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尊 爾時窮子 傭賃展轉 遇到父舍 住立門側
세존 이시궁자 용임전전 우도부사 주립문측
세존이시여, 그 때, 궁벽한 아들은 품을 팔면서 이리 저리 흘러다니다가, 우연히 아버지가 사는 집에 도달하여, 대문 옆에 머물러 서 있었습니다.
遙見其父 踞師子床 寶几承足 諸婆羅門 刹利居士 皆恭敬圍繞
요견기부 거사자상 보궤승족 제바라문 찰리거사 개공경위요
멀리서 그 아들이 아버지를 보니, 사자좌에 앉아서 보배로 만든 받침대에 발을 올리고, 모든 바라문과 관리와 거사들이 모두 공경하여 둘러싸고 모시고 있었습니다.
以眞珠瓔珞 價値千萬 莊嚴其身 吏民僮僕 手執白拂 侍立左右
이진주영락 가치천만 장엄기신 이민동복 수집백불 시립좌우
값어치가 천만 냥이나 되는 진주와 영락으로 그 몸을 장엄하였고, 관리인과 하인들이 하얀 불자(拂子)를 손에 들고 좌우에서 시립(侍立)하여 모시고 있었고,
覆以寶帳 垂諸華幡 香水灑地 散衆名華 羅列寶物 出內取與
복이보장 수제화번 향수쇄지 산중명화 나열보물 출내취여
보배 휘장을 두르고, 화려한 번기을 드리우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갖가지의 훌륭한 꽃을 땅에 흩고, 보물들을 벌여놓고 내고 받아드리나니,
有如是等 種種嚴飾 威德特尊
유여시등 종종엄식 위덕특존
이와 같은 등등이 갖가지로 장엄하게 장식하여 위엄과 덕이 특히 존귀하였습니다.
窮子見父 有大力勢 卽懷恐怖 悔來至此 竊作是念
궁자견부 유대력세 즉회공포 회래지차 절작시념
빈궁한 아들이 아버지를 보니, 대세력을 가지고 있어서, 즉시 두려움을 느끼고, 여기에 온 것을 후회하며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此或是王 或是王等 非我傭力 得物之處 不如往至貧里 肆力有地 衣食易得
차혹시왕 혹시왕등 비아용력 득물지처 불여왕지빈리 사력유지 의식이득
이 분은 혹시 왕이거나 왕과 동등하신 분일 것이나니, 내가 품을 팔 곳이 아니로다. 차라리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서 품을 팔아 옷과 음식을 쉽게 구하는 것만 같지 못하리라.
若久住此 或見逼迫 强使我作 作是念已 疾走而去
약구주차 혹견핍박 강사아작 작시념이 질주이거
만약 여기에 오래 머물러 있게 되면, 혹시 나를 보게 되면 핍박하여 강제로 나에게 일을 시킬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빨리 달려서 그 곳을 떠났습니다.
時富長者 於師子座 見子便識 心大歡喜 卽作是念 我財物庫藏 今有所付
시부장자 어사자좌 견자변식 심대환희 즉작시념 아재물고장 금유소부
때에 부유한 장자는 사자좌에서 쉽게 아들을 알아보고 나서, 마음에 크게 기뻐하여, 즉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의 창고에 가득한 재물을 이제 부탁할 곳이 있겠구나.
我常思念此子 無由見之 而忽自來 甚適我願 我雖年朽 有故貪惜 卽遣傍人 急追將還
아상사념차자 무유견지 이홀자래 심적아원 아수년후 유고탐석 즉견방인 급추장환
내가 항상 마음 속에 아들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만날 길이 없었더니, 이렇게 홀연히 스스로 돌아 왔나니, 나의 오랜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도다. 내가 비록 늙었지만, 탐하고 애석한 마음이 있는 까닭으로, 즉시 사람을 보내어 급히 쫓아가서 장차 돌아오도록 하여야 하겠구나 생각하였습니다.
