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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화합길 열다 8구간의 종착지인 전북 남원시 운봉읍 사거리 정면으로 지리산 자락의 바래봉이 보인다. |
주천면 공영주차장에서 구룡폭포 쪽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데, 답사 구간은 주천면 들녘으로 향하게 된다. 들녘에서는 각종 채소의 모종을 심거나 하는 등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내송마을에서 조그만 도라지밭을 메는 일을 하던 한 할아버지는 외지에서 온 사람이 반갑든지 어디서 왔냐고 물어본다. 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드니 개미정지다. 옛날 남원장을 오가던 장꾼들의 쉼터였다고 한다. 산길로 들어서자마자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다. 초입부터 주변의 숲이 울창하다. 30분 정도 이어지는 오르막이었지만, 숲의 기운 때문인지 힘들다는 생각이 없다. 자그만 쉼터를 지나 또다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도 30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올라갔다. 고개의 정상에 올라서자 단체로 온 여행객들이 왁자지껄 얘기 꽃을 피우고 있다. 이제부터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 계속된다. 여전히 숲이 울창해 마치 길게 이어진 터널 속을 지나는 기분이다.
이 길을 걷다보면 솔정자와 구룡치 용소나무 사무락다무락을 잇따라 만난다. 솔정자는 20여년 전만 해도 나무하러 지게를 지고 가다가 고개를 오르기 전에 땀을 식히던 곳으로 아름드리 소나무가 있던 곳이다. 마을 사람들은 솔정지라고도 부른다. 전설에 따르면 정유재란 당시 남원성으로 쳐들어오는 왜군을 향해 조경남 장군이 활시위를 당겼던 곳이라고도 한다. 돌로 정성껏 탑을 쌓은 곳을 만나는데 사무락다무락이다. 사무락다무락은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무사함을 빌고 액운을 막아 화를 없애고자 돌을 쌓아 올렸던 장소다. 사망(事望)다무락(담벼락의 남원말)이 운율에 맞춰 변천된 것으로 추정된다.
농로길 뚝방길 걷는 재미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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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무사함을 빌며 돌을 쌓아올려 놓은 사무락다무락이다. |
멀리 오른쪽으로 지리산의 주 능선이 보이고 만복대도 시야에 들어온다. 만복대는 지리산에서 가장 큰 억새 군락지로 가을철이면 봉우리 전체가 억새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정상에서는 노고단 반야봉 천왕봉 등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다. 사무락다무락을 지나면 살짝 내려서는데 회덕마을이다. 산에서 내려서자마자 가건물로 된 상점이다. 상점 안에 있던 손님이 취재진을 부른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전날 주천면에서 만났던 두 명의 50대 남자 관광객이다. 막걸리 한잔 마시고 가라고 권한다. 답사 산행 중이라 술을 마실수 없다고 해봤지만 어쩔수 없었다. 비록 한잔이지만 음주 답사가 된 셈이다. 막걸리를 권한 관광객들은 전북 진안 출신의 선후배로 지금은 서울에 사는데 어렵게 시간을 내 둘레길을 찾았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회덕마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구룡계곡이다. 답사 길은 왼쪽이다. 나머지 구간은 농로길을 걷기도 하고, 시골 마을 사이를 걷기도 하는 등 평지를 걷는 것이 대부분이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중심에 있는 노치마을도 관통한다. 이곳은 낙동강과 섬진강이 나뉘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규모가 꽤 큰 덕산저수지 제방 길도 한참 동안 따라가는 재미도 있다. 덕산저수지를 지나 가장마을부터는 너른 들녘 사이를 흐르는 농수로 옆으로 난 뚝방길을 오랫동안 걷는다. 은행나무가 숲을 이룬 풍치가 아름답다는 행정마을을 거쳐, 벚나무가 심겨진 뚝방길을 또 한 번 지나면 마침내 운봉읍에 당도하게 된다. 취재진은 운봉읍 우체국 앞에서 답사를 마무리했다.
운봉읍은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으며 해발 450m의 높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냉지 채소 등은 청정작물로 인기가 높다. 근처에는 황산도 있다. 고려 우왕 6년(1380년)에 왜구가 경상도 함양을 거쳐 남원으로 진격했을 때 삼도 도순찰사였던 이성계가 섬멸시켰다는 황산대첩의 주 무대다. 운봉읍에 속하는 지리산 자락 바래봉에서는 해마다 철쭉제가 열려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래봉에서는 겨울이면 눈꽃축제가 열리는 등 사계절 관광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교통편
남원터미널서 외평마을행 버스
올 땐 운봉우체국 앞에서 탑승
영호남 화합길 열다 8구간(주천~운봉) 출발지는 남원시 주천면 장안리 외평마을 둘레길 정류소다. 부산에서 대중교통편을 이용한다면 당일로는 시간이 빠듯하며 자가운전이 편리하다. 대중교통편은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남원공용터미널행 버스를 이용한다. 오전 8시10분, 11시에 출발한다.
남원공용터미널에서 주천면 외평마을 지리산둘레길 정류소로 향하는 1-101, 1-102번 시내버스는 오전 6시05분, 7시, 7시40분, 7시58분, 9시, 9시45분, 10시45분, 11시29분에 있다. 답사를 마친 후 운봉우체국 앞에서 남원역행 버스는 오후 4시30분에서 밤 9시50분 까지 10,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남원공용터미널에서 부산서부버스터미널행 직통버스는 오후 2시30분, 5시30분(막차)에 있고, 함양 진주를 거쳐 가는 노선은 오후 3시15분, 5시40분(막차)에 있다. 자가운전은 남해고속도로를 탄 뒤 호남고속도로 순천 분기점에서 순천완주고속도로 남원 방면으로 진입해 구례화엄사IC로 나와 남원방면 19번 도로를 탄다. 원점회귀를 위해 운봉에서 출발지 주천으로 되돌아가는 버스는 1-102번 버스가 운봉우체국앞 정류장에서 출발한다. 오후 2시20분, 4시, 6시30분(막차)에 있다. 내비게이션 주천치안센터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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