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송루의 여러 벗과 이별하며 쓰다
叙別洛誦樓諸友
솔개 날아 구름으로 들어가다 飛鳶入雲中
마침 회오리바람을 만났네 適與飄風會
구름과 새 둘 다 배회하다가 雲鳥兩徘徊
회오리바람이 천지사방으로 흩어지네 飄散六合外
좋은 모임 진실로 만나기 어려워 嘉會亮難遇
몇 사람이 또 함께하지 못 했네 數子亦是戾
긴 노래로 나그네를 보내는데 長歌送游子
동쪽 길은 진실로 끝이 없네 東路信無際
검은 구름은 내 감회를 일으키고 玄雲起余懷
북풍은 그대 소매에 부는구나 北風吹君袂
나귀 탄 그대 붙잡을 수 없으니 良驢不可縶
훌쩍 먼지 낀 도성을 떠나가리 翩翩出埃壒
무슨 연유로 그대를 잡아두리? 何由結綢繆
그대는 우리 우정 생각하게나 願子念恩愛
여강의 벗 이군에게 부치다.
寄驪江李友
세월이 말달리듯 빨리 가서 晷運倐如馳
서리 오는 계절이 되었네. 届玆嚴霜節
된서리가 난초에 내리니 嚴霜被臯蘭
북풍이 매섭기 때문이네. 北風以凜冽
홀로 살아 쉽게 슬픔 느끼고 單居易爲感
연말이라 마음이 시름겹네. 歲暮抱忡惙
누군들 이 계절을 만나면 孰不値斯節
마음이 슬프지 않으리오? 心焉懷忉怛
아득히 긴 밤에 막혀서 漫漫徂脩夜
신 신고 침실을 나왔네. 躡履步閨闥
조용히 휘장을 걷고서 靜言褰我帷
서성이며 밝은 달을 보네. 徘徊鑑明月
북두칠성 서쪽으로 기울고 北斗揭西柄
은하수 하얗게 빛나네. 雲漢澹素質
돌아봄에 저 평생의 벗을 睠彼平生友
굶주리고 목마르듯 근심했네. 惄焉如饑渴
산천은 텅 빈 듯 쓸쓸하고 山川曠寥廓
길은 멀고도 아득하네. 道途悠且濶
여강은 헤엄쳐 건너갈 수 없고 驪江不可泳
이천 골짜기는 넘을 수 없다네. 利峽不可越
마음속이 답답하고 울적하지만 中心旣鬱陶
품은 뜻을 말로 다 할 수 없네. 含意弗能說
힘써 시경과 서경을 외어 努力誦詩書
나의 답답함을 풀어주길 바라네. 庶慰我勞結
공경히 아버지의 시에 차운하다.
敬次家大人韻
두견새 가을에 울고 풀은 시들었지만 鶗鴃鳴秋草不芳
국화와 단풍잎에 잔 가득 술 넘치네. 菊花楓葉酒盈觴
남산 근처에 도연명의 집이 있어 南山近在淵明宅
날마다 산을 보니 흥취 더 유장하네. 日日看山興更長
其二
울 밖의 사립문이 바로 술집이어서 籬外柴扉是酒家
숲 건너 주막 깃발 펄럭이며 기우네. 靑帘飄拂隔林斜
주머니돈 다 털어 그대와 취하리니 囊錢一擲留君醉
무한한 가을빛에 국화가 꽃을 피우네. 無限秋光老菊葩
악주의 군재에서。 무진년(1688)。 아버지의 임소(任所)이다
岳州郡齋 戊辰。家大人任所
기운 달이 초가로 떠오르고 缺月來茅棟
별똥별이 나뭇가지에 스쳐가네. 流星過樹枝
황량한 마을이라 개소리 드물고 荒村犬吠少
먼수자리라 뿔피리 소리 슬프네. 孤戍角聲悲
잠 못 이루어 등불 가까이해도 不寐親燈火
술잔 권하는 사람이 없구나. 無人勸酒巵
아득히 앉아서 새벽을 기다리지만 漫漫坐候曉
새벽 알리는 종소리 더디구나. 鍾漏五更遲
其二
눈이 쌓여 대지에 가득하고 積雪彌平陸
음기가 바다와 하늘에 맺혀있네. 窮陰結海天
나그네로 시름하며 남은 섣달 보내고 覊愁送殘臘
장한 뜻 품고서 가는 해를 아쉬워하네. 壯志惜流年
버들 싹이 황량한 여관에 돋아나고 柳意生荒店
매화의 향이 화려한 자리로 풍겨오네. 梅香入綺筵
타향은 고향이 아니어서 他鄕非故國
말을 몰아 돌아가리라. 策馬可言旋
입춘
立春
봄나물과 여린 채소로 봄이 옴을 알겠고 春盤細菜識春來
정월이 응당 돌아옴을 알겠구나. 報道三陽應節回
산에 낀 안개가 성곽을 두르고 山色和煙繞城郭
못에 흔들리는 햇빛이 누대에 비치네. 池光搖日映樓臺
가벼운 바람에 온갖 집 버들이 흔들리고 輕風乍拂千家柳
맑은 기운에 여섯 관의 재가 막 날리네. 淑氣初飛六琯灰
이로부터 원림에 생기가 퍼지리니 從此園林生意動
꽃보다 좋은 풀을 어찌 칼로 베리오? 勝花何用剪刀裁
6. 洪道長 世泰 來訪岳州。喜而共賦。도장 홍세태가 악주를 방문하였기에 기뻐서 함께 짓다
沽得春城酒 봄이 온 성에서 술을 사서
留君淸夜深 그대와 밤 깊도록 머무네
風塵爲客日 풍진에서 나그네가 되어
江海隔年心 강해를 2년동안 떠돌았지
末路尙蓬轉 늙으막에 아직도 떠돌고
