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9일 23시30분
잠이 깨었다.
초저녁부터 잠에 떨어졌으니 대략 5시간을 잤다.
그렇게 날카롭게 기승을 부리던 바람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2-3일간 날씨가 좋다고 하지만 그 다음에 기다리는 바람이 맞바람이기
때문이다.
뒤쪽에서 오는 강풍이야 괴로워도 거리는 잘 줄어들지만
앞에서 오는 파도와 바람은 11톤이 넘는 몸무게를 가진 인트레피드에게는
큰 부담이다.
늦게까지 얘기를 나누다 곤이 잠들어 있는 대원들에게는 너무 미안했지만
차라리 지금 깨우는 것이 악천후에 고생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했다.
시동을 걸고 대원들에게 지금이 떠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라고 했다.
몇일동안 별 할 일없이 쿠시키노에 잡혀있던터라 대원들역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자정을 넘긴 시각
우리는 계류줄을 풀고 키시키노를 빠져나왔다.
출발직후에는 바람이 거의 없었지만 가면서 바람이 점점 강해져서
속도를 낼수 있었다.
파도는 2-3미터였지만 가끔 4미터가 넘는 파도가 배전을 넘어와 콕핏을 적셨다.
첫날은 모두 힘들어했다. 마산에서 출발할때보다는 훨씬 편했지만
한두 대원은 다시 멀미를 시작했다.
‘이 날씨는 내려가면서 좋아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진다고 예보되어있습니다’
이런 얘기가 그들에게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하여 몇 번이고 얘기한다.
파도가 높아지면 멀리 때문에 식사준비가 되는 대원은 없다.
그래서 식사준비는 나의 몫이 된다.
압력밥솥에 밥을 한다음 구운김위에 밥을 놓아 하나씩 건네준다.
그나마도 먹지 못하는 대원도 있다.
날이 밝아왔다.
파도와 바람이 조금 약해졌다.
그래도 2미터정도의 파도이다.
바람이 뒤쪽으로 바뀌어 배가 심하게 뒤뚱거린다.
낚시를 내려 작은 만세기한마리를 잡아올렸다.
아무리 봐도 맛이 없이 생긴고기다.
혹시나 싶어 노끈에 묶어 라이프라인에 메달아놓았다.
대원들은 3시간씩 교대로 견시를 하면서 항해를 한다.
견시시간이 지나면 바로 선실로 들어가 깊은 잠에 떨어진다.
그 중에 제일 힘들어 하는 대원은 한종섭대원이다.
계속되는 멀미에 때문이다.
‘지금 소원이 딱하나 이루어진다면 무슨주문을 하고 싶어요’
하고 물었다.
‘오키나와에 빨리도착하는 것이요’
그 심정을 내가 왜 모를까?
나도 살벌한 날씨에 대한해협을 건너며 지독하게도 가주지 않던
시간을 많이도 견디어 냈다.
‘자 빨리 갑시다. 그리고 이제 부터는 날씨가 좋아지니 너무 걱정말고!’
초저녁에는 하늘에 별들이 아주 많이 나타났지만 이내 구름이 하늘을
가득덮었고 비마저 내리기 시작했다.
콕핏천막을 설치했다.
12월11일
하늘은 여전히 흐리고 가끔 가는 비가 내린다.
바람은 완전히 뒤쪽으로 돌아섰고 약해졌다.
그동안 잘 불어주었던 바람덕분에 거리를 많이 줄였다.
지금까지는 엔진이 배의 직진성을 잡아주는 밸런스역할정도였지만
바람이 없어 엔진의 출력을 2000까지 높였다.
50마력엔진이지만 이정도 엔진가동으로는 시간당 2리터밖에
연료를 소비하지 않는다.
속도는 뒤파도의 도움으로 6노트를 넘나든다.
아침10시 아마미오시마에 섬의 위도까지 내려갔다.
북위28도 45분이다.
밖의 온도가 많이 따뜻해졌다.
바람이 불어도 차가운 기분이 덜하다.
오키나와까지는 150마일을 남겨두고 있다.
내일 오전중으로 들어가는 것이 목표이다.
오키나와에서 하루이틀 나쁜기상을 보내고 일본 최남단 개항인
이시가키로 내려갈 계획이다.
대만은 통과해야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만 화련에 있는 친구가 아쉬워할지 모르겠다.
혹시나 필리핀 부근 기상도 나쁠수 있기 때문에 2-3일전에 필리핀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예보된 기상으로는 오늘 오후쯤부터 날씨가 편해야 하건만
여전하다.
17시경 마주친 중국선박에게 앞으로 하루동안 기상에 대해서 물었다.
지금하고 비슷할것이라고 한다.
저녁에는 갓지은 밥과 참치김치찌게 계란후라이 구운김으로 식사를했다.
파도가 치는 상황에서는 이정도면 성찬이다.