爾時使者 疾走往捉 窮子驚愕 稱怨大喚 我不相犯 何爲見捉
이시사자 질주왕착 궁자경악 칭원대환 아불상범 하위견착
그 때, 심부름하는 이가 빨리 달려가 쫓아가서 그 사람을 붙잡으니, 빈궁한 아들은 경악하여 원통하다고 크게 울부짖으면서 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어찌하여 나를 붙들어 가는가 하였습니다.
使者執之愈急 强牽將還 于時窮子 自念無罪 而被囚執 此必定死 轉更惶怖 悶絶躄地
사자집지유급 강견장환 우시궁자 자념무죄 이피수집 차필정사 전갱황포 민절벽지
심부름하는 사람은 더욱 급하게 붙들고 강제로 묶어서 데려가고자 하였습니다. 때에 빈궁한 아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죄도 없이 잡혀 가게 되었나니, 필경 죽는 것은 정해진 사실이라 생각하고, 더욱 번민하고 두려워하여 땅에 쓰러져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父遙見之 而語使言 不須此人 勿强將來 以冷水灑面 令得醒悟 莫復與語
부요견지 이어사언 불수차인 물강장래 이냉수쇄면 영득성오 막부여어
아버지가 멀리서 이러한 광경을 보고 심부름하는 이에게 말하기를 그 사람을 강제로 데려오지 말고, 찬물을 얼굴에 뿌려서 깨어나게 하고, 다시 다른 말을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所以者何 父知其子 志意下劣 自知豪貴 爲子所難
소이자하 부지기자 지의하열 자지호귀 위자소난
왜냐하면, 아버지는 아들의 생각이 용렬한 것을 알고, 자기의 큰 부귀가 아들에게는 매우 감당하기 어려운 일임을 알았습니다.
審知是子 而以方便 不語他人 云是我子
심지시자 이이방편 불어타인 운시아자
자세하게 살피어 아들 임을 확인하게 되었지만, 방편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이 사람이 자기의 아들임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使者語之 我今放汝 隨意所趣 窮子歡喜 得未曾有 從地而起 往至貧里 以求衣食
사자어지 아금방여 수의소취 궁자환희 득미증유 종지이기 왕지빈리 이구의식
심부름하는 이에게 내가 이제 너를 놓아 줄 터이니, 마음대로 가라고 하라고 말하게 하였습니다. 빈궁한 아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서 기뻐하면서 땅에서 일어나 가난한 마을을 찾아가 의식을 구하였습니다.
爾時長者 將欲誘引其子 而說方便 密遣二人
이시장자 장욕유인기자 이설방편 밀견이인
그 때, 장자가 장차 그 아들을 유인하여 데려오고자 하여, 방편으로 비밀리에 두 사람을 아들에게 보냈습니다.
密遣二人 形色憔悴 無爲德者 汝可詣彼 徐語窮子
밀견이인 형색초췌 무위덕자 여가예피 서어궁자
비밀리에 보낸 두 사람은 형색이 초췌하여 별 볼일이 없는 사람처럼 꾸미고, 너희들은 거기에 가서 빈궁한 사람에게 이르기를,
此有作處 倍與汝直 窮子若許 將來使作
차유작처 배여여치 궁자약허 장래사작
저기에 가면 일할 곳이 있는데, 너에게 품삯은 배로 준다고 말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빈궁한 사람이 만약 허락하거든 데리고 와서 장차 일을 시키도록 하게 하였습니다.
若言欲何所作 便可語之 雇汝除糞 我等二人 亦共汝作
약언욕하소작 변가어지 고여제분 아등이인 역공여작
만약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거든, 방편으로 말하기를 너를 고용하여 똥을 치는 일인데 우리 두 사람도 또한 너와 함께 일 한다고 하라고 하였습니다.
時二使人 卽求窮子 旣已得之 具陳上事 爾時窮子 先取其價 尋與除糞
시이사인 즉구궁자 기이득지 구진상사 이시궁자 선취기가 심여제분
때에 두 심부름 꾼은 즉시 빈궁한 아들을 찾아가서 위에서 지시한 일을 자세하게 말하였습니다. 그 때 빈궁한 아들은 먼저 삯부터 받고 나서 똥을 치우며 지내게 되었습니다.
