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경 제2권
[방편 바라밀]
선남자야, 보살에게 다시 열 가지 법이 있으면 방편을 만족했다고 한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회향(廻向)하는 방편을 잘 아는 것,
외도의 모든 견해를 잘 돌이키는 것,
5진(塵)을 잘 돌이키는 것,
의심과 후회를 잘 없애는 것,
중생을 잘 구호(救護)하는 것,
중생의 생계수단을 잘 아는 것,
공양을 잘 받는 것,
성문과 벽지불의 2승 학자를 잘 이끌어 대승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
보여 주고 가르쳐서 이익을 얻게 하여 기쁨을 줄 줄을 잘 아는 것,
공양하고 공경할 줄을 아는 것이다.
[회향하는 방편을 잘 안다]
보살이 회향하는 방편을 잘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일체 모든 것, 즉 꽃이나 과일이나 향이나 향나무나 보배나 보배 나무나 첩(疊)이나 첩수(疊樹)나 모든 주인 없는 연못이나 광야(曠野)와 같은,
주인이 없고 나의 소유가 아닌 모든 물건을 모두 다 낮의 세 때[三時]와 밤의 세 때에 마음을 돌려 부처님께 보시하고,
이러한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한다.
수다라경(修多羅經) 중에서 삼보가 계신 곳에 공양하는 것을 찬탄한 것을 듣고 깊이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고,
시방세계의 모든 보살과 모든 중생이 만약 한 생각이라도 선근을 일으키면 몸과 마음으로 따라 기뻐하여 이것을 모두 다 회향한다.
향과 꽃을 모든 부처님의 형상(形像)과 탑묘(塔廟)에 공양할 때는,
이러한 선근으로 모든 중생이 모두 계를 깨뜨리거나 비법(非法)으로 더러워지지 않게 되기를 원하고,
모든 중생이 다 부처님의 계율의 향기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원한다.
또 탑을 청소하고 마당을 청소할 때는 모든 중생이 다 단정하고 장엄한 기구를 얻게 되기를 원하며,
화개(花蓋)를 불탑에 공양할 때는 이로써 모든 중생이 번뇌열(煩惱熱)을 제거하게 되기를 원하고,
승방이나 탑사에 들어갈 때는 모든 중생이 열반의 성에 들어가기를 원하고,
탑사를 나올 때는 모든 중생이 영원히 생사를 여의기를 원한다.
문을 열 때에는 모든 중생이 좋은 세계의 문을 열기를 원하고,
문을 닫을 때에는 모든 중생이 나쁜 세계의 문을 닫기를 원하며,
앉으려 할 때는 모든 중생이 도량에 앉게 되기를 원하고,
일어나려 할 때는 모든 중생을 번뇌의 진흙탕에서 모두 벗어나게 하기를 원하고,
오른쪽 옆구리로 누울 때는 일체 중생이 옆구리를 대고 열반하게 되기를 원한다.
옷을 입을 때는 모든 중생이 부끄러움의 옷을 입기를 원하고,
발우를 들 때는 모든 중생이 불법에 만족하기를 원하고,
먹으려고 할 때는 모든 중생이 다 법의 음식 얻기를 원하고,
대소변을 볼 때에는 모든 중생이 더러운 때를 제거하여 음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이 없게 되기를 원하고,
손을 씻을 때는 중생이 모든 더러움 여의기를 원한다.
발을 씻을 때는 모든 중생이 번뇌의 때를 없애기를 원하고,
버드나무 가지를 씹을 때에는 모든 중생이 온갖 더러운 때를 모두 다 없애게 되기를 원하고,
몸이 가거나 멈추거나 거동할 때에는 모든 중생이 모두 다 안락하기를 원하며,
탑사에 예배할 때는 모든 중생 역시 다 경례하기를 원한다.
이를 보살이 회향하는 방편을 잘 아는 것이라 한다.
[외도의 모든 견해를 잘 돌이킨다]
보살이 외도의 모든 견해를 잘 돌이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흔여섯 가지의 이학(異學)을 조복시켜 출가시키는 것이니, 조복시키려 할 때에는 교만하지 않아야 한다.
