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암강학기(西巖講學記)

[dhwndyd]

건륭(乾隆) 말년인 을묘년(1795, 정조 19) 10월 24일에 나는 금정(金井)에서 예산(禮山)의 감사(坎舍 재실)로 갔는데, 그때 목재(木齋) 이 선생(李先生)이 먼저 와서 계셨다. 26일에 한곡(閑谷)에 이르러 이문달(李文達)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10리를 더 가서 소송령(疎松嶺)을 넘고, 또 10리를 가니, 그곳이 바로 온양(溫陽) 서암(西巖)의 봉곡사(鳳谷寺)이다. 그 다음날에 목재께서 왕림하셨다. 이때 가까운 고을에 있는 여러 사우(士友)들이 차례로 모여들어 사문(師門)의 유서(遺書)를 교정하였는데, 먼저 《가례질서(家禮疾書)》를 가지고 그 범례를 정하였다.

○ 봉곡(鳳谷)은 온양의 서쪽에 있는데, 그 남쪽은 광덕산(廣德山)이요, 서쪽은 천방산(千方山)이다. 첩첩으로 둘러싸인 높은 봉우리와 울창한 숲, 깊은 골자기의 그윽함이 즐길 만한 곳이었다. 이때 이른 눈이 내려 한 자나 쌓여 있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여러 친구들과 함께 시냇가에 나가서 얼음을 깨고 샘물을 떠서 세수하고 양치질을 하였으며, 저녁에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 산언덕에 올라가 소요(逍遙)하면서 풍경을 바라보았는데 연기와 구름이 섞여서 산기(山氣)가 더욱 아름다웠다.

낮에는 여러 친구들과 질서(疾書)를 정서하였는데, 목재가 직접 교정을 하셨으며, 밤에는 여러 친구들과 학문과 도리를 강론하였는데, 때로는 목재께서 질문하고 여러 사람들이 대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사람들이 질문하고 목재께서 변론을 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하기를 10일이나 하였으니,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목재와 여러 사람들의 문답은 대략 아래에 보인다.

이삼환(李森煥) : 자(字)는 자목(子木), 기유생, 여흥인(驪興人).
이광교(李廣敎) : 자는 문달(文達), 병자생, 한산인(韓山人). 고 승지(承旨) 수일(秀逸)의 손자.
이재위(李載威) : 자는 우성(虞成), 정축생, 여흥인. 고 제학(提學) 하진(夏鎭)의 현손(玄孫).
박효긍(朴孝兢) : 자는 사옥(嗣玉), 정축생, 밀양인(密陽人).
강이인(姜履寅) : 자는 사빈(士賓), 기묘생, 진주인(晉州人). 고 참판(參判) 세구(世龜)의 현손.
이유석(李儒錫) : 자는 여앙(汝昻), 경진생, 함평인(咸平人). 헌납(獻納) 일운(日運)의 아들.
심노(沈潞) : 자는 중심(仲深), 신사생, 청송인(靑松人). 고 이조 판서(吏曹判書) 액(詻)의 현손.
정약용(丁若鏞) : 자는 미용(美庸), 임오생, 압해인(押海人).
오국진(吳國鎭) : 자는 맹화(孟華), 계미생, 동복(同福人). 고 우의정(右議政) 시수(始壽)의 현손.
강이중(姜履中) : 자는 용민(用民), 을유생, 진주인. 강이인(姜履寅)의 재종제(再從弟).
권기(權蘷) : 자는 요신(堯臣), 을유생, 안동인(安東人). 고 대제학(大提學) 유(愈)의 현손
강이오(姜履五) : 자는 백휘(伯徽), 을유생, 진주인. 전 교리(校理) 침(忱)의 종자(從子).
이명환(李鳴煥) : 자는 패겸(佩謙), 계사생, 여흥인. 목재(木齋)의 동생.

목재(木齋)가 말하였다.

“글로써 친구를 모으는 것은 옛날 사람들이 즐기던 바이다. 다만 근세의 학자들은 서로 모여 학문을 강론하면서 항상 쓸데없는 찬사나 지나친 겸손으로 하루 해를 보내고 있다. 갑(甲)이 극구 찬양을 하면 을(乙)은 몸을 빼어 뒤로 물러나고, 을이 갑절로 칭송하면 갑은 그 말을 받아 겸양하기만 한다. 그러나 마음과 몸의 실질적인 공부에는 절시마탁(切偲磨濯)의 이익이 없다. 근래에 ‘천박한 소견을 가진 자는 집에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 마땅하다.’는 말이 세상에 명언(名言)이니, 여러분들은 이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오국진(吳國鎭)이 질문하였다.

“근래 복건(幅巾)의 제도는 어떻습니까?”

목재(木齎)가 대답하였다.

“복건은 전한(前漢)과 후한(後漢)이 교차될 시기에 생겨났다. 서경(西京 전한을 가리킴) 때에는 아마도 비천한 자의 복식이었을 것이다. 검은색의 두건(頭巾)이나 초록색의 책(幘) 따위가 바로 복건의 시초였을 것이다. 그런데 후세의 사대부들이 점점 다시 복건을 착용해 오다가 진(晉) 나라 때에 와서 성행하였다. 주자(朱子)의 복건에 대한 말씀은 그 제도가 매우 올바르지만 우리나라 선비들이 그 글을 제대로 해석하는 자가 드물어서 마침내 그 제도를 잃게 되었다. 번승(蕃僧 서번(西番)의 승려)이나 도사(道士)들이 착용하는 것이 근세의 제도와 매우 유사하다. 요즘 사람들이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의 호)의 말씀을 따른다면 올바른 제도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내가 여러 학설을 상고하여 보았는데, 횡첩(橫㡇)으로 하면 거의 옛 제도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강이중(姜履中)이 질문하였다.

“어떤 사람은 단건(單巾)을 착용하고 어떤 사람은 겹건(袷巾)을 착용하기도 하는데, 어떤 것이 옳습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단건(單巾)이 옳다.”

권기(權蘷)가 질문하였다.

“아비가 죽고 할아비가 생존하였는데 그 할미가 죽었을 경우, 그 장자(長子)는 어떤 복을 입어야 합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근세에 대부분 이 경우 승중(承重)하기를 마치 부재모상(父在母喪)의 경우처럼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율문(律文)에는 ‘할아비 상중에 아비가 죽으면 그 적손(嫡孫)은 할아비를 위하여 참최삼년(斬衰三剴)을 입고, 할아비가 생존하였는데 할미의 상을 당하면 다만 장기복(杖期服) 만을 입는다.’ 하였으니, 이는 할아비가 살아 있으면 그 중함이 할아비에게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예(禮)에 고찰해 보면 그 중함이 내외(內外)가 있어서 할미에게도 그 중함이 있는 것이니, 아비가 살아 있을 때에 어미의 상을 당한 것처럼 승중하는 것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약용(若鏞)이 질문하였다.

“개장(改葬)을 한 다음 시마복(緦麻服)을 입는데, 이 경우에도 3개월 뒤에 복을 벗어야 합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옛날의 개장(改葬)은 후세와 같지 않다. 예를 들면 주공(周公)이 난수(灤水) 때문에 개장한 일과 등공(滕公)이 북산(北山)에 개장한 것 같은 것이 간간이 있었다. 개장할 때의 상복을 어떤 이는 3개월 뒤에 제복한다 하고, 어떤 이는 개장을 끝마치는 대로 제복한다고도 한다. 시마복이라고 말한 것은 베[布]의 승수(升數)를 가리켜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3개월 뒤에 제복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강이인(姜履寅)이 질문하였다.

“거상(居喪)할 때의 심의(深衣)의 제도는 어떻습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옛날 사람들은 평상시에도 심의를 입고 있었으므로, 거상할 때에는 대포(大布)로 만든 심의로 바꾸어 입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평상시에 심의를 입지 않는데, 상을 당했다 해서 어찌 심의를 입을 수 있겠느냐. 심의는 오복(五服)의 최질(衰絰)처럼 폐지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근세에 참최복을 입은 자들이, 옷의 가장자리를 꿰매지 않고 혹은 아랫부분을 접어 치마폭을 만들어서 심의의 제도를 따르는데, 이것은 예를 좋아하는 데에서 생긴 잘못이다. 지금 우선 시속을 따라 직령(直領)을 만들어도 무방하며, 참최복을 입는 자도 반드시 옷 가장자리를 꿰매야 할 것이다.”

권기(權蘷)가 질문하였다.

“어떤 사람은, 상관(喪冠)은 앞의 아랫단을 한 번 꺾어서 위로 향하게 해야 되고, 두 번 꺾어서 아래로 향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하는데, 이 말은 어떻습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이 말이 본래 옳다. 그러나 상관(喪冠) 하단(下端)의 이면(裏面)을 베[布]로 사서 만들면 사람들이 해괴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이면을 백지(白紙)로 싸서 한 번 꺾어 위로 향하게 하기 때문에 흰 부분이 밖으로 드러나서 매우 눈에 거슬린다. 우리 시골에 어떤 학자가 한 번 꺾어서 위로 향하게 하는 제도를 사용했는데, 베로 싸지 않고 백지로 쌌기 때문에 한 가닥의 흰 부분이 이마 위에 드러나게 되었다. 이때 그것을 보고 어떤 경박한 자가 ‘간저상자(艮赭喪者)’라고 불렀으니,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간저상자’라고 부른 이유는, 이마에 흰 점이 있는 말을 ‘간저마’(艮赭馬)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오국진(吳國鎭)이 질문하였다.

“성호(星湖) 선생이 지은 《사칠신편(四七新編)》은 사단(四端)ㆍ칠정(七情)을 논함에 있어서 남김없이 밝혀 놓았습니다. 그런데 근자에 들으니, 영남(嶺南)에서도 퇴계의 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우리 종조(從祖)의 사단ㆍ칠정에 대한 논설은 오로지 퇴계의 훈해(訓解)를 주로 하였으나, 주자의 뜻에도 깊이 부합되었다. 율곡의 기발설(氣發說)은 견해가 너무 치우쳐서 사단도 기발(氣發)이라고 하였으니, 이는 이(理)ㆍ기(氣)의 주(主)ㆍ객(客)이 서로 바뀌어서 마음이 성정(性情)을 통솔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이는 퇴계가 위대한 현자라고 해서 내가 퇴계에게 아첨해서 하는 말만은 아니다.”

약용(若鏞)이 말하였다.

“퇴계와 율곡 이후로 사단ㆍ칠정에 관한 논란이 이미 큰 논쟁거리가 되어 왔습니다. 이는 진실로 저와 같은 후생 말학(後生末學)으로서 감히 말할 수 있는 바는 아니나, 두 분의 글을 모아서 반복해 참고해 보면, 그 분들이 말씀한 이(理)자나 기(氣)자가 글자의 모양은 같지만 글자의 뜻은 서로 판이하게 다릅니다. 퇴계가 논한 이(理)ㆍ기(氣는)는 오로지 우리 인간의 성정(性情)을 가지고 설명한 것이므로, 퇴계가 말씀한 이(理)는 도심(道心)으로 바로 천리(天理)와 성령(性靈)에 해당하고 기(氣)는 인심(人心)으로 바로 인욕(人慾)과 혈기(血氣)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사단을 이발기수(理發氣隨)라 하고 칠정을 기발이승(氣發理乘)이라 하였습니다. 대개 마음이 발하는 바가 천리나 성령으로부터 오는 것은 바로 본연지성(本然之性)의 감발(感發)이고, 인욕이나 혈기로부터 오는 것은 바로 기질지성(氣質之性)의 촉발(觸發)이라고 보셨기 때문입니다. 율곡이 논한 이(理)ㆍ기(氣)는 천지의 만물을 총괄해서 설명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율곡이 말한 이는 무형(無形)으로 사물의 소유연(所由然)이고, 기는 유형(有形)으로 사물의 체질(體質)입니다. 그러므로 ‘사단ㆍ칠정으로부터 천하의 만물에 이르기까지 기발이승(氣發理乘)이 아닌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대개 사물이 발동할 수 있는 것은 그 형질(形質)이 있기 때문인데, 이 형질이 없으면 아무리 이가 있다 하더라도 그 발동을 할 수가 없으므로 미발지전(未發之前)에 비록 이(理)가 먼저 있다 하더라도 그 발할 때에는 기(氣)가 반드시 먼저 하는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율곡은 이러한 생각에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퇴계와 율곡이 바로 사단ㆍ칠정에 대하여 똑같이 논하였고 이기에 대하여 똑같이 말하였지만, 그 이기라는 두 글자의 주각(注脚)은 판이하게 다른 것입니다. 율곡의 문집에 대해 비록 이와 같이 들어서 말한 곳은 없으나, 그 본 뜻은 반드시 이와 같을 것입니다. 이기의 글자 뜻을 이미 서로 달리한 것이라면 율곡의 주장은 율곡대로의 논설이며 퇴계의 주장은 퇴계대로의 논설입니다. 제 생각에는 시비(是非)와 득실(得失)을 따져 귀일(歸一)시킬 것이 아니라고 보는데,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목재가 대답하였다.

“이 말이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사단ㆍ칠정을 논함으로 인하여 이기에 대한 허다한 설(說)이 대두되었으니 이기를 천지만물로 입설(立說)한 것은 옳지 않은 듯하다.”

오국진(吳國鎭)이 질문하였다.

“측은(惻隱)ㆍ수오(羞惡) 등의 정(情)은 안으로부터 발하는 것이고 이것이 밖에 드러나고 일에 시행된 뒤에야 인(仁)이라 할 수 있고 의(義)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인의예지 사덕(四德)이 이면(裏面)에 잠복해 있으면서 측은ㆍ수오 등의 정을 방출(放出)시켜 밖으로 드러나게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목재가 대답하였다.

“인의예지는 진실로 사위(事爲)로 인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성(性) 가운데에 본래 부여된 사덕(四德)의 이치가 없다면 사단(四端)이 어떻게 이와 같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이 말이 매우 정확(精確)한 것 같으나 그 말에 병통이 있으니, 심할 경우에는 장차 인ㆍ의를 외물(外物)로 보게 될 것이다.”

약용이 질문하였다.

“서건학(徐乾學)의 《독례통고(讀禮通考)》는 어떻습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서건학이 삼부(三父)ㆍ팔모(八母)의 설을 추연(推演)하여 친부모를 제부(諸父)ㆍ제모(諸母)와 함께 나열한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입론(立論)은 더러 취할 만한 것이 있다.”

강이중(姜履中)이 질문하였다.

