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아비달마론 상권
4.1. 상응행(4), 수면(隨眠)
수면(隨眠: anuśaya)에는 욕탐(欲貪)수면ㆍ진(瞋)수면ㆍ유탐(有貪)수면ㆍ만(慢)수면ㆍ무명(無明)수면ㆍ견(見)수면ㆍ의(疑)수면 등 일곱 가지가 있다.
이 일곱 가지의 개별적 특징은 이미 결을 논하면서 설명한 바 있지만, 마땅히 계(界)ㆍ행상(行相) 그리고 부(部)의 차별에 의거하여 이같이 일곱 가지 수면으로 분별해야 하는 것이다.
[계(界): 그것이 소속하는 세계, 즉 욕계ㆍ색계ㆍ무색계의 삼계를 말한다.]
[행상(行相): 견의 작용방식으로 유신견ㆍ변집견ㆍ견취ㆍ계금취ㆍ사견의 5견을 말한다.]
[부(部): 그것이 끊어지는 유형으로, 견고(見苦)ㆍ집(集)ㆍ멸(滅)ㆍ도소단(道所斷)과 수소단(修所斷)의 다섯 가지.]
모든 욕망에 대한 탐을 욕탐이라 하는데, 이 같은 탐이 바로 수면이기 때문에 욕탐수면이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로지 욕계 5부로서 다섯 가지이니, 견고소단 내지 수소단이다. 진수면 역시 오로지 욕계 5부의 수면으로, 다섯 가지이다.
유탐수면은 색ㆍ무색계의 각기 5부로서, 열 가지이다.
이것은 욕계의 탐, 즉 욕탐과는 달리 내적으로 향하는 작용[內門轉]이기 때문에, 또한 색계의 네 가지 정려나 무색계의 네 가지 무색정 상에서 실제로는 해탈하지 않았음에도 해탈했다고 하는 생각을 방지하기 위해 말한 것으로, 곧 내적으로 향하는 색ㆍ무색 2계에서의 탐을 유탐이라고 하는 것이다.
만수면은 3계 각 5부에 공통하는 수면으로, 열다섯 가지가 된다. 무명수면 역시 3계 각 5부에 공통하는 열다섯 가지가 있다.
견수면은 3계에 공통되어 각기 열두 가지, 도합 서른여섯 가지가 된다.
즉 욕계 견고소단에는 다섯 가지 견[유신ㆍ변집ㆍ사ㆍ견취ㆍ계금취]이 있으며,
견집ㆍ멸소단에는 오로지 사견과 견취 두 가지 견이,
견도소단에는 오로지 사견ㆍ견취ㆍ계금취 세 가지가 있어 모두 열두 가지이며,
색ㆍ무색 2계도 역시 그러하여 총 서른여섯 가지가 되는 것이다.
의수면은 3계 각각의 견고ㆍ집ㆍ멸ㆍ도소단 4부에 공통하여, 열두 가지가 된다.
여기서 욕탐수면과 진수면은 오로지 그것이 끊어지는 유형, 즉 부(部)에만 차별이 있을 뿐 그것이 속한 세계[界]나 행상에는 어떠한 차별도 없다.
유탐ㆍ의ㆍ만ㆍ무명의 수면은 계와 부의 차별은 있어도 행상의 차별은 없다.
그리고 견수면에는 계ㆍ행상ㆍ부의 차별이 모두 있다.
여기서 행상의 차별이란, 말하자면
아(我)와 아소(我所)의 행상에 의해 작용하는 것을 유신견이라 하며,
단멸과 항상의 행상에 의해 작용하는 것을 변집견,
절대 공무(空無)의 행상에 의해 작용하는 것을 사견,
앞의 세 가지 견해가 실제로는 저열한 것임에도 뛰어나다고 하는 승(勝)의 행상에 의해 작용하는 것을 견취,
그릇된 수행도를 청정하다고 하는 정(淨)의 행상에 의해 작용하는 것을 계금취라고 하는 것이다.
수면은 그것이 현현 생기할 때 알기 어렵기 때문에 바로 ‘미세(微細)하다’는 뜻이다.
혹은 ‘따라 속박한다[隨縛]’는 뜻이 바로 수면의 의미이다.