스승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반드시 공손히 섬겨야 할 것이니, 현재 제자가 된 후에 조복시키는 것이다.
모든 외도의 모든 위의와 법칙을 따라서 모두 다 배우고 연구하여 그들보다 뛰어나 그들이 조복하도록 한 다음에, 돌이켜 그들을 제압해 그들로 하여금 제자가 되어 그의 말을 믿고 받아들이게 한다.
이때 문득 그들에게
‘그대들이 이전에 배운 법은 욕심을 여의는 것이 아니며, 또 역시 벗어나는 것도 없다.’고 말하면서
정도(正道)로써 그 마음을 이끌어 교화시키고 불법에 서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보살이 외도의 모든 견해를 조복시키는 것이라 한다.
[5진(塵)을 잘 돌이킨다]
보살이 5진(塵)을 잘 돌이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모든 중생의 탐욕이 치성한 것을 보고는 그들을 위해 방편으로 어떤 여자보다 뛰어난 단정하고 매우 아름다운 여자의 몸으로 나타난다.
그렇게 그들로 하여금 염착(染着)하게 하고는 곧 다시 몸을 변화시켜 죽은 시체로 나타난다.
그러면 중생들은 창자가 썩고 냄새가 나는 모습을 보고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며 곧
‘내가 지금 어떻게 하면 냄새나고 더러운 몸을 빨리 벗어날 수 있을까?’ 하고 혐오할 것이다.
이때 보살이 곧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법의 요점을 말해 주어 모두 견고한 무상도심(無上道心)을 갖게 한다.
이를 보살이 5진을 잘 돌이키는 것이라 한다.
[의심과 후회를 잘 없앤다]
보살이 의심과 후회를 잘 없앤다는 것은 무엇인가?
5역죄나 그 밖의 온갖 악을 저지른 중생을 보면
보살은 곧 그 중생에게
‘너는 지금 왜 이같이 근심하고 고통스러워하느냐?’고 묻는다.
그 사람은
‘제가 5역죄를 지었으니 이 몸을 버리고 나면 분명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며, 긴 세월 쇠하고 줄어들기만 할 뿐 아무 이익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근심하고 후회합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면 보살은 그를 위해 그의 마음에 맞도록 신통스런 변화를 나타내어 그가 믿고 복종하게 하고, 곧 존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어 즐거워하게 한다.
또 보살은 다시 신통력으로 부모를 만들고선 그 부모를 해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 그 사람이
‘신통력이 충분하고 위력이 무량한 보살도 부모를 해치는 짓을 저지른다.
하물며 나같이 어리석은 사람이 어떻게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때 보살은
‘나는 진정 너의 동반자이므로 함께 역죄(逆罪)를 지었다’고 말해 준다.
그리고서 보살은 곧 그를 위해 가지가지 법을 설하여, 그가 저지른 역죄가 경미(輕微)해져 마치 모기 날개와 같이 되게 한다.
이를 보살이 의심과 후회를 잘 없애는 것이라 한다.
[중생을 잘 구해낸다]
보살이 중생을 잘 구해낸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저 중생이 법기(法器)가 될 만한데도 여러 가지 악을 짓는 것을 보면, 보살은 곧 그를 위해 가지가지로 모습을 나타내어 설법한다.
왕의 몸을 나타내어야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왕과 같은 몸을 나타내고,
찰리의 몸을 나타내어야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곧 찰리의 몸을 나타내고,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어야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곧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고,
하늘의 몸을 나타내어야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곧 하늘의 몸을 나타낸다.
금강역사(金剛力士)의 몸을 나타내어야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곧 금강역사의 몸을 나타낸다.
무서운 모습을 나타내어야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곧 무서운 모습을 나타내고,
묶어 가두고 채찍질하고 때리는 놀랍고 무서운 모습을 나타내어야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묶어 가두고 채찍질하여 때리는 놀랍고 무서운 모습을 나타내고, 좋아하는 친구의 모습을 나타내어야 제도할 수 있는 이에게는 좋아하는 친구의 모습을 나타내는 등 응당 나타내어야 할 모습을 모두 다 그를 위해 나타낸다.
