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 시 : 2020. 4. 18.(토) 10:50~18:50
2. 탐방지 : 해파랑길 8구간 (염포삼거리-일산해변)
3. 코 스 : 염포산삼거리-염포산-울산대교전망대-방어진-슬도-대왕암공원-일산해변(탐방거리 12.5km)
4. 참석자 : 강예구, 김명자, 김종기, 노영완, 정수연, 주윤선, 최홍구, 홍재옥 등 8명
5. 탐방후기
탐방 전날 봄비치곤 많은 비가 내린 다음 맑은 하늘엔 싱그러운 햇살은 더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기온 역시 20도를 웃도는 포근한 날씨다.
그리고 지난 주말에 사진동호회 회원들과 사진 출영을 나간다고 불참했던 우리 탐방팀의 분위기 메이커인 강 과장이 2주 만에 얼굴을 보여 무척 설레기도 하고 또 어떤 재미있는 것을 준비해 왔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인 신해운대역으로 가는 도중 김종기 산행대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탐방에 참석하기 위해 지금 거제역에서 동해선 전철을 타고 오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를 겁을 내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종기 씨가 참석한다는 것만 봐도 코로나가 많이 진정되긴 진정된 모양이다.
약속장소에 가니 강 과장과 물금에서 헤어진 세 여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 소장은 부전역에서 타고오고 있었고, 명자 씨는 출발 5분전에 도착했다.
열차를 타고가다 명자 씨에게 커피를 부탁하니 남자 셋도 덩달아 요청한다. 기차여행을 하면서 마시는 커피는 색다른 멋을 더해 준다.
이번 탐방길인 방어진에서 대게와 전복, 문어를 도소매하는 손위 처남의 가게가 있어 나중에 대개를 먹으면 어떻겠냐고 물어보니, 모두가 흔쾌히 동의해 주었고, 대게는 일정을 보아가며 주문하기로 했다.
태화장역에서 염포삼거리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기위해 이동하는 인도에는 메타세콰이어가 가지런히 줄지어 어제 내린 비로 더욱 싱그러워진 잎들을 바람에 나부끼며 우리를 맞아주었고, 우리가 타고 갈 401번 버스도 때마침 도착해 곧장 탐방 초입이 있는 염포삼거리로 향할 수 있었다.(10:30)
15분을 달려 염포삼거리에서 하차하여 성내삼거리가 아닌 SK주유소 방면으로 이동해 SK주유소 옆으로 난 오르막길로 탐방이 시작되었다.(10:50)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하기 전에 SK주유소 옆에 설치된 탐방확인 스탬프를 해파랑길 지도책에 찍었고, 지도책을 가져오지 않았거나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가 타고 온 기차표에 스탬프를 찍은 뒤 산으로 올랐다.
산길에는 연하디 연한 연녹색 나뭇잎들이 수줍은 듯 잎사귀를 조아리며 싱그러운 풀내음을 바람에 날리면서 우리의 코끝을 간지럽혀 주었다.
곧이어 만난 약수터에서 명자 씨와 시숸스레 물 한잔씩 마시고 돌아서니 비소가 많다고 먹지 말라고 붙여놓은 안내문이 눈에 쏙 들어온다. 그러나 이왕 마신 걸 어쩌랴? 몸속에 나쁜 균이라도 죽여주길 빌 수밖에.
15분쯤 오르다보면(11:05) 염포산 정상 100미터 전 지점이 나오고 평평하고 널찍한 흙으로 덮인 임도가 펼쳐진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길에서는 산행하는 사람을 몇 명밖에 만나지 못했는데, 이곳에는 염포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로 많이 붐비고 있었다. 우리는 높이가 크게 높지 않은 정상은 해파랑길 코스가 아니라는 이유로 오르지 않고 임도를 따라 걸었다.
10여 분을 더 가다보면 쉼터와 운동시설이 나오고 평탄한 흙길이 펼쳐지다가도 오르내리는 길에는 흙이 유실되지 않게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가 나왔다 사라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된다.
임도를 계속 따라 오다보면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시그널을 잘못 보면 엉뚱한 옆길로 빠질 수가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임도를 따라계속 걸으면 된다. 시그널 표시가 애매한 이곳에서 수연 씨가 좌측으로 빠져야 되지 않겠느냐하며 오르막길을 따라오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나를 불렀지만 나는 서둘러 능선 길을 올라가 시그널을 확인하고는 회원들을 부르기도 했다.
11시 45분 정자와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울산 동구청과 울산대교전망대(200m 전)를 잇는 찻길과 임도를 이어주는 화정산삼거리에 도착해 사각 정자에 배낭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바나나와 오이 파프리카로 영양을 보충하고, 12시 정각에 울산대교전망대를 향했다.
