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내일 아침 7시까지 주변공사를 하기 위해 포크레인 기사가 오겠다는 전갈을 받았다.
왜 하필이면 내일로 공사일정이 잡혔을까 짜증이 난다.
남편도 일이 있어 춘천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러했다.
양구엘 가긴 가야겠는데 왕초보 운전으로 밤에 나올 일도 걱정이고 새벽에 나올 수 있다는 보장도 희미하고..
마음의 결정을 못하고 있는데 이미 일산을 출발해서 평택을 향하고 있다는 민숙이의 전화를 받았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그래도 무조건 가야 한단다. 순녀의 엄명(?) 이란다.
어제 순녀와 통화할 때만 해도 순녀가 수원으로 가서 민숙이를 픽업하기로 했었는데
지금 종수가 운전을 하고 있고 평택으로 가서 순녀를 픽업하고 다시 지나는 길에 우리집엘 들리겠단다.
1시쯤 되었을까....지금쯤 평택에서 점심을 먹고 있으려니 하고 전화를 했더니
어머나~벌써 여주 나들목을 지나 원주로 오고 있다네.
그것도 아직 점심 전이라고....
갑자기 초비상이 걸렸다.
부랴부랴 쌀 씻어 안치고 냉장고를 뒤져 반찬거리가 될만한 것들을 찾이내고..
점심 준비를 막 끝낼 무렵 무꼬불꼬불 시골길을 잘도 찾아온 친구들..
소박한 밥상이지만 맛있게 먹어주니 고맙다.
모처럼 시간을 쪼개 고향길에 오른 탓에 친구들은 차 한 잔 여유롭게 마실 시간도 없이
서둘러 양구 동면으로 가야 한다고 일어선다.
후곡리 약수터에 들러 영희 부모님을 뵙고
그동안 익숙해진 동네이름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천천히 달리는 차창 밖을 구경했다.
저기는 도익이가 살았던 집..
저기는 창남이가 살았던 집..
원당 초등학교도 들어가 보았고 (만감이 교차)
대암 중학교도 들어가 보고..
순녀는 옛 기억이 새로운듯 여기 저기에 얽힌 추억들을 끝도 없이 끄집어 낸다.
오래된 미래는 읍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아담하고 깔끔하며 편안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긴 생머리에 검은테 안경을 쓴 아가씨 같은 카페 주인 미라가 반갑게 맞아주고
이미 와서 기타를 조율하며 공연을 준비중인 초대가수들이 보이고
반가운 얼굴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밤 10시쯤.. 친구들의 얼굴이 취기와 공연 열기로 상기되어 있었고
가수들의 공연도 무르익어 갈 무렵
아무래도 내일 공사가 걱정이 된 나는 조용히 가게를 빠져나와야 했다.
마침 도익이가 춘천으로 나간다는 말에 도익이의 허락도 받지 않고 차에 올랐다.
일단 관사로 가서 내일 새벽 남편과 함께 홍천으로 들어갈 요량으로.
--사족 하나--
내가 귀가한 후에 일어난 아름다운 일을 이곳에 공개하고자 합니다.
미라네 가게에서 나온 후 울친구 이명숙이가 (덕곡리) 닭갈비로 친구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고
다음날 아침밥은 흥옥이네 집에서 맛나게 먹었다네요.
그리고 점심은 그 유명한 광치 막국수에서 미라가 샀다네요.
(아구~남은 친구들이 부러워라~^^*)
모처럼 고향을 찾은 친구들을 위해 맛난 음식으로 대접해준 친구들의 사랑이, 정이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요~^^*
--사족 두울--
순녀야
오랜 시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다음날 7시 20분쯤 홍천에 왔더니 포크레인 기사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더구나.
암튼, 부득이한 상황이었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첫댓글 참석자---김민숙, 이순녀, 송윤희, 방흥옥, 이명숙, 임종수, 엄병주, 정도익, 전원식, 오우석, 변장훈, 위석환, 윤기덕, 그리고 생각이 안 나네..
모임후기 이야기가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만나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네^^*
멀지만 않았어도 은수니 얼굴 보는긴데..아쉽더라~^^*
감개무량!! 더 이상 표현하면 꿈이 사라질까봐^^ 무조건 반갑고 고마웠다는 말로 대신하겠네^^ 내생에 이런날이 언제 또 올런지.. 아직도 꿈속에서 헤메는구만....
나도 친구들 보니 넘 좋더라. 그러나 이젠 현실로 돌아가서 열공~^^*
괜한 수고를 끼쳣구먼.. 오랜만에 무공해 냉이된장찌개를 만나게 먹엇구..무엇보다 산속의 전원주택이 맘에든다. 며칠간이라두 세상걱정 다잊어버리고 머물고 싶던곳-내가 무상으로 사용해두될까??? 즐거운 여행이엇넴
무상이라...당연히 안되지. 나무를 잘라준다거나 잘라놓은 나무를 패준다면 몰라도 ~^^* 아무 때나 쉬고 싶을 때 내려오게. 단 친구나 아내와 동행해야 숙박이 가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