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龜菴) 김연국(金演局)에 관한 연구

[표계]

구암(龜菴) 김연국(金演局)에 관한 연구

<차례>

1. 문을 열며

2. 김연국의 생애

3. 김연국과 동학운동

4. 의암 손병희와 구암 김연국

5. 김연국의 종교인식

6. 김연국의 연보

7. 문을 닫으며

1.문을 열며

  필자는 인제지방의 향토사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의암(義菴) 손병희(孫秉熙)선생과 더불어 동학(東學)의 제3대 지도자로 크게 활동한 구암(龜菴) 김연국(金演局) 선생이 인제지역 출신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손병희 선생보다도 먼저 동학(東學)에 입문하고, 동학활동에서도 손병희 선생에 비해 못지않은 활동을 하였음에도 학계나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친일(親日)인사로 매도되는가 하면 부(富)나 챙기는 비종교적 인사로 지탄의 대상이 되는가 하는데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동학(東學)은 경주출신 최제우(崔濟愚)가 1860년에 제세구민(濟世救民)의 뜻을 품고, 서학(西學)에 대립되는 민족 고유의 종교로 창도(創道)되었으며, 종래의 풍수 사상과 유(儒)·불(佛)·선(仙)의 교리를 토대로 '인내천(人乃天)‘· '천심즉인심(天心卽人心)‘의 사상을 전개하였다. '인내천'의 원리는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지상천국의 이념 즉,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새로운 세상을 세우자는 이념과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인권과 평등사상을 표현하는 것으로, 사대부(士大夫)보다는 오히려 서민들의 호평을 받게 되어, 뒤에는 농민혁명(農民革命)이 전개되기도 하지만,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일제침탈(日帝侵奪)에 항거하는 의병활동(義兵活動)으로 이어지고, 독립운동(獨立運動)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손병희 선생과 김연국 선생 사이가 소원해 지고, 명암(明暗)이 분명히 엇갈리게 되었다. 따라서 필자는 역사적으로 그늘에 가려져 별로 빛을 보지 못하는 김연국(金演局) 선생에 관하여 그의 생애를 살펴보고, 선생의 종교적 의식(意識)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활동을 본문(本文)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2.김연국의 생애

  김연국(金演局)선생은 자가 치구(致九)이며, 동학(東學)에 입문하여 천도교(天道敎) 제2대 교주인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으로부터 구암(龜菴)이란 호를 받았다. 강릉인(江陵人) 병두(秉斗)와 밀양인(密陽人) 박성실(朴成實)의 여식 사이에서 1857년 2월 13일에 2자로 태어났는데 출생지가 인제군 남면 ‘달리촌’이다. 그의 증조부까지는 양구(楊口)에 살았으나, 조부 학종(學宗)이 인제군(麟蹄郡) 달리〔月里〕로 이주하였다. 어렸을 때 한 때는 용진(龍振)이라고 불렀으며, 말년에는 피신 생활을 하면서 조균(祖均)이라는 가명(假名)을 쓰기도 하였다.

  가문을 살펴보면, 증조부(曾祖父) 경로(慶魯:자 聖曕)가 절충장군(折衝將軍)에 증직되고, 6대 조부인 시방(時邦:자 士彦)이 려주목사(麗州牧使)를 지내고, 7대 조부 세흡(世翕:자 受甫)이 통덕랑(通德郞)· 8대 조부 홍적(弘績:자 穉立)이 승사랑(承仕郞) 제용감봉사(濟用監奉事)· 9대 조부 호섭(虎燮: 자 文伯)이 선교랑(宣敎郞) 교관 행서부참봉(行西部參奉) 안변교수(安邊敎授) 가정대부(嘉靖大夫)를 지냈다.

  김연국(金演局) 선생이 태어나던 1857년 4월 27일에 부친이 사망하고, 모친이 홀로 가사 일을 꾸려 나갔으나, 살림이 매우 궁핍하여 선생께서는 주로 인제군 남면 무의매리(舞依梅里)에 살고 있는 숙부(叔父) 병내(秉鼐; 자 光文) 댁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병내 또한 그렇게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으나 학식이 높았음으로 선생은 숙부의 영향을 받아 학문을 접하고 식견을 넓혔다.

  1871년인 고종(高宗)8년에 진주민란(晉州民亂)의 주모자인 이필제(李弼濟)가 최제우(崔濟愚)대신사의 기일(忌日)인 3월 10일에 영해부(寧海府)에서 민란을 일으킴으로써 교세확장에 힘쓰던 동학(東學)이 심한 탄압을 받게 되는데, 이 해에 제2대 교주인 해월(海月) 최시형(崔時亨)신사께서는 관원의 추격을 피하기 위하여 낮이면 은신하고 밤이면 이곳저곳으로 이동하여 마침내 단양군(丹陽郡)의 정석현(鄭錫鉉)집에 머무르실 때, 강수(姜洙)가 찾아뵙고 신사의 곤궁함을 돕고자 영월군(寧越郡) 정진일(鄭進一)의 집으로 모셔다가 의탁케 하였다. 이듬 해 신사께서는 수운(水雲)대신사의 장남 세정(世貞)이 양양옥(襄陽獄)에 갇혀 있음으로 소식이 궁금하여 양양에 이르러 탐문한 후, 인제군 남면 무의매리(舞依梅里) 김병내(金秉鼐)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었다. 이때에 김연국(金演局)이 처음으로 신사를 뵙게 되고 제자가 되었으니, 그의 나이 불과 15세 였다.

  그 후부터는 항시 해월(海月)신사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힘을 다하여 보좌하였는데, 1883년부터는 동학교단의 핵심적 인물이 되었다.

  1893년 1월의 광화문 복합상소(伏閤上疏)때에는 동학(東學) 교조인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의 신원운동(伸寃運動)에 적극 가담하였다.

  1894년 11월 제2차 동학 농민 봉기 때에는 동학의 대도소장(大都所長)으로 보은(報恩)에서 황하일(黃河一)· 권병덕(權秉德)등과 함께 기병하여 북접(北接)에 가담하였으나, 공주(公州)에서 패퇴한 뒤 체포되어 종신 징역에 처하였으나, 3년 7개월 뒤 일진회(一進會)의 도움으로 석방된 뒤 손병희(孫秉熙)와 함께 천도교(天道敎)를 창건 하였다.

  1907년에는 천도교 대도주(大道主)가 되었으나, 손병희(孫秉熙)와의 불화로, 그 이듬 해 1월에 탈퇴하여 이용구(李容九)가 조직한 시천교(侍天敎)의 대례사(大禮師)가 되었다.

  1912년 이용구(李容九)가 죽은 뒤에는 송병준(宋秉峻)의 조종을 받은 박형채(朴衡采)와 대립하여 시천교총부(侍天敎總部)를 별도로 조직하였다.

  1925년에는 충청남도 계룡산(鷄龍山)에 들어가 신도안〔新都內〕에서 새로운 종파를 세워 상제교(上帝敎)라 칭하고 그 교주가 되었다. 상제교(上帝敎)는 천도교(天道敎)와 교리가 대동소이하며, 교도 수는 약 4· 5만 명에 이르렀다.

  김연국(金演局) 선생은 신학문의 필요성을 일찍 깨닫고 신도들의 자녀들 유학(遊學)을 적극 권장하고 지원운동을 전개 하였으며, 사립(私立)으로 신도유신학교(神道維新學校)를 설립하여 운영하기도 하였다.

  1944년 87세가 되는 해 8월 7일에 지병으로 사망하였다. 저서로는 『상제교대헌(上帝敎大憲)』등이 전하고 있다. 선생의 임종 시에는 일본 경찰들이 집을 에워 싼 상태에서 가족대표 한 사람과 교인대표 한사람만 임종에 참석케 하였으며, 그 것도 선생의 유언(遺言)을 외부에 절대로 발설하지 않는 조건하에 이루어졌다.