배 모형의 기초 위에 원뿔형의 현대식 전망대로 세워진 울산대교전망대는 애초 올라갈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때마침 휴관일이라 미련도 없이 주위 경관을 즐기며 추억을 카메라에 담고서 산 아래로 발길을 돌렸다. 강 과장과 명자 씨, 재옥 씨와 나는 조금 늦게 내려오면서 울산대교전망대 전경을 오롯이 다 넣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아하며 쾌재를 지르기도 했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 좌측에는 사찰이 있고, 그 아래 국제규격의 천연잔디축구장 두면과 테니스장, 농구장이 있는 방어진체육공원이 있었다. 또 우측에는 숲으로 덥혀있는 아름다운 오솔길이 이어진다.
조금 아래로 내려오면 임도에서 우측으로 빠지는 돌길과 돌계단으로 이어지는데, 계속 따라가면 천내봉수대로 이어진다. 천내봉수대는 현재 접근하는 길과 기단만 복원되어 있고, 기통은 아직 복원되지 않는 상태였다.(12:37)
시간이 시간인지라 배가 출출해 점심식사 할 장소를 찾았지만 천내봉수대 외에는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렇지만 문화재 위에서 식사를 한다는 게 죄스러울 것 같다는 회원들의 마음이 일치되어 내려가는 길에 적당한 곳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도로까지 내려가게 될 줄이야.
봉수대 돌길이 끝나는 지점에 왼쪽으로 이어지는 울산여울길이라는 입간판이 있는데, 이를 따라가며 아름다운 길일 거라고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전에는 어떠했는지 몰라도 짧은 길에다 무질서하게 들어선 텃밭들로 하여금 길이 망쳐져 있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차라리 기대를 하지 않게 여울길이라는 입간판을 붙여놓지나 말았으면 더 좋을 건만. 그리고 오른쪽에는 울산과학대학교 동부캠퍼스가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텃밭과 대학캠퍼스가 들어차 있어 마땅한 식사 자리를 찾지 못하고 12시 7분 방어진체육공원 입구 교차로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는 바닷가로 가서 먹기로 하고 도로를 따라 방어진 쪽으로 향했다.
5분 정도 내려오면 문현삼거리다. 이곳에서 왼편 건널목을 건너 인도를 따라 일산해수욕장 방면으로 300여 미터를 내려가면 문재삼거리가 나오고, 이곳 삼천리자전거대리점 앞에서 방어진순환도로를 건너면 방어진항구 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방어진으로 향하는 길목 우측 도심에 있는 쌈지공원의 정자를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갔다. 바로 문재공원이라는 곳으로, 나중에 방어진에 사는 처남으로부터 들은 바로 그 주위에는 크고 작은 쌈지공원이 4~5개나 있다고 했다. 꼭 점심장소를 찾던 우리를 위해 조성해 놓은 것 같아 기분 좋았다.
회원들이 쌈지공원으로 가는 사이 나는 바로 맞은편에 있는 CU편의점을 찾아 소주와 맥주, 음료를 사왔고, 다른 회원들이 도시락을 꺼내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명자 씨는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쑥을 캐고 있었다. 몇 번이나 부른 소리를 듣고서야 명자 씨는 정자로 올라와 식사를 함께 했다.
문재공원의 정자도 사각, 염포산에 있는 정자들도 사각 그리고 보니 울산의 정자는 하나같이 사각의 지붕에다 정사각형으로 된 정자다.
정자에 둘러앉아 음식을 펼쳐놓으니 말 그대로 진수성찬이다. 강 과장의 명태초회와 윤선 씨의 오들 배기, 엉게 나물, 목이버섯, 수연 씨의 고추된장 무침, 깻잎짱아지, 종기 씨의 우엉조림, 노 소장 더덕무침, 나의 군소 숙회와 칼치포조림, 거기에다 명자 씨의 계란지단, 강 과장의 연잎영양밥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삼켜지고 입안에 넣어놓으니 그 맛은 꿀맛이다.
이렇게 맛있게 점심식사를 먹은 다음 커피를 마시고, 재옥 씨의 노니과자, 강 과장의 키위와 사과를 먹는 사이에 명자 씨는 어느 샌가 공원바닥에 앉아 또 쑥을 캐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휴식시간을 더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면도로를 따라 방어진항에 도착하여 오른쪽에 있는 방어진 방파제를 한 바퀴 도는데, 윤선 씨는 왼쪽에 있는 슬도공원과 이어진 방파제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다시 되돌아오지 말고 계속 가서 반대편 방파제로 바로 넘어가자고 해서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방파제를 걸은 다음 방어진수산시장 옆에 처남이 운영하는 가게에 들러 나는 우리가 나중에 먹을 대게를 주문하였고, 명자, 윤선, 재옥 씨는 집에 가져갈 전복을 1kg씩 구입하였다.
