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약용 아저씨의 책 읽는 밥상’을 읽고 -
2-1 황성민 어머니 김진숙
얘들아... 우리가 살다보면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만나게 될 때가 있단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엄마가 모든 걸 해결해 줄 수는 없어. 이때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은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그러니 좋은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갖는 법, 자기관리를 하는 방법, 남에게 베푸는 법,
너희들은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단다. 이런 것들을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는다면 아마도 너희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모르고 살 수도 있어... 어른이 된다고 저절로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건 아니란다.
그런 것들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나중에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공부만 잘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사람들이 멀리하는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고, 존경받는 사람이 되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정약용 아저씨의 책 읽는 밥상’이라는 책을 너희들에게 소개하고 싶단다.
어릴 때부터 귀하게 자란 준서는 친구도 없고,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아이였어. 그래서 엄마아빠는 그런 준서를 정약용 아저씨에게 맡기고 한 달간 여행을 떠나게 된단다. 낯설고 힘든 정약용 아저씨와의 생활을 통해 준서는 서서히 스스로 공부하는 법과 친구를 사귀는 법, 근검절약하는 법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야.
책 속에서 정약용 아저씨는 많은 것을 알려 주시는데, 너희들이 기억해 두면 좋을 것들 몇 가지만 소개할게...
책을 통해 스스로 깨우친 경험은 평생 동안 너희들 가슴 속에 남아서 생활습관 또는 삶의 목표가 된단다. 이게 경쟁력이다. 부디 너희들은 좋은 책을 가까이해서 좋은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
종이접기 선생님이 될 거에요
2-2 김유은 어머니 김영애
2학년인 우리 유은이의 꿈은 종이접기 선생님입니다.1학년 때 꿈은 화가였는데 아무래도 자신의 그림이 스스로도 마음에 안드는 모양입니다. 처음에 우리가족은 검색창에 ‘종이접기’를 쓰고 열심히 검색하는 아이의 모습과 작은 손가락으로 종이를 이리저리 접고 자르고 붙이는 모습이 기특하다며 웃었지요. 또, 손가락 근육을 쓰는 놀이이니 좋은 공부가 된다 생각했지요.
처음엔 엄마, 아빠, 언니, 오빠를 번갈아 부르며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조르기도 많이 졸랐구요. 그럴 때 마다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며 울기도 많이 울었지요. 아이 주변엔 늘 완성되지 못한 색종이들이 쌓여 쓰레기가 되기 일쑤였구요.
그렇게 몇 개월이 흘러도 유은이는 종이접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종이접기에 자신의 꿈을 담아 열심히 접고 또 접고 있습니다.
간혹 가족들에게 어려운 부분을 부탁하기는 하지만, 아이의 주변에는 미완성의 구겨진 색종이 대신 제법 모양을 갖춘 완성된 작품들이 하나, 둘 쌓이게 되었네요. 자동차, 비행기, 공, 여러 가지 동물, 바람개비, 팽이, 여러 장의 색종이로 만드는 공룡까지...
같은 것을 수십 번 씩 접으며 연습하는 유은이, 엄마인 제 눈에는 참 힘들고 지루할 것 같은데, 아이의 얼굴엔 진지하고 호기심어린 표정만 가득합니다. 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유은이는 “엄마, 잘했지? 나 종이접기 선생님 될 수 있어?”하며 제가 “그럼, 우리 유은이 대단한데? 정말 잘 만들었다!!”하기를 기다리곤 합니다.