窮途且陸沉 궁한 처지라 은거하려하네
世人交態薄 세상 사람들 사귀는 정이 각박하지만
莫道少黃金 주인이여, 돈 없다고 말하지 마오
7. 與道長登二樂樓 六韻○排律 홍세태와 이요루에 오르다
不意遙空外 뜻밖에도 먼 너머로
橫玆百尺梯 이처럼 백 척 누각이 솟아있네
登臨四野曠 올라보니 사방 들이 탁 드였고
徙倚衆山低 난간에 기대니 뭇 산이 나직하네
京闕孤鴻北 한양의 기러기가 북으로 가고
滄溟返照西 바다의 석양이 서쪽에 비치네
他鄕無與晤 타향이라 말할이가 없었는데
舊伴得相携 옛 벗과 손잡고 함께 왔네
雨雪停鞍馬 눈이 내려가던 말을 멈추니
關山聽鼓鼙 변방에선 북소리가 들려오네
却嫌天際岫 하늘 끝 산봉우리 싫은건
遮得故園迷 고향 땅을 가로막기 때문이네
8. 高井庵。與道長賦。
高井庵에서 도장 홍세태와 짓다
泱漭松林雪 어둑한 솔숲에 눈 내리고
風搖萬點花 바람에 만송이 눈꽃 날리네
長歌倚蒼檜 푸른 회나무에 기대어 길게 노래하고
緩步入丹霞 노을로 들어가며 천천히 걷네
樓出諸天逈 누각이 하늘에 솟아 아득하고
山圍數郡斜 산이 여러 고을을 둘러싸고 비스듬하네
俯臨平楚濶 굽어보니 평야가 드넓은데
煙樹是人家 연기 피는 숲 속에 인가가 있네
其二
雲雪千山白皓膠 눈구름이 온 산을 하얗게 덮었는데
登樓目力盡平郊 누대에 올라 교외를 한껏 다 보았네
空潭歲暮知龍伏 새밑 되자 빈 못에 용 서린 것 알겠고
老栢天寒見鶴巢 추워지자 늙은 잣나무에 학 둥지가 보이네
盡意朋尊須客飮 마음껏 두말 술을 길손과 다 마시고
齋心一磬有僧敲 마음 다잡고 편경을 중이 두드리네
夜深佛榻淸無寐 밤 깊도록 승방에서 잠 이루지 못하는데
纖月娟娟已樹梢 어여쁜 초승달이 나무 끝에 걸려있네
其三
朝携滄浪翁 아침에 창랑옹과 노닐다가
暮宿高井庵 저녁에 고정암에 투숙했네
霞壁特穹崇 붉은 절벽 하늘높이 우뚝하고
偃蹇出石龕 드높이 돌 감실이 솟아있네
初來拂天花 처음 올 때 눈발이 날렸는데
定坐觀金潭 바로 앉아 금빛 연못 살펴보네
鍾磬響林籟 종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지고
細聲連妙談 작은 소리로 묘한 얘기 이어가네
登樓送遐矚 누대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니(멀리 눈길 보내니)
野色豁西南 들판이 서남으로 탁 트였네
玄雲淡無色 검은 구름 엷어져서 없어지고
遠山分夕嵐 먼 산에 저녁 이내 끼어있네
俯臨大壑淙 굽어보니 큰 골짜기에 물 흐르고
古木鬱相參 고목이 울창하게 섞여있네
積雪停纖檜 쌓인 눈이 회나무에 얹혀있고
歸雲度崇柟 돌아가는 구름이 녹나무를 지나가네
境奇心易役 경치 빼어나 마음 쉽게 끌리고
情曠興難堪 세속마음 비우자 흥을 주체 못하겠네
樂哉大千界 즐겁구나. 대천세계여
妙法詢古曇 묘한 법을 석가모니에게 물으려네
觀物物有悟 사물 보니 깨달음이 있고
釋慮慮莫慚 근심 풀자 부끄러움 없어라
9. 戱贈道長 도장에게 장난삼아 주다
雲雨陽臺夢後疑 양대의 운우지정 꿈꾼 뒤에 의아한데
芙蓉帳裏醉酴醿 부용 휘장 속에서 도미술에 취하네
不知李子迎紅拂 모르겠네. 이정이 홍불을 맞이한 것이
何似香山放柳枝 향산이 버들가지를 놓아준 것과 어떠한지를
10. 別道長 도장을 이별하다
雞鳴腷膊圓月缺 횃대치며 닭이 울자 둥근달이 지려는데
今夜將晨太倐忽 오늘밤은 새벽이 무척이나 빨리 오네
天明擊鼓聞鼕鼕 동틀 무렵 북소리가 둥둥둥 들려오고
我有餘酒子莫發 남은 술이 있으니 그대여 가지 말게
人生歡少戚日多 인생살이 기쁨 적고 슬픈 날 많으니
彈箏悲歌奈老何 아쟁 타며 슬피 노래하니 늙음을 어찌하리
盛年爲樂當及時 젊은 날 즐거움은 때에 맞춰해야하니
請看門前東逝波 문 앞에 동으로 흘러가는 물을 보게
11. 別道長。效謝惠連三章。도장과 이별하며 사혜련의 三章을 본받아 짓다
與子將遠別 그대와 멀리 헤어지게 되어
徘徊北山阿 북쪽 산 언덕을 배회하네
飛雪覆層臯 눈이 날려 층진 언덕 뒤덮고
厚氷積長河 두꺼운 얼음은 긴 강에 쌓여있네
浮雲馳北征 뜬 구름은 북쪽으로 내달리고
慷慨遊子歌 강개하며 나그네 노래하네
遊子念長役 나그네의 긴 여정을 염려하는데
歲暮將如何 세밑에는 더욱 어떠하겠는가?