  선생의 묘지는 신도안에 모셨었으나, 지금은 육해공군의 최고사령부가 들어옴으로 인하여, 1984년에 영동(永洞)의 심천(深川)으로 옮겨 모셨다.

3.김연국과 동학운동

  김연국(金演局) 선생이 동학(同學)에 처음 입문한 것은 1872년이다. 선생은 1857년 2월에 출생하였는데, 2개월 뒤인 4월 27일에 부친이 사망하자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야 했으며, 집안 산림이 너무나 가난하여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숙부 김병내(金秉鼐)의 집에 의탁하여 지냈다. 숙부 김병내 집안 또한 그렇게 넉넉한 집안은 아니었으나 끼니를 거를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거기다가 숙부 김병내는 학문이 깊은 것으로 소문이 나 있어 선생은 기초 학문을 숙부에게서 수업하였으며, 많은 서적들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선생의 숙부 병내(秉鼐)는 그의 재종(再宗) 형제인 영월(寧越) 광탄리(廣灘里)에 거주하는 병철(秉喆: 자 順瑞)과 평창(平昌) 봉평(蓬坪)에 거주하는 병식(秉烒:자 士衿)등과 자주 교유 하면서 동학(東學)을 접하게 되었다. 이필제(李弼濟)의 민란으로 동학(東學)의 탄압이 전 보다 더 없이 심해지던 1871년 관원의 수사망을 피해 이리저리 피신 해 다니던 해월(海月)신사가 마침내 단양군(丹陽郡)의 정석현(鄭錫鉉)의 집에 의탁해 있을 때, 강수(姜洙)가 찾아뵙고 신사의 곤궁함을 돕고자 영월군(寧越郡) 정진일(鄭進一)의 집으로 모셔다가 의탁케 하였다. 해월(海月)신사는 5월에 정진일(鄭進一)의 집에 왔다가 3개월 뒤인 8월에 다시 소백산(小白山)으로 피신하였다. 이때에 해월(海月)신사가 영월(寧越)과 정선(旌善)등지에서 포교활동을 가장 많이 전개 하였는데 병내(秉鼐)는 이때 이미 해월(海月)신사를 만났으며, 동학(東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1872년 신사께서는 수운(水雲)대신사의 장남 세정(世貞)이 양양옥(襄陽獄)에 갇혀 있음으로 소식이 궁금하여 차자인 세청(世淸)과 강수(姜洙)와 더불어 양양에 이르러 탐문한 결과 소문대로 가혹한 형벌을 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화가 미칠까 염려되어 서둘러 도피하다시피 하여, 인제군 남면 무의매리(舞依梅里) 김병내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었다. 이때에 김연국(金演局)이 처음으로 신사를 뵙게 되고 제자가 되었으니, 그의 나이 불과 15세 였다. 이와 관련한 선생의 증손자 명기(明起)의 증언을 살펴보면

증조부님의 고향은 강원도 인제군 달리촌이지요 그 당시 조실부모를 하셨기 때문에 숙부님(秉乃) 댁에서 사셨어요. 거기가 강원도 영월군 정선 쪽이라고 그러신 것 같죠, 아마 생활정도는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숙부댁에 의탁할 정도니까 형편없었겠지요. 동학이 전파되는 걸 보면 양반들은 (동학을) 전혀 믿지 않았어요. 힘없는 사람들 지금 같으면 민초들이 입도를 많이 했으니까 그 양반도 농사나 지으셨겠지요. 그리고 병내(秉乃) 씨의 살림살이에 대해서도 들어보지를 못했어요.

라고 하였다. 병내(秉鼐)가 영월군(寧越郡) 정선(旌善)쪽에 살았다고 하는데, 『시천교종역사』에는 ‘인제군 남면 무의매리(舞依梅里) 김병내(金秉鼐)의 집에 이르렀다’라고 기록하고 있어 증언 내용과 상반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병내가 앞에서도 언급 하였듯이 영월(寧越)에 거주하는 병철(秉喆)이나, 평창(平昌) 봉평(蓬坪)에 사는 병식(秉烒)과의 교유가 잦았기 때문에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연국(金演局) 선생은 이때부터 수운(水雲)대신사의 차자인 세청(世淸)과 더불어 해월(海月)신사를 모시고 충청도(忠淸道) 영춘군(永春郡) 남면 의풍리(儀豊里)에 가서 머무르며, 최 측근에서 선생을 모시게 되었다. 의풍리(儀豊里)에서 선생을 보좌한 이들은 정선군(旌善郡) 교인 신정언(辛定彦)· 신치서(辛致瑞)· 홍문여(洪文汝)· 류계홍(劉啓弘)· 최영하(崔永夏)· 김해성(金海成)· 방자일(方子一)· 안순일(安順一)· 박용걸(朴龍傑)· 영월군(寧越郡) 교인 장기서(張基瑞)· 최중섭(崔重燮)· 박봉한(朴鳳漢)등이 었다.

  김연국(金演局) 선생은 1874년 김병내(金秉鼐)· 김연순(金演淳)· 홍순일(洪舜一)등과 해월(海月)신사를 모시고 단양군(丹陽郡) 남면 도솔봉(兜率峯)아래 사동(寺洞)으로 이거(移居) 하였다. 그 해 3월에는 해월(海月)신사께서 안동김씨를 처(妻)로 맞이하였는데 김선생의 집에서 우례(于禮)를 행하였으며, 홍순일(洪舜一)과 힘을 모아 김선생의 집 뒤 유벽한 곳에 새로 집을 지어 해월(海月)신사를 모시고 7·7일제를 행하였다.

  1875년 10월 28일에 해월(海月)신사께서는 정선(旌善)에 있는 유시헌(劉時憲)의 집에서 설법제(說法祭)를 행하였는데, 이때에는 봉로자(奉爐者)로 참여 하고, 이듬해 4월에는 인제의 김연호(金演鎬)집에서 설법제(說法祭)를 행하였는데, 참여자는 접주 김연호(金演鎬)를 비롯하여 장춘보(張春甫)· 이은보(李殷甫)· 김연국(金演局)· 김종여(金宗汝)· 김경식(金卿植)· 김관호(金寬浩)· 이윤희(李允喜)등이며, 김선생은 이 때 집례(執禮)로 참여 하였다.

  1877년 10월 3일에는 구성제(九星祭)를 행하였는데, 강수(姜洙)· 김시원(金時元)· 유시헌(劉時憲)· 김경화(金敬和)· 심시정(沈時貞)· 김연국(金演局)· 장춘보(張春甫)· 김치운(金致雲)· 장인호(張麟鎬)· 김영순(金永淳)· 김문여(金文汝)· 안교백(安敎伯)· 최창익(崔昌翼)· 류인상(劉寅常)· 윤종현(尹宗賢)· 안교상(安敎常)· 전세필(全世弼)· 허찬(許燦)· 최기동(崔基東)· 안교일(安敎一)등이 참여하였으며, 김선생은 헌관(獻官)을 맡았었다. 연이어서 16일에도 정선(旌善) 류시헌(劉時憲)의 집에서도 행하였다.

  1878년 4월에 김선생은 해월(海月)신사를 뫼시고 경주(慶州) 최형오(崔亨悟)의 집으로 가서 포교활동을 하다가, 7월에 류시헌(劉時憲)의 집에서 개접(開接)하였다.