유은이는 또래아이보다 언어도 많이 느리고, 학습능력이 부족해서, 지금은 다솜반에서 국어, 수학을 공부하는 우리 집 막내딸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엄마 없이 혼자 교실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급식은? 수업은? 화장실은 그리고 친구관계는?.....누군가에겐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이 유은이에게는 어려운 미로 찾기처럼 벅차고 힘든 일 일까봐 한없이 미안해지는 엄마였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은이의 특성을 이해해주시고 사랑과 열정으로 대해주시는 담임선생님과 다솜반 선생님 덕분에 유은이는 오늘도 즐거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저에게는 두 번째 기적 이였습니다. 큰 병을 작은 몸으로 이겨낸 첫 번째 기적을 제게 보여준 유은이는 분명 머지않아 세 번째 기적도 보여줄 것입니다. 그건 바로 친구들 앞에서 멋진 종이접기를 만들어 보이는 일이겠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수많은 기적들을 만들어가며, 유은이는 자신의 꿈을 꼭 이루고 말 것이라 믿습니다.
꼭 종이접기선생님이 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그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주고 싶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매일매일 온몸으로 기적을 만들며 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발견해주신다면 우리아이들은 더 큰 꿈을 꾸며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유은이는 책가방에 색종이 5장을 챙겨 넣고 행복한 얼굴로 즐거운 학교에 갑니다.
나는 네가 너라서 좋아...
2-3 배현서 어머니 정은주
엄마 너희들에게 고백할 거 있어. 사실.... 12월 달력을 넘기며 엄만 눈치를 좀 봤어.
‘요것들.. 내 생일인거 알고는 있는 건가? 동그라미를 쳐놓을까?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갈까?....’
그러다 참지 못하고 얘기해 버렸지.
“너네.. 좀 치사한 것 같지만... 엄마 생일이 언제인줄은 아니?”
“어, 12월 ○일 이잖아”
속으로 뜨끔... ‘어휴~ 정말 조급한 이 성격... 모양새 안 나네...’
어떤 선물 받고 싶냐고 묻는 너에게 아무 것도 필요 없다고 해놓고는
“엄만 그런 거 필요 없어. 너희들 방 깨끗이 치우고, 엄마 잔소리 하지 않게 그날만이라도 말 잘 듣고, 초코파이 하나에다 초 꽂아서 노래 불러줘.”
눈도 와서 미끄러운데, 선물 산다고 걸어가다 넘어져 괜히 다치진 않을까.
별 필요도 없는 물건 사오는 건 아닐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지.
엄마 생일 날. 퇴근을 하며 집에 오는데, 아주 오래전 어떤 기억이 나더라.
그리고 내가 너희들만한 나이였을 때 할머니 생신날 무엇을 선물해 드릴까? 고민했던 때가 생각나더라고. 그 때도 할머닌 지금의 엄마와 똑같은 말씀을 하셨었지.
“엄만 아무것도 필요 없어. 편지 써줘.” 그 땐 할머니의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 “왜? 내가 선물 사드리려고 용돈도 모아 놨는데.. 비싼 건 살 수 없지만 무언가 선물도 해 드리고, 파티도 하고 싶은데, 필요 없다고 하실까? 맨날 돈 안 드는 편지 같은 것만 달라고 하시고..”
지금은.. 그 때 할머니가 어떤 마음이셨을지 알 것 같아. 그리고 네가 어떤 마음인지도 알 것 같고.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그것도 좋은 일이지. 그리고 엄만 엄마의 일을 할게.’
집에 오자마자 쌀을 씻어서 밥을 안쳤어. 보글보글 찌개를 끓이고, 너희들이 좋아하는 밑반찬을 만들었어. 가장 엄마다운 일은 무엇일까, 내 생일날 제일 보람있게 보내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넌 평소보다 조금 늦게 집에 왔어. 선물을 보여주며,
“엄마 마음에 안 들면 엄마가 바꿔도 돼. 밥 먹고 줄게. 카드도 써야 돼.”
언제 이렇게 커버렸지?
현서야, 맛있게 저녁 먹어줘서 고마워.
찌개가 맛있다고 말해 주어 고마워.
초코파이 예쁘게 담아오고, 생일축하 노래 불러줘서 고마워.
네가 준 선물도 카드도 정말 맘에 들어, 고마워.
“엄마 돈 생각하지마. 나는 돈을 모으는 것도 좋지만, 나를 낳아주신 엄마의 생일인데, 엄마한테 선물 살 때는 돈 생각 안하고 그냥 살 수 있어”
라고 말해 주어 고마워...