其二
噭噭夕鳴鴈 저녁에 기럭기럭 기러기 울며 가고
翐翐暮歸雀 저물녘에 떼지어 참새가 돌아가네
光燈吐幽輝 등불은 그윽한 빛 토해내고
綠醥湛華酌 맛난 술이 좋은 잔에 가득하네
離別亮斯在 이별이 진실로 여기 있지만
庶留慰寂寞 머물며 쓸쓸함 위로하기 바라네
明年詎無期 내년에 어찌 만날 기약 없으리오마는
執手爲後約 손잡고 뒷날을 기약하네(다듬기)
其三
與君樂何事 그대와 무슨 일을 즐겼던가?
十日戱文墨 10일 동안 시문을 즐겼네
有時論風雅 때때로 풍아를 논했으니
萬古一商確 만고토록 한결같이 확고하네
同裯事有違 함께 자려는 일이 어긋나서
判袂情靡極 헤어지니 아픈 마음 끝이 없네
朱絃誰爲倡 붉은 줄을 누구를 위해 타겠는가?
我瑟自此默 내 비파는 이제부터 고요하리
12. 寒食 한식
昔日踏靑兼上巳 어제는 답청절과 삼짇날이고
今朝寒食復淸明 오늘은 한식에다 청명이네
村家楡柳人煙少 버들 있는 시골집엔 밥 짓는 연기가 드물고
江浦桃花鱖水生 복사꽃 핀 강가엔 쏘가리가 뛰노네
淑氣遊絲籠遠樹 맑은 아지랑이가 먼 숲에 아른거리고
片雲疎雨過孤城 조각구름 가랑비가 외론 성을 지나가네
他鄕自與王京異 타향이라 저절로 서울과 다른데
古墓無人松栢聲 옛 무덤엔 사람 없고 솔 소리만 들리네
13. 金川廻瀾石歌 皇明詔使許國。大書立碑。
금천의 회란석 명나라 사신 허국(주석 넣기 몇 년도에 왔는지도)이 큰 글씨로 써서 비석을 세우다
君不見廻瀾之石何穹崇 그대는 보지 못했나, 회란석이 매우 높이 솟아
萬丈揷入馮夷宮 만길로 풍이에 꼳혀 있는 것을
蒼然古色自開闢 개벽 이후로 고색창연하게
玉屛蕩漾金潭中 옥 병풍이 금빛 못 속에 일렁이네
金潭玉屛兩奇絶 금빛 못과 옥 병풍 둘 모두 빼어나고
影動冲融射雲日 그림자 일렁이자 빛이 구름까지 뻗치네
急湍廻瀾相噴薄 빠른 여울이 회란석에서 물보라 일어나고
雲根萬古白如雪 바위는 오랜 세월 눈처럼 하얗네
伊昔皇華使者來 옛날에 중국의 사신이 와서
駐節停車此徘徊 수레를 멈추고 여기에서 배회했네
屈强蛟龍三大字 교룡처럼 굳세고 구불구불한 세 큰 글자
銀鉤鐵索今蒼苔 힘찬 글씨에 지금은 푸른 이끼 끼었네
吁嗟百年濶 아! 백년이 지나서
古跡留荒臺 옛 유적엔 거친 대만 남아있네
昨夜雷雨水洶洶 어제 밤 비가 내려 물이 콸콸 흐르더니
風雲霹靂隨飛龍 구름과 벼락이 나는 용을 따라가서
龍去雲隨惟一峰 용 떠나고 구름 걷히자 한 봉우리만 보이네
14. 送金汝弼夢錫赴京
여필 김몽석이 서울로 가는 것을 전송하다
送君今日向長安 그대가 오늘 서울로 가는 것 보내며
銀燭金尊不盡歡 촛불 켜고 술 마셔도 모두다 즐겁지 않네
揷劒久嘆豪俠少 칼 꽂은 채 오래도록 호걸이 적은 것을 한탄했고 (삽검 : 고사찾기)
解袍誰戀故人寒 옷을 벗어 주니 그 누가 벗의 추위를 걱정할까?
孤帆遠水雲天濶 먼 물에 배 띄우면 하늘이 드넓겠고
匹馬長亭道路難 필마의 여정엔 가는 길이 어렵겠지
莫恨他鄕暫離別 타향에 잠시 이별함을 한탄하지 말게
楊山猶自夢中看 양산을 오히려 꿈속에도 보리니
15. 月精寺
월정사
步向招提境 걸어서 절을 향해 가다가
逶迤入古藤 구불구불 오래된 등나무 속으로 들어가네
萬峰深處月 온 봉우리 깊은 곳에 까지 달이 비치고
孤佛禮時燈 부처께 예불할 때 등불 환하네
古栢巢飛鴿 오래된 잣나무에 비둘기 둥지 틀고
幽龕定老僧 그윽한 감실에 노승이 정좌했네
空潭窺色相 빈 못에 비친 사물을 보니
今夜客心澄 오늘 밤 길손 마음 맑아지네
其二
月精臨絶壑 월정사가 벼랑 위에 있어서
樓下白雲生 누각 아래에서 흰 구름이 일어나네
古木煙嵐積 오래된 나무에 안개가 끼었고
高牕星斗橫 높은 창이라 별이 비스듬히 있네
葉深山逕轉 잎이 짙어 산길이 구불구불하고
花落石床平 꽃이 져서 돌 평상에 쌓였네
寂寂空林外 고요한 빈 숲 너머에서
風鍾何處聲 종소리는 어디에서 들려오나?