  1879년 윤3월에는 강시원(姜時元)과 더불어 해월(海月)을 뫼시고 영서(嶺西)로 이동하였다. 영월군 거석리(巨石里) 노정식(盧貞植)의 집을 거쳐, 인제군 남면 갑둔리(甲屯里) 김현수(金顯洙)집에 이르러서는 설법제식(說法祭式)을 행하였는데, 제례에 참여한 자는 김계원(金啓元)· 장춘보(張春甫)· 김현수(金顯洙)· 이윤희(李允喜)· 김연국(金演局)· 이은보(李殷甫)· 김관호(金寬浩)· 김종여(金宗汝)· 김경식(金京植)· 장희용(張喜用)등이며, 김선생은 대축(大祝)으로 참여하였다.

  1880년 1월에는 해월(海月)신사를 뫼시고 강시원(姜時元)· 전시황(全時晃)과 더불어 무의매리(舞依梅里) 김연호(金演鎬)집에서 인등치제(引燈致祭)를 설행하고, 이어서 김현덕(金顯德) 집에서 행하였으며, 2월에는 김진해(金鎭海)의 집에서 설행하였다. 5월 12일에는 『동경대전(東經大全)』간행소를 인제군 남면 갑둔리(甲屯里) 김현수(金顯洙)의 집에 개설하여, 6월 14일에 1백여 권의 대전(大全) 간행을 모두 마쳤는데, 이때 비용은 모두 인제 접중(接中)에서 부담하였으며, 이튿날 고유제(告諭祭)를 올렸다. 이 때 경전(經典)간행에 참여한 임원을 참고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소장(所長):대신사(大神師)

감인(監印):강시원(姜時元) 전시황(全時晄)

교감(校監):전시봉(全時奉) 심시정(沈時貞) 류시헌(劉時憲)

사접(司接):황맹춘(黃孟春) 조시철(趙時哲) 신시영(申時永)

사재(司財):한봉진(韓鳳辰) 홍시래(洪時來) 신시일(申時一)

김진해(金鎭海) 이정봉(李廷鳳)

사직(司直):장도형(張道亨) 김문수(金文洙) 장병규(張炳奎)

이진경(李晉慶)

사판(司板):김관호(金寬浩)

사인(司印):심원우(沈遠友) 최석하(崔錫夏) 전윤권(全允權)

사서(司書):전세인(全世仁)

사향(司餉):장흥길(張興吉) 김인상(金寅相) 김효흥(金孝興)

이천길(李千吉)

사공(司供):이귀록(李貴祿) 강기영(姜基永)

그러나 「최선생문집도원서기(崔先生文集道源書記)」에는

사장(司長):최시형(崔時亨)

감인(監印):강시원(姜時元) 전시황(全時晄)

교감(校監):전시봉(全時奉) 심시정(沈時貞) 류시헌(劉時憲)

사접(司接):황맹기(黃孟基) 조시철(趙時哲) 김정호(金錠浩)

신시영(辛時永)

사재(司財):한봉진(韓鳳辰) 홍시래(洪時來) 신시일(辛時一)

김진해(金鎭海) 이정봉(李廷鳳)

사직(司直):장도형(張道亨) 김문수(金文洙) 장병규(張炳奎)

이진경(李晋慶)

사판(司板):김관호(金錧浩)

사인(司印):심원우(沈遠友) 최석하(崔錫夏) 김윤권(金允權)

사서(司書):전세인(全世仁)

사향(司餉):장흥길(張興吉) 김인상(金寅相)

사공(司供):이귀록(李貴祿) 강기영(姜基永)

이라고 기록되어 있어 다소 인원에 차이가 있으며, 황맹기(黃孟基)가 황맹춘(黃孟春)으로, 김관호(金錧浩)가 김관호(金寬浩)로, 신시영(辛時永)· 신시일(辛時日)이 각각 신시영(申時永)과 신시일(申時日)로, 김윤권(金允權)이 전윤권(全允權)으로 기록되어 있음으로 동일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집필과정에서의 착오로 보아야 한다.

  1881년 6월에는 해월(海月)신사께서 단양군(丹陽郡) 남면 천동(泉洞) 려규덕(呂奎德)의 집에 강석(講席)을 베푸시고 비로소 『용담유사(龍潭遺詞)』수 백부를 인쇄하여 각 포(包)에 배포했는데, 그 인쇄경비를 인제(麟蹄) 접중에서 의연(義捐)하고, 주관한 사람들은 김선생과 인제교도 김연호(金演鎬)· 장춘보(張春甫)· 김치운(金致雲)· 이은보(李殷甫)· 김현경(金顯卿)· 장세원(張世遠)등 이었으며,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협조하였다.

  1885년 5월에는 해월(海月)신사를 뫼시고 보은군(報恩郡) 장내(帳內)로 거처를 옮기고, 6월에는 충청도 관찰사(忠淸道觀察使) 심상훈(沈相薰)과 단양군수(丹陽郡守) 최희진(崔喜鎭)이 교인들을 핍박하려 하자 김선생은 모든 가사(家事)를 주관키로 하고 장한주(張漢柱)로 하여금 해월(海月)신사를 공주군(公州郡) 마곡(麻谷)으로 피신케 하였다. 또 7월에는 해월(海月)신사가 돌아오시자 장한주(張漢柱)와 더불어 경상도(慶尙道) 영천군(永川郡) 화계동(花溪洞)으로 가서 은거하였다. 그 이 후부터 김선생은 해월(海月)신사의 가산(家産)을 넘겨받아 관리하게 되었다.

  1889년 10월 서인주(徐仁周)· 강한형(姜漢馨)· 신정엽(辛正燁)등이 서울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김선생은 강한주(姜漢柱)와 더불어 해월(海月)신사와 신사의 장남인 양봉(陽鳳)을 안내하여 인제(麟蹄)의 김현경(金顯卿)집으로 거처를 옮기었으나, 포졸들이 사방에서 감시하며 뒤따르는지라 서둘러서 다시 간성군(杆城郡) 왕곡리(旺谷里) 김하도(金河圖)의 집으로 우거하여 한 겨울을 보냈다. 이듬해 1월에는 인제의 김연호(金演鎬)의 집으로, 2월에는 인제 갑둔리 이명수(李明秀)의 집으로, 4월 초에는 양구(楊口)의 길윤성(吉允成) 집으로, 5월에는 다시 인제의 김연호(金演鎬)의 집으로 옮겨 다니며 해월(海月)신사와 함께 생활하면서 간성(杆城)과 양구(楊口)의 모든 고을을 두루 돌아보고, 7월 초순에는 인제군(麟蹄郡) 남면 갑둔리(甲屯里) 성황거리 이명수(李明秀)의 집에서 머물렀다. 8월에는 서인주(徐仁周)가 보석(保釋)으로 풀려나게 되었으나 가진 것이 없어 어려움을 겪자 김선생이 5백금을 마련하여 석방(釋放)시켰다.

  1893년 2월 8일에는 손천민(孫天民)과 더불어 수운(水雲) 대선사의 신원(伸寃)을 위한 상소(上疏)를 올리고자 수많은 교도들을 거느리고 과유(科儒)로 변장하고 상경(上京)하여 남소동(南小洞) 최창한(崔昌漢)집에 도소(都所)를 설치하였다. 서병학(徐丙學)을 비롯한 일부 교도들이 과격한 시위를 전개하려 하자 합법적인 투쟁을 할 것이라며 자제할 것을 권유하기도 하였다. 이때 광화문 밖에 소장(訴狀)을 받들고 나아간 사람은 다음과 같다.

소수(疏首): 박광호(朴光浩)

제소(製疏): 손천민(孫天民)

서사(書寫): 남홍원(南弘源)

교인대표(敎人代表): 박석규(朴錫圭)· 임규호(任奎鎬)· 박윤서(朴允瑞)· 김영조(金永祚)· 김낙철(金洛喆)· 권병덕(權秉悳)· 박원칠(朴元七)· 김석도(金錫道)· 이문찬(李文瓚)등이었다.