“시(詩)의 육의(六義)를 주소(註疏)에서 고찰해 보았으나 미비한 점이 있으니, 어찌합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대서(代序)에는 풍(風)ㆍ아(雅)ㆍ송(頌)ㆍ부(賦)ㆍ비(比)ㆍ흥(興)의 순서로 말하지 않고 풍ㆍ부ㆍ비ㆍ흥ㆍ아ㆍ송의 순서로 말하였다. 또 고주(古注)에는 다만 흥(興)만이 있을 뿐 부(賦)와 비(比)가 없다. 그러므로 주자(朱子)가 특별히 나누어 열거해 놓아서 육의가 크게 갖추어졌으니, 오늘날 학자들은 거의 혼동되지 않을 것이다.”

봉곡사(鳳谷寺)에서 각자의 뜻을 나타내어 지은 시이다. 시서(時序)는 본집(本集)에 나와 있다.

목재(木齎)의 시는 다음과 같다.

직하에서 경례를 전해오니 / 稷下傳經禮
찬란한 문과 질이 거룩도 하네 / 彬彬盛質文
촌심은 천고사에 부합되고 / 寸心千古合
요도는 한마디로 분석되었네 / 要道片言分
후생 영걸을 이제야 만났으나 / 後傑今相見
그 풍류 들은 지 오래라오 / 風流舊已聞
비 내리는 고사엔 밤이 깊은데 / 夜深孤寺雨
산 구름 첩첩한 속에 땅 다시 궁벽하네 / 地絶亂山雲
술잔 기울이며 열흘 동안 모였고 / 尊酒經旬會
기름 부어가며 새벽까지 불 밝혔네 / 膏油繼晷焚
동문의 말석에 참예하니 / 同門投末契
오지 못한 친구들 생각이 나네 / 異地億離群
학문은 온포를 구함이 아니니 / 學不求溫飽
궁해도 척흔은 도외시할 수 있네 / 窮能外戚欣
참된 교제는 겉으로 하는 공경이 아니요 / 眞交無貌敬
진실한 학문은 정성과 부지런함에 있다네 / 實業在誠勤
오묘한 이치 심득으로 말미암고 / 奧妙由心得
청한한 정취 속분을 멀리하네 / 淸閑遠俗紛
제군들 이 뜻을 함께 하여 / 諸君同此意
정다운 말로 하루 해를 마치네 / 軟語竟朝曛

이광교(李廣敎)의 시는 다음과 같다.

선비들이 절에 모여서 / 靑衿蕭寺會
성호의 남긴 글 교정하였네 / 黃卷剡湖文
천질은 사람마다 있는 것 / 天秩人人在
밤마다 지새워 유학을 담론하였네 / 儒談夜夜分
좋은 인연으로 금정에 와서 / 好緣金井到
좋은 가르침 목재께 들었네 / 佳訓木齋聞
절의 부처는 풍경소리 남겨주고 / 院佛留淸磬
산신은 흰 구름 보내왔네 / 山神寄白雲
의례는 많이 한의 설을 따랐고 / 儀多從漢說
경의 오류는 진의 분서(焚書)로부터일세 / 經誤自秦焚
성명의 시대 만나 / 方値聖明世
스스로 현송하는 무리 되었네 / 自成絃誦群
스승 찾아 도가 멀지 않음 알고나니 / 求師知道近
봄을 만난 초목인양 기쁘기도 하네 / 如物得春欣
모신 자리에 말씀마다 가르침이요 / 陪席言言警
교정하는 책 글자마다 부지런히 하였네 / 校書字字勤
깊은 산 속에 앉아서 / 坐來山裏靜
세상의 어지러움 모두 잊었노라 / 淘去世間紛
유유한 즐거움 미진하여 / 未盡悠悠樂
돌아가는 길 해저문 줄 모르네 성호(星湖)가 일찍이 섬호(剡湖)에 살았다. /歸筑不覺曛

강이인(姜履寅)의 시는 다음과 같다.

험한 산길 지팡이 짚고 온 것은 / 岧嶢勞杖屨
이것이 사문에 중한 일이어서라 / 此事重斯文
초가집에 선생님 자리 정돈하고 / 茆屋函筵整
남긴 유서(遺書) 권질을 나누었네 / 芸編卷帙分
선생은 삼대의 가업을 이었고 / 先生三世業
우리는 백년의 가르침 들었네 / 吾黨百年聞
흠모하는 마음에 설한풍 무릅쓰고 / 懽慕衝寒雪
모인 자리 흰 구름 곁하였네 / 棲遲傍白雲
예의는 일성처럼 드러나고 / 禮儀星日著
점검하느라 밤마다 지새웠네 / 點檢夜膏焚
사도를 뉘라서 공경하지 않으랴 / 師道疇無敬
편지로 사람들 모이게 하였네 / 郵筒又引群
구십 리 길 단란한 모임에 / 團圓三舍會
한 집에서 흔연히 갈고 닦았네 / 磨琢一堂欣
옷자락 여미고 나아가 가르침 듣고 / 聽訓摳衣進
정성 다해 붓을 움직였네 / 齋誠奉筆勤
마침내 경술의 소중함 알았으니 / 迺知經術重
항차 이언이 분분한 지금에랴 / 況値異言紛
개연히 선세의 정의를 생각해서 / 感慨懷先誼
날마다 저녁까지 책을 보았네 / 繙書每到曛

이유석(李儒錫)의 시는 다음과 같다.

곡대에서 끊어진 유서(遺緖) 찾고 / 曲臺尋絶緖
천록에서 유문을 교정하였네 / 天祿校遺文
예의는 정에 따라 모으고 / 禮義緣情分
의장은 절목따라 나누었네 / 儀章逐節分
묵은 책은 지금 볼 수 있으나 / 陳編今幸睹
유훈은 아득하여 듣기 어렵다오 / 遺訓邈難聞
너무도 한만해서 바다에 들어간 듯하더니 / 汗漫疑入海
이제는 활연히 구름이 걷힌 듯하여라 / 暢豁恍披雲
아침 내내 경서 보고 / 經卷終朝閱
밤까지 화로에 불피우네 / 爐香入夜焚
동문들이 서로 뜻을 모았고 / 同門相合志
무리져서 이택도 하였네 / 麗澤又成群
성인의 시대 멀어져 사모만 깊은데 / 聖遠徒懷仰
친구 찾아와 함께 기뻐하였네 / 朋來共悅欣
경을 읽는데 이 정성 게을리하랴 / 繙經誠敢懈
도를 구하려면 학문 부지런히 해야지 / 求道學宜勤
다행히 사문이 아직 남아 있으니 / 幸未斯文喪
이설의 분분함 무엇을 걱정하랴 / 何憂異說紛
선생님 모시고 강설 듣다보니 / 函筵承講說
어느덧 해는 서산에 기울었네 / 山日已西曛

심노(沈潞)의 시는 다음과 같다.

넓고 넓은 삼천 조목의 말씀/浩浩三千說
박문만을 위한 것 아니라오 / 非徒爲博文
참된 공부는 실천에서 연유하고 / 眞工由力踐
정미한 의리는 털끝까지 분석했네 / 精義入毫分
나는 어찌하여 늦게 태어나서 / 小子生何晩
중년에 도를 듣지 못하였는가 / 中年道未聞
어두운 거리에서 촛불을 보듯이 / 昏衢瞻揭燭
구름 걷혀 밝은 태양을 보듯이 / 皎日恍披雲
대로가 일찍이 친자를 하였으니 / 大老曾親炙
어리석은 이내 몸도 구원을 입었어라 / 顓蒙賴捄焚
복이 많아 교정에 참여하니 / 校書多厚幸
동지들 모여서 무리를 이루었네 / 同志與成群
성대에 기풍을 듣고 흥기하여 / 聖代聞風起
사문에선 예를 강론하고 즐겼네 / 師門講禮欣
고산은 우러르는 바이지만/高山誠所仰
이택도 부지런히 해야 하느니 / 麗澤更須勤
대도는 밝음을 찾고 / 大道尋昭曠
미언은 분잡함을 분석했네 / 微言析糾紛
여기에 옴은 나의 숙원이었으니 / 此來諧宿願
새벽부터 밤까지 자리 함께 하였네 / 合席度晨曛

이재위(李載威)의 시는 다음과 같다.

가숙에는 경례 전해 오고 / 家塾傳經禮
유편에는 절문이 찬란하네 / 遺編燦節文
정미한 것은 하나하나 분석해야 하지만 / 精微雖縷析
호번한 내용은 조목별로 나누어야 하네 / 繁浩待條分
보감 어두워질까 근심되는데 / 寶鑑憂將脢
훌륭한 가르침 받지 못해 애석하네 / 瑤微惜未聞
편지 받고 눈 날리는 금정에 오니 / 書飛金井雪
옷에는 석암의 구름 스쳐가네 / 衣拂石菴雲
서늘한 경쇠 소리 맑은 새벽 일깨우고 / 冷磬淸晨警
유명한 향 고요한 밤에 타누나 / 名香靜夜焚
제현들은 모두 뛰어난 인물인데 / 諸賢俱拔萃
고상한 의논도 뭇사람을 초월했네 / 高議更超群
간략한 예절 술 마시며 즐기고 / 禮簡銜杯樂
미더운 정 자리 당겨 기뻐하네 / 情孚促座欣
정성껏 옮겨 쓰고 정리하며 / 小心專寫整
손씻고 보는 교정 부지런히 하였네 / 盥手校讎勤
고산을 우러르는 마음 모두 간절한데 / 共切高山仰
문득 말속의 어지러움 초월하였네 / 還超末俗紛
선방에 훌륭한 자취 남기며 / 禪房留勝跡
강습으로 아침 저녁 보내었네 / 講習閱朝曛

박효긍(朴孝兢)의 시는 다음과 같다.

질서는 묘계로 인하였고 / 疾書因妙契
제작은 문채 찬란도 하네 / 制作煥乎文
고례는 의장이 성대하고 / 古禮儀章盛
신편은 절목을 나누었네 / 新編節目分
이정에서 옛 학문 자뢰하고 / 鯉庭資舊學
아술로 새 지식 쌓았네 / 蛾術富新聞
보배 상자에서 고서를 꺼내는데 / 寶笥開黃卷
선방은 흰 구름 곁하였네 / 禪龕傍白雲
문에 쌓인 눈 추위에 엉겼고 / 凝寒門雪積
타는 각려는 어두움 비춰주네 / 照夜閣藜焚
이 문회 누가 먼저 주창했나 / 文會誰先倡
인걸들 우뚝하여 뭇사람과 다르네 / 人豪卓不群
얻은 친구 모두 훌륭한 선비라 / 得朋咸滲滲
일 또한 흔쾌히 하였네 / 執役且欣欣
서업 찾음은 정자와 주자처럼 이었고 / 尋緖朱程繼
경서의 주석은 가규와 공안국처럼 부지런하셨네 / 箋經賈孔勤
위로는 삼례의 올바름 참고하고 / 上參三禮正
옆으로는 뭇 선비의 분분한 이론 분석하였네 / 傍析衆儒紛
산 아래 먼저 돌아가는 귀로에 / 山下先歸路
뒤 돌아보니 저녁해가 지네 / 回頭悵夕曛

약용(若鏞)의 시는 다음과 같다.

찬란도 할사 성호 선생이시여 / 郁郁星湖子
성ㆍ명으로 찬란한 글 지었네 / 誠明著炳文
아득해서 광막함을 근심하던 터에 / 瀰漫愁曠際
세밀히 분석한 것 보았네 / 芒芴見纖分
보잘 것 없는 나 늦게 태어났으나 / 眇末吾生晩
아득한 대도를 들었네 / 微茫大道聞
다행히 고택에 젖기는 했으나 / 幸能沾膏澤
성운을 보지 못한 것 애석하네 / 惜未睹星雲
보장엔 남긴 향기 가득하여 / 寶藏饒遺馥
인자와 은혜로 사람들 구제했네 / 仁恩實救焚
전형이 한 노인에게 남아 있어 / 典刑餘一老
치덕이 뭇사람 초월했네 / 齒德迴千群
도학이 망한 것 무한히 탄식하더니 / 道喪窮年歎
벗 찾아오니 노경(老境)에 기뻐하네 / 朋來暮境欣
책 교정하며 서로의 마음 나누었고 / 校書酬耿結
스승 찾아 고생 달게 여기네 / 負芨喜辛勤
아직도 명적을 편안히 여겨 / 猶有安冥擿
헛되이 백분에 이르렀네 / 徒然到白紛
노력하는 친구들과 / 勖哉良友輩
여기서 아침저녁 보내었네 / 於此送朝曛

오국진(吳國鎭)의 시는 다음과 같다.

큰 덕은 아름다운 은혜 드리웠고 / 大德垂嘉惠
그윽한 광채는 박문에 나타나 있네 / 幽光著博文
경전의 해석은 오묘함을 다하였고 / 釋經窮奧妙
이치를 말함에는 수분을 통하였네 / 譚理達殊分
교감해서 새로운 책 만들었으나 / 校勘成新本
정미는 구문을 전술하였네 / 精微述舊聞
깜깜한 밤에 밝은 촛불 보았고 / 耿瞻長夜燭
하늘 가득한 구름 맑게 걷혔네 / 披豁滿天雲
책장에서 좀벌레 떨어내고 / 箱拂鱏魚蝕
취압 화로에는 불 더 지피누나 / 爐添翠鴨焚
서로의 만남이 예전의 약속이라 / 相逢皆久要
동지들 자연히 무리를 이루었네 / 同志自成群
뒤떨어진 이내 부생 늦게 태어나 / 歷落浮生晩
소요하다가 말로에서 기뻐하였네 / 逍遙末路欣
공만이 우뚝이 살아계시니 / 巋然公獨在
학문 더욱 부지런히 힘쓸지어다 / 勖爾學尤勤
선생께서 이 문회에 왕림하니 / 杖屢臨文會
세속의 어지러움 떨쳐버렸네 / 林泉謝俗紛
선생을 찾아뵈움 평소의 소원이라 / 摳衣諧素願
기쁨으로 아침저녁 보내었네 / 言宴度朝曛

강이중(姜履中)의 시는 다음과 같다.

