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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대승장엄보왕경 제3권
[관자재보살의 털구멍만 한 공덕]
제개장아, 내가 지금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의 공덕의 수량을 능히 다 자세히 말할 수 없으나,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이 관자재보살의 털구멍만 한 공덕을 간략히 말하겠다.
재개장아, 관자재보살의 몸에 금색 털구멍이 있는데, 그 속에 무수 백천만 구지 나유다의 건달바가 있으니,
그들은 윤회하는 고통이 없이 항상 가장 뛰어난 쾌락을 받고,
천계의 물건을 받아쓰되, 다하여 없어지는 일도 없으며,
악한 마음이 없고 미워하고 시기하는 마음도 없으며,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고, 팔성도(八聖道)를 행하여 항상 법의 즐거움을 누리느니라.
제개장아, 이 금털구멍 속에는 또 빛을 발하는 여의보주가 있어, 저 건달바들이 마음속으로 원하는 것은 뜻대로 다 이루어지니, 이 금털구멍 속에서 이런 일이 나타난다.
다시 검은색 털구멍이 있어, 그 가운데 무수 백천만 구지 나유타의 신통력을 갖춘 신선이 있으니,
그들 중에는 한 가지 신통을 갖춘 이도 있고, 혹은 두 가지ㆍ세 가지ㆍ네 가지ㆍ다섯 가지 신통을 갖춘 이도 있으며, 또는 여섯 가지 신통을 갖춘 이도 있다.
이 털구멍에 또 은빛의 땅이 나타나니, 황금산에 봉우리는 백은(白銀)이며, 서른일곱 가지 애염연화보(愛染蓮華寶)가 그 산을 장엄하였다.
그 산 가운데 팔만 사천의 신선이 있고, 이와 같은 신선들이 겁수(劫樹)를 출현시키니, 진분홍빛 몸통에다 황금과 백은이 가지와 잎이 되어 보배의 광명을 낸다.
또 낱낱의 털구멍에서 네 가지 보배 연못이 나타나니, 팔공덕수(八功徳水)가 그 속에 가득하고, 묘한 꽃이 못 가운데 가득하며, 못 기슭에는 천묘향수(天妙香樹)와 전단향수(栴檀香樹)가 있다.
또 장엄한 겁수(劫樹)가 있으니, 위에는 장식한 천관과 귀걸이를 매달아 꾸미고, 또 기이한 영락으로 장엄하였으며, 또 그 위에 많은 보배 방울을 매달고, 묘한 옷과 교시가(憍尸迦)의 옷을 걸쳐 놓았다.
이 낱낱의 겁수 아래에서 각각 일백 명의 건달바왕이 항상 온갖 음악을 연주한다.
또 사슴 떼와 신령스러운 새들이 이 즐거운 소리를 듣고 모두 다 생각하기를,
‘모든 유정은 대체로 윤회의 고통을 받으나, 어째서 남섬부주 사람들이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과 같은 고통을 받을까?’라고 하고,
이에 이 모든 새와 사슴들은 이 『대승장엄보왕경』의 이와 같은 명칭을 생각한다.
그러면 천계의 묘하고 매우 맛있는 음식과, 천계의 온갖 묘한 향과 묘한 옷 등의 물건이 그들의 생각에 따라 뜻대로 다 충족된다.”
이때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들으니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와 같은 유정이 마음으로 이 경의 이름만 생각하여도 오히려 이와 같은 이익과 안락을 얻으니,
만약 다시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게 되어, 능히 베끼고 수지하며 독송하고 공양드리며 공경한다면,
이 같은 사람은 항상 안락을 얻을 것입니다.
혹은 어떤 사람이 이 경 중에서 한 자라도 베껴 쓰면,
이 사람은 장차 윤회의 고통을 받지 않고,
영원히 백정이나 회치는 사람이나 천민 같은, 이러한 집안에 태어나지 않으며,
태어나는 몸은 영원히 꼽추나 앉은뱅이나 추한 입술이나 결루(欠漏)나 옴이나 문둥병 등의 좋지 않은 모습을 받지 않고, 원만한 모습을 얻으며, 모든 감각기관이 갖추어져서 큰 힘을 갖게 될 것인데
하물며 수지하여 독송하며 베끼고 공양하며 공경하는 것을 모두 갖춘 사람이 얻는 공덕이야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찬탄하시며 말씀하셨다.
“착하구나, 착하구나. 제개장이여, 네가 지금 이와 같은 법을 널리 설하였구나.
지금 이 모임 중에 무수 백천만의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ㆍ우바새[鄔波索迦]ㆍ우바이[鄔波斯計] 등 이와 같은 대중들이 모두 네가 이같이 말하는 법을 들었으니, 이 광대하고 넓은 법문을 네가 물은 것을 연유하여 듣게 된 것이다.”
이때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이 묘법을 연설하신다면, 천ㆍ인의 대중들이 견고한 믿음을 낼 것입니다.”
