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는 1939년 폴란드에 살았던 유대인 브와디스와프 슈필만의 실화를 각색해 만든 영화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혼자 숨어살던 슈필만이 마음 착한 독일장군 호젠펠트의 도움을 받으며 생존한다는 내용입니다.
영화의 수미상관의 장치로서 피아노 노래인 쇼팽의 야상곡 C# 마이너로 정했다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바르샤바의 거리 몽타쥬
거리를 움직이는 자동차, 열차, 공원을 걷는 사람들의 영상이 차례로 보여진다.
쇼팽의 야상곡 C# 마이너의 소리가 배경 음악으로 들려온다.
이윽고 화면에 ‘바르샤바 1939년’이라는 글씨가 떠오른다.
#방송국 녹음실/ 낮
녹음실 안에서 피아노로 쇼팽의 야상곡 C# 마이너를 치고 있는 슈필만.
곧 펑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송국 직원, 창밖을 확인한다.
슈필만, 개의치 않으며 피아노를 친다.
다시 한 번 터지는 소리가 들려 움찔하지만 연주를 계속한다.
창문이 깨지고 천장의 파편이 떨어지지만 연주를 멈추지 않는 슈필만.
창 너머 방송국 직원, 슈필만에게 연주를 멈추라 지시한다.
슈필만, 고개를 젓고는 연주를 이어나간다.
폭탄의 연기가 창문을 깨고 녹음실 안으로 들어오자 슈필만은 연주를 멈춘다.
슈필만, 방송국 직원들과 계단으로 피신하다 도로타와 유렉을 만난다.
도로타 슈필만 씨?
슈필만 안녕하세요.
도로타 당신 연주를 듣기 위해 왔어요. 팬이거든요.
슈필만 누구시죠?
도로타 도로타예요, 오빠가 유렉이에요. (슈필만의 이마를 보며)피가 나네요.
슈필만 괜찮아요.
유렉 그만 가자, 도로타. 나중에 다시 얘기하렴.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가자.
슈필만 유렉, 왜 여태까지 동생을 숨겼어?
건물을 나가는 슈필만과 도로타, 유렉.
그들이 지나간 창문이 깨지고 연기가 건물안을 가득 매운다.
#슈필만의 집 / 낮
서재가 있고 여러 방이 있는 부유한 집.
슈필만의 동생인 헨릭, 라디오를 조절하고 있다.
슈필만의 여동생인 레지나와 할리나와 어머니, 옷과 짐을 챙기고 있다.
레지나 뭘 싸야 할지 모르겠어.
어머니 필요한 것만 챙겨. 가방은 몇 개야?
레지나 빨간 드레스를 넣을 거예요.
아버지 시지몬 삼촌 초상화를 가져갈까?
어머니 가져가든지 말든지 당신 맘대로 해. 내가 걱정하는 게 안 보여?
아버지 걘 집에 올 거야. 괜찮을 거야.
레지나 신발 가방을 따로 챙겨야겠어.
슈필만, 집으로 들어온다.
레지나 엄마, 큰 오빠가 왔어요.
어머니 다행이네, 블라딕. 다쳤구나.
슈필만 아뇨, 벌거 아니에요.
어머니 얼마나 걱정했는데.
헨릭 엄마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신분증을 갖고 다니니까. 폭탄에 맞는다 해 도 집으로 연락할 거 아니야.
어머니 헨릭, 그런 끔찍한 소리는 하지 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아버지 아무것도 못 찾겠네.
레지나 아빠, 오빠가 왔어요.
아버지 내가 뭐라고 그랬어?
슈필만 뭐하세요?
레지나 챙이 넓은 모자 본 사람 있어요?
슈필만 못 봤어. 폭탄 때문에 방송이 끊겼어.
헨릭 바르샤바 말고도 다른 방송이 있잖아.
어머니 (슈필만에게)너도 어서 짐 싸.
슈필만 어딜 가게요?
어머니 바르샤바 시외로.
슈필만 시외 어디로요?
레지나 못 들었어?
슈필만 뭘 못 들어?
레지나 신문 안 봤어?
슈필만 안 봤어.
어머니 그릇과 식기는 따로 싸렴.
레지나 신문 어딨어?
할리나 짐 싸는 데 썼어.
레지나 포장지로 썼다네.
아버지 정부는 루블린으로 옮겼어.
할리나 신체 건강한 남자들은 도시를 떠나 강을 건너서 새 방어선을 세우라는 공고 였어.
아버지 이 건물에 남은 사람은 거의 없어. 여자들만 남았단다. 남자들은 다 떠났다 고.