별 하나가 외로이 비춰주니 / 一星孤照烱
하늘은 사문을 버리지 않는구나 / 天不喪斯文
높은 나이 도를 즐겨 / 樂道年今邵
글을 읽느라 밤마다 지새웠네 / 繙經夜每分
공총의 서적은 전수됨이 있었고 / 孔叢書有受
제ㆍ노의 지방에는 박학한 선비들 많았네 / 齊魯士多聞
선생께서 멀리 눈길 헤치고 오시니 / 杖屨遙穿雪
선비들이 구름 모이듯 하였어라 / 衣冠若聚雲
예경은 참으로 사람 일깨우니 / 禮經眞警發
사고는 불에 태워도 마땅하리/詞藁合歸焚
고루한 나는 선배에 부끄럽거니와 / 孤陋慙先輩
여러 호걸들 모두 뛰어난 인물이라오 / 賢豪拔俗群
훈훈한 봄바람 항상 자리에 가득하니 / 春風常滿座
나 또한 기뻐할 줄 알았네 / 小子亦知欣
산중의 오솔길 환히 나 있음은 / 山經開茆豁
바위 옆 사립문에 찾아오는 제자 많아서라오 / 巖扃負笈勤
선관은 바다 멀리서 찾아왔고 / 仙官投海遠
담설은 장강 대하처럼 달변(達辯)이라오 / 談屑騁河紛
오묘한 사문의 뜻 / 奧妙師門旨
연마하느라 저녁나절이 되었네 / 硏磨到夕曛

권기(權蘷)의 시는 다음과 같다.

지극하신 우리 선생님 / 至矣吾夫子
전형에 예문 나타나 있네/前衝著禮文
천년에 도맥(道脈) 끊김을 근심하시어 / 道憂千載喪
백 갈래로 갈라지는 분파 손으로 막으셨네 / 手障百川分
사문의 가르침 받들고자 원하여 / 願奉師門敎
장석 찾아 교훈 듣는다오 / 還從丈席聞
치유에는 숙덕이 임하시고 / 緇帷臨德宿
법계에는 검은 구름 깨끗이 쓸어 버려 / 法界掃曇雲
술잔 오가는 정다운 모임에 / 杯酒從容會
향로에는 향불이 피어오르누나 / 爐香演漾焚
남아 있는 옛 고전(古典) 연마함에 / 濯磨餘舊典
명적한 우리들 부끄럽기만 하네 / 冥擿傀吾群
짐짓 위엄을 베풀지 않으시니 / 故不嚴威設
우리 소장들 기쁘게 하기 위함이라오 / 要令少長欣
정력도 왕성하사 널리 수집하였고 / 旁搜精力旺
옛 공부 부지런하사 계승하였네 / 紹述舊工勤
스스로 유앵이 나옴을 기뻐하였고/自喜幽鸎出
제호의 분잡함 많이 바로잡았네/多釐帝虎紛
이 모임 참으로 좋은 모임이니 / 玆遊眞絶勝
화락하게 새벽부터 밤중까지 지내었네 / 湛樂度晨曛

강이오(姜履五)의 시는 다음과 같다.

선방(禪房) 빌려 머물면서 / 祇祇林安借住
스승의 유문 전수 받았네 / 函席授遺文
새벽 잠자리에 종소리 울려오고 / 警寢晨鍾動
촛불 갈아가며 책을 보았네 / 攤書夜燭分
명문에 숙덕이 남아 계시니 / 名門存宿德
대도를 아침에 들을 수 있게 되었어라/大道庶朝聞
불교 배척함은 오늘날의 한유요 / 斥佛今韓愈
경서 전수함은 후세의 자운이라오 / 傳經後子雲
곤궁한 삶에 귀밑머리 짧아졌고 / 窮居雙鬢短
도 근심에 촌심을 불태웠네 / 憂道寸心焚
위수가 낚시질로 은둔함 달게 여기고/渭水甘漁隱
요동성(遼東城)에 학떼 구경하였네/遼城見鶴群
의관의 선비들 좋은 모임 이루어 / 衣冠成雅會
필묵으로 남은 기쁨 창달한다오 / 筆墨暢餘欣
선생의 덕업 우러러 연찬(硏鑽)하여 / 鑽仰先生德
서책 편집에 제자들 부지런히 힘쓰네 / 編摩弟子勤
명언은 돌에 새겨져 남아 있고 / 名言留石畵
정의는 터럭끝도 분석하였네 / 精義析絲紛
비로소 세월의 빠름을 깨달아 / 始覺光陰迅
산창의 빠른 저녁 애석해 하네 / 山牕惜易曛

이명환(李鳴煥)의 시는 다음과 같다.

맑고 고요한 산사(山寺)에 / 淸寂招提裏
군현들 글로써 모였다오 / 群賢會以文
간절한 타이름에 깊은 경계 자리하고 / 切偲資警發
수고로운 일에 고른 분담 기뻐하였네 / 勞勩喜勻分
말학의 이 몸 친구 없어 한했는데 / 末學嗟無友
이번 길에 많은 들음 있었네 / 今行賴有聞
기이한 경치에 설경까지 감상하고 / 奇光兼賞雪
시원한 논변은 구름을 헤치고 달을 보는 듯 / 爽論或披雲
경전을 새벽까지 읽고 / 經卷耽晨閱
등불을 계속 이어 밤 늦도록 불 밝히네 / 饞燈戒夜焚
가정에서 가르침 받기는 하였지만 / 家庭雖奉訓
현달한 분들과 헤어짐이 아쉬워라 / 賢達惜離群
외람되이 망년의 사귐 의탁하고 / 猥托忘年契
인하여 여러 날의 기쁨 이루었네 / 仍成累日欣
진실로 혼자서 모열함만이 아니요 / 諒非私慕悅
함께 고생함 오히려 감사하네 / 猶謝共辛勤
정화를 발로하게 하였으니 / 頓遣精華發
초고의 분잡함 근심할 것 없다오 / 無優艸藁紛
돌이켜 보건대 정성과 힘이 부족하여 / 顧慚誠力淺
헛되이 아침 저녁 보낸 것이 부끄럽네 / 枉自費朝曛

목재(木齋)의 봉곡교서기(鳳谷校書記)는 다음과 같다.

아아! 우리 종조(從祖)이신 성호(星湖) 선생께서 80년 동안 도학을 강론하신 저서(著書)가 집에 가득하다. 천인(天人)ㆍ성명(性命)의 분변과 정도(正道)를 붙들고 사교(邪敎)를 물리친 말씀과 극기복례(克己復禮)하여 인(仁)을 행하는 가르침은 높고 넓은 지부해함(地負海涵 지식이 넓고 깊음을 비유하는 말)이었다. 또 육경(六經)과 사서(四書), 《심경(心經)》ㆍ《근사록(近思錄)》ㆍ《소학(小學)》ㆍ《가례(家禮)》 등의 서적에 모두 질서(疾書)를 저술해서 고금의 성현들의 은미한 말씀과 심오한 뜻을 찬란히 다시 밝혀 일호(一毫)의 유감도 없게 하였으니, 아! 더할 수 없이 위대하시다.

그러나 그 편질(編帙)이 너무 많아 아직 탈고를 못하였는데 그 당시 선생의 문하에서 수학한 분들은 이미 모두 세상을 떠났고, 후배들은 학식이 천박해서 끝내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그런데 나의 친구 정군 미용(丁君美庸)이 마침 은대(銀臺 승정원의 별칭)로부터 금정(金井)의 역승(驛丞)으로 직임을 맡아 나와서는 개연히 이 서적의 수정(修整)을 자신의 임무로 삼고, 나에게 편지를 보내오기를 ‘선생의 유문(遺文)이 오늘날에 이르도록 전해지지 않는 것은 우리 후학들의 책임이다. 시작이 있지 않으면 어떻게 완성이 있겠는가.’ 하였다. 그러므로 마침내 온양(溫陽)의 봉곡사(鳳谷寺)에서 모이기로 약속하였는데, 이때 원근에서 소문을 듣고 참가한 선비들이 매우 많았다.

맨 처음 《가례질서(家禮疾書)》부터 교정을 시작해서 차례가 문란한 것을 바로잡고, 글자 획이 잘못된 것을 고쳤으며, 범례(凡例)를 만들고 크고 작은 단원을 분류해서 하나의 완전한 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전서(全書) 들은 명년에 마치기로 기약하였으니, 매우 훌륭한 모임이었다. 아! 하늘이 사문(斯文)을 없애지 않아서 선생의 학문을 후세에 크게 밝히고자 한다면 오늘의 일 작업이 어찌 그 조짐이 되지 않겠는가. 나는 미용(美庸)으로 하여금 그 일을 서술하게 하고 또 각각 술회시(述懷詩) 십운(十韻)을 짓게 하여 후세의 징표로 삼게 하였다. 자리에 함께 모였던 사람은 모두 12명이었다.

목재가 훈계하기를,

“소년들이 모여 있으면 해학(諧謔)을 안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규중(閨中)에 관한 일을 언급하여 비루하고 패악한 말로 서로 해학을 하는 것은 매우 좋지 못한 악습이다. ‘남의 개인적인 편지를 엿보지 말라.’는 것이 옛 선현의 교훈인데 하물며 남의 집 식구들과 왕복한 언문(諺文) 간찰이겠는가. 제군들이 덕업(德業)으로 서로 권면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이러한 것부터 힘을 써야 할 것이니, 그 악함이 적다고 하여 실수를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하였다. 이때 강사빈(姜士賓)의 집에서 온 언찰(諺札)을 권요신(權堯臣)이 뜯어 보고 소문을 전파하여 웃음거리로 삼았기 때문에 이러한 책망이 계셨던 것이다.

강이오(姜履五)가 질문하였다.

“근세의 학자들은 반드시 잠계(箴戒)하는 글을 벽에 가득히 붙여 놓는데, 이것이 어떻습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우리 종조(從祖)께서 일찍이 벽에 붙여 놓고 스스로 경계하는 것에 대해 ‘옛사람들은 항상 거기에 마음을 두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었지만, 요즘 사람들은 남에게 과시하려는 의사가 많이 있다.’고 하면서 이로써 사람들을 경계하셨다. 이는 모두 학문을 특별한 일로 보아 자기만이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남에게 과시하려 하기 때문이다. 만일 진심으로 항상 눈을 거기에 두려고 한다면 무슨 해로울 것이 있겠는가.”

오국진(吳國鎭)이 질문하였다.

“후세에 도문학(道問學) 공부가 그 폐단이 많으니, 존덕성(尊德性) 공부에 더욱 힘을 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퇴계(退溪) 선생은 일찍이 말씀하시기를 ‘한훤당(寒暄堂 김굉필 (金宏弼)의 호)의 학문은 실천 공부는 돈독하였으나, 도문학 공부에 있어서는 아마도 극진하지 못한 듯하다.’ 하셨다. 저 한훤당처럼 훌륭한 분으로도 퇴계의 책비(責備)가 이와 같았으니, 어찌 실천하는 공부에 힘쓴다고 자처하여 도문학에 해당하는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재기(才氣)가 뛰어난 사람은 도문학에 가탁해서 천착(穿鑿)하는 지혜를 멋대로 부리고 식취(識趣)가 조잡한 사람은 존덕성에 가탁해서 혼탁한 병통을 편안히 여긴다. 만일 그 부족한 바에 따라 제각기 스스로 힘쓴다면, 학문과 행실이 거의 빈빈(彬彬)해질 것이다.”

권기(權夔)가 질문하였다.

“이제 겨우 학문에 뜻을 두었는데, 배읍(拜揖)하고 말하는 것이 남의 눈에 거슬리는 곳이 있음을 느끼니, 어찌해야 합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초학자로서 위의(威儀)가 방자하고 전도되는 것은 외모를 제어하여 마음을 안정시키는 뜻이 못된다. 그렇더라도 외면이 괴상하여 뭇사람과 다른 자는 아마도 그 속에 오만하게 스스로 잘난 체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선을 즐겨 하지 않는 이가 없으니, 진실로 겸손하게 자신을 다스려 온화하고 공손함이 밖으로 드러나면, 근래의 풍속이 아무리 경박하다 할지라도, 단정한 자세와 청아한 말씨에 대해 반드시 조소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점잖게 앉아서 허리와 목을 펴고 큰소리로 말하면서 큰 기침을 하고 눈을 지그시 감는 것은 남에게 오만히 하는 의사가 많은 것이니, 어떻게 눈에 거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강이중(姜履中)이 질문하였다.

“성호 선생의 박식과 통달함이 이와 같으신데도 혹시 남에게 질문을 하신 적이 있으셨습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우리 종조께서는 평생 동안 아랫사람에게 질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셨다. 그 저술하신 것에 대하여 자기의 견해를 진술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비록 몽매한 초학자라 할지라도 일찍이 용모를 바로하고 받아들이지 않으신 적이 없었다. 그 말이 취할 만하면 빨리 고치고 잠시도 지체하지 않으셨으니, 그 겸손함과 용맹함이 이와 같으셨다.”

약용(若鏞)이 질문하였다.

“조문(弔問)하는 예는 오직 상주(喪主)만이 절하는 것인데 근세에는 여러 형제들이 동시에 조문객에게 절을 하니, 어떻습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이러한 것은 시속을 따르는 것이 가하다. 학자는 비록 옛것을 좋아함을 귀하게 여기나, 만일 한결같이 옛 풍속만을 따르고자 한다면 거슬리는 것이 많아서 옛것을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고 비웃게 되는 것이다.”

약용(若鏞)이 질문하였다.

“근세에 《대학(大學)》에 대해서 논란이 매우 많은데, 성호 선생의 질서(疾書)에는 하나도 변론하지 아니하고, 주자(朱子)의 장구(章句)와 혹문(或問)만을 가지고 해석한 것은 무슨 뜻입니까?”

목재가 대답하였다.

“우리 종조께서는 《대학》에 있어서 주자의 장구를 독실히 신봉하여 일호(一毫)의 의심도 품지 않으셨다. 그러므로 모든 이설(異說)에 관한 것들은 애당초 참고하지 않으셨다. 이 질서는 대학장구질서(大學章句疾書)이지 대학질서(大學疾書)가 아니다.”

11월 초 5일에 목재(木齋)가 하산할 때에 여러 친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별에 임하여 나는 여러 친구들에게 시를 지어 주었는데, 한 사람에게 한 수씩 지어 주었다. 그 시는 본집(本集)에 실려 있다.

목재가 하산한 뒤에 답서를 보내왔다.