16. 濟衆菴
제중암(찾기. 월정사 안에 있을 지도)
황해도 은율군
萬慮寄浮雲 온갖 생각 뜬 구름에 부치고
翩然駕鴻翼 훨훨 기러기 날개를 타고가네(기러기처럼 훌쩍 길을 떠난다. 고사 있는지 찾기)
揮霍騁神轡 빠르게 말을 타고 내달리고
倐忽度寥廓 갑자기 텅 빈 곳을(골짜기) 지나가네
仙鑣揚密鞭 재갈 물린 말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蠟屐信輕策 나막신 신고 지팡이에 맡기고 가네
秋風整我衣 가을바람에 나의 옷을 여미고서
望遠窮登陟 멀리 보며 높은 곳에 오르네
天高寒潭潔 하늘 높아 찬 못이 깨끗하고
野曠遠山直 들이 넓어 먼 산이 바로(마주) 보이네
擢出芙蓉色 연꽃 같은 산봉우리가 솟아 올라
崢嶸雲雪白 우뚝히 구름처럼 하얗네
銀臺素霓翻 은빛 대에 흰 무지개 날리고
玉峰琳琅積 옥빛 봉우리에 흰 옥이 쌓여있네
維東指華山 동쪽으로 화산을 가리키고
維北瞻月嶽 북쪽으로 구월산을 바라보네
雲霞接溟渤 구름이 먼 바다에 끼어있고
落日閃奇色 지는 해가 멋진 빛깔로 빛나네
塵中釋百憂 속세의 온갖 근심 풀어내고
象外飽幽覿 물외에서 좋은 경관 실컷 보네
八桂可攀援 여덟 그루 계수나무를 오를만하니(팔계 : 고사찾기)
長歌殷深谷 긴 노래가 깊은 골에 울려퍼지네
17. 自地藏殿。冒雨出山。
지장전으로부터 비를 무릅쓰고 산을 나가다
(구월산에 있을 듯)
步出靈菴路 영암(암자 이름 있으면 찾기)길을 걸어서 나가다가
回看太白峰 태백산봉우리를 돌아보네
磵靑雲送日 푸른 시내에 구름이 지나가고
潭黑雨從龍 검푸른 못에 비가 내리네
客擲來時杖 길손은 올 때의 지팡이 내던지고
僧敲別後鐘 스님은 헤어진 뒤 종을 치네
煙霞吾有癖 나는 자연을 즐기는 버릇이 있어
此去興猶濃 이곳을 떠나도 흥이 더욱 넘치리라
18. 南菴
남암
霜落寒潭淺 서리 내리자 못물이 줄어들고(가을이 되면 연못이 줄어듦)
山楓對澗花 산 단풍이 시내가 꽃을 마주하네
萬峰晴後色 온 산에 날 갠 뒤의 풍경은
疑是赤城霞 적성의 노을인가 의심되네
其二
山路入雲去 산길이 구름 속에 들어가 있어서
有寺人不知 절이 있어도 사람들은 모르네
日暮叢桂樹 계수나무 숲에 날이 저물어
行吟招隱詩 가면서 초은시를 읇조리네
19. 效子夜歌體。代娘贈歡。
자야가 시체를 본받아서 낭자를 대신하여 정인(나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 정인. 그대인 나)에게 주다(여자가 글을 몰라서 여자의 심정을 헤아려서 내가 스스로 지어서 나에게 줌)
歡似楊州船 그대는 양주의 배와 같고
儂如白門柳 저는 백문의 버들 같아요(버드나무는 그대로 서 있음. 너는 여기에 머물고 나는 가고 각주 백문류 찾기 이백시)
長條欲繫船 긴 버들가지로 배를 묶어 두려 해도
裊娜那能久 가녀리니 어찌 오래 가리오?(버들가지가 약함)
20. 對月。次明律。贈蔡天龜玄夫。
달을 마주하고 명나라 율시에 차운하여 현부 채천구에게 주다
昨夜孤峰月 어제 밤 외로운 봉우리의 달빛을
今宵南嶽看 오늘 밤 남악(서울 남산?)에서 바라보네
光添竹樹動 달빛이 흔들리는 대숲에 더해지고
影落酒杯寒 그림자가 차가운 술잔에 떨어지네
棲鵲驚還叫 자던 까치가 놀라서 울고
長河耿欲殘 긴 강물이 빛나다가 어두어지려하네
興來歌自放 흥이 일어 노래 절로 나오는데
天地歲華闌 천지에 한 해가 저무네
21. 壬申孟冬。別蔡玄夫。
임신년(1692) 맹동(음력 10월)에 채현부를 이별하다
此地無人到 이 땅에 오는 이 없더니
君從底處來 그대는 어디에서 왔는가?
跫音眞可喜 발자국 소리 참으로 기뻤고
客意蹔相開 길손(나) 마음 잠시나마 열었네
語罷燈懸壁 말 마친 뒤 등불을 벽에 걸고
詩成月上臺 시 지으니 달이 누대에 떠오르네
明朝分袂後 내일 아침 헤어진 뒤에
歸夢海西隈 황해도로 꿈길이 돌아오겠지
22. 辛巳春暮。贈蔡玄夫。
신사년(1701) 저무는 봄에 채현부에게 주다
- 아버지 홍만회 무주부사
乍見雖相別 잠깐 보고 서로 헤어졌으나
差賢未始逢 애당초 만나지 않은 것 보다는 낫다네
無窮十年語 10년 동안 말할 회포 끝이 없지만
不改舊時容 옛 모습은 바뀌지 않았네
池館迎新月 못가 관사에서 초승달을 맞이했고
山樓聽暮鐘 산 누각에서 저녁 종소리 들었었지(과거회상?)
送君應寂寞 그대 보내면 적막하리니
春酒爲誰濃 봄 술을 누구를 위해 익히리오?
