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문수사리현보장경 하권
[보살의 공덕 갑옷]
가섭은 말했습니다.
‘매우 미치기 어렵습니다.
보살의 부지런한 행이 이와 같이 중생을 옹호하고 일체를 구제하여 공덕의 갑옷을 버리지 않으며,
또 집착하는 바 없고, 싸우거나 어지럽지도 않아서 청정한 그대로 무위에 이르러
중생들 때문에 공덕의 갑옷을 입는 것이겠습니까?’
문수사리는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가섭이여. 이 때문에 보살이 큰 공덕의 갑옷을 입는 것입니다.’
가섭은 또 청하였습니다.
‘원컨대 문수사리께서 모든 보살의 공덕 갑옷을 말씀해 주십시오.’
문수사리는 말했습니다.
‘보살은 서른두 가지 공덕 갑옷의 행이 있는지라.
보살이 이 공덕 갑옷을 입고서 가고 오고 돌아다닙니다.’
‘어떤 것을 서른두 가지라 하겠습니까?’
문수사리는 말했습니다.
‘가섭이여, 첫째는 보살이 한량없는 생사에 들어가는 공덕 갑옷이니 처음과 끝까지 옹호하되 행위가 자연스러운 상(相)이며,
둘째는 무수한 사람들을 제도하는 공덕 갑옷이니 나[我]라는 상이 없음이며,
셋째는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는 공덕 갑옷이니 다 법의 몸[法身]을 위하는 상이며,
넷째는 모든 것을 거스르는 공덕 갑옷이니 부르는 소리에 대한 메아리와 같은 상이며,
다섯째는 일체 부처님을 옹호하는 공덕 갑옷이니 법계의 평등한 상입니다.
여섯째는 일체 마군을 항복 받는 공덕 갑옷이니 모든 번뇌를 청정하게 하는 상이며,
일곱째는 바른 법으로써 모든 외도를 교화하는 공덕 갑옷이니, 있거나 없거나 12인연의 근본 없음을 깨달아 들어가게 하는 상이며,
여덟째는 일체 가진 것을 보시하되 아끼지 않는 공덕 갑옷이니 일체 글귀 속에 들어가서 함께 서로가 닦아 즐겨 하기를 원하는 상이며,
아홉째는 일체 중생들을 위해 계율ㆍ인욕의 공덕을 쌓는 공덕 갑옷이니 그러면서도 조작하는 상이 없음이며,
열째는 널리 두루 이르는 공덕 갑옷이니 그러면서도 이르는 상이 없음입니다.
열한째는 크게 정진하는 힘의 공덕 갑옷이니 몸과 뜻이 텅 비어서 고요한 상이며,
열두째는 일체 선정을 위해 법의 몸으로 바른 삼매에 드는 공덕 갑옷이니 일체 집착하는 상을 제거함이며,
열셋째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지혜바라밀의 공덕 갑옷이니 슬기롭지 못한 모든 은애(恩愛)를 청정하게 하는 상이며,
열넷째는 크고 훌륭한 방편의 공덕 갑옷이니 널리 일체 행을 나타내는 상이며,
열다섯째는 대자(大慈)를 행하는 공덕 갑옷이니 상해(傷害)함이 없는 상입니다.
열여섯째는 5도(道)를 보되 허공처럼 보는 상이며,
열일곱째는 크게 기뻐하는 공덕 갑옷이니 만족함이 없는 상이며,
열여덟째는 크게 옹호하는 공덕 갑옷이니 괴로움과 즐거움에 흔들리지 않는 상이며,
열아홉째는 모든 원(願)을 구족하는 공덕 갑옷이니 해탈을 관하되 마치 손바닥 보듯 의심할 바 없는 상이며,
스무째는 일체 덮임[蓋]을 생각하지 않는 공덕 갑옷이니 모든 어두움에 자취[跡]가 없는 상입니다.
스물한째는 4대(大)와 5온[五陰] 때문에 일으키는 공덕 갑옷이니 환(幻)과 같은 법의 변화로 좋고 묘함을 나타내는 상이며,
스물두째는 네 가지 공양을 독사처럼 보는 공덕 갑옷이니 법계는 평등하다는 상이며,
스물셋째는 모든 느낌은 허공이 모인 것처럼 여기는 공덕 갑옷이니 몸에 대해 조금도 거리낌이 없는 상이며,
스물넷째는 삼계의 모든 공덕 갑옷이니 어떤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상이며,
스물다섯째는 모든 존재를 잘 받아들이는 공덕 갑옷이니 일어남이 없는 상입니다.
스물여섯째는 크게 용맹한 공덕 갑옷이니 퇴전(退轉)하지 않는 상이며,
스물일곱째는 크게 통달하는 공덕 갑옷이니 일체 사람들의 행에 따라 약(藥)을 베푸는 상이며,
스물여덟째는 큰 길잡이[導師]로서의 공덕 갑옷이니 3도(道)에 나타내 보이는 상이며,
스물아홉째는 삼보의 교법을 끊지 않는 공덕 갑옷이니 모든 부처님의 슬기로운 교화를 다 나타내어 이치를 널리 보이는 상이며,
서른째는 일체 법에 받는 것도 없고 내는 것도 없는 공덕 갑옷이니 법의 지혜[法忍]를 일으키지 않는 상입니다.
서른한째는 흔들리지 않는 지위에 머무는 공덕 갑옷이니 모든 것을 항복 받아 제자와 연각보다 뛰어난 상이며,
서른두째는 도량을 장엄하는 공덕 갑옷이니 전이한 마음으로 평등한 지혜를 행하여 일체 법을 지닌 대로 바르게 깨닫는 상입니다.
가섭이여, 이것이 바로 보살이 행하는 서른두 가지 큰 공덕 갑옷이니,
만약 이 서른두 가지 공덕 갑옷을 믿어 받는 이가 있다면, 그는 4대(大)를 다르게 할지언정 그 보살만은 끝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가섭은 또 물었습니다.
‘문수사리여, 여러 제자들이 이 공덕 갑옷 가운데 한 가지도 있는 이가 없습니까?’
문수사리는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가섭이여, 여러 제자들이 큰 공덕 갑옷을 입을 수 없으니, 가섭의 뜻에는 어떠합니까?
그 용맹스런 큰 힘 있는 사람이 입는 갑옷을 하열하고 불초(不肖)한 사람도 이 갑옷을 입을 수 있겠습니까?’
가섭은 대답했습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문수사리는 또 말했습니다.
‘가섭이여, 보살이 입는 큰 공덕의 갑옷을 일체 제자와 연각이 입을 수 없습니다.’
이 보살의 공덕 갑옷을 설할 때에 3만 2천의 하늘, 사람들이 다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습니다.”
가섭은 사리불에게 계속 말하였다.
“현자여, 문수사리 동자가 신통 변화를 설법으로써 나타냄이 곧 이러하였으니,
이 모든 것은 내 눈으로 보았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