“산사(山寺)에서 문답(問答)할 때 그대가 부지런히 물었으나 나의 대답은 이미 조잡한 망론(妄論)일 뿐이었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하였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남에게 하자를 지적받는 것이 나에게 규익(規益)이 되겠기에 대략 등서해서 보내네.” 12월 7일

“적손(嫡孫)이 아비는 죽고 조부(祖父)가 생존해 있을 경우 조모상(祖母喪)을 당하여 복을 입음에 있어 의논하는 자들의 말이 같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적손이 아비가 죽고 조부가 생존해 있을 경우 조모상을 당하여 복을 입는 문제에 대하여, 정현(鄭玄)은 ‘아비가 살아 있는데 어미 상을 당하여 복을 입는 것과 같이 한다.’ 하였는데, 이것을 해설하는 자들은 대부분 ‘조부가 살아 있으면 그 중(重)함이 조부에게 있으니 적손이 어찌 그 조모를 위해서 중복(重服)을 입을 수 있겠는가. 마땅히 부장기복(不杖朞服)을 입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지 않다. 중(重)이라 함은 종묘(宗廟)의 중함을 말하는 것이다. 무릇 종묘의 예절은 부부가 함께 일을 주간하여, 주인(主人 주제(主祭者))은 희생(犧牲)을 잡는 일을 살피고 주부(主婦 주인의 아내)는 제수를 장만하는 것을 살피며 주인은 초헌(初獻)을 하고 주부는 아헌(亞獻)을 한다. 그리고 그 밖의 서직(黍稷)과 제찬(祭饌)을 올리는 것도 주부의 일이 아닌 것이 없으니, 이것이 종묘의 중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만 주부는 주인처럼 전제(專制)함이 없을 뿐이다. 조모에게 이미 종묘의 중함이 있었는데, 이제 죽어서 그 중함이 손부(孫婦)에게 전해졌는데 적손이 어찌 그 중함을 위하여 복을 입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周) 나라 예(禮)에 적자(嫡子)가 있을 경우에는 적손(嫡孫)이 없으니, 손부(孫婦)도 이와 같다. 그러므로 적손이 승중(承重)을 하더라도 적부(嫡婦)가 살아 있을 경우에는 손부는 그 조모를 위해서 그 중복을 입지 못한다. 이는 그 중함이 적부에게 있기 때문이다. 가령 부인에게는 중함이 없다고 한다면, 장자(長子)를 위해서 어떻게 전중(傳重)의 3년복을 입을 수 있겠는가. 예(禮)는 모두 의장(儀章)과 명물(名物)의 학문인데, 한대(漢代)의 유자(儒者)들은 옛날과 거리가 멀지 않아서 전문적인 학문을 서로 전해 주었으니, 이는 후세 사람들이 미칠 바가 아니다. 그러므로 주자(朱子)가 다른 경서(經書)에 있어서는 일찍이 정주(鄭注 정현의 주)를 따르지 않았으나, 예경(禮經)에 있어서마는 한결같이 주소(注疏)의 해석을 따랐다. 그러므로 아비가 죽고 조부가 생존했을 경우 조모상을 당하여 입는 복을 역시 정현의 설과 같이 장기(杖朞)에 넣었으니 이것은 어길 수가 없는 것이다.

○ 이로 인하여 또 의논할 만한 일이 한 가지 있다. 적손이 아비가 죽고 증조(曾祖)가 생존해 있는데 조부상을 당하면 조부를 위해서 어떤 복을 입어야 할 것인가? 증조가 생존해 있으면 그 중함이 증조에게 있으니, 조부에게 무슨 전중(傳重)의 중함이 있어서 적손이 조부에게 승중복(承重服)을 입을 수 있겠는가. 마땅히 예(例)와 같이 부장기복(不杖朞己服)을 입어야 할 듯하다. 몇 해 전에 나는 이 의논을 하였는데, 소남(邵南)과 순암(順菴) 두 어른이 모두 그렇지 않다고 해서 지금까지 의심을 품고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소남은 윤동규(尹東奎)의 호이고 순암은 안정복(安鼎福)의 호임.

“기자(箕子)가 동쪽(우리나라)으로 옴에 따라 은(殷) 나라 예(禮)가 동쪽에 있게 되었으니, 정전(井田)의 제도는 반드시 은 나라의 옛 제도를 따랐을 것인데, 지금 평양(平壤)의 전제(田制)가 모두 전자(田子) 형태로 되어 있어 조법(助法)과 다릅니다.”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정전의 제도를 상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맹자(孟子)》뿐이다. 맹자(孟子)는 삼대(三代)의 전제 중에 조법(助法)과 철법(徹法)의 뜻과 하(夏) 나라와 은(殷) 나라 제도의 좋고 나쁨에 대하여 일일이 진술하고, 마지막에 이르기를 ‘교외 지역은 9분의 1인 세제(稅制)를 실시하고 국도(國都) 안의 지역에는 10분의 1인 세제를 실시하여 스스로 납부하게 하라.[請野九一 國中什一使自賦]’ 하였으니, 이것은 맹자가 전에 없던 것을 새로이 만든 것이 아니고 반드시 고제(古制)가 그러했을 것이다. 무릇 상(庠)ㆍ서(序)ㆍ학(學)ㆍ교(校)의 제도와 세록(世祿)ㆍ규전(圭田)의 제도가 모두 삼대(三代)에 함께 시행된 것들이었는데, 맹자가 어찌 유독 이 전제에 있어서만 삼대에 일찍이 없었던 신법(新法)을 새로이 만들어 놓고, 다시 구별하여 밝히지 않았겠는가.

야(野)라는 것은 교외(郊外)의 봉지(封地) 안이니, 서울과 거리가 멀고 토질이 척박하므로 아홉 구(區)로 된 1정(井)을 만들어 여덟 집이 힘을 합해 농사를 지어 해마다 공전(公田)의 수입을 국가에 바치게 한 것이다. 국중(國中)이란 것은 왕도(王都)이니, 거리가 가깝고 토질이 비옥하므로 70묘(畝)를 한 구역으로 하는 은(殷)의 제도나 1백 묘를 한 구역으로 하는 주(周)의 제도가 모두 묘수(畝數)를 계산해서 균등하게 나누어주어 70묘에는 7묘의 수입을 조세로 바치게 하고, 1백 묘에는 10묘의 수입을 조세로 바치게 한 것이다. 이미 조법(助法)이 아니라면 정자(井字)로 토지를 구획할 필요가 없으니, 그 전자형(田字形)으로 되어 있는 것은 반드시 고제(古制)가 그러했던 듯하다. 옛날의 문자는 상형(象形)한 것이 많았으니, 전자(田字)도 상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생각해 보건대, 50묘ㆍ70묘ㆍ1백 묘는 모두 토지의 묘수(畝數)를 가지고 말한 것이니, 그렇다면 9분의 1이니 10분의 1이니 한 것도 지형을 가지고 말한 것이지 조세의 많고 적음을 가지고 말한 것이 아니다. 구일(九一)이란 1정(井)을 9등분해서 그중 1분을 취하는 것이고, 십일(什一)이란 묘수(畝數)를 10등분해서 그 중 1분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전(公田) 안에 또한 여사(廬舍 농막)가 있어 농토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비록 9분의 1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는 역시 10분의 1을 취하는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맹자가 어찌하여 ‘실제는 모두 10분의 1’이라는 말씀을 하였겠는가. 9분의 1과 10분의 1은 많고 적음이 서로 현격하게 다른데 어떻게 동일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평양의 토지는 모두 도성 안 왕궁(王宮)의 좌우에 있으니, 그렇다면 역시 10분의 1 비율에 따라 스스로 부세(賦稅)를 바치는 제도를 사용하여, 정자형의 아홉 구(區)를 만들지 아니하고, 전자형의 네 구를 만들었을 것이다. 함구문(含毬門)ㆍ정양문(正陽門) 사이에 있는 완성(完城)의 64전(田)은 도랑이 반듯하며, 지세가 경사진 곳에는 대부분 작은 토지[小田]로 되어 있어 반듯하게 할 수 없으니, 여전(餘田)이라고 한다. 이것은 분명 《맹자》에 이른바 ‘여부(餘夫)의 토지’라는 것일 것이다. 내가 일찍이 평양을 지날 적에 시험삼아 옛자[古尺]를 만들어 재 보았더니 구(區)가 정확히 70묘로 남거나 모자람이 없었다. 수천 년 후대에 태어나서 은 나라의 제도를 다시 보게 되었으니, 이 어찌 기이한 요행이 아니겠는가. 맹자의 말씀이 아니었다면 10분의 1 비율에 따라 스스로 납세하게 하는 제도를 누가 밝힐 수 있었겠는가.

내가 듣건대 토지가 비옥한 것은 1묘의 값이 5천 전(錢)이나 하는데 부호(富豪)와 강족(彊族)들이 서로 점거하여 경계가 날로 더욱 희미해지고 있으며, 또 왕왕 1묘나 반묘를 파내어 수전(水田)을 만든다 하니, 사람으로 하여금 놀라게 한다. 어떤 사람은 상앙(商鞅)이 천맥(阡陌)을 결렬(決裂 터놓음)한 것을 가지고 정지(井地)의 경계를 갈라놓았다고 하여, 상앙을 만세의 죄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천맥이란 진(秦) 나라 토지제도의 명칭인데, 상앙이 다만 천맥법(阡陌法)을 만들어서, 그 경계를 파 놓았을 뿐이니 상앙이 진실로 원통하지 않겠는가.

옛 성인들이 농지를 구획한 자취가 온 천하에 없는데, 유독 동해(東海)의 구석진 우리나라에만 남아 있으니, 마땅히 힘을 다하여 십분 보호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부호와 강족들에게 맡겨두고 그 경계를 갈라놓게 하니, 가령 상앙의 영혼이 있어 이것을 본다면 반드시 지하(地下)에서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지금 만약 기영(箕營 평안 감영)에서부터 수십 년의 기한을 정해 놓고 64전(田)을 모두 사서 다시 그 경계를 바로잡고 해마다 그 수입을 가지고 기자(箕子)의 사당에 올리는 제수 비용으로 쓴다면 어찌 우리 동방 수천 년에 빛나는 일이 되지 않겠는가. 또 사당 현판을 ‘인현사(仁賢祠)’라고 써 붙였는데, 기자(箕子)와 같은 성인(聖人)으로서, 무왕(武王)이 찾아가 도(道)를 물었고 공자(孔子)가 인자(仁者)라 일컬었으니, 현자(賢者)라고만 하고 성인이라 하지 않은 것은 크게 마땅하지 않다. 이것은 광해군(光海君) 때에 그 지방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 사액(賜額)하였고 월사(月沙 이정귀(李廷龜)의 호)가 그 비문을 지었다. 조정에서부터 마땅히 현판을 고치는 은전(恩典)이 있어야 할 듯한데, 임금께 아뢰는 사람이 없으니, 애석한 일이다.”

“공자가 ‘관저(關雎)는 즐거워하되 음란하지 않고, 슬퍼하되 화기(和氣)를 해치지 않는다.[樂而不淫 哀而不傷]’고 하였는데, 이것은 음악의 음조(音調)를 주로 해서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가사가 있은 뒤에야 음조가 있는 것인데, 애(哀)ㆍ상(傷) 두 글자는 관저의 내용과 관계가 없는 듯합니다. 선유(先儒)들은 ‘몸을 뒤척이며[轉輾] 그리워한다.[思服]’는 등의 말로 여기에 해당시켰으나 말뜻이 맞지 않는 듯합니다.”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시는 성정(性情)에서 나오는 것이니, 《시경》 3백 편의 시는 모두 성정의 올바름을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함에 부정함이 없다.[思無邪]’는 한마디 말로 《시경》 전체의 뜻을 포괄한 것이다. 관저는 즐거워하되 음란하지 않고 슬퍼하되 화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말은 ‘국풍(國風)은 여색을 좋아하되 음란하지는 않다.’는 말이나 ‘소아(小雅)는 원망하되 문란하지는 않다.’는 말과 동일한 어맥(語脈)이니, 시의 본체가 원래 이와 같은 것이다. 고인들은 대부분 주남(周南)의 관저와 소남(召南)의 작소(鵲巢)를 칭했는데, 이는 다만 이 두 편만을 가리킨 것이 아니라, 곧 이남(二南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의 시를 총괄해서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공자가 말씀한 ‘관저’라는것도 주남 전체를 가리킨 것이 아니겠는가. 관저는 모두 3장인데, 유독 편 머리의 두 글자를 들어서 관저라고 하였으며, 관저편 이하 10편도 관저지십(關雎之什)이라고 하였으니, 이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공자가 백어(伯魚)에게 ‘너는 주남ㆍ소남을 배웠느냐?’ 하셨고, 또 ‘《시경》을 배웠느냐?’ 하셨으니, 《시경》을 배웠느냐고 하신 말씀이나 주남ㆍ소남을 배웠느냐고 하신 말씀이나 내용은 똑같은 것인데, 다만 이것을 기록하는 자가 말을 다르게 표현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공자가 말씀하신 주남ㆍ소남도 역시 3백 편의 시를 총괄하여 말씀한 것이다. 고인들의 말은 본래 이와 같은 것이 많다. 그렇지 않다면 성인이 자식을 가르침에 있어서 무엇 때문에 특히 시에 대해서만은 거듭 반복해 말씀하면서 혹시라도 배우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또 유독 이남(二南)에만 간절한 뜻을 극진히 하셨겠는가. 이것도 하나의 방증(傍證)이 될 만하다.”

“정일집중(精一執中)은 요(堯)ㆍ순(舜)ㆍ우(禹) 세 성인이 전수한 심법(心法)인데, 주자(朱子)가 《중용(中庸)》 서문을 지으면서 이것은 천하를 다스리는 대법(大法)이라고 하셨으니, 어찌해서 천하를 다스리는 대법이 되는 것입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마음을 바르게 한 뒤에야 수신(修身)ㆍ제가(齊家)ㆍ치국(治國)ㆍ평천하(平天下)를 할 수 있는 것이니, 먼저 마음을 바르게 하지 않고서 천하를 다스리려고 한들 될 수 있겠는가. 도심(道心)은 천리(天理)의 공(公)이요, 인심(人心)은 형기(形氣)의 사(私)이다. 형기뿐만이 아니라 나에게 치우쳐 있는 모든 것은 다 사(私)이기 때문에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자는 그 사(私) 제거하기를 힘써야 하는 것이다. 하늘은 사사로이 덮어줌이 없고, 땅은 사사로이 실어줌이 없고, 해와 달은 사사로이 비춰줌이 없으니, 왕자(王者)는 이 세 가지 사사로움이 없는 것을 받들어 만백성을 다스려야 하고, 만일 사(私)를 따르고 공(公)을 행하지 않는다면 천하를 다스릴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大學)》정심장(正心章)에 ‘분노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좋아하거나 근심하는 것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 하였으며, 수신장(修身章)에 ‘평소 마음속에 친애하거나 미워하거나 공경하거나 불쌍히 여기거나 하찮게 여기는 사람에게 치우치게 된다.’ 하였고, 끝에 결론하기를 ‘좋아하면서도 그의 나쁜 점을 알고 미워하면서도 그의 좋은 점을 아는 사람이 천하에 드물다.’고 하였다. 평천하장(平天下章)에서는 ‘상하와 전후 좌우의 사람에게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가하지 말라.’고 경계하고, 또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을 미워하여야 한다.’하였으며, 또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하면 재앙이 반드시 몸에 미친다.’ 하였으니, 이것이 모두 정일집중(精一執中)의 절도(節度)이다. 그러나 그 요점은 실로 성의장(誠意章)에 ‘선을 좋아하기를 여색을 좋아하듯 하고 악 미워하기를 악취를 싫어하듯 한다.’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것은 천리(天理)의 공(公)에서 근원하고, 여색을 좋아하고 악취를 싫어하는 것은 형기(形氣)의 사(私)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참으로 천리의 공(公)으로 하여금 형기의 사(私)를 억제하게 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은미(隱微)한 것이 드러나고 위태로운 것이 편안하게 된다.’는 것으로서, 천하를 다스리는 공효(功效)도 실지로 여기에서 기초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고금의 성현들이 서로 전수한 심법(心法)이다. 또 가장 드러난 공효를 가지고 말하면, 나라를 다스림에는 인재를 등용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러나 인재를 등용할 때에 조금이라도 사사로운 마음이 있으면 어진 자와 어질지 못한 자가 서로 뒤섞여서 등용하고 버림에 마땅함을 얻지 못할 것이다.

