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월 산행] ♣ 원주 치악산 향로봉-남대봉 (1)

[호산아 오상수]

*[제138차 산행 (2/16)] ♣ 원주 치악산(雉嶽山) 향로봉-남대봉(1,182m) *

* [산행 코스] 원주 행구동 <샘골>→ 국형사(주차장)→ (포장도로)→ 보문사→ 향로봉[치악산맥 비로봉-남대봉 중간지점]→ 금두고원[점심 식사]→ 치마바위→ 남대봉→ (상원사)→ 갈림길→ 금대계곡→ 영원사→ 금대분소 주차장(12km. 6:00)

* [프롤로그] — 인생은 바람이 아니라 생명(生命)의 나이테다!

☆… 바람이 차다. 아직도 차가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 속에서 우리는 갑오년 설명절을 맞이했다.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그렇게 온 것이다. 바람처럼 그렇게 속절없이 흐르는 것이 세월이다. 우리의 인생이 무형의 시간에 실려 간다고 보면 우리의 인생도 바람이다. 부드러운 봄바람이 진달래를 터뜨리며 살랑이는가 하더니, 어느새 지루한 여름의 더운 바람이 가슴을 헉헉거리게 했다. 그리고 쓸쓸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산천의 낙엽은 하염없이 지고, 그것도 잠시, 여름의 그 성성한 옷을 다 벗어버린 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매서운 겨울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렇게 한 해가 가고 다시 오는 것이다. 바람의 사계(四季),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아름다운 청춘의 봄, 중년의 왕성한 여름, 인생을 챙겨야 할 장년의 가을, 그리고 유난히 외로워지는 노년의 겨울, 한 해가 그렇게 바람을 타고 흐르듯이 우리의 일생도 사계의 바람처럼 이어지는 것이다.

☆… 세월이 빠르다고 말한다. 우리 인생에서 나이가 들어 갈수록 세월이 빨라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인생의 가을이 오면 무엇인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많아지고 마음은 바람처럼 허허로운가 보다. 그러나 인생은 바람이 아니다. 한 해를 지나는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듯이, 우리의 인생도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생애의 연륜 속에는 치열한 고뇌와 반짝이는 삶의 보람이 켜켜이 숨 쉬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 존재의 절절한 소망을 가슴에 품고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운 생명들도 키워냈다. 너와 나, 마음을 나누며 따뜻한 삶의 자리를 가꾸면서 하늘의 뜻을 소중히 했다. 그래서 인생은 바람이 아니고 생명의 나이테다. 생애의 발자취, 곧 생명의 역사다. 어떤 역사(개인사)를 쓰는가는 각자의 몫이지만, 열망과 좌절, 기쁨과 슬픔, 고뇌와 성취 등이 교직(交織)된 족적이다. 그렇다. ‘하늘의 뜻’을 깊게 생각하는 사람은 스스로 정직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산다.

☆… 산(山)은 ‘하늘’이 내리는 길목이고, ‘하늘’은 산을 통하여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일제 말 청년시인 윤동주는,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고 노래했다. 하늘은 지선(至善) 상징이요 참다운 진리(眞理)의 표상이다. 우리는 몸소 땀을 흘리며 올라가야 그 하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산을 오르는 일은 인생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다. 고통 속에서 산 위에 올라서면 통쾌한 성취감과 함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이 깃든다. 그것은 순정한 기쁨이다. 그러나 산을 올라가는 것만큼 내려오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다. 인생의 우아한 노년처럼…. 그래서 산을 통해서 우리는 인생을 관조할 수 있고 세상 현실의 고뇌를 승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산은 생명의 원천이고 거기에서 솟아나는 물줄기가 모든 생명을 키운다. 산에 대한 깊은 사유(思惟)를 통해 우리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건강한 사랑을 터득한다.

* [치악산] — 한강기맥에서 남으로 뻗어 내린 영월지맥의 중추이다.

☆… 오늘의 산행지는 원주시와 횡성군을 가름하는 거대한 산채로 솟아 있는 치악산이다. 영월지맥에 속해 있는 치악산은 하나의 산봉이 아니고 1,000ｍ 이상의 고봉들이 장장 14 ㎞나 능선으로 이어져 나가는, 그 자체로 장대한 산맥을 이루고 있다. 주요 봉우리는 주봉인 비로봉(1,288m), 남대봉(1,181m), 향로봉(1,043m), 매화산(1,085) 등이다．치악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모든 산로가 모두 험하기 짝이 없다．비로봉에서 남대봉까지 남북으로 내달리는 주능선 양쪽으로는 수많은 산줄기와 깊은 계곡들이 부챗살처럼 퍼져 있다.

* [한강기맥과 영춘지맥] — 동서의 한강기맥과 영서지방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영춘지맥  

☆… 치악산이 속해 있는 영월지맥은, 백두대간 두로봉에 갈라져 나와 서쪽으로 뻗어가는 한강기맥 상에 있는 삼계봉(1,065m)에서 남동쪽으로 분기(分岐)한 산줄기를 말한다. 횡성의 태기산(1,261m), 덕고산(705m), 봉화산(670 m), 풍취산(699m), 매화산(1,085m), 치악산 비로봉(1,288m), 향로봉(1,043m), 남대봉(1,182m), 감악산(954m), 감악봉(886m), 석기암(906m), 용두산(871m), 왕박산(598m), 가창산(820m), 삼태산(876m), 국지산(626m), 영월의 태화산(1,027m)을 거쳐 남한강에서 내려앉는 약 136km의 산줄기를 말한다. 분기점인 삼계봉(1,065m)은 홍천군, 평창군, 횡성군 등 3개 군이 만나고 홍천강, 평창강, 섬강 등 세 강이 갈리는 곳이나 이름이 없어 신산경표 저자 박성태가 종주한 후 셋의 경계가 되는 봉우리란 뜻으로 "삼계봉(三界峰)"으로 명명했다.