  같은 해 3월 10일에는 청산군(靑山郡) 포전리(浦田里) 김선생의 집에서 신사의 조난(遭難)례식을 행하였는데, 손병희(孫秉熙)· 이관영(李觀榮)· 권재조(權在朝)· 권병덕(權秉德)· 임정준(任貞準)· 이원팔(李元八)등이 참여하였다. 11월에 해월(海月)신사께서 김선생에게 구암(龜菴)이라는 도호(道號)를 지어 주셨다. 또 김선생은 해월(海月)신사의 명으로 충주군(忠州郡) 황산리(黃山里)에 법소(法所)를 차렸는데, 법헌(法軒)이라 이름하고, 손병희(孫秉熙)로 하여금 처소장(處所長)을 명하였다. 그리고 청주(淸州)에는 손천민(孫天民)· 옥천(沃川)에 박석규(朴錫奎)· 보은(報恩)에 임규호(任奎鎬)· 예산(禮山)에 박희인(朴熙寅)· 문의(文義)에 임정재(任貞宰)· 청산(靑山)에 박원칠(朴元七)· 부안(扶安)에 김낙철(金洛喆)· 무장(茂長)에 손화중(孫華仲)· 남원(南原)에 김개남(金開南)· 청풍(淸風)에 성두환(成斗煥)· 홍천(洪川)에 차기석(車基錫)· 인제(麟蹄)에 김치운(金致雲)등이 해당 군으로부터 분포(分包)를 조직하여 별도의 도소(都所)를 두었다.

  1894년 전봉준(全奉俊)의 거사(擧事)때는 일부 도소(都所) 교도들이 일부 가세하다가 대패하여 수많은 교도들이 죽거나 상해를 입고 해산할 즈음인 5월에 김선생은 해월(海月)신사를 뫼시고 관동지방으로 피신하였다. 11월 제2차 동학농민봉기 때에는 동학의 대도소장(大都所長)으로 보은에서 황하일(黃河一)·권병덕(權秉德) 등과 함께 기병하여 북접(北接)에 가담하였으나, 공주에서 패퇴하고 말았다.

  1895년 1월에는 해월(海月)신사를 뫼시고 다시 인제(麟蹄)의 최영서(崔永瑞) 집에서 숨어 살았는데, 손천민(孫天民)과 손병희(孫秉熙)만이 겨우 연락을 주고받으며 좌우에서 보살폈는데, 12월에 원주군(原州郡) 수례촌(水禮村)으로 떠났다.

  1896년에도 전국에서 의병들과 관군의 싸움이 치열해짐으로 청주(淸州)와 상주(尙州)등지로 피신해 다니면서, 8월 초순에는 조균(祖均)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1898년 7월21일(음6월1일)에 해월(海月)신사께서 순도(殉道)한 후 김선생은 관동(關東)에서 활동하고, 손천민(孫天民)과 손병희(孫秉熙)는 호서(湖西)에서 활동하였는데, 교도(敎徒)가 수십만에 이르렀다.

  1900년 3월에 손병희(孫秉熙)가 지평군(砥平郡) 대왕대(大旺垈)에서 설법식(說法式)을 행하면서 스스로 도주(道主)라 함으로 김선생은 해월(海月)신사의 유명(遺命)이 아니라하여, 따르지 아니하였으나, 손병희(孫秉熙)가 그 해 6월에 다시 풍기군(豊基郡)에 가서 2차로 설법식(說法式)을 행할 시에는 또한 가서 참석 하였다. 이듬해 3월에 손병희(孫秉熙)는 몸을 피하여 이름을 이상헌(李祥憲)이라는 가명(假名)으로 바꾸고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김선생은 전 해 양구군(楊口郡) 사명산(四明山) 아래로 이사하였으나, 이 해 6월 2일에 공주(公州) 무성산(武盛山) 대신사의 향례(享禮)식에 갔다가 공주(公州)의 진위대(鎭衛隊) 중대장 이민직(李敏稷)이 보낸 병정에게 잡히어 경성 감옥에 갇히게 되었으며, 종신형에 처해졌다.

  1905년 일진회(一進會) 이용구(李容九)의 도움으로 석방되었으나, 손병희(孫秉熙)와 더불어 해월(海月)신사의 고제(高第)였던 그가 일진회(一進會)를 만들어 노골적인 친일활동을 함으로 손병희(孫秉熙)로 하여금 60여명에 이르는 두목들과 함께 출교(黜敎)당하였다.

  1906년 2월에 손병희(孫秉熙)가 일본에서 돌아와 김선생과 논의 하여 동학(東學)이라는 명칭을 바꾸어 천도교(天道敎)라 하였다. 이에 이용구(李容九)는 천도교(天道敎)에 대응하여 시천교(侍天敎)를 창시하였다.

  1907년 12월에는 천도교(天道敎) 대도주(大道主)가 되었으나, 손병희(孫秉熙)와의 불화로 같은 달 25일에 탈퇴하여 이용구(李容九)가 조직한 시천교(侍天敎)의 대례사(大禮師)가 되었다.

1912년 5월 22일 이용구(李容九)가 죽은 뒤에는 송병준(宋秉俊)의 조종을 받는 박형채(朴衡采)와 대립하여 시천교총부(侍天敎總部)를 별도로 조직하였다. 그 뒤 1925년에는 충청남도(忠淸南道) 계룡산(鷄龍山)으로 들어가서, 신도안〔新都內〕에 새로운 종파(宗派)를 세워 상제교(上帝敎)라 칭하고 그 교주(敎主)가 되었다. 교명(敎名)은 비록 다르나 교리(敎理)는 천도교(天道敎)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며, 교도 수는 대략 4~5만 명이었다고 전한다.

4.의암(義菴) 손병희(孫秉熙)와 구암(九菴) 김연국(金演局)

  의암(義菴) 손병희(孫秉熙)선생과 구암(龜菴) 김연국(金演局) 선생은 모두 해월(海月)신사의 고제(高弟)인 동시에, 신사의 최 측근에서 보좌한 신뢰받는 참모였다. 손병희 선생은 동학(東學)의 사무(事務)와 재정을 총 책임지고, 김연국 선생은 동학(東學)의 례규(禮規)와 도덕(道德) 그리고 신사의 가사(家事) 일체를 전담하는 등 말하자면 1등 공신들이었다. 동학(東學)활동 면에서도 쌍벽을 이루는 참모들로, 해월(海月)이 순도(殉道)하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한 마음으로 신사를 보좌하여, 동학(東學)의 포교활동이나 교세 확장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인물들이었다. 따라서 해월(海月)신사는

‘하루는 신사께서 김연국(金演局)에게 말하기를 “자네와 더불어 손병희(孫秉熙)· 손천민(孫天民) 두 사람의 마음이 서로 부합한 즉 천하에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으니 우리 도가 마땅히 나날이 발전하리니 모름지기 마음속 깊이 새겨두고 조금이라도 두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라.”(一日師謂金演局曰君與孫秉熙孫天民二人心誠相符卽天下無不能爲之事而吾道益進矣須銘佩肚裡小無岐貳焉)

라고 하였다.