예를 들면 곤(鯀)이 왕명을 거스르는 것을 요(堯) 임금이 모른 바가 아니었으나, 모든 신하들의 뜻이 그를 원하므로 ‘우선 시험삼아 쓰자.’는 의견을 들어주었으니, 이것이 바로 성인의 공평한 점이다. 그가 공적을 이루지 못하자 순(舜) 임금이 그를 죽였다. 그러나 요 임금이 본래부터 곤(鯀)을 사사로이 좋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애석히 여긴 바가 없었고, 순 임금이 곤을 죽인 것도 사사로이 곤을 미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곤의 아들인 우(禹) 임금을 천거해서 치수(治水)를 명하였으며, 우 임금도 순 임금의 공평함을 알았기 때문에 사양하지 않고 책임을 맡아 마침내 홍수의 재앙을 제거해서 온 세상이 편안하게 살 수 있게 하였다. 이때에 가령 요ㆍ순ㆍ우 세 성인 중에 털끝만큼이라도 그 사이에 사사로운 마음이 있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순 임금은 큰 공로 20가지가 있으니, 곧 네 악인을 벌하고 16명의 어진이를 천거한 것이다. 순 임금은 사람을 승진시키고 벌주는 것을 오직 공평하게 하여 마침내 의상(衣裳)만 드리우고 있어도 천하가 잘 다스려지는 정치를 이룩하셨으니, 정일집중(精一執中)의 효험이 여기에서 드러난 것이다.”

“곤(鯀)이 홍수를 다스릴 때에 오행(五行)을 어지럽혔다는 것은 어떤 일을 가리킨 것입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불을 염상(炎上 타오름)이라 하고 물을 윤하(潤下 적시어 내려감)라고 한다. 불의 성질은 위로 타오르므로 불을 끄려는 자는 높은 곳에 힘을 써 불이 타오르는 형세를 막아야 하고, 물의 성질은 아래로 내려가므로 물을 다스리는 자는 낮은 곳에 힘을 써서 제멋대로 흐르는 물길을 인도하여야 한다. 천하의 물은 모두 대질러 터뜨리는 성질이 있으므로 개미 구멍만한 작은 구멍이 잠깐 사이에 몇 길의 깊이로 파인다. 그러나 하수(河水)만은 그렇지 않아 탁류(濁流)가 침전(沈澱)되어 점차 진흙이 쌓여 하수 바닥이 날로 높아져서 둑이 사방으로 무너져 범람하는 폐해가 있다. 그런데 곤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성질을 몰랐기 때문에 하류를 준설하여 다스릴 것은 생각하지 아니하고, 번번이 범람하는 곳을 온 힘을 다해서 막기만 하였으니, 물을 막은 그의 공도 참으로 숨길 수 없는 점이 있다. 그러므로 곤을 위하여 제사하는 사당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수는 끝내 막아서 될 수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을수록 더욱 무너져 마침내는 공적이 없게 된 것이니, 막는다[障]는 한 글자가 곧 곤이 오행을 어지럽혔다는 분명한 죄안(罪案)이다.

우(禹) 임금의 홍수를 다스림은 비록 어떻게 힘을 썼는지 알 수 없으나, 이미 물을 인도하였다고 말했으니, 곧 물길을 열어 인도하고 파내어 통하게 함을 말한 것이 아니겠는가. 후세에 하수를 다스림에는 오로지 철룡조(鐵龍爪)를 사용하여 진흙을 파내는데, 뒤로 갈수록 더욱 교묘한 방법이 나오니, 참으로 그 요령을 터득했다고 할 만하다.”

12월 28일에 목재(木齋)가 편지를 보내었다.

“편지를 받으니, 망연하여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선현(先賢)의 말씀을 모아 감히 억측으로 답변하니, 어찌 감히 뜻에 맞기를 바라겠는가.”

“관저편(關雎篇)의 뜻에 대해 보내주신 가르침은 진실로 고문(古文)은 고속(古俗)을 가지고 봐야 한다는 법에 합치됩니다. …… ”

고 한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보내준 편지에서 말한 관저편의 뜻은 참으로 보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서 말한 슬퍼하되 화기를 해치지 않고 즐거워하되 음란하지 않다는 것을 꼭 관저 1편만 가지고 해석하려 할 경우, 제사지내는 일로써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데 해당시킨 것이니 ‘혼례(婚禮)에 하례(賀禮)하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내 종조(從祖)께서 해석하신 것도 그러하였으나 내가 끝내 깊이 믿지 않은 것은, 인정에 슬픔과 기쁨이 함께 아울러 나올 수 없고, 이 관저 한 편의 글에서 끝내 슬퍼하는 뜻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옛날에는 기제(忌祭)는 없고, 단지 사시(四時)의 정제(正祭)만이 있었는데, 이는 오례(五禮) 중에 길례(吉禮)에 속하므로 서로 술을 권해 취하고 배불리 먹으며 즐거이 놀았다. 그런데 지금 종사(宗事)를 잇고 대를 계승하는 초기라서 슬픔이 음악에 나타났다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해석이 아니겠는가.

《서경(書經)》에 ‘시는 마음의 감동이 말에 표현되는 것이고, 노래는 그 말을 길게 읊은 것이며, 성(聲)은 거기에 고저(高低)와 장단을 맞추는 것이고, 음률(音律)은 성음(聲音)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다.’ 하였으니, 감정과 생각이 일어나면 반드시 시에 나타나서 노래로써 화답하고 음악으로써 음률에 맞추는 것이므로 슬퍼하고 기뻐하는 감정이 한번 음악에 나타나면 성조(聲調)가 크게 구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악기(樂記)에 ‘슬픔에 감동되면 그 소리가 애절하면서도 빠르고, 즐거움에 감동되면 그 소리가 기쁘면서도 완만하다.’ 하였으니, 즐거우면 노래와 가락에 화평한 기운이 유동(流動)하므로 사람들이 들으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발을 구르고 춤을 추며 기뻐하고, 슬프면 노래와 가락에 슬픈 한탄이 드러나므로 사람들이 들으면 애통해짐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장(章)의 음악을 연주하는 사이에 어찌 잠시 즐거워하다가 이내 슬퍼져서 판이하게 두 가지 성조(聲調)가 나올 수 있겠는가. 옛날에 시악(詩樂)은 반드시 세 편을 취하였다. 그러므로 주(周) 나라의 향악(鄕樂)에 주남(周南)의 관저(關雎)ㆍ갈담(葛覃)ㆍ권이(卷耳) 세 편을 취하였고, 소남(召南)의 작소(鵲巢)ㆍ채번(采蘩)ㆍ채빈(采蘋) 세 편을 취하였으니, 이것은 향음주(鄕飮酒)와 연례(燕禮) 등의 편에서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제후의 연회[燕飮]와 향음주 연례에서는 녹명(鹿鳴)ㆍ사모(四牡)ㆍ황황자화(皇皇者華) 세 편을 취하였으니, 이른바 ‘소아(小雅) 세 편을 익힌다.’ 는 것이 바로 이것이고, 주송(周頌)의 문왕(文王)을 제사하는 시에도 역시 청묘(淸廟)ㆍ유천지명(維天之命)ㆍ유청(維淸) 세 편이 있으니, 대전(大傳)에 이른바 ‘주공(周公)이 악공을 당에 올려 청묘장을 노래하게 했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향사례(鄕射禮) 주에 ‘악공이 녹명장을 노래한다.’ 하였으니, 이는 제후의 음악에 단지 녹명장만 들었으나 사모와 황황자화 두 편이 여기에 포함된 것이다. 이러므로 고금에 이러한 곳을 논할 때마다 녹명이라고만 했을 뿐, 언제 일찍이 사모와 황황자화를 말한 적이 있었던가. 청묘ㆍ유천지명ㆍ유청 세 편이 모두 문왕을 제사하는 시라면 유천지명ㆍ유청 두 편 역시 등가(登歌)의 반열(班列)에 속하는데, 대전에는 ‘주공이 악공을 당에 올려 청묘를 노래하게 했다.’라고만 하였고, 악기(樂記)에는 ‘청묘를 연주하는 거문고는 주현(朱絃)으로 소리가 느리며 한 장을 노래하는 동안 세 번 감탄한다.’라고만 하였을 뿐, 유천지명과 유청의 두 시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아니하였다. 그렇다면 이 두 편은 장차 무엇에 쓰려고 만들었겠는가. 오(於)자는 아! 하고 찬미하는 감탄사이다. 그러므로 옛날에 시를 해설한 분들은 대부분 이 오(於)자로써 세 번 감탄한 증거로 삼았다. 그러나 청묘(淸廟)의 시는 이 오(於)자가 단지 하나밖에 없으니 하편(下篇 유천지명)의 오목불이(於穆不已)와 오호불현(於乎不顯)의 글을 합한 뒤에야 세 번 감탄했다는 수에 맞는다. 그렇다면 청묘라고 한 것도 반드시 세 편(청묘ㆍ유천지명ㆍ유청)을 총괄해서 가리킨 것임을 증명할 수 있다.

이남(二南)의 음악은 반드시 주남의 관저ㆍ갈담ㆍ권이를 합하여 연주하였고, 소남의 작소ㆍ채번ㆍ채빈을 합하여 연주하였다고 했으니, 이는 여러 가악(歌樂)을 합하여 연주한 것인데, 고인들의 문자에는 대부분 주남의 관저와 소남의 작소라고만 말하였고, 혹은 관저를 합하여 연주하였다고만 하였으니, 그렇다면 관저 두 자가 세 편(관저ㆍ갈담ㆍ권이)을 총괄한 것이 마치 녹명과 청묘가 각각 아래의 두 편(사모ㆍ황황자화 및 유천지명ㆍ유청)을 포함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내 생각에는 즐거워하되 음란하지 않다는 것은 관저의 가락이고, 슬퍼하되 화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은 권이의 가락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보면 그 뜻이 어찌 밝게 드러나고 순정(順正)하지 않은가. 건곤(乾坤)의 사덕(四德 원(元)ㆍ형(亨)ㆍ이(利)ㆍ정(貞))을 건원(乾元)ㆍ곤원(坤元)이라 일컫는 것이 어찌 이것과 다르겠는가. 고인들의 말이 간결하여 이와 같은 것이 많다. 그러나 감히 나의 견해를 고집해서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 않는다. 다시 이 말을 끝까지 다하는 것은 제현(諸賢)들에게서 바로잡음을 구하려 해서이니, 만약 세 차례의 질의와 논란을 받아 의견을 일치를 보게 된다면 어찌 유익함을 구하는 단서가 되지 않겠는가. 바라건대 그대는 인색하지 말고 이에 대한 답장을 보내주어 나의 바람에 부응하기 바란다.”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 네 가지는 사물을 만나야만 비로소 성취되는 것이고, 측은(惻隱) 등의 마음은 마음속으로부터 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덕(四德)이 본래 인성(人性)의 본체라 한다면 사단(四端)은 이 사덕으로부터 나오는 듯한데, 어떠한지 분명히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성정(性情)이 감동되어 일어나는 묘리(妙理)는 선유(先儒)들의 논술에 자세히 갖추어져 있는데, 그대가 어찌 널리 상고하여 깊이 이해하지 못하였겠는가. 지금 이 질문을 하는 것은 본원상(本原上)의 제일 중요한 뜻이 되기 때문에 자세히 알고자 해서일 것이니 우선 선유의 의논으로써 대강을 논하고자 한다. 대저 하늘이 강유(剛柔)와 오상(五常)의 이치를 사람에게 부여한 것을 명(命)이라고 하고, 사람이 이 이치를 받아서 태어난 것을 성(性)이라 하고, 마음속에 이 이치를 갖추고 있는 것을 심(心)이라 하고, 이 이치가 외물(外物)에 감동되어 밖으로 나타나는 것을 정(情)이라 하니, 성(性) 가운데에는 원래 이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의 이치만이 있기 때문에 접촉하는 사물에 따라 마음이 감동되어 나오는 것이 측은(惻隱)ㆍ수오(羞惡)ㆍ사양(辭讓)ㆍ시비(是非) 등의 정이다.

주자(朱子)와 정자(程子)가 인(仁)을 말할 때에는 반드시 곡식 종자나 살구씨 같은 따위로 비유하곤 하였는데, 이는 대개 과일과 곡식의 종자에는 속에 생리(生理)를 지니고 있으니 이를 인(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발로되어 싹이 나오는 것이 마치 사람의 정(情)이 밖으로 나타남과 같다는 뜻에서 이것으로 인을 설명하였으니, 참으로 적절한 비유라 하겠다. 실제에 있어서는 인(仁)만이 그런 것이 아니고 예(禮)ㆍ의(義)ㆍ지(智) 세 가지 역시 모두 그러하다. 그러므로 주자는 또 ‘인ㆍ의ㆍ예ㆍ지의 네 가지는 바로 종자이고, 측은(惻隱)ㆍ수오(羞惡)ㆍ공경(恭敬)ㆍ시비(是非)는 바로 종자에서 나온 싹이다.’라고 한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이 발하기 전에는 여러 이치가 마음속에 갖추어져 있어 조금의 결함도 없으므로, 외물(外物)에 감촉(感觸)되어 허다한 정(情)이 유동(流動)해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역(周易)》에 ‘적연(寂然)하여 움직이지 않으나 감동하게 되면 마침내 천하의 이치를 통달한다.’ 하였으니, 그 논리가 지극하다 하겠다.”

