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제 글이 올라오길 기다린다는 분이 계셔서 서둘러 한 편을 올립니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지난 해 쓴 글이어서 조금 걱정이 됩니다. 읽으시다 보면 다음엔 더 재미있는 글도 더러 등장할 수도 있을 터이니, 너무 실망하지 마시옵소서.
마음을 내려놓기.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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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내려놓기
수필로 읽는 야구 이야기 (15)
김 세 관
마치 연극의 3요소에서 ‘관객’이 빠질 수 없는 것처럼, 관중이 없는 프로야구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훌륭한 웅변가는 청중이 많을수록 그 진가를 드러낸다고 하지요. 멋진 승부나 진기명기는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질 수 있습니다. 아니, 똑같은 경기일지라도 관중석이 썰렁하면 시시하게 보이고, 만원 관중이 열광하는 경기는 박진감이 느껴지게 되지요. 그것이 저만의 느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이제 33년, 내년에는 10개 구단 체제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더불어 늘어나는 경기만큼 관중도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겠지요. 연간 1,000만 관중 시대도 멀지 않았다고 여겨집니다. 저는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해서 KBO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꼭 확인하는 것이 각 경기장의 관중 수입니다. 많은 관중이 명승부를 지켜보았다면 흐뭇하기 이를 데 없지요.
관중의 숫자는 홈팀의 성적과 비례한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러나 한화는 만년 꼴찌를 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관중 수가 18%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열렬한 응원을 펼치는 충성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충절의 고장인 충청도를 연고로 하는 팀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제가 생각해도 넥센과의 목동 경기에서는 19 : 1로 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응원 열기는 계속되어서 눈물겹기만 했습니다. 지난해엔 개막 13연패를 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여전한 응원 모습을 보고, “한화 팬들은 보살님들 같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지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한화 응원석의 대형 목탁입니다.
주간지인 ‘한겨레21’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화 팬들은 “이겨달라고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두 자릿수 점수 차로 패해도 좋으니 한 점이라도 점수를 내달라고 응원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예전에 롯데 팬들이 “져도 좋다. 재미있게만 져다오.”라고 관중석에 플래카드를 걸었던 일이 있는데, 이보다 훨씬 급수가 높다고 해야겠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제가 열렬한 한화 팬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모처럼 만나게 되면 한화 성적이 바닥이어서 얼마나 속이 상하시느냐고 위로의 말을 하곤 합니다. 저는 “오히려 숨이 막히는 4강 싸움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체념하고 경기 자체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다.”고 답변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어느 한화 팬의 말도 저의 이러한 심정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한화 야구는 워낙 기대치가 낮다 보니, 조금만 잘하면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요. 7점 차의 큰 점수 차이를 극복하고 막판에 역전승했을 때는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또, 어느 팬은 “일단 질 거라고 마음을 내려놓고 관전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이기면 정말 좋을 수밖에 없겠지요.
기아 타이거즈 팬인 서효인 시인은 이런 조언을 했습니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으려면 경기에 너무 몰입하지 말라는 당부였지요. “집에서 중계방송을 본다면 가벼운 독서를 병행하는 것이 좋고, 경기장이라면 수시로 하늘을 쳐다보며 경기 내용을 구름 속에 흘려보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좋지 않은 경기 내용을 구름 속에 흘려보내라는 말은 일본 프로야구의 만년 꼴찌 팀인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팬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저는 또 하나, 한화 야구를 지켜보며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무리 꼴찌 팀이어도 한화의 현재 승률은 4할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사실 삼성의 1위 독주체제는 비정상적이라 할 수 있고, 2위권의 성적이 5할 5푼 정도입니다. 이것을 학생들의 시험 성적과 비교해본 것이지요. 학생의 답안지 점수가 55점이거나 40점이거나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야구가 관중 동원에 성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력 평준화에 의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승률의 차이가 적습니다. 그러므로 꼴찌 팀도 분위기를 타기만 하면, 얼마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말씀을 드리다 보니 제가 같이 근무했던 동료의 재미있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는 술을 좋아하고 ‘고스톱’을 비롯한 취미 활동이 다양해서 퇴근하고 곧장 댁으로 가는 날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라고 합니다. 그의 말이 이렇게 이어집니다. 어떤 바보 같은 이 아무개 선생은 매일 일찍 들어가다가 한 달에 한 번 늦게 들어가서 사모님께 된통 혼나곤 한다는데, 자기는 아주 모처럼 일찍 대문의 초인종을 누르면 사모님과 세 자녀가 현관에 도열하여 박수를 친다는군요. 그렇다면 누가 더 현명하게 사는 거냐고 어깨를 으쓱대며 물어서 크게 웃은 일이 있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삼성 라이온즈는 한 달에 한 번 늦어서 혼나는 경우이고, 한화 이글스는 한 달에 한두 번 일찍 들어가서 환영을 받는 셈이 되겠지요.
전에도 그런 비슷한 말씀을 드린 일이 있습니다. 이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듯이, 한화 팀은 적게 이기면서도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또 으레 이기려니 하는 삼성 라이온즈의 팬이나 한화 팬이나 야구를 보며 느끼는 행복감은 큰 차이가 없을 듯합니다. 어느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 행복 지수가 매우 높다는 말도 이해되는 일입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니, 그래서 생겨난 말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2014. 9. 12>
첫댓글 실망이라니요~~
운영자분이 수정해주길 기다리며.....
감사합니다~~~수필^^
모마일로 다운 받아서 보기가 쉽지 않네요....화면 불러내서 마우스 갖다대서 복사하고 글쓰시는 화면에
부치기 하시면 되는데요. 그래야. 댓글도 한곳으로 집중 되고 좋겠습니다만.....
예! 그렇게 간단한 걸 몰랐군요. 이제 앞으로 첨부파일이 아닌 복사, 붙여넣기로 편리하게 보시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출판사에 원고를 보낼 때는 꼭 첨부파일로 보내라고 해서 꼭 그렇게 하는 걸로 알고 있었지요.
@청도(김세관) 와우~~~ 성공 하셨네요~
수필로 보는 야구~~ 매번 너무 감사히 잘보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
일체유심조 수필로보는 야구 재밌읍니다
김세관 작가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내년 시즌이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