱고개에 도착했다. 그런데 앞서서 갔던 2팀의 발자국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2팀이나 나를 앞서서 갔기에 그들의 발자국만 따르면 쉽게 빙하지대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난감했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빙하지대를 잘못 들어서면 크레바스에 빠질 수도 있고, 또 빙하지대가 매우 넓기 때문에 등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우박은 쏘나기처럼 더욱 세차게 내리부었고, 설상가상으로 안개가 자욱히 피어올라 시야까지 가리자 두려움마저 들었다.
나는 이때 아콩카과 등반시 캠프3 근처에서 현위치 파악이 안 되어 오도가도 못하고 1시간을 대기했던 때가 생각났다. 엄청난 우박이 쏟아지는 가운데 무작정 빙하지대로 들어갈 수는 없었기에 다시 내려가던가, 아니면 하이커가 이곳으로 오기를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약 30분 정도 기다리니 다행스럽게도 아홀라 방향에서 3명의 하이커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기적이라면 기적이겠고, 행운이라면 행운이겠다. 그런데 그들은 크램폰을 착용하지 않았고, 물어보니 크램폰이 필요없단다. 크램폰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빙하지대 난이도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높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선 하이커들의 발자국을 따라 의기양야하게 아홀라빙하 지대로 내려섰다. 빙하지대 한복판으로 진행했고, 첫번째 빙하지대가 끝날 무렵 마터호른둘레길 표식을 발견했고, 매우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조금 진행하다보니 표식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고, 한참을 찾아헤매다가 도저히 표식을 찾을 수 없어 눈짐작으로 덜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을 찾아 급경사 빙하지대를 내려갔다. 아래 빙하지대도 엄청 넓기 때문에 어디로 진행해아 할지 난감했다. 빙하지대 곳곳에는 크래바스가 있었고, 빙하바닥은 얼어있었지만 잘못 딛으면 히든 크레바스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웠다. gps 트랙을 가져왔지만 넒은 빙하지대에서는 별 소용이 없었다. 이쪽 저쪽 안전한 곳을 찾아 계속 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약 2시간 정도 빙하지대를 따라 내려가고 있는데 빙하계곡 오른쪽 어귀를 따라 하이커 한팀이 올라오고 있였다. 결론적으로 등로는 빙하계곡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빙하계곡 오른쪽으로 넘어가야 했다. 그런데 그그쪽으로으로 가고 싶어도 빙하계곡 물쌀이 너무 쎄서 빙하계곡을 건널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왔던 길을 약 1km 정도 되돌아가서 빙하계곡을 간신히 넘을 수 있었다. 빙하계곡을 건넜지만 등로는 없었고, 방향만 잡고 약 1km 정도 내려가니 다행히 임도에 닿았고, 이정표가 보였다. 이곳 이외에 빙하계곡을 건널 수 있는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곳을 하이킹 하려면 빙하계곡을 건너는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할 것 같다.
빙하계곡 어귀를 따라 약 1km 정도 내려가니 등로는 오른쪽 야산으로 향했고, 조금만 고개를 넘으니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졌다. 빙하지대를 통과하는라 진이 다 빠져서인지 오르막을 오를 때는 넘 힘들었다.
아침에 출발한지 10시간만에 아홀라로 이어지는 차도에 도착했고, 차도를 따라 약 2km 정도 진행하니 아홀라 마을 센터에 도착했다. 그런데 2019년에 들렀던 마켓 자리에는 호텔이 들어섰고, 아홀라 마켓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동네 주민에게 마켓의 위치를 물어보니 사거리 길 건너편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동네 주민이 알려준대로 길 건너편 마켓에 가보니 거의 구멍가게 수준의 마켓이었다. 파는 물건도 와인과 과자 과일 정도밖에 없었고, 가격도 매우 비쌌다.
아홀라의 낭만은 사라졌는가? 4년 전만 해도 저렴한 가격에 식품을 풍부하게 사서 캠핑장에서 회식을 했었는데...
와인 1병과 크래커 1봉지 , 그리고 오렌지를 산 후 아홀라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은 만원이었고, 캠핑장 등록을 한 후 샤워를 하러 갔었는데, 샤워 대기줄이 꽤나 길었다. 기다리는 것이 질색인 나는 텐트로 돌아와서 와인 한병을 모두 마시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오늘은 몽오마몬 700km 완주 자축연을 했어야 했는데..ㅎㅎ
*참고
1. 몽오마몬(Mont-Haut-Ma-Mon) 700km 트레일이란?
몽오마몬은 몽블랑(Montblank).오트루트(Haute Route).마터호른(Matterhorn).몬테로사(Monterosa)의 앞 글자를 딴 약자로 몽블랑둘레길(TMB), 오트루트트레일(HRT), 마터호른둘레길(TMH), 몬테로사둘레길(TMR)을 연속으로 종주하는 트레일이고, 거리는 약 700km이다.
2. 오트루트(Haute Route)란?
오트루트(영어로 '하이 루트' 또는 '워커스 루트'라는 의미이다)는 프랑스 샤모니의 몽블랑과 스위스 체르마트의 마터호른 사이를 도보로 또는 스키 투어로 이동하는 루트(여러 가지 변형 있음)에 부여된 이름이다.]
19세기 중반 영국 알파인 클럽(English Alpine Club) 회원들이 처음으로 여름 등산 루트로 등록한 이 루트는 몽블랑(Mont Blanc)의 고향인 샤모니(Chamonix) 계곡에서 출발하여 마터호른의 본고장 체르마트까지 이동하는데, 거리는 약 180km이고, 13일 정도 걸린다. 원래 하이킹 클럽 회원들이 영어로 "The High Level Route"라고 불렀던 이 용어는 1911년 스키를 이용하여 처음으로 성공했을 때 프랑스어로 오트루트(Haute Route)로 번역되었다. 그 이후로는 프랑스어 용어가 널리 사용되었다. 오트루트라는 용어는 여러 날에 걸친 산장과 산장을 이어가는 알파인 투어이고, 어느 정도 일반화되었지만 "샤모니-체르마트 오트 루트"는 원래 그대로 남아 있다.
원래의 오트 루트 외에도 현재는 오트루트 등로표시가 및 등로를 잘 정비하여 '고산 하이킹 트레일'을 만들어 "워커스" 오트 루트라고 명명하고, 매우 각광을 받고 있다.. "워커즈(Walker's)" 루트는 해발 3000m 미만에 위치하며 길을 따라 마을에 있는 인기 있는 산장과 호텔을 이용한다. 봄, 여름, 가을에 이 루트는 안전하고 전혀 기술적이지 않으며(실제 오트 루트와 달리 로프, 아이젠 또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지 않음), 하루씩 구간을 끊어 진행하며, 보통 13구간으로 완성된다.
3. 오트루트(Haute Route)~마터호른둘레길(TMH) 연계산행
오트루트트레일과 마터호른둘레길은 아홀라에서 체르마트까지 겹치는 구간이다. 그래서 몽오마몬(Mont -Haut-Ma-Mon) 700km 트레킹을 할 시는 오트루트(Haute Route)~마터호른둘레길(TMH) 겹치는 구간은 생략하고, 마터호른둘레길 산행을 할 시는 체르마트에서 시작하여 아홀라에서 마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