○ 약용(若鏞)이 상고해 보건대, 측은의 마음을 행하면 인(仁)이 되고, 수오(羞惡)의 마음을 행하면 의(義)가 되고, 사양의 마음을 행하면 예(禮)가 되고, 시비의 마음을 행하면 지(智)가 되는 것인데, 지금 인ㆍ의ㆍ예ㆍ지가 사람의 마음속에 잠복해 있다 하니, 의심스럽다.

“퇴계(退溪)의 사단도(四端圖)에 ‘성실한 마음은 신의 단이다.[誠實之心信之端]’는 한 조목을 첨가하였습니다. 이 도식은 정임은(程林隱)이 만든 것인데, 정임은 이전에도 이러한 설이 있었는지요? 맹자(孟子)가 사단(四端)만 말하고 신(信)의 일단(一端)을 말하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정임은의 오단(五端)에 대하여 나도 참으로 의심을 하고 있다. 그런데 퇴계께서 그것을 취한 것은 아마도 사단(四端)을 그림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깨우치는 것이 꼭 필요하고, 이미 정 임은의 구본(舊本)이 있기 때문에 아울러 취하여 사람들에게 이러한 의논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하려 한 것인 듯하다. 신(信)은 다만 진실 무망(眞實無妄)한 이치일 따름이니, 각각 체단(體段)을 갖추고 있는 사덕(四德)과는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주자(朱子)가 ‘인ㆍ의ㆍ예ㆍ지에 신(信)이 없으면 모두가 진실하지 못하니, 인ㆍ의ㆍ예ㆍ지의 진실한 것이 바로 신일 뿐이다.’라고 하였고, 또 ‘인ㆍ의ㆍ예ㆍ지는 모두 진실 무망한 것이기 때문에 신(信)자는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사덕(四德)의 신(信)은 마치 오행(五行)의 토(土)와 같아서 토가 오행에 있지 않은 곳이 없고 신이 사덕에 포함되지 않는 곳이 없으니, 나누어 말하면 그 수가 다섯이지만, 합해서 말하면 실로 사덕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맹자가 어찌 한 가지를 잊고 말하지 않았겠는가. 맹자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명도(明道 정호(程顥))도 말하지 않았다. 성(性)은 뿌리이고 정(情)은 싹이니, 측은(惻隱)ㆍ수오(羞惡) 등이 인(仁)ㆍ의(義)의 싹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측은ㆍ수오 등의 글자로써 인ㆍ의의 본체라고 훈고(訓詁)할 수는 없으니, 성실(誠實)이란 두 글자는 확실히 신(信)에 대한 각주(脚註)가 아니겠는가. 인ㆍ의의 이치가 발해서 측은ㆍ수오의 마음이 되는 것은 그 성정(性情)의 체용(體用)을 진실로 모색(摸索)할 수 있거니와, 신의 이치가 발해서 성실이 된다고 한다면 성정(性情)의 구분이 장차 어찌 되겠는가. 이것이 내가 감히 깊이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그러나 오상(五常)의 신(信)은 ‘말을 충신(忠信)하게 하고[言忠信]’, 친구와 사귈 때에 신으로 한다[與人交信]’는 신(信)과는 다르다. 오상의 신은 실리(實理)를 가리킨 것이고, 말을 충신하게 하고 친구와 사귈 때에 신으로 한다는 신은 일[事]을 가지고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주자가, 사덕이 발하면 측은 등의 마음이 된다는 것을 자세히 말하고, 끝에 ‘신은 실제로 있는 이치로서, 그것이 발해서는 충신이 된다.’고 하였다. 만일 반드시 나누어서 도표를 만들려고 한다면, 주자의 말에 의거해서 ‘충신의 마음은 신(信)의 단이다.[忠信之心 信之端]’고 하는 것이 혹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늘[天]은 곧 이(理)이고 성(性)도 곧 이(理)이라는 것은 정자와 주자의 정론(定論)인데, 요즘 어떤 학자가 ‘하늘과 성이 곧 같은 이자[天與性卽一理字]이니, 만약 같은 물건이라면 《중용(中庸)》에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 한다.[天命之謂性]」고 한 것은 마땅히「이(理)가 명한 것을 이(理)라 한다.[理命之謂理]」고 해야 한다.’ 하였으니, 이 말이 매우 틀린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 뜻을 분석하고, 어맥(語脈)을 분명하게 하려면, 어떻게 말하여야 하겠습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하늘은 이치의 혼전(渾全)한 것이고, 성(性)은 이 이치를 하늘로부터 품수(稟受)한 것이니 ‘하늘이 곧 이치이다.[天卽理也]’라고 한 것도 참된 하나의 실제 말이고 ‘성은 곧 이치이다.[性卽理也]’고 한 것도 참된 하나의 실제 말이다. 그러나 만약 이 말로 인하여 ‘하늘과 성이 곧 같은 이자이다.[天與性卽一理字]’라고 한다면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천지(天地)도 바로 이 이치뿐이고, 만물도 바로 이 이치일 뿐이지만 천지와 만물이 모두 같은 하나의 이(理)자 라고 한다면 되겠는가. 지금 심(心)ㆍ성(性)ㆍ정(情)이 한 이치일 뿐[心也性也天也只一理]이라고 한다면 모든 것을 포함할 수 있거니와 여기에 자(字)라는 한 글자를 덧붙인다면 사족(蛇足)을 붙이는 것이니, 굳이 여러 말로 변론할 것이 못 된다.”

“근세에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따라 죽을 경우 모두 그 정렬(貞烈)을 정표(旌表)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천수(天壽)로 죽고 집안에도 아무런 변고가 없는데도, 스스로 자결하는 것은 정도에 지나친 듯합니다. 삼강(三綱)은 마찬가지인데 임금과 부모에는 이러한 의리가 없고, 남편의 죽음에만 반드시 따라 죽는다면 삼종(三從)의 도리에 하나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에 대하여 정표하는 것은 어느 시대부터 시작된 것입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중국의 법에 부인이 중년 이전에 남편이 죽었는데도 개가하지 않는 자를 모두 정표한 것은 개가할 수 있는데도 개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절이 될 수 있지마는 우리나라에서는 개가하지 않는 것이 이미 법제로 이루어져 있으니, 이것은 의논할 바가 아니다. 만약 남편이 죽어 신세가 외로와 의탁 할 곳이 없어 스스로 자결한다면 그 정상은 참으로 가련하지만, 반드시 정렬(貞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혹 수재나 화재, 도적과 환란의 위급한 상을 당해서 몸을 바쳐 따라서 죽었다면 이것은 충신이나 효자와 같은 경우이니, 모두 정표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가 아닌데도 죽는 것은 결행(決行)은 결연(決然)하지만 성인의 예법으로 따져 본다면 중도(中道)를 지나친 처사를 면할 수 없다. 이를 정표하는 것이 어느 시대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대의 견해가 매우 이치에 합당하다.

또 일설(一說)이 있으니, 왕촉(王蠋)이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일률적으로 논할 수가 없는 것이다.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것은 왕촉이 나라가 적에게 망했는데도 자신이 또 적을 섬긴다면 절개를 잃는 것과 같은 것이며 ‘열녀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다.’는 것은 마치 식규(息嬀)가 남편이 초왕(楚王)에게 죽음을 당했는데도 자신은 초왕을 섬겨 은혜를 잊고 의리를 저버려서 절행(節行)을 훼손한 것과 같은 것을 이름이다. 이와 같은 것이 아니라면, 공맹(孔孟)이 제후를 차례로 빙문(聘問)하였으니 어찌 일찍이 두 임금을 섬기지 않은 것이며, 주공(周公)의 제도에 계부(繼父)를 위한 복(服)이 있으니, 어찌 일찍이 개가를 금한 것이겠는가.”

“《맹자》에 ‘한 고을의 선사(善士)라야’ 한 주(註)에 ‘덕이 한 고을에 덮인 뒤에야 한 고을의 훌륭한 선비들과 벗할 수 있다.’고 했는데, 고을과 나라에는 모두 이웃과 짝이 있으니 ‘성인만이 성인을 알 수 있다.’는 어례(語例)로 볼 경우 이 구절은 진실로 흠이 없으나, 덕이 천하에 덮이면 천하에 다시 그 짝이 없어 벗할 만한 자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윗글의 ‘선사(善士)’는 덕이 한 고을에 덮인 사람이고, 아래 글의 ‘선사’는 한 고을에 포열해 있는 여러 사람이라고 생각되지만 끝내 통창하지 못하니, 어떻게 보아야 하겠습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예(禮)에 ‘동문(同門)을 붕(朋)이라 하고 동지(同志)를 우(友)라 한다.’ 하였으니, 벗[友]이란 그 덕을 벗하는 것이므로 굳이 그 덕이 나와 동등한 뒤에야 벗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을 행하는 데 뜻을 둔 모든 사람은 물이 습한 곳으로 흐르고 불이 마른 데로 나아가는[水流濕火就燥] 뜻으로 볼 때 모두 벗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이 한 고을에 드러나면 한 고을의 선한 선비들이 모두 그를 벗하는 것이니, 선행에 비록 높고 낮은 차이는 있으나 반드시 그 등급을 헤아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문(孔門)의 여러 제자 중에 학문의 경지는 비록 등급이 달랐으나, 살아서는 서로 벗이 되었고 증자(曾子)가 자하(子夏)에 있어서와 같은 경우이다. 죽어서는 벗을 위하여 붕우의 복을 입은 것이다. 예를 들면 집에 있을 때에는 수질(首絰)을 하고 밖으로 나갈 때에는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경우이다.

덕이 천하에 덮이면 천하의 덕 있는 선비들과 벗할 수 있다는 말에 대하여 보내준 글에 ‘천하에 다시 그 짝이 없어 벗할 만한 자가 없다.’고 한 것은 너무 깊이 추론(推論)한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덕이 한 고을과 한 나라를 덮는 자는 한 고을과 한 나라 안에는 다시 그의 짝이 없어서 반드시 장차 다른 고을과 나라에서 구해야 할 것이니, 어찌 이러한 이치가 있겠는가. 이것은 한 개(蓋)자 때문에 이러한 의심이 있게 된 듯하나, 글을 보는 법은 이와 같이 너무 집착할 것이 없고, 활간(活看)하는 것이 좋을 듯한데 어떠한지 모르겠다.”

“최복(衰服)의 연미(燕尾)는 어느 시대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제도는 어떠합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정현(鄭玄)의 주(註)에 이미 ‘베 3척 5촌을 사용한다.’ 하였으니, 이것은 반드시 저고리와 치마의 양쪽에 소용되는 것을 총괄해서 가리킨 것이지, 한쪽만을 가리킨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하여 갑절을 더하면 7척이 된다고 말하지 않았겠는가. 소(疏)에 이미 ‘3척 5촌으로 양갈래 옷섶[衽]을 만든 뒤에야 양 곁을 꿰맨다.’ 하였으니, 양 곁을 꿰매는 것이 바로 양갈래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단지 ‘양갈래로 양쪽을 꿰맨다.’고만 하고, 좌우로 겹쳐 꿰맨다는 글이 없으니, 겹쳐 꿰매는 제도는 어느 시대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 수 없다. 임(衽)은 치마의 앞뒤 사타구니를 가리는 물건인데, 좌우는 겹쳐 꿰매고 아래는 그 가운데를 빠뜨리어 완전히 치마의 아랫단을 가리지 않는다면 명칭과 실제가 서로 어긋나니, 이럴 리가 없을 듯하다.”

“참최복(斬衰服)의 마대(麻帶)를 혹은 네 가닥을 나누어 두 가닥의 끈을 만들고, 이 가닥의 끈을 꼬아서 한 띠[帶]를 만들기도 하고, 혹은 네 가닥을 합쳐서 한 개의 띠를 만들기도 하는데, 어느 것이 옳습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마대를 네 가닥으로 만드는 것은 《가례(家禮)》에 처음 나오고, 그 이전에는 없었다. 상복전(喪服傳)에는 단지 ‘교대(絞帶)는 승대(繩帶)이다.’라고만 하였고, 소(疏)에는 ‘저마(苴麻)로 교대를 만든다.’라고 하여 네 가닥이라는 말이 없다. 그런데 《가례》에 비로소 ‘씨 있는 삼끈 한 가닥을 사용하여 가운데를 접어서 두 가닥으로 만들고 이것을 합한다.’ 하였으니, 이것은 곧 삼중사고(三重四股 네 가닥으로 꼬아 세 겹으로 만듦)의 제도이다. 이것은 아마도 유악(劉岳)의 《서의(書儀)》가 이와 같은데, 사마온공(司馬溫公)과 주자(朱子)가 그대로 따르고 고치지 않은 것인 듯하다.

네 가닥을 세 겹으로 하는 제도는 본래 갈대(葛帶)를 가리켜서 말한 것이다. 상복제도(喪服制度)에 ‘갈대는 세 겹으로 한다.’ 하였고, 소(疏)에 ‘네 가닥을 만들어 꼬아서 네 가닥을 서로 겹치면 세 겹이 된다.’ 하였으니, 대개 한 가닥은 하나가 되고, 두 가닥은 한 겹이 되고, 세 가닥은 두 겹이 되고, 네 가닥이면 세 겹이 된다.

이것은 본래 갈대의 제도인데, 이것을 교대에까지 옮겨 쓰는 것은 무슨 뜻에서인지 자세하지 않다. 합해서 꼬는 방법은 기록에 이미 ‘네 가닥으로 만들어 꼰다.’ 하였으니, 네 가닥을 합해서 꼬는 것이 참으로 마땅하다. 그러나 《가례》의 두 끈을 합해서 꼰다는 것도 네 가닥을 세 겹으로 만드는 것에 위배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자질구레한 절차이니, 너무 깊이 살필 필요가 없다.”

“참최복을 입는 자가 심의(深衣)의 가장자리를 꿰매지 않은 것는 참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원래 심의를 굳이 입을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지금 사람들은 평상시에 이미 심의를 입지 않는데, 하필 거상(居喪)할 때에만 심의를 입어야 하겠습니까. 세속을 따라 직령(直領)을 입는 것이 무방할 듯한데, 어떠한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근세에 거상 중에 외출(外出)과 알현(謁見)할 때 입는 옷을 혹은 심의라 칭하기도 하고 혹은 직령이라 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직령은 더욱 실상에 맞지 않으니, 포심의(布深衣)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실제에 가까울 것이다. 상고(上古) 시대의 의제(衣制)는 간단하고 소박하여 몸에 네 폭의 천을 걸쳐 네모반듯하게 아래로 늘어뜨렸다. 저고리는 치마와 연결되지 않고, 치마는 옷섶과 이어지지 않아, 상하 좌우가 넓게 벌어져 몸을 가리울 수가 없었으니, 현단복(玄端服)ㆍ조복(朝服)ㆍ상제(喪制) 등의 모든 의복이 모두 그렇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유독 심의만은 저고리와 치마가 연결되었고, 치마 곁에 옷섶[衽]을 달아서, 양쪽 옷자락[襟]이 겹쳐져 온 몸을 두루 감싸 조금도 틈이 없으므로 깊숙한 옷[深邃之衣]이라고 이름지어진 것이다.