즉 마치 하늘을 나는 새[空行]의 그림자가 물 속에 비춰[水行] 따르는 것처럼 심신상속(心身相續)에 따라 간단없이 전이 계박하기 때문이다.
혹은 참기름은 참깨에 있으며 더러움은 막일꾼에게 있듯이 심신상속과 ‘함께 한다[隨逐]’는 뜻이 곧 수면의 뜻이다. 혹은 ‘따라 증장[隨增]한다’는 뜻이 바로 수면의 뜻이다.
이를테면 수면은 오취온 상에서 소연과 상응에 근거하여 점차 따라 증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따라 증장한다고 함은 소연과 상응이라고 하는 매개를 따라 증장한다고 하는 의미이다.
나아가 이와 같은 일곱 가지 수면은 그것이 속하는 세계와 행상, 그것이 끊어지는 유형, 즉 부(部)의 차별에 따라 아흔여덟 가지 수면이 된다. 이를테면 욕계 견고소단에는 유신견ㆍ변집견ㆍ사견ㆍ견취ㆍ계금취ㆍ의ㆍ탐ㆍ진ㆍ만ㆍ무명 등 열 가지 수면이 있으며, 견집소단에는 앞의 열 가지 수면 중 유신견ㆍ변집견ㆍ계금취를 제외한 일곱 가지 수면이, 견멸소단에도 역시 일곱 가지 수면이, 견도소단에는 앞의 일곱 가지 수면에 계금취를 더한 여덟 가지 수면이 있다.
그리고 수소단에는 탐ㆍ진ㆍ만ㆍ무명 등 네 가지 수면이 있다.
이같이 욕계에는 서른여섯 가지 수면이 있다.
또한 색계에는 욕계 서른여섯 가지 수면 중 5부의 진을 제외한 서른한 가지 수면이 있으며,
무색계도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수면에는 총 아흔여덟 가지 수면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3계 98수면을 다시 정리하면 여든여덟 가지는 견소단이며, 10가지는 수소단이다. 또한 각각의 계 중에서 견고ㆍ집소단의 모든 견ㆍ의와 그것들과 상응하는 불공무명(不共無明) 등 서른세 가지는 변행(遍行)이며, 나머지는 모두 비변행(非遍行)이다.
또한 각각의 계중에 견멸ㆍ도소단의 사견ㆍ의 및 그것들과 상응하는 불공무명등 열여덟 가지는 멸(滅)과 도(道)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무루연(無漏緣)이라 할 수 있으며, 그 나머지는 모두 유루연이다.
여기서 유루연이란 소연과 상응에 의해 수증(隨增)하는 것을 말하며,
무루연이란 다만 자신의 취(聚) 상에서 상응함으로써 수증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각각의 계 중에 견멸소단의 사견ㆍ의 및 그것에 상응하는 불공무명 등 아홉 가지는 멸제를 소연으로 삼는 것이기 때문에 무위연이며, 나머지는 모두 유위연이다.
열 가지 수면이 생겨나는 순서는 먼저 무명으로 인하여 사제를 알지 못하니, 즉 고제를 탐구하려 하지 않으며, 나아가 도제를 탐구하려 하지 않는다.
사제를 알지 못함에 따라 의혹이 생겨난다. 즉 사제를 알지 못하는 이는 거짓되고 올바른 두 가지 사실을 듣고 문득 의혹을 품어, 괴로움을 괴로움이 아니라 하고, 나아가 도를 도가 아니라고 한다.
이 같은 의혹에 따라 사견이 생기니, 이를테면 나쁜 친구를 만나 거짓된 것을 듣고 생각함으로써
‘보시도 없고 애락(愛樂)도 없으며, 제사도 없다. 자세한 것은 생략한다’는 그릇된 판단을 낳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견에 따라 유신견이 생겨난다. 즉 오취온 중의 고(苦)의 이치를 부정하고, 아 혹은 아소의 실재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 같은 유신견에 따라 아의 영속 내지 단멸의 극단에 집착하는 변집견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에 따라 계금취가 생겨나니, 말하자면 이러한 변집을 능히 청정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다시 계금취에 따라 견취가 생겨난다. 곧 그들은 그같이 청정하다고 생각하는 것, 곧 계금취를 가장 뛰어난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다시 이러한 견취에 의해 탐이 생겨난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 같은 자신의 견해를 깊이 애탐하기 때문이다.