  김연국(金演局)선생은 해월(海月)신사로부터 1893년 11월에 구암(龜菴)이란 도호(道號)를 받고, 손병희(孫秉熙)선생과 손천민(孫天民)은 3년 뒤인 1896년 1월에 의암(義菴)과 송암(松菴)이란 도호(道號)를 각각 받았는데, 이들을 일러 동학(東學)에서는 3암(三菴)이라고 칭하였다. 이는 해월(海月)신사가 그만큼 이들을 신뢰한다는 증거다. 더욱이나 해월(海月)신사가 이들을 신뢰함에 있어서는 이들의 가족관계도 무관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고 본다. 그것은 손병희(孫秉熙)선생의 누이가 해월(海月)신사의 셋째 부인이 되고, 김연국(金演局)선생의 첫 부인은 곧 해월(海月)신사의 서녀(庶女)였다는 점에서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어쨌거나 손병희(孫秉熙)선생과 김연국(金演局)선생 두 사람은 해월(海月)신사가 순도(殉道)한 1898년 7월 이전까지는 한 마음으로 동학(東學)에 전념하였으며, 신사의 순도(殉道) 이후부터 두 사람의 사이가 조금씩 멀어지게 되었다. 그 발단은 1900년 3월에 의암(義菴) 손병희(孫秉熙)선생이 지평군(砥坪郡) 대왕대(大旺垈)에서 설법식(說法式)을 행하면서 스스로 대도주(大道主)가 됨에, 김연국(金演局)선생께서 신사(神師)의 유명(遺命)이 아니라 하여 따르지 않았다는 내용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같은 해 6월에 손병희(孫秉熙)선생께서 풍기군(豊基郡)에서 행한 두 번째 설법식(說法式)에 참가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서는 꼭 자신이 대도주(大道主)에 오르지 못한 불만 때문만은 아닌 듯 싶다. 어찌했거나 그 후 손병희(孫秉熙)선생은 관군(官軍)과 일경(日警)으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하여 1901년 3월에 일본으로 떠나고, 김연국(金演局)선생은 전 해에 또한 강원도 양구군(楊口郡) 사명산(四明山)아래로 이사하였으나, 이 해 6월 2일 대신사의 향례(享禮)를 치르러 공주(公州) 무성산(武盛山)에 갔다가 공주(公州)진위대 중대장 이민직(李民稷)의 군대에 피착(被捉)되어 종신형을 받고 경성감옥에 갇히게 된다. 이에 대해서 김선생의 후손인 명기(明起)씨는 이렇게 증언(證言)하고 있다.

동학혁명 뒤 동기 78년(서기 1901년)에는 하두 관원들의 지목이 심하고 특히 일본 놈들이 동학을 말살하려고 체포령이 내려있고 하니까, 의암이 와서 우리 할아버지한테 여기 있다가는 도저히 못사니까 함께 망명을 하십시다, 이렇게 권했어요. 그랬을 때 우리 구암 할아버지께서 “나는 대도의 명을 받은 몸이기 때문에 책임이 막중하니까 일신상의 편안함이나 그런 걸 찾아서 동포와 내 땅을 버리고 망명할 수가 없으니 갈려면 의암이나 혼자 가시오” 이렇게 해서 1901년에 의암 선생은 일본으로 망명을 갔어요. 그해 음력 6월 2일이 해월 선생님 제삿날이에요. 그래가지고 5월 29일날 공주 무성산에서 제사준비를 하시다가 공주감영 대장 이민직에게 잡혔어요. 이민직이 몰래 교인으로 위장하고 가짜로 입교를 해가지구서 쫓아다녔는데, 그 사람들은 더 열심히 일하니까 측근이 됐겠지, 그래가지고 붙들리셨다구. 그때부터 3년 7개월 동안 경성감옥에서 옥고를 치르셨어요. 동학의 괴수라고 해가지구 처음에는 사형이라고도 하고 무기라고도 하는데 [김명기씨는 증언 도중에 최근 발견된 정부기록보존소의 (동학관련판결문집)을 꼭 한 번 보고 싶다고 부탁하였으나, 거기에는 김연국에 대한 판결문이 실려 있지 않아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돈으로 안되는 게 없어서 증조할머니가 큰 콩나물 광주리에다 돈을 가득 넣고 위에다 콩나물을 살살 뿌려가지고 대감네 집에 갖다 줬데요. 그러나 나중에 순종황제 황세자 시절에 탄생기념일을 기해서 감형이 되셔서 3년 7개월 만에 나오셨어요. 석방 이유는 나이도 많고 동학은 말살돼서 다 없어졌으니까 사형수 내놓아도 얼마 못산다 해서 나오신 거예요. 사면을 받은 것은 6개월 전인데 탐관오리가 돈을 더 울궈먹을려고 6개월을 더 가둬놓고서 돈을 더 받아들인 거여요. 나오는 날 서대문교도소 앞에 있는 독립문 앞으로 교인이 빽빽하게 들어섰는데 최수운 선생 문집, 최보따리라는 걸 강원도 교인이 갖다드린 거예요. 해월 선생님께서 생전에 잘 보관하고 있다가 구암 선생님한테 전하라구 했다면서. 그래서 (그 문집이) 우리 집에 와 있는 거여.

  손병희(孫秉熙)선생께서 일본으로 떠날 때 동행한 사람은 선생의 아우 병흠(秉欽)과 이용구(李容九)였다. 이용구는 1890년 동학(東學)에 입문하였으며, 손병희 선생과 함께 해월(海月)신사에게서 배운 신사의 고제(高弟)였는데, 손선생의 명교(名敎)를 받고 먼저 귀국하여 포교활동에 종사하다가 러일전쟁을 계기로 하여 동학교도를 중심으로 진보회(進步會)를 조직하여 주관하면서 동학(東學)의 잔여세력 규합에 힘썼다. 뒤에 송병준(宋秉俊)의 권고와 매수로 진보회를 일진회(一進會)에 통합하여 13도지회 지방총장을 지냈고, 러일전쟁 중에는 일본군에게 군사(軍事)와 정치(政治)의 양면에서 많은 협력을 하였으며, 일제의 계략적인 흉계에 호응한 송병준(宋秉俊)에 의하여 마침내는 손선생의 명교(名敎)를 배반하게 되었다.

