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웃 문화, 생각나무 BB센터
다문화가족들을 지원하는 안순화 대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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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9일 목요일, 다문화가족들을 지원하는 생각나무 BB센터에 방문했습니다.
7호선 중화역에 가깝게 위치해 있지만 주변이 천천히 봐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나무 BB센터는 Bilinual-Bicultural(이중언어-이중문화) 라는 뜻으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이주여성들과 자녀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중언어, 이중문화의 자부심으로 사회에
다양한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다문화와 관련 된 교재를 개발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다문화 강의, 엄마나라 춤 공연 등 다문화와 관련 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합니다.
마을에서 다문화 가족 분들과 함께 일하는 안순화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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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inual-Bicultural의 B자를 따서 지은 이름
안녕하세요. 저는 생각나무 비비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안순화 입니다.
저는 중국에서 왔어요. 중랑구는 2003년에 왔는데 면목동, 상봉동, 묵동으로 이사 하면서 14년 동안
살았어요. BB센터는 중국에서 온 친구, 몽골에서 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애들한테는 엄마나라의 언어문화를 가르치자 라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BB는 이중언어-이중문화 라는 뜻의 Bilinual-Bicultural의 B자를 따서 지었습니다. 이름을 짓고 나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이중언어와 이중문화를 많이 알리고 한국의 언어 문화를 우리가 열심히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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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들의 자원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센터
중국, 몽골, 네팔, 카자흐스탄, 키르키르스탄, 태국, 베트남.
현재 총 25개 나라의 친구들이 센터에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어떤 나라에는 두 세명이 있기도 합니다. 저희는 직원이라는 개념 보다 같이 모여서 수다를 떤다는 생각으로 모여요. 저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 없고 다 자원봉사자들 입니다. 지속적으로 모이는 친구들은 6~7명 정도 모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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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센터의 성장과정
저희는 2009년부터 활동을 했어요. 당시에는 이화여대 세미나실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 나라 언어인 중국어랑 몽골어만 가르쳤어요. 마침 건대에 있는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입주자를 모집해서 1년 동안 입주하면서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알려주는 우리는 하나, 이웃 언어 알기 라는 교재를 개발하기도 하고 2011년에 제작해서 전국적으로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입주 계약이 끝나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2012년에 지금의 BB센터 공간으로 들어왔어요.
그 후에는 다문화 강의를 하러 다녔는데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저희가 준비한 다문화 강의를 이미 배운 상태더라구요. 그 때는 각 학교와 어린이집에 다문화 강의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마침 제가 법원통역관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한국남성이 중국인 아내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결혼 한지 열흘 만에 이혼 할 뻔 한 상황도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나라의 생활 문화에 대해서 정리하는 책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래서 모국 친구들한테 사진도 받고 그림 그리는 친구들도 무료로 그림 그려주면서 다양한 문화에 대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우리는 하나, 이웃나라 생활문화 알기’ 라는 한국어 책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제2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워크북도 한세트로 개발했어요. 책은 교재 출판식도 하고 전국적으로 학교나 어린이집에 책이 배포 되었습니다.
지금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 언어 쪽으로는 교재 개발과 통번역, 그리고 초,중,고,대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알리는 강의와 소통하는 시민강의를 주로 하고 있어요. 다양한 나라의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다. 낯선 문화가 아니라 나의 이웃 문화라는 것을 알리는 강의입니다. 그리고 문화 쪽에는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 각 나라의 전통 춤 공연이나, 난타, 체험 등 새로운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화여대 대학생들에게 자수를 배우고 있어요. 이주 여성들의 재능을 발휘에서 BB센터의 브랜드를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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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악에 빠진다 in 중화역
지난주 토요일(14일)에는 1년에 한번 있는 ‘세계 음악에 빠진다’ 는 내부 회원들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금년에는 제6회로 진행했고 사무실과 가까운 중화역 안에서 진행했어요. 1부는 이주여성들의 ‘나의 제2고향 자랑하기’ 주제로 서울에 살면서 내가 사는 지역을 자랑하는 사진을 전시했어요. 사진 공모를 해서 150부를 받았는데 그중에 10개 사진을 선정해서 전시했어요. 그리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누구나 마음에 드는 사진에 투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나올 때 급하게 가기 바빠서 투표를 할까, 그냥 마음대로 붙이고 가지 않을까 했는데 그게 아니라 사람들이 사진을 자세히 보고 스티커를 붙여 주시더라구요. 고민하는 표정이 감동이었어요. 어떤 분들은 이주여성이 서울을 자랑하는 부분을 보고 동화 시키는거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했지만 이 사진 공모전을 통해서 이주여성들이 가족들과 사는 지역을 돌며 사진을 찍고 옹기종기 모여서 사진을 선발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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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는 중국, 키르키스탄, 태국, 네팔, 필리핀,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의 전통 춤공연이 펼쳐졌어요.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각 나라의 의상을 엄마나라의 춤도 추니까 지하철에 있는 어르신들이 보면서 와 정말 예쁘다 하시면서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구요.