23. 尹珍山 以健 丈挽 代家大人作
진산군수 윤이건 어른에 대한 만시 아버지를 대신하여 짓다
末路多噂沓 말세라 헐뜯는 이 많았지만
維君特才俊 그대만이 재주있고 뛰어났네
丹穴産奇毛 단혈에 봉황이 난 듯 하고
靑田秣良駿 청전에서 준마를 먹이듯 하였네
志操廉且潔 지조는 청렴하고 깨끗했고
風標爽以峻 풍채는 시원하고 뛰어났네
在幼頭角嶄 어려서 두각을 나타냈고
及長聲名振 장성해서 명성을 떨쳤지
鹵質躡後塵 못난 자질이라 남 뒤를 따랐고
碝石參美瑾 잡석이라 좋은 옥을 접했네
接隣重婚姻 이웃으로 혼인을 맺었고 (인척관계 찾기)
聯衿祛鄙吝 교제하며 인색함을 없앴지
疎才余全退 재주 못나 나는 온전히 물러났고
卓識子愈進 식견 높아 그대는 더욱 나아갔네
龍門庶騰級 용문에 거의 오를 뻔 했고
雲路將發軔 출세 길에 장차 나아가려하였지
奇材異蟠木 기이한 재목은 구부러진 나무와 달랐고
拙宦紆縣印 낮은 벼슬로 현령을 지냈지
別利試盤根 시험 삼아 어려운 일을 잘 처리하였고
剸劇恢游刃 널리 칼을 놀려 능란하게 처리하였네
美政歌麥歧 훌륭한 정치라 선정을 노래하고
殊績頌河潤 탁월한 공적이라 은덕을 칭송하네
蘇軾黨罟罹 소식처럼 당쟁에 걸렸고
子厚炎陬擯 자후처럼 남쪽 끝에 내쳐졌네
覊形瘴成疾 나그네로 풍토병에 걸렸고
隻影霜暎鬢 외로운 몸 머리칼이 쇠었네
頻年哭弟姪 여러 해 동안 아우와 조카가 죽어서(주 달기)
德門荐禍釁 덕망 높은 집안이 거듭 화를 당했네
淚盡多損神 눈물 말라 마음만이 상했고
哀積還成疢 슬픔 쌓여 화병이 되었네
生難故里還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기 어려우니
死將殊方墐 죽어서 타향에서 묻히겠지
聖澤霈雷雨 임금 은택 큰 비처럼 흥건하니
至仁體堯舜 지극한 인은 요순을 체득했네
陰谷暖回煦 그늘진 골짜기에 햇살이 비치고
鴻毛霈遇順 기러기는 순풍을 만났네
吉凶事忽舛 길흉의 일이 갑자기 어긋나고
倚伏理難認 화복의 이치는 알기 어렵네
中途得奇疾 도중에 기이한 병을 얻어
逆旅成虞殯 객지에서 빈소를 차렸네
只期掃懸榻 다만 현탑에서 만나기를 기약했건만
誰知迎旅櫬 누가 알았으랴? 객사의 영구 맞이함을
窮途我安放 궁한 길에 어찌 나를 버렸는가?
善人天不憗 착한 사람을 하늘이 남겨두지 않았으니
功名一縣纔 공명은 겨우 한 현령이었고
年算五旬僅 나이는 겨우 50 남짓 이었네
門戶有誰持 집안에는 누가 있어 유지할까?
血屬更無胤 피붙이는 다시 이을 사람 없네(찾아보기)
浮生水漂漚 덧없는 인생 물거품 같고
舊遊燈滅燼 예전 놀던 그대 꺼진 등불 같네
空簷語夕乙 빈 처마에 저녁 새 지저귀고
毁垣行宵燐 무너진 담장에 반딧불 날아다니네
那將馬融笛 어찌 마융의 피리로
更哭張公靷 다시 장공의 상여에 곡하랴?
24. 和寄挹淸 李友眞佐堂號
화답하여 읍청에게 부치다 벗 이진좌의 당호이다
端居市巷裏 평소에 저자거리 속에서
獨自送年華 홀로 세월을 보내네
臘雪留千井 섣달 눈이 온 마을에 쌓였다가
春風入萬家 봄바람이 온 집으로 불어오네
開尊正浮蟻 술통 열어 정말 좋은 술 마시고
倚杖忽歸鴉 지팡이에 기대니 까마귀가 돌아가네
獨立誰相問 홀로 서서 누구를 찾아갈까?
看山幽意賖 산을 보니 그윽한 마음 아득하네
25. 再疊
앞의 운으로 다시 짓다
靜裏知春事 고요 속에 봄의 일을 알아서
悠然感物華 유연히 봄 풍경을 감상 하네
柳搖何處陌 버들은 어느 거리에서 흔들리나?
