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등산(706.9m)은 전북 완주군에 자리하고 있다. 건너편에는 대둔산이 웅장한 모습을 하고 바라보고 있는 산이다. 사실 이곳은 대둔산에 가려 주목 받지 못한 곳이다. 하지만 클라이머들에게는 ‘어느 등반가의 꿈’, ‘민들레’, ‘처음처럼’ 등 리지등반 대상지로 유명하다.
천등산은 금산~전주 간 17번국도변에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암장 밑에 옥계계곡이 있어 여름철 휴양지로 인기 있는 지역이다. 특히 이곳에서 대둔산 방향으로 100m쯤 가면 텐트 100여 동을 칠 수 있는 공터와 식수대가 나온다. 클라이밍을 하며 가족과 함께 캠핑을 할 수 있는 장소다.
천등산의 암장이 클라이머들에게 알려진 것은 리지등반을 하기 시작한 뒤부터다. ‘어느 등반가의 꿈’, ‘민들레’, ‘처음처럼’ 3개의 리지루트와 하늘벽이 있던 곳이다. 여기에 2010년에 전주 바위오름과 최정길씨가 ‘세월이가면’, ‘필요해’, ‘먼훗날’, ‘묻지마’, ‘그냥’ 등을 추가해 지금은 리지 루트가 8개가 되었다.
- ▲ 도로변에서 바라본 천등산 하늘벽 전경.
리지 루트와 함께 있는 하늘벽
이제 천등산은 하늘벽과 같이 붙어 있는 8개의 리지를 오르려는 클라이머들로 인기 있는 암장이다. 최근 최정길씨가 개척한 리지 루트들은 암벽을 통해서 대부분 능선까지 올라가게 되어 있다. 사실상 본격적인 암벽등반 루트로 볼 수 있다.
기존 루트인 ‘민들레’ 리지 좌측으로 보이는 넓은 바위가 하늘벽이다. 이 바위 가장 좌측 위쪽 폭포에서 시작하는 ‘먼훗날’, ‘묻지마’, ‘그냥’ 등 11개의 3~4피치 등반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하늘벽은 대전산악연맹 구조대에서 1996년 7개의 루트를 내면서 개척등반이 시작됐다. 그후 전주 파이오니언스산악회에서 ‘아킬레스’를 개척했고, 2010년 최정길씨가 5개의 루트를 추가했다. 최씨는 대둔산에서 몇 년간 기거하면서 신선바위와 돼지바위, MC로드바위 등에 100개 이상의 루트를 개척했고, 또한 마이산 알바위, 오페라하우스, 삼천바위, 고창 할매바위 등 전북 지역에 수많은 루트를 개척한 열정적인 클라이머다.
- ▲ 하늘벽 ‘별들의 공포’ (5.11c)와 아킬레스를 오르고 있는 취재진.
하늘벽은 폭 150m, 높이 100m 규모의 화강암으로 슬랩, 크랙, 페이스, 오버행 등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페이스와 오버행을 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부분도 많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트가 설치되어 안전한 등반을 할 수 있다. 바위 하단부는 크랙과 페이스 오버행으로 되어 있으며, 암각이 날카로워 조심스럽게 등반해야 한다.
대부분 3~4피치로 ‘벌들의 공포’ 등이 있는 하단부는 수직벽과 오버행을 하고 있어 재미있는 등반이 가능하다. 암질은 화강암이지만 검은색과 진회색을 띠고 있다. 부분적으로 미끄럽지만 암각이 날카로운 부분도 있다. 대부분 돌기가 잘 발달되어 있는 바위다.
피치의 길이는 30~35m이며 등반 후 곧바로 루트를 따라 하강하면 된다. 최근에 개척된 ‘먼훗날’, ‘묻지마’ 등은 암벽으로 시작해 계속 리지등반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보통 2~3피치 등반 후 하강을 한다. 장비는 로프 60m, 1동과 퀵드로 12개가 필요하다. 식수는 가져가야 하며 취사는 가능하다. 도로변 계곡에서 하늘벽까지 5분이면 갈 수 있다.
- ▲ (위부터) 아킬레스 제2피치를 오르고 있는 이애숙씨. / 먼훗날 제1피치를 오르고 있는 김기상씨. / 먼훗날 제2피치 펜듈럼 구간을 지나고 있는 김윤세씨.
- ▲ 천둥산 하늘벽 개념도
찾아가는 길
천등산은 전북 완주군 운주면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대전터널을 지나자마자 대전통영고속도로로 접어든다. 이후 추부IC로 나가 금산-전주간 국도 17번으로 진입해 배티재를 넘어선 다음 대둔산을 지나 전주 방향으로 조금만 더 가면 하늘벽이 있는 옥계계곡이다. 진주, 함양 방면에서 간다면 금산IC로 나가 17번국도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남고속도로의 경우 논산IC로 나가 17번국도를 따라 양촌, 운주를 지나 천등산으로 가면 된다. 대중교통은 대전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대둔산행 시외버스를 타고 대둔산에서 내려 다시 전주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옥계동계곡에서 내린다.
서울에서 간다면 대둔산을 목표로 두면 편리하다. 대전 지나서부터는 도로변에 대부분 대둔산의 방향 표지판이 있기 때문이다. 대둔산 들머리에서 1km 정도 전주 방향으로 더 가면 좌측으로 웅장한 하늘벽이 보인다.
필자 약력
설악산 4대 빙폭, 당일등반. 설악산 전국 빙벽등반대회 1, 2, 3회 연속 우승.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프랑스 난이도경기, 공동 1위. 한국암장순례 중부권/남부권 (조선매거진 or 월간山) 저자. 실전 암벽빙벽등반’ 기술서 저자. 네파 종로점 대표. 김용기등산학교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