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 쯧쯧 늦은저녁 TV를 보고있던 남편이 한심한듯 혀를 찼다. 화면에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경찰서 보호소 구석의 남녀들. 비밀댄스홀에서 어두운 조명아래 춤을 추다 끌려온 모양이다. 남편은 부도덕하고 선정적인것으로 생각을 이끌고 있었다.
남편 도대체가 우린 너무 쉽게 익명이 될수 있어서 탈이야.
도심에서는 버스정류장 하나만 벗어나도 우리를 알아볼수 없다. 이런 익명성의 획득은 사람을 대담하게 만든다. 그런 남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반발처럼 떠오르는 옛일이 있다. 마땅히 남편에게 죄스러워하고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야 하지만 그저 느닷없고 아득하기만 했던 십여년전의 일이다.
#2. 깨철이
조은하.. 난 그해 이른봄 갓 교대를 졸업하고 깡촌 초등학교에 부임했다. 군청소재지에서 60리. 거기서도 높고 험한재를 두개나 넘어야 되는 산골이었다.
하루에 5대밖에없는 버스를 겨우 잡아타고 담배가게 앞에 내린다.
깨철... 동네 넝마주이인가? 침을 흘리고 입을 벌인채 게슴츠레한 눈빛 그러나 나를 발견하고 부릅뜬 눈엔 살기가 있고 눈동자엔 말로 표현안되는 강렬함이 묻어나온다.
담배가게주인 깨철이 이놈아~! 너 아까부터 거기 앉아서 뭐해?
대여섯살은 많아 보이는 깨철이에게 누구도 존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를 바보멍청이라 말한다. 초등학생부터 아낙네까지 모두 ...
궁금한것은 그의 출신이었다 그 고장에서 나고 자란것도 아니고 누구의 피붙이거나 친척도 아니다. 어느 해인가 흘러들어와 마흔이 넘는 그때까지 어른에게도 깨철이요 아이들에게도 깨철이로 살아온것이다.
#3. 동족부락
그 동네는 전체가 서로서로 물밑 들여다 보듯 아는 사이다. 이른바 동족부락이라고 할까? 태반은 멀건 가깝건 혈연으로 묶여있어 남녀모두 탈선이란건 상상도 엄두도 못낼일이다. 남북으로 지나가는 실낱같은 국도외에는 사방이 산으로 겹겹이 둘러쌓여있고 이렇다할 특산물도 없어 타성들의 유입이 별로 없는 탓이다.
깨철이를 바보멍청이라 불러도 그를 쫓아내거나 이상하리만치 생계를 챙겨준다.
깨철 밥 좀 주라.
담배가게 주인 등신이라도 먹어야 살지. 야~! 깨철이한테 밥 한그릇 말아줘라.
국밥을 정신없이 부어 마시는 깨철이
깨철 잘 먹고 간다
담배가게주인 고맙다고 인사는 안하냐?
깨철 내 먹을 밥 내가 먹고 가는데 먼 소리야?
잠자리도 마찬가지였다.
깨철 너네 집에 잠좀 자고 가자.
철물점 주인 목욕하면 재워줄게
깨철 쓸데없는 소리.. 이불 필요없어. 불 땐 방이면 된다.
대게 그렇게 되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4. 세탁소주인 화천에게 얻어맞는 깨철
오래지않아 희미한 암시같은 사건이 하나 벌어졌다. 부임한지 6개월. 퇴근길 하숙집 앞 공터에서 큰 소동이 있었다. 세탁소주인 화천이 깨철이를 몽둥이로 두들겨 패고 있었다. 자기 마누라와 잤다는 것 같은 암시다. 두들겨패는 화천도 웅크리며 두들겨맞는 깨철도 둔탁한 몽둥이소리외는 아무말도 없다. 민방위훈련처럼 정기적으로 있는 일인듯 하다.
동네사람1 이 사람 화천. 이 무슨일이야? 집안끼라 보고있는데 별일이야 있겠어?
동네사람2 화천아저씨. 진정해요. 이 빙신이 무슨짓을 하겠어요?
동네사람3 화천댁 체면도 생각해줘요. 설마 바보 고자 깨철놈하고 무슨일 벌이겠냐고.
나이가 지긋한 여자들도 말리는데 그가 병신.고자라는것이 마치 우리를 구해줄 부적인듯한 암시다.
#5. 그리운 약혼자 영식
동족부락에 온지 1년이 지난즈음 친구들과 바다로 휴가갔다가 그당시 대학교4학년이던 영식을 만났다. 처음에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바람이련가 했지만 차츰 우리는 뜨겁게 발전했다. 고향.취미.성격상의 닮은 꼴이 빨리 가깝게 만든 까닭이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영식의 편지를 읽는것과 거기에 꼬박꼬박 답장 하는것만으로도 밤이 짧을 지경이었다.