梅發故人家 매화가 친구 집에 피었네
樂意林中鳥 즐거운 뜻 숲 속의 새이고
天機暝後鴉 천기는 저문 뒤의 까마귀네
興來堪一訪 흥이 와서 한 번 찾아온다면
新酒可能賖 새 봄 술도 외상으로 살텐데
26. 贐海伯李令公 德成 得甫丈 五排
해백 이령공 덕성 득보 어른에게 드리다 5언 배율
(1695년 의주부윤으로 있을 때 씀. 1696년에 황해도 관찰사로 있었음)
不作承明直 승명에서 숙직하지 않고
頻爲五馬遊 자주 지방관으로 나갔었지
非無補衮手 보곤의 솜씨 없는 게 아니고
自有鎭邊籌 변방을 진압하는 계책이 있었네
蠻海鯨波伏 남쪽 바다에서 큰 파도를 잠재웠고
遼城獵火收 먼 성에서 사냥불을 거두어 들였네
盤根曾別利 어려운 일도 일찍이 잘 처리하였고
藩翰又分憂 중신으로 또 임금의 근심 나누었네
按節新方伯 부절을 잡고 가는 새로운 방백은
鳴琴舊海州 옛날의 해주에서 선정 베풀던 이 라네
山川開熟路 산천에는 익숙한 길 펼쳐져있고
父老迓行輈 부로들은 행차하는 수레를 마중하네
寵渥方彤矢 큰 은혜로 붉은 화살을 하사받고
功名尙黑頭 공명은 젊을 때 이루었지
塵淸范滂轡 범방처럼 고삐 잡아 세속을 맑게 하고
月滿庾公樓 달 가득할 때 유공처럼 누각에 오르겠지
竹雪將心潔 대에 내린 눈처럼 마음이 깨끗하고
荷風共惠流 연꽃에 부는 바람처럼 은혜가 넘쳐흐르리라
行看一方內 순행하며 온 고을을 살펴보면
呻痛變歌謳 백성의 신음이 노래로 변하리라
27. 十月望夜。與李一源 秉淵,尹伯修 游,仲和 淳,洪敬叔 九采,德老 重耉,趙叔章 文命。次農巖韻。丁亥。
10월 보름 밤에 이일원 병연, 윤백수 유, 중화 순, 홍경숙 구채, 덕로 중구, 조숙장 문명과 더불어 농암의 시에 차운하다 정해(1707년)
前夜文星耀一堂 지난 밤 문성이 한 집에 빛나더니
喜逢詩伴卽連牀 시 벗을 기쁘게 만나 상을 나란히 했네
孔融可使罇無酒 공융이 술 단지에 술을 없게 하랴?
荀令還慚座有香 순령은 자리에 향 있는 것 부끄러워했네
得月寒花迎客媚 달빛 받은 국화는 길손 맞아 아양 떨고
驚秋華髮照燈長 빨리 쇤 흰머리는 등불에 비춰 길구나
暮年行樂斯爲快 노년에 행락은 이것이 통쾌하니
何用軒車做許忙 무엇 때문에 수레타고 바쁘게 다니랴?
28. 十月旣望。與李彥叔 眞佐,洪敬叔,李一源,趙叔章。約會校洞尹伯修僑第夜飮。拈韻同賦。時尹仲和,趙南老 星壽 亦至
10월 16일에 이언숙 진좌, 홍경숙, 이일원, 조숙장과 함께 교동 윤백수의 임시거처에 모여 밤에 술 마시기로 약속하고 모여서 운을 내어 함께 시를 짓다. 이때에 윤중화, 조남로 성수도 왔다.
相逢一醉發朱顔 서로 만나 한껏 취해 얼굴이 붉은데
書閤經秋靜掩關 서재는 가을 내내 빗장을 채웠네
霜重菊叢依淨榻 서리 짙자 국화가 깨끗한 탑상에 기대고
夜深星月動寒山 밤이 깊자 별과 달이 찬 산으로 움직이네
眞成放浪酒杯裏 참으로 술 속에서 방랑하니
莫歎睽違城市間 성시에서 격리된 것 한탄하지 말게
好是主人投客轄 좋게도 주인이 손님의 수레바퀴 비녀장을 던졌으니
天方欲曙我方還 새벽이 될 때쯤에 나는 돌아가리라
29. 再疊
앞의 운으로 다시 짓다
白髮空催鏡裏顔 거울 속 얼굴은 백발을 재촉하고
歸心歲暮憶鄕關 세모에 돌아가고 싶어 고향을 생각하네
霜輝却媚林中月 서리 빛은 숲 속 달에 아양 떨고
秋色猶殘菊外山 가을빛은 국화 너머 산에 시드네
夜與話長燈燭裏 밤에 함께 긴 등불 속에서 오래 이야기하고
年隨志倦劒書間 해를 따라 검과 책 사이에서 뜻이 게을러지네
君家酒熟能留客 그대 집에 술 익어서 길손 머물게 하니
乘興寧辭數往還 흥을 타고 어찌 자주 오고감을 사양하리?
30. 寄敬叔
홍경숙(洪敬叔)에게 부치다
離羣愁緖不成歡 떠나는 무리 근심되어 기쁘지 않고
山閣懸燈坐夜闌 산속 누각에 등불 걸어 밤 깊도록 앉아있네
故舊晨星逢未易 친구와 샛별은 만나기가 쉽지 않고
光陰逝水挽猶難 세월은 흐르는 물 같아 붙잡기 어렵네
摧低病思憑書遣 병에 대한 생각을 꺾고 글에 의거해 보내고
牢落雄心撫劒看 우뢰 떨어지니 웅장한 마음으로 검을 어루만지네
坐想君家春已到 앉아서 그대 집에 봄이 이르렀을 생각하니
梅花盡落水樓寒 매화가 찬 수루에 다 떨어졌겠지
31. 除夕感吟
섣달 그믐날 밤에 느껴 읊다
殘雪空庭淺 남은 눈 빈 뜰에 얕에 깔리고
寒燈永夜懸 찬 등불 긴 밤에 걸려있네
迎春汎栢酒 봄 맞아 백주를 물에 띄우고
過臘落梅天 매화 지는 섣달이 지나가네
急景騰誰挽 빠른 세월 누가 만류할까?
孤懷耿不眠 외로운 회포 잠 못 이루네
金丹違宿計 금단은 오래된 계획과 어긋나니
無術駐芳年 꽃다운 나이 머물게 할 방법이 없네
32. 要道長宿共賦
도장에게 함께 묵기를 요청하다
客至西樓宿 길손 서루에 이르러 묵고
春宵月復明 봄밤이라 달이 다시 밝네
縈林猶雪色 엉킨 숲은 아직 눈빛이고
度郭忽鴻聲 성곽에 큰 기러기 소리 지나가네
倦矣風塵跡 바람 먼지 자취 게으르지만
依然故舊情 친구의 정 여전하다네
誰知十年面 누가 10년 된 얼굴을 알아보리?