후세의 의복이, 비록 상의(上衣)와 하상(下裳)의 제도가 아니라도 온몸을 두루 감싸 틈이 없는 것은 모두 심의의 유제(遺制)인 것이니, 총괄해서 심의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상중(喪中)에 입는 중의(中衣)를 예소(禮疏)에서도 심의라 칭하고 있으니, 어찌 분명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다만 양 겨드랑이 아래에 철익(綴翼 날개를 단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있는 것만이 조금 다를 뿐이다. 이것은 옷의 뒷자락이 이어지지 않았으므로 이것을 만들어서 몸을 가린 것이다.

《가례》에 ‘대상(大祥) 전에 출하고 알현(謁見)하는 옷은 묵최(墨衰)를 사용한다.’ 하였는데, 지금은 묵최를 사용할 수 없으니, 포심의(布深衣)를 만들어 쓰는 것이 의리에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참최복(斬衰服)을 입는 자가 심의의 가장자리를 꿰매지 않는 것은 심히 잘못된 것이다. 베어낸다[斬]는 것은 본래 최복(衰服)만을 가리켜서 말한 것이니, 어찌 다른 옷들까지도 모두 베어낼 수 있겠는가. 상중에 입는 중의(中衣)도 처음에는 흰 선을 두르고, 소상(小祥)이 지나면 분홍 선을 두르니, 저 최복을 받쳐 입는 중의도 그러한데, 하물며 외출하고 알현하는 옷이겠는가. 이것은 굳이 변론하지 않고도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것을 인하여 한 가지 미루어 논할 것이 있으니, 심의가 있으면 반드시 대대(大帶)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상복의 요질(要絰)은 대대를 형상한 것이나, 요질이란 최복의 띠이다. 옷과 띠는 각각 그 옷에 걸맞는 물건이 있는 것이니, 최복의 띠를 심의에 사용한다면 알맞는 물건이 아니다. 이미 포심의(布深衣)를 입었다면 별독로 포대대(布大帶)를 만들어 띠는 것이 실로 정당하여 변역할 수 없는 법인데, 지금은 모두 교대(絞帶)를 사용하고 있다. 교대는 예전의 혁대(革帶)를 형상한 것으로 패옥(佩玉)을 차는 것이니, 심의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이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만 할 것이다.”

“적자(嫡子)가 부재중(不在中)에 부모상의 상을 당하여 부음(訃音)을 늦게 들었을 경우 대상(大祥) 및 담제(禫祭)와 제복(除服)을 어떻게 지녀야 하며, 서자(庶子)가 이런 경우를 당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소기(小記)에 ‘1년 만에 제사를 지내는 것도 예(禮)이고, 1년 만에 상복을 벗는 것도 도(道)이다. 제사를 지내는 것은 상복을 벗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하였으니, 제사를 지내는 것과 상복을 벗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1년 만에 소상제(小祥祭)를 지내고, 2년 만에 대상제(大祥祭)를 지내며 또 1개월을 지나 담제(禫祭)를 지내는 것은 예와 같이 제사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뒤늦게 부음을 들은 자는 부음을 들은 날로부터 13개월만에 연복(練服 소상에 입는 상복)을 입고 25개월 만에 흰 명주옷을 입고, 한달이 지나 담제를 지낸다.

만약 상복을 입는 기한이 3년 안에 있을 경우에는, 아침 상식(上食)을 올릴 때에 곡하고 상복을 벗으며, 3년상이 지난 뒤에 있을 경우에는, 묘소에 곡하고 상복을 벗는 것이 예이다. 이것은 종손(宗孫)이나 지손(支孫), 적자(嫡子)나 서자(庶子)를 막론하고 모두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소상과 대상은 폐할수 없는 제사이니, 비록 상주가 없는 상일지라도 대공(大功 9개월복)의 친척들은 반드시 그를 위해 두 번 제사를 지내야 한다. 그러므로 효자(孝子 상주)가 부음을 들은 달수를 따지지 않고 예(例)에 따라 제사를 지내야 한다. 그러나 담제(禫祭)만은 그렇지 않으니 오로지 효자를 위하여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담제란 슬픔은 줄어들고 길(吉)함이 와서 담담하여 편안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때가 지나면 담제를 지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집안에 달리 담제 복을 입을 만한 자가 없는 경우에는 우선 담제를 연기하여 뒤늦게 부음을 들은 자가 담제를 지낼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마도 의리에 부합할 듯한데, 어떠할지 모르겠다.”

“신주(神主) 방제(旁題)는 신주 몸통의 왼쪽에 써야 합니다. 이는 고비(考妣)의 위차(位次)와 조고(組考)ㆍ부묘(父廟)의 실차(室次)를 가지고 보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할 듯한데, 지금은 모두 신주 몸통의 오른쪽에 쓰고 있으니, 무슨 뜻에서인지 모르겠습니다. 퇴계(退溪)도 이에 대해 의논한 것이 있는데, 절충(折衷)할 만한지 모르겠습니다.”

하는 나의 질문에 목재가 대답하였다.

“신위(神位)의 차례는 한결같이 사람이 앉는 차례와 같다. 그러므로 신위의 좌우에 따라 존비가 정해지는 것이다. 글씨를 쓰는 예(例)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 나아가기 때문에 몸의 좌우에 따라 상하가 정해진다. 옛사람들의 발문(跋文)ㆍ서문(序文)ㆍ기문(記文)에 윗쪽, 아랫쪽, 오른쪽, 왼쪽이라고 칭한 것을 분명히 살펴 볼 수 있으니, 자손의 이름을 신주 정면의 오른쪽에 먼저 쓸 수 없음이 분명하다. 신주의 격식은 본래 이천(伊川)에게서 나왔는데, 그의 도식도 사람 왼쪽에 써 있으니, 다시 무엇을 의심하겠는가.”

[주-D001] 승중(承重) : 

제사를 받드는 중한 책임을 계승한다는 뜻으로, 소종(小宗)의 자손이 대종(大宗)을 계승하는 경우와, 부(父), 또는 조부(祖父)를 모두 잃은 장자가 조부 또는 증조부(曾祖父)를 위하여 복을 입는 경우를 가리킴.

[주-D002] 참최삼년(斬衰三年) : 

오복(五服) 중에 가장 중한 복으로 거친 삼베로 상복을 만들되 옷의 끝부분을 꿰매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부상(父喪)에 입음.

[주-D003] 장기복(杖期服) : 

상장(喪杖)을 짚고 거상(居喪)하는 기년복(朞年服)으로, 재최(齊衰) 3년 다음으로 무거운 복임.

[주-D004] 시마복(緦麻服) : 

3개월 복인데, 15승포(升布 우리나라의 7승포에 해당함)로 만듦.

[주-D005] 주공(周公)이 …… 개장 : 

난수(灤水)는 누수(漏水)를 가리킴.《전국책》위책(魏策)에, “주 나라 문왕(文王)의 아버지인 계력(季歷)을 초산(楚山)의 끝에 장례하였는데, 누수가 침식하여 무덤이 허물어져 관(棺)의 앞 부분이 나오게 되었다. 이것을 본 문왕은 ‘아! 이는 선군(先君)께서 여러 신하들과 백성들을 한번 보고 싶어하셨기 때문에 고의로 누수로 하여금 무덤을 침식하게 하여 관이 나오게 하신 것이다.’ 하고는, 관을 조정에 갖다 놓아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 보게 한 다음 개장하였다.” 하였음. 원래 문왕의 일인 것을 주공의 일로 기록한 듯함. 등공(滕公)의 일은 미상.

[주-D006] 오복(五服) : 

다섯 종류의 상복. 곧 참최복(斬衰服 3년)ㆍ재최복(齊衰服 3년~1년)ㆍ대공복(大功服 9개월)ㆍ소공복(小功服 5개월)ㆍ시마복(緦麻服 3개월)을 가리킴.

[주-D007] 삼부(三父)ㆍ팔모(八母) : 

삼부는 복제(服制)에 있어서 참최복의 아버지 이외에 따로 구별하여 일컫는 계부(繼父)로서, 함께 사는 계부[同居繼父], 처음에는 함께 살았으나 현재 따로 살고 있는 계부[先同異居繼父], 애당초 함께 살지 않은 계부[不同居繼父]를 가리키며, 팔모는 친생모(親生母) 이외에 복제의 구별이 있는 여덟 가지 유형의 어머니로 곧 적모(嫡母)ㆍ계모(繼母)ㆍ양모(養母)ㆍ자모(慈母)ㆍ가모(嫁母)ㆍ출모(黜母)ㆍ서모(庶母)ㆍ유모(乳母)를 가리킴.

[주-D008] 직하(稷下) : 

중국 산동성(山東省) 임치현(臨淄縣)의 북쪽, 옛날 제성(齊城)의 서쪽에 있던 지명. 직(稷)은 산 이름이라 하기도 하고 성문의 이름이라 하기도 하는데, 전국 시대에 제 선왕(齊宣王)이 학자들을 우대하였으므로 천하의 선비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 함.

[주-D009] 곡대(曲臺) : 

태상시(太常寺)의 별칭. 당(唐) 나라 때에 왕언위(王彦威)가 태상으로 있으면서 《곡대신례(曲臺新禮)》 30편을 편찬하였으므로 한 말임.

[주-D010] 천록(天祿) : 

한대(漢代)에 궁중의 비서(祕書)를 보관했던 천록각(天祿閣). 전한(前漢) 말기에 대학자인 유향(劉向)과 양웅(揚雄)이 이곳에서 많은 비서를 교정하였음.

[주-D011] 이택(麗澤) : 

벗끼리 서로 도와 학문을 닦고 힘쓰는 것.《주역》 태괘(兌卦)에, “두 개의 택(澤)이 나란히 있는 것이 태괘이니, 군자가 이 괘를 써서 붕우간에 학문을 강습한다.[麗澤兌 君子以 朋友講習]” 하였음.

[주-D012] 삼천 …… 말씀 : 

예의(禮儀)는 큰 예가 3백 가지이고, 소소한 예가 3천 가지라 함.

[주-D013] 고산은 …… 바이지만 :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다는 뜻.《시경》 소아(小雅) 거할(車舝)에, “높은 산은 만인이 우러러보는 바이며, 큰 길은 누구나 가는 길이네.[高山仰止 景行行止]” 한 말에서 나온 것임.

[주-D014] 이정(鯉庭) : 

가정에서 학문을 익히는 것을 가리키는 말. 공자(孔子)가 일찍이 뜰에 지나가는 그의 아들 이(鯉)를 불러 세우고 시(詩)와 예(禮)를 배워야 한다고 훈계한 고사(故事)에서 나온 것임.《論語 季氏》

[주-D015] 아술(蛾術) : 

선배의 가르침을 따라 조금씩 익힘으로써 점점 익숙한 경지에 이르는 것을 말함. 즉 새끼 개미가 어미 개미의 하는 것을 따라 때때로 익혀서 결국 큰 둑을 쌓는 기술을 배우게 된다는 뜻.《禮記 學記》

[주-D016] 각려(閣藜) : 

한자창(韓子蒼)의 〈제태을진인연엽도(題太乙眞人蓮葉圖〉 시에, “청려장 짚고 밤에 찾아왔네.[會植靑藜夜相訪]” 하였는데, 그 주에, “유향(劉向)이 밤에 천록각(天祿閣)에서 교서(校書)를 하는데 어떤 노인이 청려장을 짚고 찾아와서 청려장 끝에 불을 붙여 비춰 주어 어둠속에서 글을 볼 수 있게 하면서 나는 태을(太乙)의 정(精)이다.”고 한 고사에서 인용한 말.

[주-D017] 삼례(三禮) : 

《의례(儀禮)》ㆍ《예기(禮記)》ㆍ《주례(周禮)》를 가리킴.

[주-D018] 성(誠)ㆍ명(明) : 

성은 지성(至誠)이며 명은 명덕(明德). 《中庸》에, “지성으로 말미암아 명덕에 이르는 것을 성(性)이라 하고, 명덕으로 말미암아 지성에 이르는 것을 교(敎)라 한다. 지성이 있으면 명덕이 있고, 명덕이 있으면 지성이 있게 된다.” 하였음. 주자(朱子)는 성(誠)을 행(行), 명(明)을 지(知)로 해석하였음.

[주-D019] 명적(冥擿) : 

맹인(盲人)이 지팡이로 땅을 짚으면서 길을 찾는 것을 말하는데, 사람이 도리를 알지 못하고 억측(臆測)으로 생각하여 행동함을 비유함. 양웅의《법언(法言)》 수신편(修身篇)에, “맹인이 지팡이로 땅을 짚으면서 길을 찾아 다니는 것과 같을 뿐이다.[素擿埴索塗 冥行而已]” 한 말에서 나온 것임.

[주-D020] 백분(白紛) : 

어릴 때부터 한 가지 기예(技藝)만을 배웠는데도 늙을 때까지 익숙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 양웅의《법언(法言)》에, “어려서부터 익혔는데도 백분하다.[童而習之 白紛如也]” 하였는데, 그 주에, “어려서부터 한 가지 기예만을 익혔는데도 늙을 때까지 익숙하지 못하여 분란(紛亂)함을 말한다.” 하였다.

[주-D021] 수분(殊分) : 

수만 가지로 나누어져 각각 다르게 된 진리. 원래 진리는 하나이지만, 이것이 나뉘어져 사물에 있게 되면 만사(萬事) 만리(萬理)로 되며, 다시 합하면 한 이치가 된다 함.

[주-D022] 취압(翠鴨) : 

푸른 색의 연기가 피어 오르는 오리 모양의 화로.

[주-D023] 사문(斯文) : 

유도(儒道)를 가리키는 말.《논어》자한(子罕)에, 공자가 “문왕이 이미 별세하였으니, 문(文)이 이 몸에 있지 않겠느냐. 하늘이 장차 이 문[斯文]을 망하게 하려 하셨다면 뒤에 죽는 내가 이 문에 참예할 수 없었을 것이다.[文王旣沒 文不在茲乎 天之將喪斯文也 後死者不得與於斯文也]” 한 말에서 유래한 것인데, 여기에서 말한 문(文)은 예악(禮樂)ㆍ제도(制度) 등 도(道)의 드러난 것을 칭한 것인데, 직접 도라고 말하지 않고 문이라고 한 것은 공자의 겸사(謙辭)이다.