하루는 답장을 적다가 방음이 전혀 없는 시골집에서 옆집 부부의 사랑나누는 소리가 너무나도 실감나게 들려 살골짜기와 옹달샘이 뜨거워져 주체를 할수 없는 지경이다. 영식과의 사랑을 상상하며 내 심장은 한껏 멈춰지지가 않는다.
약혼을 하고 군대 영장이 나왔다. 그 무렵을 전후하여 나는 이미 남자를 깊이깊이 아는 여자가 되어있었다.
#6. 깨철이와 물레방아
예상치 못한 월남전 파병소식에 아연실색 하였다. 월남으로 가는것을 죽을 땅으로 가는것처럼 절망적인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 공포는 이내 남편에 대한 그리움으로 불타올라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 뜨겁게 타오르게 하는 세찬 그리움의 불꽃이었다.
파병전 만나겠다는 속달우편에 얼마나 반갑던지 단 한번 , 단 한번이라도 그의 품에 안기고 싶다. 다시 한번 따뜻한 그의 체온과 뜨거운 숨결을 느끼고 싶다.
온다는 그이는 오지 않았다. 친구와 술마시느라 막차를 놓쳤다는 남편의 속달답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내 마음을 아는지 새찬 소나기가 내린다. 하숙집으로 뛰어가야했다. 중간쯤 왔을까 새찬 빗줄기에 물레방아 창고에 비를 피해본다.
작은벌레의 스멀스멀한 낯선 온기가 느껴진다.
깨철이다.
처음 부임했을때 마주쳤던 강렬했던 눈빛의 깨철 물레방아 창고안을 자세히 살피지않은 내 실수다.
깨철 오후내내 지켜보고 있었지. 정류소에서 안절부절 못할때부터 넌 그때 이미 젖어있었어..
쏟아지는 소나기 빗줄기 탓일까? 물레방아는 세차게 돌아가고 있다.
은하 뭐하는 짓이야..? !!!
학급반 아이들처럼 앙칼스럽게 손을 뿌리쳤다. 거칠고 둔탁한 그의 손길을 막는건 역부족이었다.
첫댓글 언제 개봉하나요??? ㅎ
배우 모집 합니다
마치 TV 문학관을 보는 것 같아요~ㅎ
저도 베스트셀러극장 생각났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소설중에서도 단편
단편중에서도 7씬 인데요
요약합니다.
어느 동족부락에 깨철이라는
바보 모지리가 살았어요.
부락의 아녀자를 돌아가며
나쁜짓 하고 다녔어요.
그래도 나름 룰은 지켰죠.
한번만 하되 그것도 보안을 지켰죠.
부락사람들은 알아도 모른척
먹여주고 재워주고 거둬들여요.
3인칭 여교사시점으로 지켜보았고
3인칭도 1인칭으로 끝내 당해요.
이것을 익명의섬으로 이쁘게 포장했어요
조은하 역을 누가...?
글쎄요. 아직 지원자가 없네요.
골든형님 깨철이 어떠세요 ㅋㅋ
@불멸의테란 좋긴한데 ... 그냥 영식이로요~ㅎ
@골든타임
대사도 얼마 없는데 꽁으로 가시겠다? ㅋ
@골든타임 이수일과 심순애 연극할때 이수일역을 맡아본적은 있는데...ㅎ
놔라! 동대문시장에서 산 천원짜리 단벌바지 찢어진다.
영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탐이 났더란 말이냐~
@골든타임 중배구나 참...김중배
@골든타임
예술적 재능이 있으셨군요
김중배의 💎 다이아
대단했죠
@불멸의테란 비도 나리고 옛날생각도 나고...
보슬보슬 비가 내리니
엠티 갔던 생각도 나고
좋네요~ ㅎ
@골든타임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책보고 있습니다
쉴때는 진짜 꼼짝 안해요.
즐겁게 휴일 보내십시요
@불멸의테란 네. 휴일 충전 많이 하세요~ㅎ
제가 읽을때는 깨칠이 였는데 깨철이로 바꼈나 보네요.
책에 깨철이로 나와서
그대로 썼습니다
@불멸의테란 요즘 책은 깨철이로 나오나 보네요. 예전 책은 깨칠이로 나 와서 우스게 소리로 여기저기 돌아 다니며 기웃거리는 친구를 깨칠이 같은놈 이라고 놀리곤 했었거든요.
@하루루
깨칠이가 귀에 더 잘 감깁니다...^^
@불멸의테란 네이버에 검색 해보니 어떤책은 깨칠이로 나오고 나무위키에는 깨철이로 나오네요. 제가 80년 대에 읽어서 칠이 맞는지 철이 맞는지 모르겠으나 나무의키 요약에는 철로 나오네요. 칠이 더 인물에 부합하는것 같습니다.
@하루루
네 저도 깨칠이가 더 부합해 보입니다
좋은 조언과 방문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