白髮滿頭生 백발이 머리 가득 생겨났으니
33. 送黃山柳督郵 泰明
황산의 유독우 태명을 전송하다
前秋隣並屋西東 지난 가을 이웃으로 동서에 살고
喬木深園步屧同 높은 나무 깊은 동산 함께 천천히 걷네
吾祖昔遊池閣月 할아버지 옛날에 못 누각 달 속을 노닐고
主人今繼竹林風 주인은 이제 대 숲 바람을 잇네
新知市巷初傾盖 저잣거리의 새 친구 애당초 오랜 친구 같고
覊宦關河又轉蓬 관하에서 타향의 벼슬살이하고 떠돌아다니네
卧病一春聊遠別 병으로 누워 봄을 멀리 이별하고
楚雲蠻樹思無窮 초나라 구름과 오랑캐 나무 끝없이 생각하네
其二
蕭蕭征騎出關催 쓸쓸히 말 타고 관문 나가길 재촉하는데
嶺表行看鴈始回 영남으로 가면서 기러기 돌아감 보네
芳草細連瀕海路 싱그러운 풀 바닷가 길에 연이어 있고
白雲遙隔望鄕臺 흰 구름으로 멀리 막힌 망향대를 바라보네
春波撼郭潮恒壯 봄 물결이 성곽 흔들어 조수는 늘 성하고
晝霧橫林瘴不開 낮 안개가 숲을 가로질러 풍토병 사라지지 않네
聞道聖朝收俊乂 성스러운 조정에서 준예를 거둔 다는 말 들었으니
綠綈應復召君來 푸른 비단으로 그대 다시 부름에 응하시게
34. 寄一源藍浦別墅
南湖氷已動 남쪽 호수에 얼음이 이미 움직이니
北鴈到應頻 북쪽 기러기 이르러 자주 응하네
漁釣幽居樂 어부는 낚시하며 그윽히 사는 것 즐겁고
詩書獨往身 시서로 홀로 살아가는 몸이라네
林扉猶有雪 숲 사립문에 아직 눈이 남아있는데
海樹欲生春 바다 숲에 봄기운 생겨나려하네
愧我紅塵裏 내가 속세 속에 있는 것 부끄러워
虗爲漫浪人 나 홀로 마음대로 살아가려 하네
35. 送堂兄 重箕 通判箕城
사촌 형 중기가 평양 판관이 되어 감을 보내다
西路征麾遠 서로로 대장기 들고 멀리 가니
東風淑氣和 봄바람 맑은 기운 조화롭네
連枝沁園少 친형제와 공주는 적고
芳草浿江多 싱그러운 풀은 대동강에 많네
勝地餘樓閣 승경지에 누각이 남아있고
荒年减綺羅 흉년들어 좋은 비단 감소했네
臨民日應接 백성에게 임함에 날로 교제하는데
衰疾定如何 쇠함과 병듦 어찌하리?
36. 春日。訪北郭幽居。
봄날 북쪽 성곽 궁벽한 거처에 방문하다
之子巖中意 그대는 바위 속에 살 뜻으로
柴門背洞陰 사립문은 응암을 등지네
宗琴山入畵 종금에 산은 그림으로 들었고
阮嘯竹爲林 완소에 대나무는 숲을 이루었네
步屧羣峰轉 천천히 걸으며 여러 봉우리를 돌고
緣溪數曲深 시내 따라 몇 굽이 물 깊네
自應忘世累 스스로 응하여 세상 얽매임 잊으니
珪組况非心 벼슬하는 것이 하물며 내 마음 아니네
37. 西宮感舊
서궁에서 옛날을 느끼다
忍說昏朝事 광해조의 일을 차마 말하랴?
驚心癸丑年 계축년에 마음이 놀랍네
乾坤淪白日 천지에 밝은 해가 빛을 잃고
骨肉誓黃泉 골육이 저승을 맹세 했네
春草金墉閉 금용이 봄풀에 덮여있고
孤雲海島偏 강화도에 구름이 짙게 꼈네
箕邦入禽獸 기자조선이 금수세상 되었으니
已矣奈蒼天 끝났도다 하늘을 어찌하랴?
其二
西苑移嬀幄 서원으로 대비께서 옮겨가서
東朝廢壽觴 동조께 헌수(獻壽)하는 술잔을 폐하였네
天倫一女在 천륜은 한 여인에게 달렸지만
世變十年長 세상 변고 10년 동안 길었네
火急燃箕釜 불을 피워 솥 안 콩을 급히 삶고
猿摧失子膓 원숭이는 자식 잃어 애간장 끊어졌네
不因湯武聖 탕·무 같은 성인이 없으니
那得正綱常 어찌 강상을 바르게 하랴?