[주-D024] 공총(孔叢)의 서적 : 

진(秦) 나라 때 공자(孔子)의 9대 손인 공부(孔鮒)가 지었다는 《공총자(孔叢子)》를 가리킴. 공자로부터 그 이후 자손들의 언행(言行)과 예의(禮儀) 등에 관한 문답을 기록한 것으로 모두 21편임.

[주-D025] 제로(齊魯)의 지방 : 

제 나라와 노 나라는 공자(孔子)와 맹자(孟子)가 출생한 지역으로 문교(文敎)가 성행하였기 때문에 학자가 많이 배출되어 예교(禮敎)가 성행하는 지역을 일컫는 말로 쓰였음.

[주-D026] 사고(詞藁)는 …… 마땅하리 : 

사고는 풍월(風月) 등의 시문을 적은 원고(原稿). 학문에 보탬이 없는 문장은 불태워도 좋다는 뜻.

[주-D027] 선관(仙官) : 

직위(職位)가 있는 신선. 여기서는 당시에 관직에 있는 사람을 미칭(美稱)한 것임.

[주-D028] 담설(談屑) : 

아름다운 말이 계속되는 것을 이르는 말. 아름다운 말이 마치 톱질을 할 때 톱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주-D029] 전형(前衡)에 …… 있네 : 

앉으나 서나 어디에든 예문이 나타난다는 뜻. 전은 앞이고 형은 멍에.《논어》 위령공(衛靈公)에 “서 있을 때에는 그것(언충신〈言忠信〉ㆍ행독경〈行篤敬〉을 가리킴)이 앞에 나타남을 보고, 수레에 있으면 그것이 형에 나타남을 보아야 한다.[立則見其參於前也 在輿則見其倚於衡也]” 한 말을 원용한 것임.

[주-D030] 치유(緇帷) : 

검은 숲으로 산림이 무성한 곳을 가리킴.《장자(莊子)》어부(漁父)에, “공자가 치유의 숲에서 놀았다.[孔子遊乎緇帷之林]” 하였음.

[주-D031] 법계(法界) : 

불가(佛家)의 말로 참다운 진리의 세계를 가리킴.

[주-D032] 스스로 …… 기뻐하였고 : 

좋은 모임에 참석하여 견문을 넓히는 것이 기쁘다는 뜻. 유앵(幽鸎)은 깊은 골짜기의 숲 속에 사는 꾀꼬리.《시경》소아(小雅) 벌목(伐木)에, “나무 베는 소리 떵떵 울리고 새 울음소리 곱게도 들리네. 깊은 골짜기에서 나와 높은 나무에 옮겨 앉네,[伐木丁丁 鳥鳴嚶嚶 出自幽谷 遷于喬木]” 하였는데, 맹자(孟子)는 이것을 학문의 진전에 비유하였음.《孟子 滕文公 上》

[주-D033] 제호(帝虎)의 …… 바로잡았네 : 

오자(誤字)를 교정했다는 뜻. 제(帝)와 호(虎)의 초서(草書)는 자형(字形)이 서로 비슷하여 오자가 나오기 때문에 이르는 말.

[주-D034] 대도(大道)를 …… 되었어라 : 

《논어》이인(里仁)에, “아침에 올바른 도리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夕死可矣]” 한 공자의 말을 인용한 것임.

[주-D035] 한유(韓愈) : 

당(唐)의 사상가이며 문장가로 자(字)는 퇴지(退之). 유학(儒學)을 옹호하고 불교를 배척하였으며, 헌종(憲宗)이 사리(舍利)를 궁중으로 들여오려 하자, 〈논불골표(論佛骨表〉를 올려 불법을 비판하다가 조주 자사(潮州刺史)로 좌천되었음. 사륙변려문(四六騈儷文)을 위주로 하던 당시의 문풍(文風)을 바로잡고 고문(古文)을 제창하여, 당송 팔대가(唐宋八大家)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시호는 문공(文公).

[주-D036] 자운(子雲) : 

전한(前漢) 말기의 학자인 양웅(揚雄)의 자(字). 박학 다재(博學多才)하여 《태현경(太玄經)》을 지었으며, 《논어》를 본따 《법언(法言)》13편을 지었음.

[주-D037] 위수 가에 …… 여기고 : 

강호(江湖)에 은둔해 있으면서 즐긴다는 뜻. 강 태공(姜太公)이 주 문왕(周文王)을 만나기 전에 위수 가에서 낚시질하며 은둔해 있었음을 들어 목재(木齋) 이삼환(李森煥)의 은둔 생활을 비유한 것임.

[주-D038] 요동성(遼東城) …… 구경하였네 :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을 보게 되었다는 뜻. 한(漢) 나라 때에 요동에 살던 정영위(丁令威)가 영허산(靈虛山)에서 도술(道術)을 배워 학이 되어 고향에 돌아온 고사(故事)를 든 것임. 학은 장수(長壽)할 뿐더러, 색깔이 희므로 노인을 학발(鶴髮)이라 함.

[주-D039] 도문학(道問學) …… 공부 : 

《중용(中庸)》에 보이는데, 도문학은 학문을 익히는 것이며 존덕성(尊德性)은 인간의 덕성을 높이는 것으로, 도문학 공부는 지(知)에, 존덕성 공부는 행(行)에 해당함. 명대(明代)의 왕양명(王陽明)이 정좌(靜坐)하여 수양할 것을 주장하면서부터 존덕성 공부를 더 중시하게 되었음.

[주-D040] 책비(責備) : 

모든 일을 완비하여 한 가지도 부족함이 없기를 바라는 것.

[주-D041] 전중(傳重) : 

적자(嫡子)가 없거나 사망하여 적손(嫡孫)만이 있을 경우, 상제(喪制)와 제사의 중임을 그 적손에게 전하는 일.

[주-D042] 맹자(孟子)는 …… 하였으니 : 

이 내용은 《맹자(孟子)》 등문공(滕文公) 상에 자세히 보인다.

[주-D043] 상앙(商鞅)이 …… 것 : 

상앙은 전국 시대 진 효공(秦孝公)을 도와 개혁 정치를 시행해서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이룩한 공손앙(公孫鞅). 뒤에 상오(商於)라는 땅에 봉해지고 상군(商君)이라고 불리웠기 때문에 상앙이라 한 것임. 천맥(阡陌)은 토지의 경계에 있는 길로, 남북을 천이라 하고 동서를 맥이라 함.《사기(史記)》상군열전(商君列傳)에, “상앙이 정전(井田)을 폐지하고 천맥을 터놓았다.” 하였음.

[주-D044] 기자(箕子)와 …… 일컬었으니 : 

기자는 은(殷) 나라 주왕(紂王)의 숙부로 이름은 서여(胥餘)이며, 기(箕)는 봉국(封國)의 이름이고 자(子)는 작위(爵位)를 말함. 기자는 주왕의 무도(無道)함을 간했으나 듣지 않자, 거짓 광인(狂人) 행세를 하여 노예가 되었음. 주 무왕(周武王)이 은 나라를 멸망시키고 천자가 된 다음 기자에게 찾아가 천하를 다스리는 방법을 물으니, 기자는 홍범 구주(洪範九疇)를 가르쳐 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서경(書經)》의 홍범편임. 그 후 무왕은 기자를 조선(朝鮮)에 봉하여 평양(平壤)에 도읍을 정했다 함.《논어》미자(微子)에, “은 나라에는 세 인자(仁者)가 있었다.”고 한 공자의 말이 보인다.

[주-D045] 공자가 …… 하였는데 : 

관저(關雎)는 《시경》 주남(周南) 국풍(國風)의 머리편으로, 요조숙녀를 구했으나 얻지 못하자, 자나 깨나 그리워하며 밤이 깊어도 잠을 못 이루어 몸을 뒤척이다가, 마침내는 요조숙녀를 얻어 풍악을 울리며 즐겁게 지내는 내용을 읊은 시임.《논어》팔일(八佾)의 “슬퍼하되 화기(和氣)를 해치지 않는다.[哀而不傷]”는 것을, “자나 깨나 그리워하며 밤이 깊어도 잠을 못 이루어 몸을 뒤척인다.”는 것에 해당시켰으나, 청대(淸代) 이후 이에 대한 이설(異說)이 제기되었음.

[주-D046] 정일집중(精一執中)은 …… 심법(心法)인데 : 

정일집중은 《서경》의 유정유일 윤집궐중(惟精惟一 允執厥中)의 줄임말이며, 심법은 마음의 본체를 잘 수양하는 방법. 《논어》요왈(堯曰)에, “요(堯) 임금이 말씀하기를, ‘아! 순(舜)아, 하늘의 역수(曆數)가 네 몸에 있으니, 너는 진실로 그 중도(中道)를 잡으라.[允執厥中]’ 했다.” 하였으며, 《서경》대우모(大虞謨)에 순 임금이 우(禹) 임금에게 선위(禪位)하면서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隱微)하니, 정히 살피고 한결같이 하여야 진실로 그 중도를 잡을 수 있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하였음. 주자(朱子)는 이것을 《중용》서문에 인용하고 설명하기를, “정(精)이란 인심과 도심의 사이를 잘 살펴서 뒤섞이지 않게 하는 것이고, 한결같이[一]한다는 것은 본심(本心)의 바름을 지켜서 떠나지 않는 것이다.” 하여, 정(精)을 지(知)에, 일(一)을 행(行)에 연계시켰음. 그러나 청대 고증학에서는 대우모를 위서(僞書)라 하여 믿지 않았음.

[주-D047] 곤(鯀)이 …… 들어주었으니 : 

요(堯) 임금 때에 큰 홍수가 져서 황하가 범람하자, 요 임금이 신하들에게 홍수를 다스릴 만한 인물을 추천하게 하자, 여러 신하들이 곤을 추천하였음. 요 임금은 ‘곤이 왕명을 거스리고 여러 사람들과 화합하지 못한다.’ 하여 거절하였으나, 신하들이 ‘일단 시험삼아 써 보자.’고 하였으므로, 곤에게 임무를 맡겼는데, 9년이 되도록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음.《書經 虞書 堯典》

[주-D048] 네 악인을 …… 것 : 

네 악인은 공공(共工)ㆍ환도(驩兜)ㆍ삼묘(三苗)ㆍ곤(鯀)을 가리키며, 16명의 어진이란 고양씨(高陽氏)의 여덟 재자(才子)인 창서(蒼舒)ㆍ퇴애(隤敱)ㆍ도연(檮戭)ㆍ대림(大臨)ㆍ방강(尨降)ㆍ정견(庭堅)ㆍ중용(仲容)ㆍ숙달(叔達)의 팔원(八元)과 고신씨(高辛氏)의 여덟 아들인 백분(伯奮)ㆍ중감(仲堪)ㆍ숙헌(叔獻)ㆍ계중(季仲)ㆍ백호(伯虎)ㆍ중웅(仲熊)ㆍ숙표(叔豹)ㆍ계리(季貍)의 팔개(八愷)를 가리킴.

[주-D049] 혼례(婚禮)에 …… 않는다 : 

《예기(禮記)》교특생(郊特牲)에 나오는 말인데, 혼례는 자식에 있어서는 아버지를 대신하는 것이 되고 며느리에 있어서는 시어머니를 대신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비감(悲感)이 들어서 축하하지 않는 것이라 함. 또한 증자문(曾子問)에는 “며느리를 데려온 집에서는 3일 동안 풍악을 울리지 않는다.” 하였다.

[주-D050] 대전(大傳) : 

《예기(禮記)》의 편명. ‘목재가’ 인용한 승가청묘(升歌淸廟)란 말은 대전에는 보이지 않고 명당위(明堂位)에 보인다. 그러나 명당위의 기사는, 주공을 제사지낼 때 악공을 당 위에 올려[升堂] 청묘를 부르게 했다는 것으로 본문과는 문맥이 통하지 않는다.

[주-D051] 등가(登歌) : 

승가(升歌)와 같은 말이다.

[주-D052] 청묘(淸廟)의 …… 맞는다 : 

오(於)는 아름다움을 감탄하는 말인데, 실제 청묘편에는, “아! 심원(深遠)한 청묘여![於穆淸廟]”라고 하여, 오 자가 한 번 밖에 나오지 않으니, 아래편인 유천지명편(維天之命篇)의 “하늘의 명이 아! 심원하여 그치지 않으시니, 아! 드러나지 않겠는가, 문왕의 순수한 덕이여.[維天之命 於穆不已 於乎不顯 文王之德之純]” 한 것까지 합하여야 세 번 감탄했다는 수에 맞는다는 뜻.

[주-D053] 즐거워하되 …… 여겨진다 : 

공자가 말씀한 관저(關雎)는 관저 1편만이 아니고, 그 다음의 갈담(葛覃)ㆍ권이(卷耳)까지 합하여 가리킨 것이므로 “슬퍼하되 화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은 권이편의 “길이 서글퍼하지 않겠다.[維以不永傷]”는 내용을 지칭한 것으로 본다는 뜻.

[주-D054] 삼종(三從)의 …… 것입니다 : 

삼종은 여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도리. 곧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출가하여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르는 것. 여기에서는 만일 남편이 죽을 경우 부인도 따라서 죽는다면,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따라야 하는 한 가지 도리가 없어지게 된다는 뜻.

[주-D055] 왕촉(王蠋) : 

전국(戰國) 시대 제(齊) 나라의 충신. 제 나라가 연(燕) 나라의 공격을 받아 국왕은 도망가고 나라는 거의 망하게 되었다. 이때 연 나라의 장군 악의(樂毅)가 왕촉을 초빙하자, 촉은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고 열녀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다.” 하고 스스로 목매어 죽었다.《史記 樂毅傳》

[주-D056] 식규(息嬀) : 

춘추(春秋) 시대 진(陳) 나라 여자로 식(息) 나라 임금에게 시집갔었는데, 초 문왕(楚文王)이 식 나라를 멸망시킨 다음 식규를 데리고 돌아가자 할 수 없이 문왕의 부인이 되어 도오(堵敖)와 성왕(成王)을 낳았으나 끝내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았는데, 문왕이 그 이유를 묻자, “나는 부인으로서 두 남편을 섬겼으니, 비록 죽지는 못하였으나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하였음.

[주-D057] 한 고을이 선사(善士)라야 : 

이 내용은 《맹자》만장(萬章) 하에, “한 고을의 선사라야 한 고을의 선사들과 벗할 수 있고, 한 나라의 선사라야 한 나라의 선사들과 벗할 수 있고, 천하의 선사라야 천하의 선사들과 벗할 수 있다.[一鄕之善士 斯友一鄕之善士 一國之善士 斯友一國之善士 天下之善士 斯友天下之善士]”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