  한편 김연국(金演局) 선생께서는 1905년 일진회(一進會)의 도움으로 석방되었으나, 영오(囹圄)의 몸이었기에 교도들과의 접촉이 전무하였음으로 시세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 사이에 손선생과 이용구(李容口)는 서로 연락을 취하며 교세의 재건에 힘쓰는 한편, 국내의 포교활동과 재정(財政)관리를 이용구에게 전담케 하였는데, 이용구가 노골적으로 친일(親日)을 추구함으로, 1906년 1월에 일본에서 서둘러 귀국하여 이용구(李容九)일파를 회유코자 하였으나, 말을 듣지 않음으로 『동경대전(東經大全)』의 ‘도즉천도(道卽天道)’를 인용하여 동학(東學)을 천도교(天道敎)로 개칭하고, 스스로 대도주(大道主)가 되었으며, 반대세력인 이용구(李容九)를 비롯하여 60여명의 교도(敎徒)들을 출교(黜敎)조치 하였다. 이로 인하여 이용구(李容九)가 시천교(侍天敎)를 창설하여 교조(敎祖)가 됨으로써 손선생이 이끄는 천도교(天道敎)와 대립하게 되었다. 사실 천도교가 등장할 때 손선생을 중심으로 한 개화파와 김연국(金演局) 등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파 사이에는 상당한 갈등이 있었고, 결국 손선생 측에서 김연국(金演局)·이용구(李容九) 일파를 일진회(一進會) 사건을 계기로 하여 출교(出敎) 처분함으로써 동학(東學)은 천도교와 시천교(侍天敎)로 분리되었던 것이다. 그 후 손선생은 동학(東學)의 참신한 정신을 되살리며 본래의 종교운동으로 되돌아가 ‘인내천사상(人乃天思想)’을 일깨우고, 정신개혁은 곧 천도(天道)를 잘 행하는데 있다고 역설하면서 천도교(天道敎)의 조직과 교세확장에 힘썼다. 그러나 천도교는 얼마동안 손선생을 중심으로 하여 중앙집권적인 대도주(大道主) 체제로 유지되다가 후계자 문제 등으로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그 결과 오지영(吳知泳)을 중심으로 하여 급진적인 의회주의적 분권제(分權制)를 주장했던 연합교회파(聯合敎會派)가 먼저 분립해 나가고, 교회에 남았던 파들은 결국 중앙집권적인 대도주 체제를 폐지하고 민주적인 중의제(衆議制)를 채택하게 된다. 그러나 다시 제4세 교주로 춘암(春菴) 박인호(朴寅浩)를 인정할 것인가 등의 문제로 신파와 구파로 분열하게 되었다. 그 후 양파는 합동과 재분열의 과정을 겪다가 1940년 최종적으로 합동하게 된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미 일제침략세력을 배경으로 막강한 세력을 확보한 일진회(一進會)에 맞서는 것이 여러모로 불리함을 깨닫고, 손선생은 1907년 12월에 대도주(大道主)직을 김연국(金演局)선생께 물려주고 일선으로 물러나 교육사업(敎育事業)과 독립운동(獨立運動)에 전념하게 되었다. 이러는 과정에서 김선생은 손선생의 독자적인 교역(敎役)활동이나 개혁파의 견제활동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수운(水雲)과 해월(海月) 두 선사(先師)의 종지(宗旨)를 계승하려는 시천교(侍天敎)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김연국(金演局)선생께서는 결국 12월 25일 시천교(侍天敎)에서 행하는 제세주 강생기념식(降生記念式)에 초빙되어 갔다가 대례사(大禮師)로 취임하였는데 그것이 빌미가 되어 개혁파로부터 친일세력으로 몰리게 되었다. 1912년 5월 22일 이용구(李容九)가 죽은 뒤 송병준(宋秉俊)의 조종을 받은 박형채(朴衡采)와 대립하여 시천교총부(侍天敎總部)를 별도로 조직하여 동학(東學)의 종통(宗統)을 유지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종교 활동보다도 정치적 활동으로 치우침을 못마땅하게 여겨, 1925년 충청남도 계룡산(鷄龍山)에 들어가 새로운 종파(宗派)를 세우고 상제교(上帝敎)라 하여 교주(敎主)가 되었다.

  손병희(孫秉熙)· 김연국(金演局) 선생을 요약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손병희	김연국
생몰연대	1861~1922	1857~1944
출생지	충청북도 청원군	강원도 인제군 남면 무매리
학력	-정규 교육 -해월(海月)신사에게 수업	-숙부로부터 기초학문 습득 -해월(海月)신사에게 수업
생활정도	비교적 부유한 생활	숙부에 의탁하여 생활
성격	-진보적이며 강건 개혁파	-보수적이며 온건 수구파
동학 활동	-1882년 입문 -광화문 복합상소(伏閤上疏)시에 교도 대표로 참여 -농민전쟁 당시 두령으로 참가 -김연국의 뒤를 이어 북접통령(北接統領)으로 공주 전투에 참가) -동학(東學)의 재정 전담 -1897년 자진하여 제3대 교주가 됨 -1901년 일본으로 피신하였으나, 후진 양성을 위하여 일본유학을 지원 -귀국하여 동학(東學)을 천도교(天道敎)로 개칭하고 대도주가 됨 -독립운동과 함께 학교교육에 전념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 됨	-1873년 입문 -광화문 복합상소(伏閤上疏)시에 청수(廳首)로 참여 -농민전쟁 당시 대도소장(大都所長)으로 참가 -해월(海月)의 참모로 최 측근에서 보좌 -해월(海月)의 가사(家事) 전담 -국내에서 피신하며 독자적으로 활동하다 체포되어 종신형에 처함 -일진회(一進會)의 도움으로 석방됨 -1907손병희의 뒤를 이어 대도주가 되었으나, 갈등관계로 이듬해 시천교(侍天敎)의 대례사(大禮師)로 취임 -1912년 시천교총부(侍天敎總部)를 조직 -1925년 충청남도 계룡산에 들어가 신도안에 새로운 종파를 세워 상제교(上帝敎)라 칭하고, 스스로 교주가 됨
해월(海月)과의 관계	-매제(妹弟)간. 손 위 처남	-사위. 첫째 부인(海月의 庶女)

5.김연국(金演局)의 의식(意識)

  김연국(金演局)선생은 1873년 동학(東學)에 입문(入門)한 후 해월(海月)신사의 총애를 받아, 신사의 서녀(庶女)와 혼인을 하고, 1896년에는 신사로부터 전발심법(傳鉢心法)을 받아 종통(宗統)전승을 하였으나 1898년 신사께서 관에 체포되어 교수형을 당하자 김선생은 자연히 동학(東學)의 수령으로 지목되어 피신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1900년 6월 2일 공주(公州) 무성산(武盛山)에서 해월(海月)신사의 향례(享禮)를 거행하던 중 관헌에 체포되어 4년간 옥살이를 하다가 1904년 12월에 석방되었다. 그 후 손병희(孫秉熙)선생과 다시 손잡고 의논을 거쳐 1905년 동학(東學)을 천도교(天道敎)로 개칭하기도 하였으나 뜻이 서로 맞지 않아 이용구(李容九)가 창도(創道)한 시천교(侍天敎)에 들어가 대례사(大禮師)가 되었다. 그러나 이용구가 죽은 뒤 송병준(宋秉俊)· 박형채(朴衡采) 등이 교권(敎勸)을 마음대로 좌우하게 되므로 여기서 다시 탈퇴하여 1913년 서울 가희동에 시천교총부(侍天敎總部)를 세웠다.

  선생께서는 1920년 김두한(金斗漢)· 정창신(鄭昌晨)· 유인영(柳仁榮)· 등을 충청남도 계룡산 신도안〔新都內〕으로 보내 장차 시천교(侍天敎)의 본부를 이곳으로 옮길 준비를 시켰다. 그리하여 1921년에는 용동리(龍洞里)에 대본원(大本院)을 건립하였고 1922년에는 석계리(石溪里)에 본 교당을 건립하였다. 4년여의 준비작업 끝에 2천여 명의 신도들을 이끌고 1925년 6월에 계룡산으로 이전하여 교명을 상제교(上帝敎)로 바꾸었다. 그 뒤 활발한 경제활동 교육활동 사회사업을 전개했다. 신도안 일대의 토지가 대부분 본교 소유였으며 10정보나 되는 상전(桑田)을 경영하기도하고, 신도초등학교의 전신인 신도유신학교를 세워 교육에도 종사했다. 자성보양원(自省保養院)이라는 자선기관과 수예원(手藝院)이라는 인재양성 기관도 운영했다. 이같이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1944년 8월 7일 신도안에서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운 상제교(上帝敎:일명 天進敎)의 신앙의 대상은 한울님(上帝, 天主)이다. 수운(水雲)· 해월(海月)· 구암(龜菴)을 삼성인(三聖人)이라 하여 한울님의 화신으로 신봉 한다. 천단(天壇)을 설치하여 여기에 제세주(濟世主) 최수운(崔水雲) 대신사(大神師)· 최해월(崔海月) 대법사(大法師)· 김구암(金龜菴)선생의 영정을 안치하고 있다. 제세주(濟世主)는 무궁무극(無窮無極)하고 지령지성(至靈至聖)한 천령(天靈)으로 지기지령(至氣至靈)의 조화권능(造化權能)을 수출(首出)하여 무극대도(無極大道)를 세상에 널리 펼 책임을 가졌으며, 대법사(大法師)는 선사(先師)의 심법(心法)을 전수하여 대도의 종통(宗統)을 계승하고 본교의 모든 것을 주재하며 교주의 위(位)를 갖는다. 이 삼성(三聖)이 각기 역할을 분담하면서도 삼위일체(三位一體)가 되어 상제교(上帝敎) 신앙의 대상으로 모셔지고 있다.