38. 景福宮。與諸人共賦。
경복궁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짓다
踏去芳菲色 향긋한 봄풀을 밟고 가며
迎來草樹風 숲풀의 바람을 맞이하네
天光蕩方沼 하늘빛이 연못을 일렁이고
嶽色抱深宮 산 빛이 깊은 궁궐을 감싸네
往事孤雲在 지나간 일은 외로운 구름에 달렸는데
玆遊數子同 이번 유람에 몇 사람이 동행 했네
移尊無不可 술 마셔도 불가한 것 없으니
坐卧綠陰中 녹음 속에 취하여 누웠네
其二
落景澹餘照 지는 해는 석양에 해맑고
西山空翠微 서산은 허공 속에 푸르네
長天殊未極 먼 하늘은 유달리 끝이 없고
倦鳥各知歸 지친 새는 돌아갈 줄 안다네
苑樹濃初密 궁원 숲은 막 짙어 빽빽하고
宮花落盡飛 궁궐 꽃은 다 져서 흩날리네
重來十年後 10년 뒤에 거듭 오니
始覺勝遊稀 멋진 유람 드물었던 것 알겠네
39. 隱几
안석에 기대다
隱几聽殘雨 안석에 기대 남은 빗소리 듣고
林深掩小堂 숲이 깊어 작은 집을 가렸네
微風送花氣 미풍이 꽃향기를 보내오고
夕景泛池凉 석양이 찬 못에 떠있네
靜得年芳駐 고요히 봄 풀 밭에 머무르고
閒耽午睡長 한가로이 낮잠을 길게 자네
無人知此意 이 마음을 아는 이 없어서
獨自盡餘觴 나 홀로 남은 술을 다 비우네
40. 西郊送客
도성 서쪽 교외에서 길손을 보내다
慕華館外日將夕 모화관 너머로 저녁 해가 지려하고
弘濟院前春雨微 홍제원 앞에는 봄비가 부슬부슬
膓斷河橋一相送 하교에서 애타게 그대를 전송하니
行人流水共西歸 행인과 유수가 서쪽으로 돌아가네
41. 道長第避暑
도장의 집에서 더위를 피하다
何地欲逃暑 어디에서 더위를 피할까?
君家林壑幽 숲 깊은 그대의 집이라네
溪風到疎柳 시내바람 성근 버들에 불어오고
嶽翠上高樓 푸른 산은 누각 위로 솟아있네
未覺三庚熱 삼복더위 느끼지 못한 채
眞成半日遊 반나절 좋은 놀이 하였네
歸驂下山路 말을 타고 산길을 내려옴에
忽復亂蟬秋 홀연히 매미소리 요란하네
42. 酬一源
일원과 술잔을 주고받다
林際生纖月 숲 끝에 초승달이 떠오르니
新秋雨始晴 초가을에 비가 막 갠 뒤라네
虗池受螢白 개똥벌레 불빛 받아 못이 밝고
古木帶蟬淸 매미 울어 고목이 시원하네
境靜幽棲意 땅이 조용하여 은거할 마음 있고
樓高悵望情 누각이 높아서 서글픈 마음 이네
忘機學莊叟 기심 잊은 장자를 배워서
世事付無營 세상일을 경영하지 않으리라
43. 葬兒
아이를 장사지내다
惻惻彼山阿 슬프게도 저 산 언덕에
春風吹死草 봄바람이 죽은 풀에 불어오네
爾骨托於玆 너의 몸을 여기에 뭍을 때에
如何葬草藁 어찌 거적에 싸서 장사지내랴?
狐狸馳舊墟 여우가 묵은 터를 내달리고
荊棘翳荒道 가시나무가 거친 길을 뒤 덮었네
一慟山日昏 한껏 울어 산의 해가 저물고
淚眼爲枯槁 눈물에 나무가 시들었네
嗚呼不忍言 아! 차마 말할 수도 없구나
萬感縈懷抱 만감이 마음속에 얽혔네
爲爺信無良 아비 되어 어질지 못하여
畜汝竟至夭 네가 끝내 요절하게 되었구나
我恨曷其亡 나의 한이 어찌 없어지리오?
蒼天長浩浩 푸른 하늘만 멀고도 드넓구나
其二
漆園有蒙叟 몽땅의 늙은이 칠원에 있으면서
冥觀齊萬物 만물을 동일하게 보았네
彭殤歸一途 장수하나 요절하나 죽음으로 돌아가니
泰山視毫髮 태산을 보기를 털끝처럼 보았네
奧言發遊蒙 오묘한 말 장자에 나타나고
微思刮玄窟 미묘한 생각을 도가서에서 찾네
悲來一讀之 슬프면 도가서를 한 번 읽어
襟抱曠超越 마음이 세상사를 초월하네
是身初假來 이 몸도 애당초 잠시 빌린 몸이니
終焉復幻滅 끝내는 다시금 사라진다네
噭噭以隨哭 꺼이꺼이 통곡하며 따라가니
得無愧斯訣 이 영결에 부끄러움 없다네
論心僧在室 절에 있는 중과 마음을 논하며
相對坐遂兀 마주하여 꼿꼿이 앉았네
夜深天籟寂 밤이 깊어 바람 소리 고요하고
微月逗幽樾 희미한 달 무덤가 나무에 걸려있네
44. 悼兒殤
아이가 일찍 죽음을 슬퍼하다
哭爾蓂三盡 삼년동안 너를 곡하고
淸揚似隔晨 해맑은 그대 얼굴은 어제와 같네
如何泉下魄 샘 아래 넋은 어찌 하리?
不作夢中身 꿈속의 몸을 만들지 않았네
曳履庭留跡 신을 끌어 뜰에 자취 남기고
懸衣桁有塵 옷을 걸어 차꼬에 먼지 있네
寸膓曾欲斷 한 치 창자는 끊어지려하는데
今日又逢春 오늘 또 봄을 만났구나
45. 葬兒
아이를 장사지내다
藹藹春浮木 무성하게 봄이 나무에 떠오르고
冥冥雨滿山 캄캄하게 비가 산 가득 내리네
墳成黃鳥下 무덤이 이루어지니 황조가 내려앉고
祭罷白雲遠 제사를 마치니 흰 구름이 멀리 떠가네
新物方盈矚 새로운 물건 바야흐로 가득 차 보이고
吾生豈破顔 내 삶은 어찌 활짝 웃을 수 있으리오?
深悲以妄塞 깊은 슬픔으로 망령되이 막혀있으니
悄悄返禪關 근심스레 절로 돌아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