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식물이든 동물이든 제대로 키워내는 법이 없는 '알못'이었다.
제일 키우기 쉽다는 다육이나 실내식물도 금방 말라죽거나 썩어버리곤 했다.
특별한 장치 하나없이 단지에 넣고 밥만 주어도 잘 자란다는 구피도 20마리쯤으로 시작해서 단 한마리만 남는데에 1달도 채 안걸린것 같다.
그런데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며 소소한 것에 애착을 주고싶은 헛헛한 마음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그저 그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시간 같았다.
작년 봄, 생전 관심도 없던 화초에 마음을 빼앗겨서 배경지식도 없이 야심차게 베란다정원을 꾸몄다.
계단식 화분거치대도 놓고 이녀석 저녀석 집으로 데려왔다. 스파티필름, 스킨답서스, 카랑코에, 스투키, 아이비, 노란색 에니시다 한무더기...
꽃샘추위를 견디지 못한 것일까? 초보 식집사의 과한 욕심이었던 것일까?
보름도 못가 시들해진 것도 있고, 꽃대를 올리거나 풍성하게 뻗어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밤기온도 차갑지 않을 4월이 되자 천천히 생기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또 5~6월을 지나면서 갑자기 폭풍성장을 보여주었다.
덩굴류의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가지를 내어 뻗어갔고 나는 듬성듬성 솎아내어 물꽂이를 하고 또 금방 뿌리내리길 기다렸다가 새 화분에 심어주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은 하나의 작은 모종에서 시작된 아이들이 큰 화분 세개가 되기도 하고, 베란다 벽을 타고 천정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몸집이 커져 비좁은 화분을 견디지 못해 큰 화분으로 이사를 시켜주기도 하였다.
관심을 갖다보니, 이름도 잘 기억하게 되고, 조금의 이상이 보이면 검색을 하며 해결방법을 찾아주기도 하고,
번식하는 아이들을 잘 분리시켜 키워주기도 하는 등..
이 정도면 '알못'을 살짝 벗어나는 가 싶은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잘 자라던 이 친구들이 늦가을쯤 되자 쭉쭉 뻗어나가던 성장을 멈추었다. 물에 담궈둔 아이들도 더는 뿌리를 내리지 않았다.
줄넘기 100번의 약속을 매일 지키고, 우유도 한잔씩 꼬박꼬박 마셔가며 매일아침 키재는 벽에 기대어 눈금을 확인해도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변화가 없이 그 자리라 힘빠지는 꼬마의 어깨처럼..
녀석들의 정체기가 계속이었다.
그런데 올 봄. 다시 초록의 계절이 오고,
"내가 다시 나올 지 몰랐지?" 하며 꽃이지고 초록잎도 다 지고, 나무가지만 남았던 철쭉화분에서 연두색 잎이나고 다시 분홍색 꽃이 피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기특하던지...
생장
[ 生長 , growth ]
식물에서 여러 가지 기관(器官)이 양적(量的)으로 증대하는 것.
[네이버 지식백과] 생장 [生長, growth] (약과 먹거리로 쓰이는 우리나라 자원식물, 2012. 4. 20., 강병화)
생장의 특별한 시기가 따로있는 것이었다.
생장곡선(growth curve)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완만한 부분이 마음을 짠하게 했었다.
식물들이 겨울의 계절을 지날 때,, 마치 제트엔진의 시동을 걸려고 하는 것 같은 시간이었을까!
그러다가 갑자기 급속도로 치고 올라가는 급경사의 부분은 그 흥분과 기대를 가라앉힐 수가 없다.
봄과 여름의 계절을 지날 때,, 좀 부실한 줄기와 뿌리까지도 서로 손에 손 잡고, 기세를 몰아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엇이든지 적절한 때가 있다.
식물들이 생장의 때에 맞추어 자랄 때 더 잘 자랄 수 있도록 돕고 관심을 갖자.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피크발달을 앞두고 다소 멍~하게 있을 지라도..
꼼짝않고, 결과도 딱히 보이지 않는 그 답답한 시간을 견디고 있다 할 지라도,
생장 상승곡선을 타고 오를 내일이 있음을 확실히 믿자.
그리고 활개치며 솟아오를 때,
무조건 사랑하고 격려하고 지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