오키나와 기노완 마리나까지는 대략 80마일을 남겨두고있다.
밤동안 가끔 가끔 비가 내렸다.
철통같이 천막으로 막아놓았지만 안쪽으로 물이 조금씩 흘러들어온다.
날씨가 많이 포근해졌다.
바람이 강해도 그렇게 춥지가 않다.
12월12일(수)
아침6시경 기노완으로 다가가는 협수로를 지났다.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섬의 형체는어렴풋이 알수 있다.
이제 20마일이 채 남지 않았다.
보통때 같으면 아침을 지어 먹을텐데 모두 배가 고프지 않다.
이곳은 남위26도이다.
7시경 오키나와 본섬과 서편에 있는 작은 섬 사이를 통과한뒤
기노완 마리나로 방향을 돌렸다.
10시경 마리나가 있는 곳에 도착했지만 있어야할 마리나가 보이지
않았다.
전화로 위도경도를 물어니 10마일쯤 아래라고 한다.
예전에 들렀던 곳이라 별생각없이 착각을 한것이다.
12시경 기노완 마리나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정박료를 하루씩 계산한다. 하루밤이 아니라 하루씩
내일아침6시에 출항한다고 했지만 이틀치 계류비를 내어야했다.
하루 1700엔씩 3400엔을 내고 샤워는 1인당 150엔이었다.
물 사용은 무료였다.
3년전 세계일주를 떠날때는 없었던 대형마트가 마리나 바로 앞에
생겨서 아주 편리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운타운에 가서 저녁늦게 왔지만
나의경우는 100미터앞의 마트에 갔다온게 전부이다.
식수를 보충하고 밤을 보냈다.
대원들은 오랜만의 도시방문에 밤늦은줄모르고 도시의 불빛을
즐기고 있다.
초저녁에 잠들어 새벽1시30분쯤 일어나 화장실을 다녀올때도
그들은 잔디에 앉아있었다.
첫댓글 필리핀 원정대 대원여러분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여건만 되었으면 저도 가고싶었는데...
눈팅만 하다가 글남기네요 !!! 화이팅입니다.
원정 지원도 용기가 필요 했을 것 같고 현재의 항해도 크루들은 두려움 반 일 것 같습니다.
항해를 무사히 마치고 나면 더욱 성숙한 자신과 동료들을 발견하지 싶습니다.
끝까지 안전한 항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같이한 대원들이 귀국하면 요트항해전문가가 될 것 같군요. 윤선장님의 노하우를 몽땅 배우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같이 하진 못하지만 윤선장님의 일지에 나도 현장에서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이군요
출발할때 부터 고생이 많습니다...
멋진항해되시길빕니다...^^
멋진 항해에 불청객 멀미가 문제 이군요...저도 멀미 때문에 긴 항해는 생각지도 못 합니다...노란물 몇번 올리면 괜찮다고 하던데..한 3번 했는데도 안돼네요..모두들 힘네세요.
시간이 잘 흐르네요....끝까지 안전항해하시길 빌어요..
너무 고생 많으셔요^^ 오래전의 저도 근 일주일을 배 멀미로 엄청 고생 했습니다. 롤링의 주기가 아주 짧은 멀미랑 엄청 긴 주기의 멀미가 틀리더군요^^한종섭 대원님 저랑 종씨네요^^ 정말 멋진 인셍 이십니다.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아무나 행할수 없는이들중의 하나가 항헤 입니다. 저 역시 차근히 준비 중이랍니다 언젠가 모두 어느 바다일지라도 참으로 우연찮게 만난다면 얼만큼의 감격이 우리를 감싸 안을지 상상하며 기대해 봅니다. 윤선장님 안전항해 기원 하며 늘 맑고 밝은 건강한 웃음 짖는 모두를 원 합니다 *^.^*
파도와 멀미와 추위와 싸워가며 목적지까지 조금씩 전진하는 대원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인생또한 이런것이 아닐런지!......나의 마음속에는 항상 필리핀까지 항해중입니다......대원 여러분들의 행운을 빌어봅니다
선장님후기 잘보고 있습니다.원정대 행운을 기원합니다.기초세일링 면허취득 20기동기 화이팅.! 윤선장님도 화이팅!
정말 재밌겠습니더..
아 그립네요
또 가고싶은 오끼나와 고생을 많이 했지만
다시 간다면 더 편하게 여유를 가지고 갈 수있을 것 같은데
올 여름에 갈때는 처음 가는 길이라 좀 긴장 했던 탓인가 여유가 없었는데
여유로운 모습이 부럽네요 그래도 이것 저것 신경도 많이 쓰시고 마음 쓰느라 피곤하시겠네요
건강히 잘 다녀 오세요!
오키나와까지도 쉽지 않은 여정이네요...이제부터는 따뜻한 바다를 지나겠네요...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