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미세먼지와 황사가 없는 맑은 날에 오름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지난 한 주를 건너뛴 관계로 맘은 더욱 설렜다. 오름에서 만나는 다양한 샘 들과 있으면 언제나 즐겁다(라라라~~). 그동안 많은 오름을 가봤지만, 오늘 오르는 원당봉은 처음이다. 특히 오늘 주제가 “오름에서 만나는 인문학”, 즉 원당봉에서 그리는 삼대 대종사의 풍경 후기를 쓰게 되는 인연을 만나서 감사한 맘이 들었다.
1. 삼대 대종사의 어우러짐
● 오름의 인문학
- 오름에 있는 절은 종교로서가 아니라 문화로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함.
- 오름은 절도 품고, 당도 품고, 인간도 품으며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돌아가는 것은 오름.
- 오름의 인문학은 오름에 얽혀있는 인간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중요한 하나의 요소라 하겠음.
● 제주도 절의 역사
- 조선시대에서는 고려와는 달리 억불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전국 절들이 산속으로 들어감.
- 제주도에서는 고려시대의 큰 절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원당사, 수정사, 법화사 등.
- 제주 목사 이형상이 부임 후 절과 당을 초토화함.
- 안봉려관 여성 스님이 해남에서 계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와서 1914년 관음사라는 절을 세움. 안봉려관 스님이 여기저기 수소문하면서 절들을 복원하는 데 노력했음. 또한 안봉려관 스님은 법화사의 항일의병운동에 지원하는 등 근대 여성운동가라 할 수 있음.
● 원당봉의 특징
- 원당봉(169.8m)은 서로 다른 종단의 절들을 품고 있음.
- 원당봉의 유래는 원나라 당집(절집)이라는 뜻이 있음.
- 능성 3(삼첩), 봉우리 7(칠봉)의 원당봉은 굼부리안에 습지(연못)을 가지고 있음.
● 원당사의 유래
- 원당사가 있었던 곳은 13세기 말 원나라(몽골)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보임.
- 원나라가 제주도에 와서 절을 세운 이유는 기황후와 연관되어 있음. 원나라의 공녀였던 기씨 딸(후에 기황후)이 명당자리에 탑을 세워서 공을 들이면 왕자(아들)를 생산한다는 전설이 있음.
- 17세기 중엽까지 존속되었으나 이후 소멸되었음.
- 안봉려관 스님이 원당사지5층석탑의 전설을 듣고 복원하고자 하였음. 1914년 5층석탑이 있다고 원당사에서 불탑사(조계종)로 재건되었음.
- 따라서 제주도 기념물 1호인 원당사지5층석탑이라는 이름이 불탑사5층석탑으로 되었음.
- 그 다음에 맞은 편에 태고종이 들어오면서 원당사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음.
● 원당봉에 자리 잡은 삼대 대종사
- 한국에서 불교의 3대 종파가 한 곳에 자리 잡은 것은 원당봉뿐임. 그만큼 불교계의 명당 중 명당임을 의미하고 있음.
- 먼저 조계종인 불탑사, 그 맞은 편에 태고종인 원당사, 그리고 분화구에 천태종인 문강사.
- 원당봉은 북두칠성 명맥을 이어받은 삼첩칠봉으로 되어 있음. 함덕에서나 화북에서나 멀리서 보면 삼첩임. 일곱 개의 봉우리는 망오름, 원당오름, 동나부기, 서나부기, 도산오름, 앞오름, 펜안오름으로 구분하여 불렀으나 지금은 전체를 원당봉이라고 함.
2. 원당봉에서 만난 수생들
● 구럼비(까마귀쪽)
- 구럼비는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흔한 나무, 즉 염분에 강한 나무.
- 구럼비가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된 계기는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때 ‘구럼비 마을이 사라진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였음.
● 역귀
-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의 풀.
- 식물들의 생존방식 중 하나로서 역귀는 잎에 무늬가 생겨서 벌레를 쫓음.
