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보실 내용은 순수하게 저의 경험으로 얻어진 것 임을 미리 밝힙니다.
국내의 색소폰 시장 분위기를 보면
'셀마 천국 야마하 지옥' 같은 편파적이고
지극히 브랜드네임 벨류 중심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색소폰을 한번이라도 접해본 사람들에게
"최고의 색소폰은 무엇입니까?"
라고 물어본다면 대부분
"마크 식스!"
라고 대답합니다.
'마크 식스'....
물론 대단히 좋은 악기입니다.
제가 좋아하고 즐겨듣는 연주자들 역시
거의 대부분 '마크 식스'를 사용하니까요.
하지만,
그 좋다는 '마크 식스'가 다 좋은 악기는 아닙니다.
그 악기가 좋은 악기가 될 수 있는 조건은 딱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재, 음정이 잘 맞을 것.
두 번째, 부품의 마모가 심하지 않을 것.
세 번째, 패드와 스프링의 탄력이 좋을 것.
그런데...
생각을 해 보십쇼.
이미 환갑을 훌쩍 넘기고 칠순을 바라보시는
그 '마크 식스'옹 께서 그 기나긴 세월동안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좋은 상태를 유지 할 수 있었을지 말입니다.
어떤 분께 위와 같이 설명을 드렸더니...
돈도 없는 놈이 '마크 식스'는 한번 만져봤냐?
라고 물어보시더군요.
사실 저도 '마크 식스'만 10 대정도 만져봤습니다.
물론 구입한 것은 아니고,
구입한다고 뻥치고 한번씩 시연 해 봤죠.
음색은 대단히 훌륭했습니다만,
나머지 세가지 조건이 맞지 않더군요.
음정은 중국제 보다 못하고...
부품은 닳아서 덜그럭거리고...
패드는 말라붙어서 톤 홀이랑 키 컵이랑 키스하기 직전이고...
스프링은 엿가락 같이 흐느적거리고...
그런 고철덩어리를 명기라고 나불대며
500만원 이상의 가격을 붙이더군요.
그렇다면 어떤 색소폰이 최고의 색소폰일까요?
정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습니다.
몇 십만원 짜리 중국제 색소폰도 최고라고 생각하면
자신에게는 최고의 색소폰이 됩니다.
만약 그런 악기를 가지고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주를 할 수 있다면 남들에게도 최고의 색소폰이 됩니다.
하지만 '마크 식스'를 가지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듣기 싫은 소음을 들려준다면
그 악기는 고철덩어리에 불과합니다.
마크 식스는 이제 그만 씹고...
그럼 이제부터 가격대 별로 괜찮은 색소폰을 한번 골라보겠습니다.
30~ 60만원
알토는 타이샨코리아, 테너는 미드웨이가 괜찮습니다.
이 가격대에서 소프라노는 쓸 물건이 없습니다.
대만제 중에서 이 가격대의 물건은 쓰레기 밖에 없거나
중국에서 제작한 짝퉁 대만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드웨이 알토의 경우 울림이 아주 형편없습니다.
관체의 울림이 벨까지 전달되지 않고 중간에 흩어져 버리기 때문에
연주할때 호흡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어가며 저음을 내기가 힘듭니다.
테너는 괜찮더군요.
참고로 아티스트 라는 브렌드 역시 미드웨이와 같은 공장에서 제작됩니다.
타이샨코리아의 알토색소폰은 중국제 중 가장 좋다고 생각됩니다.
요즘 색소폰나라에서 공동구매 중인 영창 색소폰 역시 타이샨의 공장에서
제작되는 같은 악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70~ 100만원
대만제 알토 쥬피터 767이 쓸만하고
자금이 충분하시다면 야마하 275가 가장 좋습니다.
저 에게 선택하라면 당연히 275를 선택합니다.
이유인 즉!
음정 좋고, 가볍고, 내구성이 좋기 때문이죠.
음정을 중요시하신다면 어떤 모델을 선택하시든
야마하를 구입하시면 최선의 선택입니다.
100~ 200만원
이 가격대 부터는 선택의 폭이 다양해 집니다.
제조사에서는 중급 악기라고 소개하지만
프로급 모델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악기들이 많습니다.
신품
야나기사와 901 소프라노,알토, 테너
야마하 62 소프라노,알토, 테너
소프라노는 야나기사와 901이 진짜 물건입니다.
중고
콘, 킹, 마틴, 야나기사와 880 또는 990, 케논볼 알토
개인적으로 케논볼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한동안 모 악기사의 과장된 광고로 반감을 사기도 했지만
아주 좋은 악기입니다.
'골드'모델 보다 '블랙니켈' 모델이 훨씬 좋은 톤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품은 비싸기때문에 중고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00~ 300만원
신품
야나기사와 902 소프라노,알토, 테너
야나기사와 991 소프라노
야나기사와 992 소프라노
아마하 82z 알토, 테너 (무광 포함)
야마하 875EX 소프라노,알토
케논볼 알토, 테너
소프라노는 야나기사와의 어떤 모델을 구입하셔도 좋으며
알토는 모두 좋은 물건들입니다만,
호흡이 부족하다면 875EX
묵직한 톤과 가벼운 악기를 원하신다면 82z
야마하는 너무 흔해서 싫다고 생각하시면
야나기사와를 선택하십시요.
더 웅장한 울림을 원하신다면 902, 992를 선택하십시요.
다만 야나기사와는 쪼끔 비쌉니다.