세존께서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착하구나, 착하구나. 선남자야, 네가 능히 이와 같이 거듭 이 관자재보살의 몸의 털구멍 속에서 나타나는 공덕을 묻는구나.
제개장아, 거기에는 또 보배로 장엄한 털구멍이 있으니, 그 속에 무수 백천만 구지 나유타의 건달바녀가 있어, 얼굴이 단엄하고 형체가 뛰어나게 아름다운데, 갖가지로 장엄하여 모습이 마치 천녀와 같고, 숱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고통이 모두 그 몸을 침범하지 못하며, 또 인간의 조그마한 고뇌스러운 일도 겪지 않는다.
또한 그 건달바녀가 삼시(三時)에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명호를 염하면, 이 때에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는다.”
[털구멍 속의 모습]
이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 털구멍 속에 들어가 그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털구멍은 끝이 없어 허공계와 같고 또 막는 것도 없다.
선남자야, 이와 같아서 털구멍에는 막는 것도 걸리는 것도 없고, 또한 심기를 불편하게 해주는 여건[触悩]도 없다.
그 털구멍 속은 보현(普賢)보살마하살이 그 속에 들어가 12년 동안 갔었지만 끝에 이르지 못하였느니라.
모든 털구멍을 보면, 낱낱의 속에 각기 불부(佛部)가 그 곳에 머물고 있다.
그러므로 보현보살도 그 끝의 멀고 가까움을 볼 수 없는 것이니, 다른 모든 보살이 어찌 그 끝을 볼 수 있겠느냐?”
이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현보살마하살이 그 털구멍 안에서 12년 동안을 갔었지만 그 끝을 볼 수 없었고, 모든 털구멍에 각각 백 분의 부처님께서 그 가운데 계신다 하시니,
보현보살도 오히려 끝을 볼 수 없거늘, 제가 지금 어떻게 그 속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나 역시 이와 같은 미묘함과 적정함을 보지 못한다.
그는 모습이 없으므로 큰 몸을 나타내며,
열한 개의 얼굴을 갖추었으되, 백천의 눈이 원만하고 광대하다.
또한 상응지(相応地)을 얻어 담연하고 적정하며,
대지(大智)를 얻어 윤회가 존재하지 않으니 구제할 것도 없고,
또한 종족(種族)도 없으며 지혜도 없으며 말하는 것도 없으니,
이와 같이 모든 법이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다.
그러므로 선남자야, 관자재보살을 볼 수 없고 들을 수도 없으니, 그가 자성(自性)이 없으므로 여래조차 역시 보지 못하는 것이다.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선남자야, 보현 등 모든 보살이 모두 불가사의함을 갖추었으나, 저 관자재보살의 변화하는 것을 명료하게 알 수는 없다.
선남자야, 관자재보살마하살은 갖가지로 변화하여 나타나서 무수 백천만 구지 나유타의 유정을 구제하여 극락세계에 왕생하도록 하여서 무량수여래를 뵙고 법의 요체를 들어 모두 보리도를 이룰 수 있게 한다.”
[관자재보살이 오는 때]
이때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아뢰었다.
“어떠한 방편으로 제가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뵐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 보살은 반드시 이 사바세계로 나를 보러와서 예배공양할 것이다.”
이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이곳에 오는 것이 언제인지 알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유정의 근기가 성숙해질 때를 기다려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장차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이때 제개장보살마하살이 손으로 뺨을 받치고서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어떠한 죄장이 있어, 비록 수명은 길다 하나 이익이 없는가?
관자재보살을 뵙고 공경하며 예배할 수 없는 것이 마치 소경이 길을 가는 것과 같구나.’
이때 제개장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참으로 언제 이곳에 옵니까?”
이때에 세존께서 미소 지으면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일정하게 정해진 때가 없는 것이 곧 오는 때이다.
선남자야, 그 보살의 몸에 털구멍이 있어 쇄감로(灑甘露)라 부르니,
이 털구멍 가운데 무수 백천만 구지 나유타의 천ㆍ인이 살고 있어, 그 중에는 초지(初地)와 이지(二地)를 증득한 이도 있고, 십지(十地)보살마하살의 지위를 증득한 이까지도 있다.
제개장아, 그 쇄감로 털구멍 속에 육십 개의 금과 은으로 된 보배산이 있는데,
그 하나하나의 산의 높이가 육만 유선나(踰繕那)이고, 구만 구천 봉우리가 있어 천상의 묘한 금과 보배로써 두루 장엄하니,
일생보처(一生補処)보살이 그 곳에 머물며
또한 무수한 백천만 구지 나유타의 건달바 무리가 털구멍 속에 있어 항상 온갖 음악을 연주한다.
제개장아, 그 쇄감로 털구멍 속에는 또 무수한 백천만 구지 나유타의 궁전이 있으니,
천상의 마니와 묘한 보배로 두루 장엄하여 보는 사람마다 그 마음에 들고 또 갖가지의 진주영락으로 장식하였다.