이를 보살이 중생을 잘 구해내는 것이라 한다.
[중생의 생계수단을 잘 안다]
보살이 중생의 생계수단을 잘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마하살은 중생이 생활을 감당하지 못해 정법은 알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음식과 의복만 탐할 뿐 다시 더 구하는 것이 없는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 셈하는 법과 의술과 가지가지 기술을 가르쳐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배우게 하여 의복과 음식이 부족하지 않게 한다.
이를 보살이 중생의 생계수단을 잘 아는 것이라 한다.
[공양 받을 줄 잘 안다]
보살이 공양 받을 줄 잘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수미산과 같은 보배더미도 모두 받을 수 있고, 미세한 털실 같은 작은 보시 역시 모두 받는다.
보살은 어떤 이유로 크고 작은 것을 모두 받는가?
중생이 욕심내고 아끼고 질투하여 베풀려는 마음이 없는 것을 보거나
또는 중생이 마치 물속의 고기처럼 생사에 출몰(出沒)하는 것을 보고는
큰 바다에 떠돌다가 가라앉는 중생에게 깊은 연민을 느껴 그들에게 이익을 주어 쾌락을 얻게 하려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재물이나 보배를 받아서 그들을 위해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게 공양하고 궁핍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보시를 받는 곳마다 설법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한다.
이를 보살이 공양 받을 줄을 잘 아는 것이라 한다.
[2승을 잘 이끌어 대승으로 들어가게 한다]
보살이 2승을 잘 이끌어 대승으로 들어가게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살은 중생이 대기(大器)를 감당할 수 있는데도 성문이나 벽지불의 2승이 되어 정진하며 열심히 고행을 닦는 것을 보면,
이때 보살은 불종(佛種)을 잇고 삼보를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그들을 대승에 머물게 하고,
그 무리 모두 다 작은 마음을 버리게 한다.
이를 보살이 2승을 이끌어 대승에 안주하게 하는 것이라 한다.
[잘 보여 주고 가르쳐서 이익을 얻게 하여 기쁨을 준다]
보살이 잘 보여 주고 가르쳐서 이익을 얻게 하여 기쁨을 준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리심을 아직 내지 못한 사람은 발심하게 하고,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은 열심히 정진하게 하며,
작은 선(善)에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은 방편을 일으켜 모든 선을 다 갖추도록 한다.
또 작은 계를 어김으로써 큰 장애를 일으켜 마음이 일체 모든 선에서 멀리 떠난 사람은 보살이 곧 그를 위해 설법해 그를 환희하게 해서 계행을 갖추어 닦도록 한다.
이를 보살이 능히 잘 보여 주고 가르쳐서 이익을 얻게 해 기쁨을 주는 것이라 한다.
[3보를 잘 공경하고 공양한다]
보살이 3보를 잘 공경하고 공양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출가한 보살은 욕심을 적게 하여 만족할 줄을 알고 재보를 모으지 않으며, 오직 법시(法施)만을 받아 이익으로 삼는다.
이때 고요한 곳에 혼자 앉아
‘나는 지금 왜 부처님께 공양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고는,
곧 스스로 생각해 가지가지로 마음을 움직여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곧 6도(度)를 다 갖출 수 있다.
어떻게 6도를 다 갖추는가?
가지가지로 공양함으로써 단(檀)바라밀을 갖추고,
항상 모든 중생과 선(善)을 함께하는 것을 시(尸)바라밀이라고 하고,
즐겁게 참아 안락하게 머무는 것을 찬제(羼提)바라밀이라 하고,
마음과 몸이 게으르지 않은 것을 비리야(毗梨耶)바라밀이라 하고,
마음을 오로지하여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을 선(禪)바라밀이라 하고,
온갖 행을 장엄하여 모두 다 구축하면 이를 반야(般若)바라밀이라고 한다.
보살이 이와 같이 고요한 곳에서 생각할 때 6바라밀을 갖추게 된다.
이를 보살이 삼보를 공경하고 공양할 줄을 잘 아는 것이라 한다.
선남자야, 이 열 가지를 갖추면, 이를 보살이 방편을 다 갖춘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