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答雪月丈書] 설월당 어른에게 답하다
答雪月丈書
聚軍一事。已無可圖。設伏之令。必未得行。抱悶遑遑。誰可與謀。兵相明日定到。而只率軍官二人。何以應令也。淸凉之說果有之。兵吏迨尙不現。憤痛柰何。結陣之地。行軍之路。無可得知耳。
답설월장서
취군일사。이무가도。설복지령。필미득행。포민황황。수가여모。병상명일정도。이지솔군관이인。하이응령야。청량지설과유지。병리태상부현。분통내하。결진지지。행군지로。무가득지이。
군사를 모으는 일은 이미 도모할 방법이 없고 매복을 설치하라는 명령도 필시 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허둥대고 있으니 누구와 함께 도모해야하겠습니까. 병마절도사가 내일 분명 당도할 것인데 고작 군관 두 명을 거느리고서 어떻게 명령에 따를 수 있겠습니까. 청량산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있었는데 병리兵吏가 아직 나타나지 않아 분통이 터지니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진을 결집한 곳과 행군하는 길은 알 길이 없습니다.
謹承垂問。兼審指意。仰感倍萬。兵相之行。政在明日。欲招集散亡以候。而民皆竄伏之不暇。百無應募之期。只率數三軍官。誰可使喚而行號令於境內。守令蒙罰。此猶餘事。而擧事之時。行軍道路設伏指揮等事。惟邑人是賴。凡避竄民人等。如或來現。請以義理開諭。奴僕中丁壯者。亦敎以應來如何。
근승수문。겸심지의。앙감배만。병상지행。정재명일。욕초집산망이후。이민개찬복지부가。백무응모지기。지솔수삼군관。수가사환이행호령어경내。수령몽벌。차유여사。이거사지시。행군도로설복지휘등사。유읍인시뢰。범피찬민인등。여혹래현。청이의리개유。노복중정장자。역교이응래여하。
삼가 편지를 받고 아울러 당부하신 뜻을 알았으니 우러러 감사해 마지않습니다. 병마절도사의 행차가 마침 내일로 예정되어 있어서 흩어진 백성을 불러 모아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백성이 모두 달아나 꼭꼭 숨기에 여념이 없으니 모집에 응할 기약이 전혀 없습니다. 고작 두어 명의 군관을 거느리고 간다면 경내에서 누가 일을 시키고 호령을 행할 수 있겠습니까. 수령이 벌을 받는 것은 오히려 대수롭지 않은 일 입니다. 하지만 거사할 때 도로에서 행군하는 것과 매복을 설치하고 지휘하는 등의 일은 고을 사람들만 믿고 할 수 있습니다. 난리를 피해 숨었던 백성이 혹 나타나면 의리로써 깨우치고 노복 중에 건장한 이에게도 모집에 응하여 나오라고 타이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謹承書問仰感。倭賊已踰兩嶺。忠州鎭亦見敗。此說安東人從西來者傳之云。若然雖保一境。終將柰何。昨日賊到安東之說。果是罔傳。但念倭賊若犯京。則方伯連帥當領兵馳赴。以救內變。而寂然無簡書。畢竟國事將稅駕於何地。倭賊旣不犯縣。當勸土氓安事耕作。俾無飢餓。且鍊兵馬。以應義將之募。而只以爲守令者。有見侮於醜虜爲念耳。
근승서문앙감。왜적이유량령。충주진역견패。차설안동인종서래자전지운。약연수보일경。종장내하。작일적도안동지설。과시망전。단념왜적약범경。칙방백련수당령병치부。이구내변。이적연무간서。필경국사장세가어하지。왜적기부범현。당권토맹안사경작。비무기아。차련병마。이응의장지모。이지이위수령자。유견모어추로위념이。
삼가 편지를 받았으니 우러러 감사드립니다. 왜적이 이미 조령鳥嶺과 죽령竹嶺을 넘었고 충주진忠州鎭도 패했다 하니, 이 말은 서울에서 내려온 안동 사람이 전해 준 것입니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쪽 지역을 보존한다 한들 끝내 어찌할 수 있겠습니까. 어제 왜적이 안동에 도착했다는 말은 과연 헛소문이었습니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왜적이 만약 서울을 침범했다면 관찰사와 절도사가 마땅히 군대를 거느리고 급히 달려가서 나라 안의 변란을 잠재워야 하는데 조정에서는 아무 전달이 없으니 나랏일이 끝내 어떤 지경에 놓이겠습니까. 왜적이 기왕에 우리 고을을 침범하지 않았으니, 백성에게 편안히 농사짓도록 권면하여 굶주리는 일이 없게 하고 또 군대와 말을 훈련시켜 의병장이 모집할 때를 대비해야 하는데, 다만 수령으로서 못된 적에게 모욕을 당하게 될까 염려스러울 뿐 입니다.