케논볼은 아주 좋은 악기이지만 대만에서 제작된 악기임에도 불구하고
신품은 비싸기 때문에 가격적인 면에서 메리트는 없습니다. 중고를 구입하세요.
테너는 82z 특히 언락카를 강력 추천합니다.
중고
위에 언급한 전 모델을 구입할 수있으며
셀마 슈퍼액션 1,2,3 소프라노,알토, 테너 (액션1은 소프라노 없습니다.)
줄리어스 샤도우 알토, 테너
셀마의 명성을 느끼고 싶으시다면 액션 1을 강력 추천합니다.
묵직하고 말로 표한 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대포와 같이 뻥뻥 터지는 소리를 원하신다면 줄리어스를 선택하십시요.
하지만 매물이 많지 않습니다.
300만원 이상
이만큼 비싼 악기가 아마추어들에게 필요할까 모르겠습니다만,
모두 비싼 값을 하는 물건들이라 생각합니다.
셀마 Reference 36 또는 54 (신품 약 480만원, 콜렉터 모델 약 800만원)
- 36은 1936년도에 제작된 '발렌시드 액션 ' 을 모델로 현대에 복각시킨 모델이며
56은 1956년도에 제작된 ' 마크 식스' 8만번대 모델을 복각시킨 모델입니다.
한 때 '리퍼런스 붐' 이 일어날 정도로 잘 팔렸지만...
그 이후 갑자기 중고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마크 식스의 소리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호흡량이 부족하신 분들은 절대 연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셀마 Super Action 2, 3 (350~ 420만원)
- 슈퍼액션 2, 40만번대 의 악기는 '셀마답다' 라는 말은 탄생시킨 녀석입니다.
중후한 소리가 나며 어떤 장르에서도 잘 어울립니다.
외형적으로 날씬해 보이며 실제로 관의 직경이 작기때문에 고음이 조금 답답합니다.
슈퍼액션 3는 액션 2의 단점인 음정을 보완하고 각종 부품을 고급화 시킨 녀섭입니다만,
전작에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셀마 Mark VI (소프라노 260~ 400, 알토 450~ 800, 테너 500~ 1000만원)
-문제의 마크 식스 입니다.
음정만 잘 맞다면 틀림없이 최고의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 악기입니다.
악기가 아주 가볍지만, 깊고 웅장한 울림을 가지고 있는 정말 멋진 녀석입니다.
유명한 프로연주자들 중 대부분이 이 악기를 사용합니다.
셀마 Mark VII (소프라노 없음, 알토 270~ 350, 테너 300~ 400만원)
- 마크 식스의 후속작 입니다.
마크 식스의 명성때문에 크게 빛을 보지 못한 악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시원한 소리와 좋은 내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M 시리즈와 N 시리즈로 구분되는데,
M 시리즈는 따듯하고 힘 있는 굵은소리
N 시리즈는 밝고 파워풀하게 쏘는 소리로 구분됩니다.
제가 불어본 악기는 M 시리즈 30만번 대의 악기였는데요, 그 때 돈만 있었으면...
묻지도 않고 바로 구입했을겁니다.
야나기사와 991 (알토 320 만원)
-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모델입니다.
딱히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는 않지만 소재가 고급스럽고,
울림도 상당히 좋습니다.
세계적인 색소폰 리페어맨들이 야나기사와의 메커니즘을 극찬하는 만큼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운지, 정확한 음정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소리의 성향은 셀마에 가깝지만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음색은 셀마와 다릅니다.
야나기사와 992 (알토 380 만원)
- 딱 한번 불어봤는데요....
요것 참.... 뭐라고 설명해야하나.....?
일단 이녀석은 재질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색소폰은 황동으로 만들지만
이녀석은 청동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색기 좔좔 흐르는 요염한 여자가 남자 꼬시는 소리라고 할까요?ㅎㅎ
아무튼 특이하고, 매력적이고, 웅장한 소리입니다.
이 녀석만큼은 '섹스폰'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야나기사와 9937 (알토 약 600 만원)
- 보기만 해도 입이 떡~ ! 벌어지고...
숨결에 악기가 상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지문 묻을까봐 만지기도 겁나는...
92.5%의 법정 순 은으로 만든 색소폰의 예술작품 입니다.
한번도 직접 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만져보지도 못했습니다...ㅜㅜ
한번 불어보는게 소원입니다.
다만 제 악기의 넥은 9937의 넥입니다.ㅎㅎ
이제 이 길고 지루한 글의 결론을 내리겠습니다.
저 역시 보통 아마추어들과 마찬가지로 싸구려 중국제 악기로
색소폰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연주자든 비싸고 좋은 악기에 대한 열망은 대단합니다.
물론 비싼 악기는 비싼값을 한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비싼 악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연주자가 그 값어치에 맞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단지 비쌀뿐인 고철덩어리로 전락하게 되고 맙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자 자신의 능력이라는 것 입니다.
흔히 말하는 '입이 셀마' 라는 말은 저로써는 부정할 수 없지만
찬성하기도 애매한 말입니다.
색소폰 메이커는 '셀마' 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올바른 표현은 '입이 악기' 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악기의 기본적인 조건만 충족된다면 나머지는 사람의 입으로
채워질 수 있습니다.
모두 비싼 악기만이 아닌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는 입을 통해
득음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마치겠습니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와~~연구 많이 하셨네요...!!
많은 참고가 됩니다.
감사합니다.