그 궁전에는 각각 보살이 있어 미묘한 법을 연설하고는 이 궁전을 나와 각각의 경행처에서 경행한다.
또한 일흔일곱 개의 연못이 있어 팔공덕수가 가득 차 있고, 그 가운데 온갖 꽃들이 있으니,
이른바 우발라화[嗢缽羅華, Utpala, 青蓮華]ㆍ바나마화(缽訥摩華, Padma, 蓮華)ㆍ구모나화(矩母那華, Kumuda, 黄蓮華)ㆍ분나리가화(奔拏利迦華, Puṇḍarika, 白蓮華)ㆍ조언다가화(噪彦駄迦華, Sangandhika, 勝香)ㆍ만다라화(曼那囉華, Mandārava)ㆍ마하만다라화(摩賀曼那囉華, Mahā-Mandārava)가 그 속에 가득 피어 있었다.
그 경행하는 땅에 또한 적의겁수(適意劫樹)가 있으니, 천상의 금과 은으로 그 잎이 장엄되었고, 위에는 모든 천관과 귀걸이와 진귀한 보배의 영락을 매달아 갖가지로 장엄하였다.
모든 보살들이 경행을 마치고 나면, 밤에는 온갖 대승법을 기억하며, 적멸의 경지를 사유하고, 지옥의 세계와 축생들을 사유하나니, 이와 같이 사유하고 나서 자심삼마지(慈心三摩地)에 들어간다.
제개장아, 그 털구멍에 이와 같은 보살이 그 속에서 출현한다.
다시 털구멍이 있으니 금강면(金剛面)이라고 부른다.
그 가운데 무수한 백천만의 긴나라 무리가 있어, 온갖 화만과 영락으로 온 몸을 장식하고 묘한 도향(塗香)을 그 몸에 발라 보는 사람이 환희한다.
그리하여 항상 불ㆍ법ㆍ승을 염하여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어 법인자(法忍慈)에 머물고, 적멸을 사유하여 윤회를 멀리 여의나니,
이와 같고 이와 같이 선남자야, 저 긴나라 무리는 마음에 좋아하는 생각을 내느니라.
그 털구멍에 또한 무수한 산이 있으니, 그 가운데 금강보굴(金剛寶窟)과 금(金)보굴과 은(銀)보굴과 파지가(玻胝迦)보굴과 연화색(蓮華色)보굴과 청색(青色)보굴이 있고, 또 칠보를 갖춘 굴이 있다.
선남자야, 그 털구멍에는 이와 같이 변화하여 나타나는 것들이 있다.
그 속에 또 무수한 겁수와 무수한 전단대수(栴檀大樹)와 미묘한 향수(香樹)와 무수한 욕지(浴池)와 백천만의 천궁(天宮)ㆍ보배전각과 파지가로 장엄한 교묘하고 청정한 적의보전(適意寶殿)이 있다.
그 곳에 이와 같은 궁전이 출현하니, 긴나라 무리가 그 속에 머물러 쉰다.
머물러 쉬고 나면 미묘한 법을 연설하는데 이른바 보시바라밀다법과 지계ㆍ인욕ㆍ정진ㆍ정려바라밀다법으로서, 이 육바라밀을 연설하고 나서 각각 경행한다.
이곳에는 황금으로 된 경행하는 길과 백금으로 된 경행하는 길이 있고, 이 주위에는 겁수가 있는데, 금과 은으로 잎이 되어 있고, 위에는 온갖 천의(天衣)와 보관과 귀걸이와 보배방울과 영락이 있어, 이와 같이 경행처를 장엄한다.
또 누각이 있으니, 긴나라가 이 곳을 경행하면서 태어나는 고통과 늙는 고통과 병든 고통과 죽는 고통과 빈궁한 고통과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고통과 미운 사람을 만나는 고통과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에 빠지는 것과,
혹은 침자지옥(針刺地獄)이나 흑승(黒縄)지옥이나 갈혜(喝醯)대지옥이나 극열(極熱)대지옥이나 화갱(火坑)지옥에 떨어지는 것과
혹은 아귀들의 세계에 떨어지는 것 등 이와 같이 유정이 큰 고뇌를 받는 것들을 사유한다.
긴나라는 이러한 것들을 사유하느니라.
선남자야, 그 긴나라가 심히 깊은 법을 즐겨하여 원적(圓寂)의 참된 경계를 사유하고, 또 항상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명호를 염하니, 이렇게 칭념함으로써 이때에 모든 필요한 도구들이 다 풍족하게 되느니라.
선남자야, 관자재보살마하살은 명호까지도 만나기 어려우니,
왜냐하면 그는 모든 유정에게 큰 부모와 같아,
모든 두려워 떠는 유정에게 무외(無畏)를 베풀어주며,
모든 유정을 가르쳐 인도하여 대선우(大善友)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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