티비에서 본 이주여성들을 대할 때 잘하는 면보다 주로 단점을 많이 찾는데 공연하는 저희를 보고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아이들과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한 할머니가 옆에 와서 계속 보시더니 하는 말이 ‘너희들 뭐 별거 아니네’ ‘우리 하고 똑같네’ 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울컥했어요. 그전에 얼마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을지 상상이 되더라구요. 할머니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시는데 이런게 다문화 인식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행사를 진행하면서 우리 지역에 다문화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선주민과 같이 소통하고 호흡하는게 중요한데 이번 축제는 주민하고 가까이 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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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에서 마을 활동을 한다는 것
BB센터를 통해서 강의 잘하는 이주여성이 다문화 강의할 수 있고, 춤을 잘추는 여성이 공연을 합니다. 이주여성들이 이곳에서 자기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모습이 좋아요. 어떤 이주여성분은 지금까지 집에서만 운동했는데 BB센터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서로 알려줄 수 있어서 좋다, BB센터가 없었으면 내가 할 수 있는걸 한국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분은 그냥 느낀 것을 말했지만 저는 이런 한마디 한마디를 들으면서 뭣도 모르고 그냥 앞으로 달리고 있어요. 필요하다고 하면 그냥 해 하다 보니까 어느새 8년이 흘렀네요.
안타까운 부분은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시간을 내서 후배 이주여성도 돕고 BB센터에서 봉사도 하는데 제가 교통비도 줄 수 없는점이에요. 또 BB센터에서 인식개선 강사, 다문화 강사도 양성하고 파견도 하는데 이주여성이 강의를 하다가 취직을 하면 ‘아 내가 몇년동안 키웠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제가 월급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제일 아쉬워요.
금년에는 여성재단에서 공간지원 리모델링을 지원합니다.
공사 후에 센터가 좀 안정되면 저부터 월급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하고 싶은걸 할 수 있고, 누구든지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제일 중요한 건 임대료랑 전기세요. 한달에 80만원이 나가는데 그게 채워지면 걱정이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이 공연이나, 강의, 통번역 등을 하면서 버는 수익의 10%는 BB센터에 후원해요. 그 수입의 10%로 이 공간이 운영이 되는데 부족한 부분은 제 주머니에서 나가요.
집세 안주면 안되잖아요. 전기도 끊어지면 안되니까.
한 때 3개월 동안 내지 않은적이 있었는데 전화 받으니까 바로 끊으러 온다고 해서 깜짝 놀란 기억이 있어습니다. 한국말을 못하는 친구들도 있고 집에서 힘들거나 막 이혼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할줄 모르면 제가 상담도 해줘요. 그리고 교육 받고 싶은 친구들 있고 친구들이 이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찾아 오기도 합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걸 할 수 있고는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게 제일 중요해요. 월급까지 챙겨달라고 하면 욕심이고 이 공간 만큼은 임대료, 전기세 공과금 걱정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돈만 있어서 행복한 건 아니라는 것, 돈은 없지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
평소에는 친구들이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해요.
한국사람들과 한국어로 상담하는 것보다 제가 이주여성 당사자니까 모국어로 상담하면 서로 공유감이 형성 되잖아요. 이럴 때는 보람을 많이 느껴요. 하지만 암만 잘해줘도 뒷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왜 이렇게 고생해야하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저는 한국에 왔을 때 한국문화를 배우면서 무역회사를 하는 꿈을 가지고 왔어요.
그런데 이렇게 돈도 벌지 못하는 활동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하지만 활동을 하면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나의 가치,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요.
돈으로 따지면 이렇게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고 옆에서 같이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요?
사람은 돈만 있어서 행복한 건 아니라는 것. 돈은 없지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사실 저희 막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제가 마을공동체 일을 하는 이유도 그 부분 때문이기도 해요.
친구들이 노후 준비하면서 넌 이제 뭐 먹고 살꺼냐고 물어보면 저는 내가 이렇게 일을 했는데 대한민국에서 나를 버릴까 라는 농담도 하고 정 안되면 애들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입벌려’ 하면서 바람 마시고 살겠다는 중국 농담을 하기도 해요.
중랑구에 있는 역부터 세계 음악에 빠진다
저는 ‘세계 음악에 빠진다’ 같은 저의 BB센터 축제처럼 직접 주민들과 만나는 행사를 더 해보고 싶어요. 진짜 주민들은 지하철을 타고 다니잖아요. 그래서 각 구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주민들한테 역마다 다니면서 저희 공연하고 체험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요. 먼저 중랑구에 있는 역부터요.
중랑구는 8,200명의 이주민들이 살고 있어요. 너무 분산 되어있고 외국인 티가 나지 않는 친구들이 많아요. 중화동에서 행사 하면서 걱정한 것이 우리를 이상하게 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것이 아니라. 너희들 다 예쁘네. 의상도 예쁘고, 춤도 잘 추고 오히려 사람들이 저희의 장점을 봐주더라구요. 한국 사람도 다 생긴 모습이 다른데 우리도 그냥 좀 다르니까. 그냥 뭐 별거아니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진심으로 받아주는 것을 봤기 때문에 이제는 지하철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 두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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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센터의 좋은 친구, 중랑마을넷
저는 중랑구에서 마을넷이 있다는게 큰 힘이 되요.
제가 마을을 알 수 있는 장이잖아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마을 이웃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데 중랑 마을넷에서도 항상 BB센터를 잘 챙겨주시고 항상 이주여성들을 생각해주셔서 고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BB센터를 인터뷰 하지 않았다면 중랑구에 이주여성이 운영하는 다문화센터가 있다 라는 한줄로만 BB센터를 기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안순화 대표님과 한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BB센터가 중랑구에서 다양한 보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중랑구의 역사마다 BB센터의 ‘세계 음악에 빠진다’ 공연이 펼쳐지는 날이 오겠죠. 중랑 지역에 선주민과 BB센터가 같이 소통하고 호흡하는 축제의 장이 많아지길, 낯선 문화가 아니라 나의 이웃 문화인 BB센터. 중랑구 주민들과 더욱 더 가까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