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 오늘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한국여성재단 지원사업 'N번방을 넘어서-성폭력재판 방청연대' 재판 모니터링단 워크숍을 춘천시청소년수련관 생명강의실에서 진행했습니다. 서울대 공익법률센터의 마태영 변호사님이 '최근 성폭력 범죄의 현황과 처벌 형량'을, 연대자D님이 '재판 방청의 모든 것'을 강의해주셨는데요.
원래는 9시부터 시작하려 했으나 1강 맡은 마태영 변호사님이 서울에서 기차를 놓치시는 바람에 10시부터 줌강의로 시작했고 30분 후 강사님이 드라마틱하게 등장하시며 이후에는 매끄럽게 진행되었습니다. 강사님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형량, 양형기준,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군 성범죄에 대해 여러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성폭력범죄의 최종심 징역형 선고율은 25%, 벌금형이 75%로 감옥에 가는 가해자는 소수라고 합니다. 감옥에 간 가해자는 1년 이상~3년 미만이 35%, 3년 이상 ~6년 미만이 33%, 1년 미만이 15%로 일견 높아보이지만 이는 단일범죄 아닌 다수범죄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2강 맡은 연대자D님은 재판방청이라는 말을 만드신 분으로 성폭력 피해자에서 연대자로 거듭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재판방청과 피해자 지원을 하시는 분입니다. 이분의 강의는 항상 열정이 넘치고 그 열정은 듣는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죠. 강의 후 실제 재판 방청까지 했고 방청 이후 다시 열강이 시작되었습니다ㅎ 연대자D님은 재판의 기본적 정보 외 우리나라 판사들에게만 있는 특권인 작량감경(정상참작), 감경사유로 걸핏하면 등장하는 심신미약, 혐오범죄의 테러화 등 많은 사례를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성폭력 재판 시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재판에 참석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주장을 진술해야 함을 알았습니다. 재판 모니터링단도 항상 피해자 편에서 매의 눈으로 사법부를 감시하겠습니다.
워크숍에 참여했던 한 분의 후기를 올립니다.
재판 모니터링 워크숍은 내가 당사자로서, 혹은 비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일(사실은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감각의 범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운 좋게도 나는 성범죄에 연루된 경험이 거의 없어, 성범죄 뉴스를 봐도 큰 동요를 느끼지 못했다. 칼럼이나 기사를 읽을 때 분노와 두려움을 느끼다가도 어느 순간, 모든 사건이 휴대폰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처럼 멀게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기 혐오와 환멸을 앓곤 했다. 페미니스트라면 나처럼 무력감과 막연함에 휩쓸리는 경험을 한 번쯤 경험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재판 모니터링에 참여해볼 것을 강하게 추천하고 싶다. 강연 중, 연대자 D님이 "피해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장은 피해자를 서류상의 활자로만 인식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하지만 우리가 재판장을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뉴스 기사로만 사건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직접 법정에 가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지 경험하지 않으면 우린 그 사건에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재판 모니터링은 그런 점에서 나에겐 감각의 확장이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재판 모니터링에 참여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