- 역귀는 이삭역귀, 메밀역귀, 개역귀 등 다양하며 꽃이 피어야 알 수 있음.
● 뽀리뱅이
- 민들레처럼 보임.
- 연약한 줄기에 꽃이 그대로 뱅이 몰려 있음.
- 갯보리뱅이라고도 함.
● 구릿대
- 한약재로 많이 사용하며 제주도에 많이 자생함.
- 바닷가에는 구릿대와 비슷한 크기가 큰 강활이 있는데 이는 약재가 아님.
● 5자 : 귀한 약재
- 복분자, 오미자, 구기자, 사상자, 토사자
3. 기타
● 지역의 경험과 문화적 가치
- 오름 이야기를 할 때 오름의 여러 가지 재원 즉, 지질학적 식물과 동물 또는 생태 관광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지만 해설사의 경험이 중요함.
- 해설사들이 그 지역에 묻어 있던 자기에 대한 경험이나 소중한 추억을 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청자들에게 편안하고 무겁지 않게 다가감.
- 따라서 그 지역의 해설사를 뽑을 때 그 지역 사람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음. 예를 들면 거문오름에 추억을 가지고 있는 70~80대 어르신이나, 수월봉에서 해녀 질을 30년 한 사람들이 그 지역 해설사로 있음. 이런 사람들의 삶 속에서 얘기들이 재미있고 귀에 잘 들어옴.
● 봉수대(烽燧臺)
- 봉수대는 횃불(밤)과 연기(낮)를 가지고 서로 정보를 교신함.
- 세종 때 전국에 굉장히 중요한 기능으로서 터를 잡았으며 엄격하게 관리함.
- 제주도에는 25개의 봉수대가 있었음.
- 원당봉에서는 서쪽으로 사라봉과 동쪽으로 서우봉과 연락함.
- 오름에 봉수대를 설치하여 방어적인 역할을 하였음.
● 원당봉 둘레길
- 1.3km 둘레길은 주변의 많은 오름들과 푸른 바다, 제주항 등 제주시 일대를 조망할 수 있음.
- 오르막내리막으로 이어져 동민들의 운동겸 산책로로 사용.
- 안전망 시설이 설치되었고 2개의 팔각정은 조망과 더불어 휴식공간으로서 안성맞춤.
◎ 나가면서
맑은 날씨와 청량한 공기를 마시면서 걷는 오름 기행은 삶의 기운을 더해주웠다. 더구나 부처님의 은혜로움과 함께한 원당봉은 더욱 신났다. 동기 샘들의 웃음 소리는 미소짓게 만들었다. 더구나 교수님의 오카리나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지금 이대로만으로도 행복하고 충만한 삶이지 않을까?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첫댓글
초파일을 보름여 남긴 터라
절 사람들의 분주함이 느껴졌어요.
숲 식구들의 속삭임이
초록초록에서 연두연두로
들리는 듯 보이는 듯…
깔끔하고 정갈한 리뷰~
수고하셨어요^^
언제 이렇게 후기용 사진을 다찍으시고
교수님 말씀을 다 기록하셨는지 놀랍습니다
애쓰셨어요
원당봉에 오른 그 날의 공기와 온도가 다 기억나네요
모처럼 쾌청 해서 기분 좋았던 그날의 기억들이 생생한 후기로 인해 다시금 하나하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짧게 적으신다 장담하시더니만...ㅋ
훌륭한 후기 잘읽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원당봉7봉과 쾌청한 한라산을 바라보며 그날 하루도 즐거웠어요
아이가 곧 원당봉을 간다기에 더 뜻깊은 후기네요 😊 문탐 옆동네서 후기 구경왔네요 ㅎ
방가워요 소노수정님
훌륭한 후기 곳간이지요 오름20기 자주 구경오세요^^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잘 하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다시보며 복습하기에 너무 좋습니다 😃😃
개인사정으로 결석했었는데...
후기를 읽으니 내가 출석했었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