答雪月丈書 壬辰
伏承下書。就審動靜尙安。昨日事已審其浪傳。邇來流聞。類皆如此。今復稍定耳。倭虜消息。前日所聞外。更無他傳。且兩使節制事目。各官傳通回關等事。寂無聞知。此必列邑空虛。道路阻隔而然也。仄聞京洛士民。皆懷逃散。城門晝閉。樵牧不便。若然誠非細故。將何以爲計。西厓相國爲元帥。金公應南爲副。結陣樓巖。觀勢踰嶺云。此說亦未知其虛實。設使踰嶺。粮積旣竭。人民又潰。何以犒軍。誰與赴戰。眞寶關文別無他故。以寧海傳關。次次來到。蓋爲倭虜中路直上與否。探問之也。豈邊郡亦絶聲息而然邪。以愚遙度。彼賊甚巧詐。若時在慶州則猶卽然矣。深恐還從東西兩海。以發不測之變耳。
답설월장서 임진
복승하서。취심동정상안。작일사이심기랑전。이래류문。류개여차。금복초정이。왜로소식。전일소문외。경무타전。차량사절제사목。각관전통회관등사。적무문지。차필렬읍공허。도로조격이연야。측문경락사민。개회도산。성문주폐。초목부편。약연성비세고。장하이위계。서애상국위원수。김공응남위부。결진루암。관세유령운。차설역미지기허실。설사유령。량적기갈。인민우궤。하이호군。수여부전。진보관문별무타고。이녕해전관。차차래도。개위왜로중로직상여부。탐문지야。기변군역절성식이연사。이우요도。피적심교사。약시재경주칙유즉연의。심공환종동서량해。이발부측지변이。
삼가 편지를 받고서 여전히 편안하게 계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제의 일은 이미 헛소문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요사이 뜬소문이 대다수 이와 같은데 이제 다시 조금 잠잠해졌습니다. 왜구의 소식은 지난번에 알려 드린 것 밖에 달리 전할 말이 없습니다. 또 양사兩使(감사와 병사)가 지시하는 사목事目과 각 관아에서 통문通文을 전하고 관문關文을 돌리는 일이 잠잠하여 전혀 들을 수 없으니, 이는 분명 여러 고을이 텅 비고 도로가 막혔기 때문입니다. 얼핏 듣기에 도성의 백성이 모두 달아날 것을 생각하고 있고 대낮에도 성문이 닫혀 있어서 나무꾼과 목동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참으로 작은 일이 아닙니다. 이를 장차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서애西厓130) 상국相國이 원수元帥가 되고 김응남金應南131) 공이 부관이 되어 누암樓巖132)에 진을 치고 형세를 살피러 새재(조령鳥嶺)를 넘었다고 하는데 이 말도 그 진위를 알 수 없습니다. 설령 새재를 넘었다 한들 군량이 이미 고갈되고 백성이 또 흩어졌는데 무엇으로 군사들을 먹일 것이며 누구와 함께 전장에 나아가겠습니까.
진보眞寶133)의 관문關文에 별 다른 소식이 없고 영해寧海134)에서 전하는 관문이 차례차례 도착하고 있는데, 아마도 왜적이 중도에 곧바로 올라오는지 여부를 탐문 하려는 목적인 듯합니다. 혹시 해변 고을까지도 소식이 끊어져 그런 것입니까. 어리석은 제 생각으로는 저 왜적은 교활하기 그지없으니 만약 현재 경주慶州에 있다면 오히려 그럴 수 있겠지만, 도리어 동해와 서해 두 바닷길을 따라서 망측한 변란이 일어날까 몹시 두렵습니다.
130) 서애(西厓):류성룡(柳成龍, 1542∼1607)의 호이다.
131) 김응남(金應南, 1546∼1598):자는 중숙(重叔), 호는 두암(斗巖), 본관은 원주이다. 1568년 문과에 급제한 뒤 홍문관 정자 동부승지·대사헌·한성 판윤·병조 판서·좌의정등을 역임하였다. 1604년 호성공신(扈聖功臣) 2등으로 원성부원군(原城府院君)에 추봉되었다. 시호는 충정(忠靖)이다.
132) 누암(樓巖):충청북도 충주시 중앙탑면 누암리를 가리킨다.
133) 진보(眞寶):경상북도 청송군 진보면을 가리킨다.
134) 영해(寧海):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