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홀리데이 인 '치앙라이Chiang Rais'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컬러풀한 색의 도시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제 여행자의 도시를 떠나 치앙라이로 향한다. 어젯밤 치앙마이 ‘나이트마켓’ 광장에는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wind)’이라는 밥 딜런(Bob Dylan) 원곡의 노래가 버스킹 가수의 통키타 선율과 목소리로 울려 퍼졌다. 2016년 음악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까지 밥 딜런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로 반전운동을 대변하는 노래로 잘 알려진 노래다. 오랜만에 이국의 땅에서 듣는 그 노래의 여운이 채가시지 않아 달리는 차 안에서 마음속으로 흥얼거려 본다.
「사람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자유라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사람은 얼마나 여러번 고개를 돌리고 외면할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속에 있다네
불고 있는 바람 속에서 날아가고 있다네」
지나가는 작은 마을들은 우리나라 온실에서나 볼 수 있는 ‘부겐베리아’ 선홍색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치앙마이주와 치앙라이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쿤째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118번 왕복 4차선 도로를 따라 3시간 정도 소요되는 태국 최북단 도시. 치앙라이로 가는 중간쯤에 ‘메카짠 온천’이 있어 잠시 쉬어간다.
온천을 노천으로 흘려 무료로 발을 담글 수 있는 시설이 설치되어 여행자의 휴게소 역할을 한다. 역시 오늘도 날씨는 좋다. 새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마음을 청아하게 한다. 치앙라이주를 진입하여 도심으로 직진하지 않고 구글지도의 ‘Rural Road 3037’이라고 표기된 지방도로를 따라 산길을 오른다. Rural Road는 곧 ‘시골길 3037’이라는 뜻이다. 구불구불한 산길. 도로 아래로 기암의 봉우리들이 메수아이댐Mae Suai Dam의 물에 비치는 뷰포인트를 지나 차는 구불구불 산길을 곡예처럼 잘도 달려 해발 고도 1,000m를 훌쩍 넘기며 고산을 오르고 있다.
해발1,000m 구불구불한 산길 달려 / 양귀비꽃은 사라지고
태국 치앙라이와 국경을 이루고 있는 미얀마의 ‘샨’주(州)의 산악지형에는 소수민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우리가 마약왕이라고 알고 있는 ‘쿤사’는 1960년대 초 미얀마 ‘샨족’ 반군을 토벌하는 임무를 하다, 산악지형인 그곳에서 양귀비 재배에 앞장서면서 40년 가까이 전 세계 마약의 70~80%를 공급했다. 나중에는 태국, 라오스, 미얀마의 국경에 거주하는 카친족, 라후족 등 소수민족까지 흡수하여 골든 트라이앵글(황금 삼각주)을 마약 밀매의 장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마약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우려와 압박에 점차 고립되다 미얀마 정부군에 결국은 투항한다. 2007년 사망하기까지 여생은 편하게 지냈다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그렇지만 그 잔재는 치앙라이 곳곳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반군 토벌 시에 탈출한 소수민족들이 태국 국경의 고산지역으로 모여들고 그들은 삶을 영위하는 수단으로 화전을 택했다.
치앙라이와 치앙마이 등 태국 북부지역은 매년 2~4월 지독한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요 원인은 산악지역의 화전이다. 그래서 태국 왕실에서는 북부 소수민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로열 프로젝트(Royal Project)'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미얀마와 경계를 이루는 치앙라이주 ‘도이퉁Doi Tung(도이똥)’에는 현 국왕의 어머니이자 전 왕비의 별장이었던 로열빌리와 아름다운 꽃이 가득한 플라워가든인 매파루앙 정원(Mae Fah Luang Garden)이 있다. 왕비는 과거 아편 재배지였던 태국 북부에 1969년 도이퉁 재단을 설립하여 지금의 모습으로 바꾼 인물이다. 도자기, 커피, 차 등을 생산하게 하여 소수민족의 삶을 바꾸게 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도이창 지역의 ‘도이창커피Doi Chang’의 탄생도 그 일환으로 만들어진 샘이다. 반도이창에 있는 ‘아카마을’ 커피재배농장은 예전에는 마약 재배가 이뤄지던 곳이었다. 도이창의 도이Doi는 산, 창Chang은 코끼리를 뜻한다. 태국어로 ‘코끼리 산’이 있어 도이창이라는 지역 명칭이 되었다. 그곳 주변은 아카족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열흘 정도 같이 다녔던 자동차 기사( 11인승 벤을 기사포함 우리돈 하루 80,000원, 연료비 별도 )가 도이창 커피농장을 들르기 전에 아카족들이 운영하는 아카팜AkhaFarm Ville(양떼목장)을 소개하며 자기도 아카족이라고 은근히 말한다. 아카마을에서 재배하는 커피는 800m 이상에서만 자라는 ‘아라비카커피’로 아카마을의 해발 1,000~1,500m의 고산에서 재배된다. 커피농장은 아카족 3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피사새두의 아들 아도파가 농장경영을 하고 농장에 소속된 65농가와 팀을 이루며 최고의 도이창 커피생두를 만들어 내는 협동조합식의 농장으로 발전했다. 태국의 대표적인 커피 와위Wawee, 도이퉁Doi Tung, 아카야마Akha Ama브랜드와 더불어 도이창Doi Chang의 오가닉 유기농 커피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잘 익은 커피체리만을 한 알씩 골라 손으로 직접 수확한 후 자연건조를 통해 판매한다. 호텔의 아침 식사 때마다 제공되는 커피의 맛이 일품이었던 것이 그 이유에서였을까.