슈필만 여기서 새 방어선을 세우는 동안 우린 뭐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짐가방 들 고 떠돌고 있게요?
어머니 짐 싸, 시간이 없어.
슈필만 아무 데도 안 갈 거예요.
할리나 잘됐다. 나도 안 갈래요.
어머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식구끼리 함께 있어야지.
슈필만 말도 안 돼요. 어차피 죽을 거면 집에서 죽고 싶어요. 여기 있을 거예요.
어머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헨릭 조용히 해. 뉴스 좀 듣자.
헨릭이 조정중이던 라디오에서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스앵커 방금 들어오 런던의 BBC 방송 속보입니다.
슈필만의 가족, 라디오 근처로 모인다.
뉴스앵커 영국 정부는 독일 정부에 제안한 최후통첩에 답장을 받지 못했기에 나치 독일에 선전 포고했습니다.
슈필만의 가족들, 미소를 짓는다.
아버지 잘됐군.
뉴스앵커 이제 곧...
라디오에서 잡음과 함께 히틀러의 연설이 들린다.
헨릭, 라디오를 손으로 치자 라디오가 고쳐진다.
뉴스앵커 몇 시간 내로 프랑스도 선전 포고할 예정입니다. 폴란드는 더는 혼자가 아닙 니다.
슈필만 가족들, 웃으며 서로 부둥켜 안는다.
라디오에서 폴란드 군가가 흘러나온다.
아버지 잘 됐어. 다행이야.
#집 / 저녁
호화로운 식탁에 슈필만의 가족들 모여 앉아있다.
아버지, 술잔에 술을 따른다.
헨릭 엄마, 정말 맛있었어요.
슈필만 네, 정말 맛있었어요.
어머니 축하할 일이 있으니 공을 들인 거야.
아버지 영국과 프랑스를 위하여.
아버지, 잔을 앞으로 들자 가족 모두 잔을 든다.
아버지 내가 그랬잖아, 안 그래? 다 잘 될 거야.
#거리 / 낮
거리에선 부서진 건물들이 보이고 건물의 파편으로 바닥이 어지럽다.
거리에서 독일 군인들이 행진한다.
슈필만과 아버지와 헨릭, 군인들을 언짢게 바라본다.
#집 / 낮
어머니와 여동생, 창문에 붙여 놓은 테이프를 떼고 있다.
아버지, 거실 책상에 앉아 현금을 세고 있다.
슈필만, 아버지 뒤에서 바이올린을 조율하고 있다.
아버지 5003
어머니 그게 다야?
아버지 응, 5003즐로티. 이게 전부야.
레지나 (서제에서)3003즐로티나 초과예요. 보세요.
레지나, 서제에서 신문을 들고 와 읽는다.
레지나 유동자산에 대한 제한사항. 유대인은 가구당 최고 2000즐로티 소유할 수 있 다.
어머니 나머지는 어쩌지?
할리나 은행에 예금해야 하는데 계정을 봉쇄했잖아.
헨릭 은행? 독일 은행에 예금할 바보가 있나?
할리나 숨기면 되잖아요. (화분을 들어올리며)돈을 여기 숨겨요. 화분 밑에요.
아버지 안 돼. 이렇게 하자. 시도해서 성공한 방법을 사용하자. 저번 전쟁에 어떻게 했는지 알아? 테이블 다리에 구멍을 뚫고
거기다 돈을 숨겼어.
헨릭 놈들이 테이블을 가져가면요?
어머니 가져가다니 무슨 말이야?
헨릭 놈들은 유대인 집에 들어가서 가구, 귀중품, 뭐든지 원하는 건 다 가져가요.
어머니 정말이야?
아버지 바보같이 테이블을 왜 가져가? 이런 테이블을?
아버지, 테이블의 벗겨낸다.
어머니 무슨 짓이야?
할리나 아뇨, 여길 보세요. 여기가 제일 좋겠어요. 화분 밑을 뒤질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헨릭 아뇨, 잘 들어봐요. 생각 좀 해봤는데.
슈필만 그래? 너 많이 변했네.
헨릭 이렇게 해요. 심리학을 이용해요.
슈필만 뭘 이용한다고?
헨릭 (신문지를 돈 위에 덮으며)테이블 위에 돈을 놓고 대놓고 이걸로 가려요.
할리나, 어이없다는 듯이 웃고 나머지 가족들은 어리둥절하게 바라본다.
슈필만 너 바보니?
헨릭 놈들은 샅샅이 뒤지겠지만 절대 눈치채지 못할 거야.
슈필만 이렇게 멍청한 소리는 처음이네. 당연히 알아차릴 거야. 이걸 봐.