其父見子 愍而怪之 又以他日 於窓牖中 遙見子身 羸瘦憔悴 糞土塵坌 汚穢不淨
기부견자 민이괴지 우이타일 어창유중 요견자신 이수초췌 분토진분 오예부정
그 아버지가 아들을 보니 가엾고 괴이하게 생각하였습니다. 다시 다른 날, 방 안에서 창틈으로 멀리서 아들을 바라보니, 아들의 몸이 야위고, 초췌하고, 똥 흙 먼지 거름으로 더러웠습니다.
卽脫瓔珞 細軟上服 嚴飾之具 更著麤弊 垢膩之衣 塵土坌身
즉탈영락 세연상복 엄식지구 갱착추폐 구이지의 진토분신
그래서 즉시 영락과 가늘고 부드러운 훌륭한 옷과 장엄한 장식품을 모두 벗어 버리고, 때 묻고 허름한 옷으로 갈아 입고 나서, 옷에는 먼지를 묻히고, 몸에는 흙을 바르고,
右手執持 除糞之器 狀有所畏 語諸作人 汝等勤作 勿得懈息 以方便故 得近其子
우수집지 제분지기 장유소외 어제작인 여등근작 물득해식 이방편고 득근기자
오른 손에는 똥치우는 기구를 들고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일군들에게 가서, 너희들은 부지런히 일하고 게으르지 말라 하고, 방편으로 그 아들에게 가까이 다가 갔습니다.
後復告言 咄男子 汝常此作 勿復餘去
후부고언 돌남자 여상차작 물부여거
그런 뒤에 다시 말하기를 가여운 남자여. 너는 항상 여기서 이런 일을 하고, 다시는 다른 곳에 가지 말지니라.
當加汝價 諸有所須 盆器米麵 鹽醋之屬 莫自疑難 亦有老弊使人 須者相給 好自安意
당가여가 제유소수 분기미면 염호지속 막자의난 역유노폐사인 수자상급 호자안의
마땅히 너에게 일에 걸맞게 품삯을 맞추어 줄 것이고, 그릇, 쌀, 밀가루, 소금, 초 등을 계속 대어줄 것이라고 스스로 의심을 풀어 주고, 또한 늙은 심부름꾼에게도 마땅한 급여를 줄 것이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였습니다.
我如汝父 勿復憂慮 所以者何 我年老大 而汝少壯 汝常作是 無有欺怠
아여여부 물부우려 소이자하 아년노대 이여소장 여상작시 무유기태
나는 너의 아버지와 같나니, 다시는 염려하지 말거라. 왜냐하면 나는 나이가 늙은 사람이요, 너는 아직 젊으니, 너는 항상 일할 적에 속이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일이 없어야 하나니,
瞋恨怨言 都不見汝 有此諸惡 如餘作人 自今以後 卽時長子 更與作字 名之爲兒
진한원언 도불견여 유차제악 여여작인 자금이후 여소생자 즉시장자 명지위아
성내거나 원망하는 말을 하지말거라. 나는 네가 나쁜 짓을 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제 이후부터는 즉시 다시 내 아들과 같이 대하겠다고 하면서 이름을 지어 주고 아들이라 불렀습니다.
爾時窮子 雖欣此遇 猶故自謂 客作賤人
이시궁자 수흔차우 유고자위 객작천인
그 때, 빈궁한 아들은 이러한 대우를 받아서 기쁘기는 하였지만, 오히려 스스로 이르기를 손님처럼 천한 사람으로 행동하였습니다.
由是之故 於二十年中 常令除糞 過時以後 心相體信 入出無難 然其所止 猶在本處
유시지고 어이십년중 상령제분 과시이후 심상체신 입출무난 연기소지 유재본처
그로부터 이십년 동안 항상 똥을 치우게 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음의 상태와 몸을 신뢰할 수 있게 되어 어려움 없이 드나들면서도, 거처는 그대로 본래 있던 곳에 머무르게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