  상제교(上帝敎)의 근본교리와 우주관(宇宙觀)이나 인간관(人間觀) 등이 대체적으로 천도교(天道敎)의 사상과 이념을 그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천하만물(天下萬物)이 한울림의 기운으로 화생하니 뭇 생령이 한울님을 모시지 않은 것이 없다(無非侍天). 사람과 한울의 이치를 따로 찾을 수 없고(天人一理), 사람 외에 하늘이 없으며(人外無天), 한울님은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한다(天外無人).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은 한울님의 기운으로 영육혼연일체(靈肉渾然一體) 속에 이루어진 것이라 사람이 곧 한울인 것이다(人是天). 그러므로 그동안의 종교에서와 같이 관념적(觀念的)· 미신적(迷信的) 신앙을 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발견 할 수 있는 우리 인간을 믿고 사랑하고 아낌으로써(事人如天) 공익을 실현하는 지상천국 건설을 목적과 이상으로 한다. 사후(死後)의 천당이나 극락을 꿈꾸며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동을 지양하고 스스로 윤리적 도리를 자율적으로 행하여 상부상조(相扶相助)· 동아수명(同我壽命)· 동아복락(同我福樂)· 할 것을 큰 이상(理想)으로 한다. 즉 사람이 곧 한울이니 사람 섬기기를 한울같이 하여 민족 계급 귀천(貴賤) 등 일체 차별을 타파하고 현세를 성세화(聖世化)함으로서 포덕천하(布德天下)· 광제창생(廣濟蒼生)· 보국안민(輔國安民) 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제세주(濟世主) 최제우(崔濟愚)대선사의 ‘시천주(侍天主)’라는 신관(神觀)에서 비롯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동경대전(東經大全)』이나 『용담유사(龍潭遺詞)』에는 두 가지 신앙대상에 대한 명칭이 ‘천주(天主)’와 ‘하느님(한울림)’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수운(水雲)대선사께서 순도(殉道)하기 전에 천주(天主)와 하느님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천주(侍天主)’에 대한 두 가지의 해석을 단서로 살펴보아야 한다. 두 가지의 해석이란 즉 하나는 하느님은 초월자(超越者)이나 부모님 같이 섬길 수 있는 인격적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다른 하나는 사람은 누구나 나면서부터 하느님을 모시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입장이어서, 곧 하느님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함과 동시에 인간밖에 존재하는 초월자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점이 수운(水雲)대선사의 신관(神觀)이라 하는 점에서 대선사의 신관(神觀)은 무속적인 원천(源泉)에 근간(根幹)을 두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상제교(上帝敎)의 교리(敎理)는 하느님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음으로 사람이 곧 한울이라, 사람 섬기기를 한울 섬기듯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현세를 성세화(聖世化)함으로서 포덕천하(布德天下)· 광제창생(廣濟蒼生)· 보국안민(輔國安民) 할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무속적인 신앙에서 현실주의적 신앙으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종통(宗統)은 역시 동학(東學) 사상인 ‘시천주(侍天主)’에서 비롯함으로 천도교(天道敎)의 교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김연국(金演局)선생은 결국 동학(東學)사상으로 보국안민(輔國安民)을 꾀하고자 하는데 전념한 것이다. 그리하여 평생을 쫓기는 몸이면서도 교역자(敎役者)로서의 길을 버리지 못하고, 그 길을 스스로 택했던 것이다.

  손병희(孫秉熙)선생과 결별한 이유도 종교적인 활동보다는 정치적 활동에 치우치는 행태에서 비롯되었으며, 시천교(侍天敎)에서 출교(出敎)할 때도 역시 송병준(宋秉俊)이나 박형채(朴衡采)등이 다분히 정치적 목적으로 교권(敎權)을 행사하는 것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김선생이 추구하는 동학(東學)정신을 지키기 위한 종교 지향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김선생을 친일세력(親日勢力)으로 매도(罵倒)하는가 하면 개인의 부(富)나 챙기는 부도덕한 종교인으로 폄하(貶下)하고 있다.

  김연국(金演局)선생이 친일세력(親日勢力)이었다면 왜 일경(日警)으로부터 심한 감시를 당하며, 평생을 은둔(隱遁)자로 쫒기며 살아야만 했을까? 선생의 말년에 있었던 일경(日警)의 감시 활동이 어떠했는지 그의 후손인 명기(明起)씨의 증언(證言)을 다시 살펴보기로 한다.

돌아가실 때는 일본순사들이 집을 에워싼 상태에서 자손대표, 할아버지 한 분, 손자 하나 교인 대표 한 명만 불러 임종하시면서 말씀하신 것은 밖에 나가서 발설하시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교인들을 전부 격리시키고 그렇게 돌아가셨어요. 그 내용은 못 들었지요. 신도안에서 서울을 가려면 두계역으로 8km를 나가야 해요. 두계 파출소가 있는데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해서 신도안에다 지소를 하나 세워놓고 아침마다 출근해서 지키고 있다가 서울에 출타를 하면 두계역까지 따라 나온대요. 기차 타신 것을 보려고. 서울역에 딱 내리면 거기서 또 일본형사가 따라 붙는데요. 이렇게 요시찰 인물로 평생을 사신 거요.

그뿐만이 아니다. 『일제침략하한국36년사(日帝侵略下韓國36年史)』에 기록된 자료를 보면 1921년 9월9일 <한국인민치태평양회의서(韓國人民致太平洋會議書)>에 대한민족대표단명단(大韓民族代表團名單)에 혈성단(血誠團)의 일원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동년 11월 19일자 독립신문(獨立新聞) 1면에는 시천교(侍天敎)대표로 명단에 올라있다. 이 두 자료를 보더라도 김선생은 친일파(親日派)인 이용구(李容九)나 송병준(宋秉俊)등과 뜻을 같이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천교(侍天敎)대표직에 있으면서도 혈성단(血誠團)의 일원으로 대표단 명단에 올라있음을 알 수가 있고, 이보다 앞서 같은 해 7월 9일 경상북도경찰부고등경찰요사(慶尙北道高等警察要史) 조선총독부편 조선의 유사종교(朝鮮總督府編朝鮮의 類似宗敎)에 <이달 중에 金派侍天敎를 分設한 金演局>의 내용을 보면

이달 중에 金派侍天敎를 分設한 金演局은 종래 侍天敎가 一進會의 後身으로써 政治的色彩가 있고 또 賣國奴 등의 評이 있어 布敎上世人의 誤解를 避하기 위하여 上帝敎라 改稱하고 京城 堅志洞에서 忠淸南道 論山郡 豆磨面에 本部를 移轉하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위 예문(例文)에서 ‘정치적 색채가 있고, 또 매국노(賣國奴) 등의 평이 있어 포교(布敎)상 세인(世人)의 오해를 피하기 위하여’ 상제교(上帝敎)라 개칭하였다고는 하나, 당시에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유사종교(類似宗敎)단체가 생겨남으로, 정부나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에서 이를 승인(承認)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시천교(侍天敎)가 지향하는 것이 종교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친일(親日) 지향적이기 때문에 분파(分派)하였다는 점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 또 개인의 부(富)나 챙기는 부도덕한 종교인으로 보는 것도 그렇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신도안에 상제교(上帝敎)를 세우고 나서 경제(經濟)와 교육사업(敎育事業)에 힘쓰면서 상제교(上帝敎)의 재정(財政)이 급격히 확충되어 신도안 일대의 토지 대부분을 소유하게 되었고, 10여 정보의 상전(桑田)을 경영하기도 하였다고는 하나, 이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모두가 본교(本敎)의 소유였다. 그리고 개인의 부(富)를 챙겼다면 교육 사업은 무슨 목적으로 전개했을까? 하는 점에서 선생을 친일세력이나 부도덕한 종교인으로 단정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를 반증(反證)이라도 하듯 장병길(張秉吉)씨는 <계룡산하의 신앙>이란 글에

.....