슈필만, 신문지를 치우고 돈을 접어 바이올린 안에 넣는다.
헨릭 내가 바보라니.
어머니 좋은 생각이야. 그걸 뒤지진 않을 거잖아.
헨릭 오래 걸리잖아.
어머니 나중에 천천히 천천히 꺼내면 돼.
슈필만 시간 별로 안 걸려.
헨릭 어떻게 꺼낼 건데? 말해봐
슈필만 족집개로 꺼내면 돼.
헨릭 알고 싶으니까 말해봐. 어떻게 꺼낼 건데?
가족들, 저마다 얘기를 하며시끄러워진다.
어머니 조용히 해! 다들 진정해.
슈필만 왜 항상 반대야?
헨릭 한 장씩 꺼내야 하잖아.
할리나 내 말을 다들 무시하잖아.
레지나 조용히 해. 제발 조용히 해! 다들 진정해요.
할리나 변호사라 명령하길 좋아해.
레지나 잘 들어봐요. 시계는 화분 밑에 넣고 돈은 바이올린에 넣어요.
가족들, 내키지 않지만 동의한다.
아버지 꽉 차도 연주할 수 있을까?
슈필만 해봐야죠.
마지막 시퀀스
#임시 포로 수용소 / 낮
갇혀 있다 풀려난 유대인들과 레드니츠키, 갇혀 있는 독일군 포로들 옆을 지나간다.
유대인 저거 봐. 망할 독일놈들이야.
레드니츠키 살인자들! 살인자들!
유대인2 이걸 기도해왔는데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레드니츠키 더러운 개자식들!, 암살자들! 개자식들! 너희들 꼴 좀 봐. 내 모든 걸 빼앗아 갔어. 난 음악가인데 내 바이올린도
영혼도 가져갔어.
독인군 포로 가운데 호젠펠트, 레드니츠키에게 다가간다.
호젠펠트 음악가라고?
레드니츠키 그래.
호젠펠트 혹시 슈필만이란 피아니스트 아나? 폴란드 라디오에 나오는데.
레드니츠키 당연히 알지.
호젠펠트 그가 숨었을 때 도와줬었어. 내가 여기 있다고 전해줘.
소련군, 러시아어로 소리치며 호젠펠트에게 다가간다.
호젠펠트 도와달라고 전해줘.
소련군, 호젠펠트를 펜스에서 떨어뜨린다.
레드니츠키 당신 이름이 뭐야?
호젠펠트 호젠펠트.
호젠펠트, 독일 발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레드니츠키, 알아듣지 못한다.
레드니츠키 뷔?
소련군, 유대인에게 러시아어로 떨어지라 소리친다.
레드니츠키, 유대인 일행과 함께 포로수용소에서 멀어진다.
쇼팽의 그랜드 폴로네이즈 블릴란테가 배경음악으로 들려온다.
#라디오 녹음실 / 낮
배경음악, 쇼팽의 야상곡 C# 마이너로 바뀌고
녹음실 안에서 피아노 연주하는 슈필만이 보인다.
녹음실 창 너머 레드니츠키가 들어온다.
레드니츠키, 창 가까이 다가가 웃는다.
슈필만, 고개를 들려 레드니츠키를 보자 미소를 짓는다.
#임시 포로 수용소 / 낮
슈필만과 레드니츠키, 포로 수용소가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는 벌판을 바라본다.
레드니츠키 여기였어. 확실해.
슈필만 이제 사라졌군.
레드니츠키 내가 욕설을 퍼부었어. 자랑할 건 아니지만 그런 짓을 했어. 여기가 확실해.
철조망 안에서 그 독일인이 내게 다가왔어.
슈필만 이름은 들었어?
레드니츠키 아니. 공장에 물어볼게. 뭔가 알지도 몰라.
레드니츠키, 옆에 있는 공장으로 다가간다.
슈필만, 근처 나무 위에 앉아 석양이 지는 것을 바라본다.
#오케스트라 / 낮
오케스트라 일원들 쇼팽의 그랜드 폴로네이즈 브릴란테를 합주한다.
이윽고 일원들 연주를 멈추고
슈필만, 제일 앞에서 피아노 독주를 한다.
화면 위로 아래 글씨가 떠오른다.
“블라디슬라프 슈필만은 2000년 7월 6일까지 바르샤바에서 살다가 88세에 생을 마쳤다.”
“독일 장교 이름은 빌름 호젠펠트였고 1952년 소련 포로수용소에서 죽었다는 사실만 알려졌다.”
이후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슈필만의 손가락이 보이며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