울산수협과 해양파출소, 방어진항 안에 있는 조그만 작은 포구 동진항을 지나 방파제로 연결된 슬도공원을 찾았다. 강한 바람에 실려오는 해초 냄새와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며 오감을 만족시켜 주었다. 우리는 바다와 이어지는 방파제, 서로 뽐내고 있는 황토색의 바위들과 슬도공원의 풍경들을 사진을 찍으며 여념 없이 즐겼다.(15:15)
슬도공원을 빠져나와 울기등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소리체험관과 나팔조형물, 나란히 이어지는 예쁜 찻집들, 빨간 벽돌이 깔린 오솔길은 푸른 바다와 너무 잘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흥겨워진다.
대왕별아이누리, 오토캠핑장, 대왕암공원 둘레길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지나면 해안 길 양옆으로 화사하게 피어있는 유채꽃과 이름 모를 들꽃 야생화는 다리의 피로를 잊게 해주고, 유채꽃 옆 바다를 향해 늘어서 있는 오토캠핑장에는 카라반을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는 이런 곳에서 즐겨봐야지 하고 생각해 본다. 이어지는 대왕별아이누리 옆을 지나면 계단을 통해 과개안 해안가로 내려서게 된다.
'과개안'이란 대왕암공원 남쪽 울산교육연수원 아래 몽돌이 있는 해안으로 순 우리말로 '너븐개'라고 하며, 1960년대까지 포경선들이 고래를 이곳으로 몰아 포획하던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과개안 몽돌 자갈밭에 앉아 맥주를 한잔하며 잠시 휴식을 갖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16:12)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할미바위를 바라보며 둘레길을 지나고 울기등대 앞을 지나 육지와 떨어져 연육교로 이어진 대왕암을 찾았다. 바다 한가운데에 솟아있는 대왕암으로 이어지는 연육교는 거센 바람으로 찾는 이들을 당황하게 하였고, 모자가 날아가지 않게 꼭 붙잡게 하였다. 하지만 거센 바람 덕택에 답답한 마음이 탁 뚫렸고, 가슴속 응어리가 다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대왕암공원 해안 길과 솔밭 길을 걷다가 하트 조형물이 있는 사진촬영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한 다음(16:50) 일산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테크로 내려와 막구지기 별빛광장에서 20여 분을 기다렸다 가격보다 많은 양의 대게 4마리와 전복 8마리를 먹기 좋게 손질되어 1.8ℓ 소주와 함께 도착해 맛있게 먹으려고 하는데 명자 씨가 또 없다. 그 사이를 못 참고 쑥을 캐러가고 없어 찾고 부른다고 다른 사람들은 먹지도 못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먹을 때는 말이 없다는 게 실감이 났다. 평소에는 그렇게도 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전복과 대개를 먹는 사이에는 한마디 말도 없이 먹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마냥 귀여웠다.
맛있는 전복과 대게를 먹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18:00) 큰길가로 나와서 기타를 타러 가기 위해서 태화강역으로 가려고 했으나 기차 시간이 맞지 않아 시외버스를 타고 가기 위해 길을 물어물어 방어진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18:50)
해운대로 가는 버스는 7시 40분이 넘어야 있다고 했다. 윤선, 재옥 씨는 7시 20분에 노포동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려다 집에 도착하는 시간이 거의 비슷하다는 걸 알고 결국 우리와 같이 7시 48분 해운대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하였다.
술을 많이 마셔서 일까? 차안에서 화장실이 급했으나 다행히 울산버스터미널에서 잠시 정차하는 동안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었다.(20:05)
15분을 정차해 있던 버스는 8시 20분 울산터미널을 출발하여 시내를 거쳐 청양에서부터 동해선 고속도로 위를 달렸다. 차를 타고 오던 중에 노 소장이 나에게 전철을 타기 좋은 장산역에서 내리자고 했고, 장산역에서 차가 세우려면 막히는 대천공원 쪽보다 송정에서 버스가 빠져나가 송정터널을 통과하겠네? 라고 내가 말했더니만 명자 씨가 대뜸 대천공원 입구로 빠진다고 두어 번 얘기를 하고는 내가 수긍을 하지 않자 만원지폐를 꺼내 노 소장에게 맡기면서 나보고 내기를 하잔다. 안할 수도 없어 나도 만원을 내놓았고 차는 명자 씨 말처럼 대천공원 입구로 빠져나가자 명자 씨는 만원 챙기고는 좋아하면서도 미안했는지 장산역에서 남자 넷과 내리자마자 딴 돈으로 4홉짜리 소주 5병을 사 탐방에 올 때마다 한 병씩 가져 오겠다며 말을 남기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고, 남자 넷은 콩나물국밥집을 찾아 저녁을 해결하고 강 과장은 걸어서 우리는 전철을 이용해 집으로 향했다(21:50)
이번 탐방을 안내할 때 탐방거리와 소요시간이 12.5km에 5시간인데도 9구간의 19.3km, 6시간 30분으로 소요시간을 잘못 공지하는 바람에 오고 싶은 회원들을 막지나 않았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첫댓글 최실장님 해파랑길 탐방이 순조롭게 진행되는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장문의 후기도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