그러고 보니 고마운 게 너무 많아.
가방정리, 준비물체크 잘 못하는 엄마인데도, 스스로 잘 챙겨 가서 고마워.
혹여 준비물, 숙제를 빠뜨리거나 양말을 못 신고 갈 때도 기죽지 않아줘서 고마워.
엄마가 먼저 출근하는데, 전기불, 문단속 잘 하고 가주어 고마워.
친구들과 장난이 심하다고 하지만,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 엄마들한테 항의전화가 오지 않을 정도로만 쳐주어 고마워. (요건.. 좀 고쳐보자.^^)
엄마랑 전화통화 하고 끊을 때, 출근할 때, 항상 “사랑해”라고 말해 주어 고마워.
엄마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주어 고마워.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아빠랑 너뿐이야..)
지금까지 크게 아픈 일 없이 유치원, 학교 빠지지 않고 다녀주어 고마워.
엄마를 엄마라고 불러주어 고마워.
엄마 아들로 태어나 주어 고마워.
엄마가 우리 현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표현을 잘 못해 미안해.
엄마도 앞으로 많이 표현하고, 이야기하도록 할게.
나는 네가 좋아. 너무 좋아.
그냥 지금의 네가 좋아.
너가 너라서 좋아.
너이기 때문에 좋아.
사. 랑. 해. ♡
엄마가
나의 선생님
2-4 강태웅 어머니 손미화
25년 전,
초등학교 5학년은 내 인생을 살면서 힘이 들 때마다 꺼내보는 보물 같은 나의 아름다웠던 추억이다.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 웅변을 좋아했던 나의 끼를 예쁘게 다듬어 주시고 용기를 힘껏 불어 넣어 주셨던 너무도 예쁜 담임선생님이 계셨기에~
친정 엄마께서는 지금도 말씀하시곤 하신다.
“미화야, 난 널 키우면서 너 초등학교 5학년 때가 제일 행복하고 뿌듯했어. 우리 딸의 재 능을 잘 봐주시고 대회란 대회는 다 나가 보자고 지도해 주시고, 그런 담임선생님이 계셨 기에 엄마의 두 어깨가 늘 힘이 들어가 있었던 때였지. 너도 자식 키우는 엄마니 그 때의 엄마 마음을 알 거야.”
하시며 지금도 담임선생님 성함을 말씀하신다.
얼마 전 태웅이가 설문지 하나를 들고 나에게 내밀며
“엄마, 이거 해주세요.”
하는 것이었다.
정확히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담임 평가에 대한 설문지였던 것 같다. 담임선생님의 성함을 본 나는 너무도 놀라 숨이 넘어갈 뻔했다. 내가 그리도 보고 싶고 그리워했던 나의 5학년 때 은사님의 성함과 같았기 때문이다.
“태웅아, 너의 담임선생님 성함이 김◯◯ 선생님이시니?”
하고 묻는 나에게 아들은 퉁명스럽게
“어, 엄마는 그것도 몰라?”
아들이 2학년 올라가 얼마 되지 않아 담임선생님께서 출산으로 쉬시고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회사일이 바쁘고 늦게 퇴근을 한다는 핑계로 단 한 번도 학교에 가지 못했었는데…….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담임선생님 성함조차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너무도 죄송스러운 마음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혹시 성함이 같은 선생님이실 수 있기에
“태웅아, 내일 학교 가면 선생님께 25년 전 오창초등학교에 계셨었는지 꼭 여쭤봐. 꼭!”
아들에게 그리 부탁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도 설치고 다음날 아들과 통화하기 전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하셨다는 아들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도 떨리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차마 전화를 드리지 못하고 일찍 끝나는 날 꼭 찾아뵙겠다는 메모만 아들을 통해 전해 드렸다.
아들의 방학식날,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 휴가~
“선생님! 그날 꼭 찾아 뵐게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