아카족들이 사는 농장과 마을들이 있는 해발 1,500m를 정점으로 차 한 대 다닐만한 좁은 산길의 구불구불한 길을 가다 보면 작은 소수부족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산촌들을 만난다. 태국의 주요 고산족으로는 카렌(Karen), 몽(Hmong), 라후(Lahu), 아카(Akha), 야오(Yao), 리수(Lisu)를 꼽을 수 있는데, 그중에 카렌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카렌족은 치앙라이, 치앙마이 등의 북부지역뿐 여러 지역에 흩어져 산다. 그중에 ‘롱넥 카렌’이라는 길이 30cm 정도의 황동으로 만들어진 코일을 목에 두른 여성들의 모습이 언론에 소개되며 세계적으로 카렌족의 명성을 알리게 되었다. 치앙라이에는 ‘5개 부족마을’이라는 관광지가 있으나 우리의 민속촌 정도 되는 목적성 마을일 것이다. 높은 산, 깊숙한 지역으로 들어가야지만 진짜 그들의 삶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골든트라이앵글’에서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만나다
치앙라이는 란나 왕국의 초기 수도였던 곳으로, 치앙라이Chiang Rais는 당시 왕이었던 ‘멩라이(Meng Rai)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태국어로 Ching이 도시라는 뜻이니 ’멩라이왕의 도시‘라는 뜻이다. 이후 미얀마의 잦은 침입으로 1296년에 남쪽으로 신도시를 세우니 치앙마이Ching Mai다. 태국어로 마이는 새로움을 뜻한다. 치앙라이는 1558년부터 미얀마(버마)의 지배를 받게 되었으나 1774년에는 딱신 왕에게 정벌된 후 현 태국의 왕조인 짜끄리 왕조의 조공국이 되어 치앙마이에 속해졌다가 1993년 별도의 주(짱왓)가 되었다. 치앙라이는 북서쪽으로 미얀마와 경계를 이루며, 북동쪽으로는 메콩강을 사이로 라오스에 접해 있는 접경지역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이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치앙라이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좋은 잔디를 갖춘 골프장들이 있어 골퍼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도시이기도 하다.
컬러풀 치앙라이
태국의 아티스트인 찰름차이(Chaiermchai Kositpipat)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백색사원(White Temple)으로 불리는 왓 롱쿤(Wat Rong Khun)과 그의 제자 푸타 살라녹 캅깨우(Phutha Salanok Kabkaew)가 설계한 청색사원으로 불리는 왓 롱 쓰아뗀(Wat Rong Suea Ten)의 현대적 불교 건축물들이 오래된 사원의 아성들을 잠재우고 다시 불국정토를 꿈꾼다. 태국의 국민화가 치앙라이출신 타완 두차니가 살던 곳을 박물관으로 만든 블랙하우스 반담박물관 또한 40여 개의 검은색 건물 안에 죽음과 어둠을 표현한 수집품 박물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심의 황금색 시계탑도 야간에 볼거리다. 여러 색색이 어우러지는 컬러풀한 도시는 지금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방법으로 계속 변화하고 있다.
메콩강을 사이로 태국의 치앙라이주(州), 미얀마의 샨주(州), 라오스의 보케오주(州)가 만나는 3개 국가의 접경지역을 ’골든트라이앵글(황금의 삼각주)‘이라 부른다. 티베트고원에서 시작하여 중국, 미얀마와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관통하는 메콩강은 중국의 윈난성으로 흐르며 ’란창강‘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는 골든트라이앵글에서 ’롱테일 보트‘를 타고 메콩강의 황토색 물보라를 맞으며 라오스 완충지역에 다다른다.
문득 십 년 전 까마득한 협곡의 산길을 따라 란창강 물길을 바라보며 동티벳 가던 길을 떠올린다. 그때 란창강 물도 황토물이었다. 지금 이곳으로 끝없이 흐르고 있는 황토물에서 물살보다 빠르게 흐르는 그 시간을 다시 만난다.
첫댓글 여행다운 여행을 했군요
우리는 패키지로 유명지에 가서 사진만 찍고 오는게 다 인데 이런 여행을 해야하는데 멋지게 살고있네요 박수를 보냅니다
마음의 여유로 하면되요~!
@이성영 저곳에서 수양좀 허고 와얄듯...저런 비치는 속옷같은 겜성은 타고나야 되는것 가트...우린 안보여..
@김도연(형집) 수영 아침 저녘으로 했네~ㅎㅎ
온천에서도 하고
Blowin in the wind 아름다운 선율에 그려놓은 치앙라이 풍경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나를 어쩌라구....
https://youtu.be/6_i1-Tkq-Qg?si=IEenOwBtSe22yT1Q
기회되면 통기타 합주함 하세..
피터폴앤메리. ㅡ밥딜런보다 부드러워서
PLAY
팝송 배우기 좋겠는데~
@이성영 동영상레 가사도 악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