조선시대에는 계룡산 신도안을 중심으로 한 신앙과 풍수도참이 대단히 성행했으나, 대한제국 말기까지 이 신도안에는 사람이 거의 살지 못했다. 누구든지 이곳에 들어와 득세하는 기미만 보이면 〈정감록〉을 꿈꾼다 하여 관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신도안은 일반인이 들어와 살 수 없는 곳으로서 대부분의 토지가 황무지로 남아 있었다. 신도안이 집단적 거주지가 된 것은 1924년 동학 계통의 신종교인 상제교(上帝敎) 교주 김연국(金演局)이 황해도·평안도의 신도 2,000여 명을 이끌고 이주해온 이후부터였다. 상제교는 갑오농민전쟁 당시 손병희(孫秉熙)와 더불어 북접(北接)의 간부로 활약했던 김연국이 손병희의 천도교에서 분립하여 시천교(侍天敎)를 창립했다가 1924년 새롭게 개정한 명칭이다. 그 당시의 인구자료를 보면, 신도안에는 1918년 이전에는 584호에 2,667명이 살았으나, 김연국이 본격적인 이주 준비를 한 1921년에는 1,428호에 6,275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상제교는 천도교와 결별한 김연국에 의해 주도되면서 일체의 정치적 활동을 중지할 것을 표방하고 신도안으로 이주해왔다. 따라서 김연국은 계룡산과 신도안이 갖고 있는 정치·혁명적 함의(含意)를 배제하기 위해 애썼으며, 신도안을 새로운 국가의 서울이 아니라 종교의 서울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정치 혁명적 성격의 탈색은 이후 이곳에 자리 잡은 많은 신종교나 민간신앙 단체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즉 이곳에 자리 잡은 단체들은 모두 현실사회의 부정과 십승지지로의 피난 및 은둔, 그리고 후천선경(後天仙境)의 도래를 확신하면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정치적인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탈정치화의 특성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

라고 적고 있다.

  김연국(金演局)선생은 태어나던 해에 부친이 사망하여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야 했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 모친마저 잃게 되자 숙부인 병내(秉鼐)씨 집에 의탁하여 살다가 동학(東學)에 입문한 인물이다. 동학(東學)에 입문한 대부분의 교도(敎徒)들이 그렇듯이 집안이 어렵거나, 출신성분이 좋지 않은 서민층이었기 때문에 사사로이 부(富)나 챙기었다면 과연 포교(布敎)가 가능했으며, 교도(敎徒)들이 스스로 따랐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임으로 이를 잘 아는 김선생은 교도(敎徒)들에게 무리하게 강요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간과(看過)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동학(東學)당시에 각종 의식행사나 『동경대전(東經大全)』『용담유사(龍潭遺詞)』간행비용 등을 교도(敎徒)들이 스스로 부담하고. 천도교(天道敎)에서 시행한 성미법(誠米法)제도에 따른 것도 오로지 교도(敎徒)들의 자의적이었듯이 상제교(上帝敎)의 재정(財政) 또한 순전히 교도(敎徒)들의 자율적인 참여에서 이루어 졌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 김연국(金演局)선생에 대하여 친일세력이라거나 비도덕적 종교인이라고 폄하(貶下)하기보다는 동학(東學)의 제3대 지도자로서의 김선생은 종교적인 면에서 실로 새롭게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6.김연국의 연보

1세(1857년):강원도 인제군 남면 신월리 에서 출생(2월13일).

부친 사망(4월27일)

4세(1861년):숙부 집에 의탁(인제군 남면 무의매리)

15세(1872년):해월(海月)신사의 제자가 되어 항시 곁에서 보좌함

19세(1876년):모친 사망(4월27일)

26세(1883년):동학교단의 핵심적 인물이 됨

36세(1893년):광화문 복합상소(伏閤上疏) 때 청수(廳首)로 참가

해월(海月)신사로부터 구암(龜菴)이란 도호(道號)를 받 음

37세(1894년):제2차 동학농민 봉기 때 대도소장(大都所將)으로 참가

44세(1900년):강원도 양구군(楊口郡) 사명산(四明山)아래로 이사

45세(1901년):이민직(李敏稷)에 이하여 피착(被捉) 종신형을 받고 경성 감옥에 수감

48세(1905년):일진회(一進會)의 도움으로 석방

손병희 선생과 함께 천도교(天道敎) 창도(創道)

49세(1906년):천도교(天道敎) 대도주(大道主) 승계(12월 일)

50세(1907년):시천교(侍天敎)의 대례사(大禮師)로 취임

56세(1913년):시천교총부(侍天敎摠部) 조직

68세(1925년):충남 계룡산으로 이거(移居). 상제교(上帝敎)를 세우고, 교주(敎主)가 됨

87세(1944년):8월7일 지병으로 사망.

7.문을 닫으며

  김연국(金演局)선생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동학(東學)이나, 천도교(天道敎)의 교리(敎理)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는데다, 많은 자료를 접할 수 없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일부 자료에만 국한하여 살폈음으로 다소 불충분한 마음 없지 않으며, 지나치게 편견(偏見)은 없었는가 자문(自問)도 해본다. 그러나 인제지역의 동학(東學)운동하면이제까지 동경대전(東經大全)을 간행한 곳으로만 알고 있었으나, 정선(旌旋)이나 영월(寧越)과 더불어 강원도 동학(東學)활동의 거점지역 이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관련 인물들도 김연국(金演局)선생을 비롯하여 김계원(金桂元)· 김병내(金秉鼐)· 김연순(金演順)· 김연순(金演淳)· 김현수(金顯洙)· 장춘보(張春甫)· 이명수(李明秀)· 최영서(崔永瑞)· 허찬(許燦)· 김연호(金演鎬)· 김현경(金顯卿)· 김윤경(金允卿)등을 알게 된 것은 대단한 수확이었다. 따라서 기회가 되면 인제지역의 동학활동과 관련인물들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기로 하고, 아쉬운 대로 문을 닫고자 한다.

<參考資料>

『大先生 事蹟』

『海月先生文集』

『上帝敎歷史』

『시천교종역사』

『崔先生文集道源書記』

『天道敎敎會史草稿』

『韓國獨立運動사』자료2(臨政編)

『日帝侵略下36年史』

『전봉준과 그의 동지들』

『江原道麟蹄地域崔時亨의行蹟과東學記念物』연세대학교교육대학원 한승봉의 석사학위논문

『麟蹄郡史』

『東學史』

『天道敎創建史』

<계룡산하의 신앙> 한국 브리태니커 온라인.

<http://members.britannica.co.kr/bol/topic.asp?article_id=b01g3365a>[2011. 2. 18자 기사]

김성철.웹문서에서인용

.www.wth.or.kr/dictionary/dic_view.asp?lm=word&n=4535&ok=1&om=0&...

[여름날]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

[권혁진]

대단하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목천]

혹시 호를 '귀암'이라고 읽어야 하지 않을까요?

[표계]

귀암으로 읽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 문제에 대해선 더 공부를해야겠군요.

[목천]

거북이라는 뜻이라면 '귀'로 읽어야 합니다.
'거북 귀'자는 거의 귀로 읽어야 하는 것을 요즘은 '구'로 읽는데 이는 '귀감'이라는 단어를 상고하면 오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