계속하여 탐에서 만(慢)이 생겨난다. 즉 그들은 그 같은 자신의 견해상에서 자기를 깊이 애착하고 믿음으로 오만함을 낳아 타인을 능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만에 따라 진(瞋)이 생겨난다. 왜냐하면 자신의 견해를 너무나 믿고 의지한 나머지 다른 이의 견해를 능히 참지 못하고 반드시 미워하고 혐오하기 때문이다. 혹은 자신의 견해에 대해서도 취사(取捨)하는 과정에서 취하는 것에 대해 버리는 것을 증오하고 혐오하기 때문이다.
욕계 견고소단의 열 가지 수면이 일어나는 순서는 이상과 같다.
나아가 모든 번뇌는 세 가지 인연에 따라 일어나는데,
첫째 아직 수면이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둘째 비리작의(非理作意)가 있기 때문이며,
셋째 대상[境界]이 현전하기 때문이다.
[비리작의(非理作意), ayoniśomanaskāra 즉 올바르지 않은 의욕. 구역에서는 부정사유(不正思惟).]
즉 번뇌는 이 같은 원인과 가행(加行), 그리고 대상의 힘에 의해 현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이 번뇌의 모든 조건을 완전히 갖추어 설명한 것이기는 하나, 어떤 경우에는 오로지 대상의 힘에 의해서만 번뇌가 일어나는 일도 있다. 이 경우도 역시 심신상속을 두루 뇌란시키기 때문에 번뇌라고 이름하니, 이것이 바로 수면이다.
수번뇌(隨煩惱: upakleśa)란 무엇인가?
모든 번뇌를 역시 수번뇌라고 한다. 말하자면 모든 행온(行蘊)에 포섭되는 그 밖의 나머지 염오한 의식작용과 여러 번뇌도 동일한 온에 포섭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떤 것이 있는가?
광(誑)ㆍ교(憍)ㆍ해(害)ㆍ뇌(惱)ㆍ한(恨)ㆍ첨(諂) 등 수없이 많이 있으니, 계경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광이란 말하자면 타인을 유혹하는 것이다.
교는 이를테면 자신이 소유한 미모나 힘ㆍ가문ㆍ도덕규범ㆍ학식ㆍ재능 등을 그릇되이 집착하여, 마음이 오만 방자하게 되어 타인을 돌아보지 않는 성질을 말한다.
해란 타인을 능히 핍박하고, 이에 따라 때리고, 매도하는 등의 일을 말한다.
뇌란 마땅히 비난받을 일을 진실하다고 완강히 고집하며, 이에 따라 다른 이의 진실된 훈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이란 노여움의 근거가 될 만한 일을 자주 생각하여, 원망하며 버리지 않음을 말한다.
첨이란 마음이 삐뜨름한 것을 말한다.
[참: 자신의 본심을 숨기어 순종을 가장하는 의식작용.]
이와 같은 여섯 가지 의식작용은 번뇌에 따라 생겨난 것으로, 더럽고 오탁한 형태의 거친 번뇌이기 때문에 번뇌구(煩惱垢)라고 이름한다.
그리고 이 같은 여섯 가지 번뇌구 중에서 광ㆍ교 두 가지 구는 탐의 일종이기 때문에 탐등류(貪等流)이며, 해ㆍ한 두 가지 구는 진의 일종이기 때문에 진등류, 뇌구(惱垢)는 자신의 현재 견해가 뛰어난 것이라고 집착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뇌란시키기 때문에 견취등류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첨구(諂垢)는 여러 가지 견해가 증가할 경우 아첨 곡해가 많기 때문에 바로 모든 견(見)의 등류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계경에서 이미 ‘첨곡(諂曲)은 여러 악견을 말한다’고 설명한 바이다.
이상과 같은 번뇌구와 다음에 설명할 전(纏), 그리고 여타의 염오한 의식작용은 행온에 포섭되는데, 이 같은 여러 심소법은 번뇌에 따라 생겨나기 때문에 수번뇌라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