☆… 춘천지맥은 한강기맥 상에 있는 청량봉(1,052m)에서 북쪽으로 분기한 산줄기를 말한다. 이 산줄기는 홍천의 하뱃재에서 고도를 낮추다가 다시 솟구쳐 응봉산(1,103 m), 백암산(1,099m), 가마봉(1,192m), 소뿔산(1,118m), 가마봉(925m), 매봉(800m), 가리산(1,051), 대룡산(899m), 응봉(759m), 연엽산(850m), 꼬깔봉(421m), 봉화산(515m), 새덕봉(488m)을 거쳐 춘천의 경강역 뒤편 북한강에서 그 맥을 다한다. 약 125km의 산줄기이다. 청량봉(1,052m)은 신산경표 저자 박성태이 종주한 후 이 무명봉을 청량봉(淸凉峰)으로 명명했다.

☆… 영월지맥과 춘천지맥이 남북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영춘지맥(迎春地脈)’이라고 한다. 박성태는 영월지맥과 춘천지맥을 종주한 후 지맥이 갈리는 한강기맥의 청량봉~장곡현~구목령~삼계봉 구간 11km를 합하여 약 272여km를 ‘영춘지맥’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영춘지맥은 동서로 뻗어있는 한강기맥의 중간 부분에서 남북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지맥 중에서 가장 긴 지맥이다. 한강기맥과 영춘지맥의 모든 산곡에서 흘러내리는 모든 물은 한강으로 흘러든다.

* [산으로 가는 길]— 정겨운 산우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

☆… 오전 7시 49분, 서울 군자역을 출발했다. 겨울날씨 치고는 비교적 푸근한 날씨이다. 오늘 우리 산악회 138차 산행은 치악산(雉岳山)이다. 오늘은 34명의 대원이 참석했다. 언제 보아도 정겨운 대원들이다. 오늘은 특히 안수경 부대장(무칠이)이 병고를 이기고 참석하여 매우 반가웠다. 대원들의 쾌적한 겨울산행을 위하여 지평 민창우 대장이 고심 끝에서 엄선한 곳이다. 그런데 속초-강릉-울진 등 영동지방에는 지난 열흘 동안 1m 이상의 무서운 폭설이 내려 교통이 두절되고 산간마을 고립 되는 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영서지방은 전혀 눈이 내리지 않았다. 오늘의 산행지인 치악산은 영서지방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그 산군의 고도가 1,000m가 넘으므로 산의 주능에는 그전에 내린 눈이 쌓여 있다고 했다.

☆… 우리의 선진항공버스는 중부-영동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중앙고속도로로 진입하여 남원주 I.C에서 내려 원주시내로 들어갔다. 산뜻하게 너른 길이 뚫린 신도시를 가로질러, 산행 들머리인 행구동 국형사(國亨寺) 주차장에 도착했다. 일군의 장대한 소나무가 하늘을 받들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산록에는 하얀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우리는 행장을 수습하고 나서 울창한 송림(松林)을 배경으로 하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 [산행 들머리-원주 행구동 국형사] — 국태민안(國泰民安)의 동악제를 모시던 곳

☆… 오전 10시 정각, 국형사(國亨寺)를 기점으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대원들은 국형사를 그냥 지나쳐 올라갔다. 호산아, 잠시 길 옆 계단을 올라가서 절의 경내에 들어섰다. 어떤 절인지 궁금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절의 규모는 아주 작았다. 특히 대웅전이 전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된 아주 아담한 건물이다. 그러나 국형사는 유서가 깊은 절이다. 그 내력은 이렇다. … 국형사(國亨寺)는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 신라 경순왕 때 무착도사(無着道師)가 창건했다. 조선시대에는 폐사의 아픔을 겪었지만 1907년에 중창했는데, 그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었던 오악제(五岳祭) 중의 동악제라는 국가적 제사를 올린 사찰이다. 풍수의 비조로 불리는 도선국사(道詵國師) 이후, 조예가 깊은 무학대사가 계룡산에 머물 때 산신의 현몽을 받아, 새로 건국한 조선의 태조에게 진언하여 오악단을 세웠다고 한다. 먼저 계룡산 신원사에 중악단을 세우고, 황해도 구월산에 서악단, 지리산에 남악단, 묘향산에 북악단, 그리고 동악단은 치악산 국형사에 세웠으니 천혜의 자연 속에 자리 잡은 이 사찰은 그 풍수적 길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 [국형사-보문사] — 깔끔하게 포장된 산간 도로

☆… 국형사에서 보문사에 이르는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鋪裝)된 산간도로이다. 옛날에는 계곡의 좁은 산길을 걸어서 올라갔었다. 거기 보문사사 있어 새로 닦은 도로였다. 완만하지만 계속 올라가는 길은 아주 지루했다. 모두 막 산행을 시작한 터라 팍팍한 포장도로의 오름길이 매우 힘이 드는 것 같았다. 아직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전진국 사장 부인께서 무리가 된다면서 주차장으로 내려가셨다. 하산 지점 주차장에서 당신의 컨디션을 보아 거슬러 산행을 할 것이라고 했다. 부디 건강 하시기를 빈다. 하늘이 아주 청명하지는 않지만 밝은 분위기, 바람기가 전혀 없는 서늘한 공기가 더운 이마를 스친다. 주위의 산록에는 하얀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쾌적한 산행이다.

   <계 속>

[무칠이]

아이고!! 호산아고문님,,,,,,그날의생생한추억이 되살아나는,다음후기가 가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